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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6

       으르렁대는 늑대의 이빨 너머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덩치의 차이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본인은 저 녀석에게 한입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간식은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보통이라면 날선 이빨이 본인의 몸에 닿는 순간 절명하게 될 터.

       

       늑대라 하여 그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달려들지 않는 것은 녀석이 본인을 두려워하고 있는 탓이겠지.

       

       – 늑대야 도망쳐!

       – 네 앞에 있는 건 사람이 아냐!

       – 늑대야. 조때써.

       – 늑대의 명복을 빕니다.

       – R.I.P

       

       “이 상황에 본인을 걱정하는 이 하나가 없을 수가 있느냐.”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위험한 것은 본인 측이지 않으냐? 무력한 인간과 거대한 짐승의 대결이니 말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 닥치면 사람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두 눈을 감을 터인데.

       

       보라. 이빨이 오들오들 떨리고 발이 무의식적으로 뒤편을 향해 움직이지 않는가. 지금 본인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 양심어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무?력? 두?려움?]

       

       – ㅋㅋㅋ

       – 농담임?

       – 화하하하하

       – 역시 화령님이야. 개그도 잘 친다니까?

       

       꽤나 실감나게 겁먹은 연기를 했다고 여겼다만 어째 본인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이가 없구나.

       

       심지어 내 앞에 선 거대한 늑대조차도 그러했다.

       

       본래라면 먹잇감이 겁을 먹은 순간에 덮쳐들어 그 목을 물어뜯었을 터이거늘 저 멀리서 경계만 하고 있으니 원.

       

       두려워하던 모습을 순식간에 지워버리고 한 발을 내딛자 늑대가 더 사납게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저는 위협이 아니었다. 이미 겁에 질려 패배를 인정해버린 강아지의 발악일 뿐.

       

       이 이상 대치를 하는 것도 지루하니 슬슬 제 주제를 알려주도록 할까. 뒷짐을 진 채 한 발을 내딛으며 주변으로 살기를 흩뿌렸다.

       

       본인이 하린이나 설아를 괴롭힐 때에 사용하는 살기와는 전혀 다른. 본인의 마음 에 품은 심만으로도 사람을 죽여 버릴 수 있을 진득한 살기를.

       

       세상을 짓누르는 살의의 아래에서 늑대가 서서히 제 몸을 낮춘다.

       

       빳빳이 서있던 꼬리가 아래로 내려갔으며, 본인을 노려보던 눈동자가 갈 곳을 잃어버렸고, 새하얀 털은 바들바들 떨리며 그 위에 묻어 있던 눈을 떨어트렸다.

       

       당장에라도 도망을 치고 싶다는 것이 이곳저곳에서 보였지만 본인은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등을 보이는 순간에 그대로 제 목이 날아갈 상황에서 도망을 치는 게 가능할 리 없잖은가.

       

       늑대가 본인에게서 느끼는 공포 또한 그러할지니 저 늑대에게 선택지는 몇 되지 않았다.

       

       그 중에서 저 녀석이 택한 것은 공격이었다.

       

       빈틈 속에서 노림수를 찾아내어 본인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 아닌, 공포에 쫓겨 무작정 내달려드는 돌격.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든 이 공포에서 벗어나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그 모습에 본인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치켜들었다.

       

       공포에 쫓기느라 사고가 경직된 만큼 저 녀석의 움직임에 지성이란 존재치 않는다.

       

       그렇다면 저를 가지고 노는 것이야 실로 간단한 일이지. 늑대는 분명 본인에게 위협을 느꼈을 터이나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주사위를 던져버린 녀석은 되돌리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녀석이 본인을 향해 아귀를 벌린 그 순간 치켜들었던 주먹을 아래로 내렸다.

       

       콰앙!

       

       거대한 망치가 내리쳐진 듯한 굉음과 함께 늑대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다.

       

       “이 놈아. 정신이 좀 드느냐?”

       “끼깅…”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애처로운 눈빛을 무시하고 그 콧등 위에다 발을 올리자 늑대가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엄살을 부리기는. 그리 강하게 가격하지도 않았거늘.

       

       너처럼 거대한 덩치를 지닌 녀석이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동정을 사려 하지 말라.

       

       – 동물 학대 반대!

       – 화령 나빠!

       – 너무 폭력적이야.

       

       “어허. 학대라니. 이는 교육이다. 교육. 주제를 모르고 인간에게 덤비는 짐승에게 위아래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토록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녀석이다. 가만 내버려 둔다면 인간에게 피해를 입힐 터.

       

       그러니 본인이 미리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교육을 해두는 것인데 이게 어찌 잘못되었다 할 수 있을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그 늑대는 필드 보스라 사람을 공격하는 게 정상인데요.]

       

       “시끄럽다. 본인에게 정해진 규율을 강요하지 말라.”

       

       본인이라는 인간은 규율을 부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자이니 말이다.

       

       헛소리를 지껄였더니 채팅창에서 내로남불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하여간에 본인에게만 한 없이 엄격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가만 내버려 두면 저 알아 진화될 테니 당분간은 무시하도록 하자꾸나.

       

       “자아. 늑대야. 이제 네 주제가 파악이 되느냐?”

       

       콧잔등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더하자 늑대가 자신의 귀를 내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호오라.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귀와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덩치도 크고 털도 두터운 것이 마음에 들었다만 거기에 영특하기까지 한 것인가!

       

       과연. 이 곳이 쓰레드의 세상이 아니었다면 능히 영물이라 불릴 생물체로구나. 마음에 들었다.

       

       “좋다. 늑대야. 내 그대에게 두 가지의 선택지를 주도록 하겠다.”

       

       단언하건데 그대는 이 두 가지 선택 이외에 그 어떤 것도 허락받지 못할 터이니 잘 고심을 하여 선택하도록 하라.

       

       “하나는 본인에게 굴복하여 본인을 따르는 짐승이 되는 것이다.”

       

       손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애완동물이 되라는 이야기이니라.

       

       개인적으로는 이 제안을 따라주는 것을 추천하도록 하겠다. 서로 간에 귀찮을 것도 없고 아플 것도 없이 그대가 자존심을 굽혀주면 되는 문제이니 말이다.

       

       더욱이 본인의 아래로 들어온다 하여 막 대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말해두겠다.

       

       본인은 본인의 품 안에 들어온 이에게는 무척 관대하니까.

       

       “다른 하나는 본인의 짐승이 되겠다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얻어맞는 것이다.”

       

       이 쪽은 그리 추천하지 못하겠구나. 그리 어려운 일을 아니다만 귀찮은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혹시나 싶어 말을 해두자면 죽을 수 있으리라 생각지는 말거라. 본인은 그를 조절할 수 있으니.

       

       또한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말도록.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자아.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 늑대에게 그리 물었더니 늑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그 몸에서 끼잉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어디서 불쌍한 척을 하며 동정을 사려 하느냐. 그 따위 수작은 본인에게 통하지 않는다.

       

       – 동물애호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선택지 두 개가 아니라 하나 아닌가요?]

       

       – 그냥 강제잖아.

       – 진짜 악당이 따로 없네.

       – 아닠ㅋㅋㅋ 필드보스 왤케 얌전하냐고.

       – 저거 길들일 수 있는 거였나?

       

       “방금 전까지 영특함을 자랑하던 녀석이 못 알아듣는 체를 해봐야 본인에게 먹히지 않는다. 순순히 둘 중 하나를 택하라.”

       

       대답을 유예하는 것이 거슬려 살기를 담아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늑대가 자신의 귀를 아래로 내리며 목덜미를 보여 주었다.

       

       “올라타라는 게냐?”

       

       귀가 쫑긋거리는 것을 보아 동의의 표현이로군. 콧잔등을 가벼이 밟으며 늑대의 목 위에 올라타니 늑대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본인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을 보아 순종하고 굴복하기로 결정한 모양이구나.

       

       암. 그래야지. 괜히 저항을 하다가 가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두들겨 맞을 바에야 고개를 숙이는 것이 낫지 않으냐.

       

       늑대가 본인의 휘하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본인은 그 목 위에 앉아서는 털을 매만져 보았다.

       

       으음. 아직은 푸석푸석하구나. 그래도 털은 털인지라 보드라움과 따스함이 있기는 하지만 바루의 털처럼 기분 좋은 것은 아니야.

       

       당장의 목표는 이 녀석의 털을 관리하는 것으로 해야겠어.

       

       – 돌겨어어억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름은 안 붙일 거임?]

       

       “아아. 그래. 이름을 정해야지.”

       

       과정이 어찌되었든 간에 지금은 본인의 휘하에 있는 짐승이니 말이다. 앞으로 부를 이름을 정해 두어야지.

       

       – ㄷㄱㄷㄱㄷㄱ

       – 어떤 개쩌는 이름이 나올까.

       – 화령님의 작명센스 기대 중.

       –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를 닉으로 한 사람한테 뭘 기대 하는 거야.

       

       “늑늑이로 하자꾸나.”

       

       본인이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군. 귀엽고 하찮은 것이 좋지 아니한가.

       

       – 천마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진심?]

       

       – 아닠ㅋㅋㅋ

       – 화령이 못하는 거 하나 추가요.

       – 단점 / 이름을 더럽게 못 짓는다.

       – 민초파피 ㅇㅈㄹ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늑늑이라는 명칭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채팅창이고 후원이고 간에 난리가 났다.

       

       허나 본인은 그를 무시했다. 원래 고명한 자의 생각은 무지한 이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법이니.

       

       본인은 그대들을 이해하도록 하겠다. 늑늑아. 그대의 생각은 어떠하더냐.

       

       늑대의 털을 만지작거리며 그리 물었으나 늑늑이는 쉬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무어냐. 마음에 안 드는 것이야?”

       

       잘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늑늑아.

       

       우리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손해를 보는 쪽이 나와 그대 중에서 누구일지는 훤하지 않으냐.

       

       살기를 슬쩍 담아 다시 물음을 던졌더니 늑늑이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마음에 들지? 서로간의 마음에 통해서 참 다행이구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무리 봐도 무서워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은데요.]

       

       “어허. 우리 늑늑이가 마음에 든다 하였지 않으냐. 그대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 늑늑이 주인 잘못 만나서 불쌍해.

       – 가만있었으면 필드 보스로 위엄 넘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채팅창에 음해의 단어들이 가득하구나. 하하. 얼마든지 지껄여보도록 하라. 그런다고 해서 본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진 않을 테니.

       

       – 동물애호가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개명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 ㄷㄷ…

       – 늑늑이가 얼마나 촌스러웠으면 10만원을.

       

       “후원은 해준 것은 감사하겠다. 허나 하나 알아두거라. 본인은 돈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후원한다 하더라도 늑늑이는 늑늑이다.

       

       이는 절대 불변의 진리일지니. 그대들이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달라질 수 없다.

       

       “늑늑아. 어디 한 번 그대의 속도를 느껴 보자꾸나.”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늑늑이가 눈을 치켜들어 내게 의문을 던졌다.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는 지를 묻는 것인가. 바로 거처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겠지만 피피가 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이 있으니.

       

       숲으로 오는 길에 점찍어 두었던 곳을 약탈하고서 돌아가도록 할까.

       

       “저 쪽으로 가자꾸나.”

       

       내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늑늑이가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호오. 빠르군. 빨라. 기다란 머리카락이 뒤로 흩날리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구나.

       

       이 정도면 현대의 여러 이동수단과 비교하더라도 뒤처지지 않을 듯 해.

       

       늑늑이를 길들이길 잘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누구도 천마님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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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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