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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6

    <286 – 제국이 금지한 금단의 기술>

     

    조각상이 되어버린 로지니.

    그녀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지도 모를 샌드쿠커.

    그를 자신의 손끝으로 좌지우지하며 두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논다.

     

    “여, 영애? 갑자기 이러시면…”

    “오해하지 말아요. 잠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을 뿐이니까.”

     

    아카디아는 코웃음 한 번으로 마음속에 일어난 유혹을 떨쳐내었다.

    귀족은 아이가 될 수 없다.

    가문의 세가 기울어진 세비체 백작가문의 귀족영애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슨 뜻이지?’

     

    애먼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나쁜아이스러운 충동을 빠르게 억제한 아카디아와 달리, 샌드쿠커는 심장이 마구 요동치자 번뇌에 사로잡혔다.

    내 가슴에서? 이건 프로포즈인가? 아이를 낳자고? 지금 유혹한 거 맞지? 그럼 나도 귀족이 되나?

    하지만 가진 건 마법에 대한 재능뿐인 나는 이 여자를 만족시킬 수 없을 텐데!

    머릿속으로 가속하며 돌아가는 상상의 나래!

    빠르게 돌아가던 미래계획은 30세를 맞이하여 아내를 실망시키고 세비체 백작가문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이혼으로 끝났다.

    음습한 상상조차도 현실의 무게는 이겨낼 수 없었다.

     

    “미안해. 아니, 미안합니다.”

    “?”

     

    정렬적인 귀족영애의 구혼을 찬 것은 스스로도 분에 넘치는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잠깐이나 행복했다며 만족하는 샌드쿠커였다.

    애먼 샌드쿠커의 가슴만 뜀박질 치게 만든 요망한 아카디아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로지니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제게 도움을 얻고자 하는 사항은 무엇이죠?”

    “아차. 어제 선상반란에 합세하러 간 뾰이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분명 승무원들에게 붙잡혀서 엉덩이 팡팡을 당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엉덩이 팡팡…?”

    “모르는 겁니까? 마탑에서는 제자가 교육을 잘 따라오지 못하면 스승이 벌로 엉덩이 팡팡을 하는데.”

     

    순진무구한 샌드쿠커의 표정을 보며 아카디아는 자초지종을 눈치 챘다.

    워낙에 마법사답게 성격 까칠한 표정을 짓고 다니는 탓에 눈치 채는 것이 느렸지만 샌드쿠커는 생긴 것 하나는 미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럴싸했다.

    마탑에는 그보다 더한 괴짜들이 넘쳐나고, 그런 괴짜들 사이에는 혼기를 놓치고 음습한 욕망만 커진 나머지 제자들에게 숨겨왔던 욕망을 꺼내는 무시무시한 스승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다.

     

    ‘재단에도 마법사가 없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엉덩이팡팡은 하지 않겠죠.’

     

    재단이 하는 짓이라면 훨씬 더 끔찍하고 잔인한 방향의 벌이겠지.

     

    “…괜히 더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도우러 가죠.”

    “정말로? 그렇게 선뜻 도와주는 겁니까?”

    “저도 선상반란을 일으키러 왔으니까요.”

    “선상반란은 진짜 상식이었던 건가!?”

    “크루즈선에 탔으면 선상반란을 일으키는 건 상식이잖아요?”

     

    귀찮은 일이 생기면 그렇게 둘러대라는 오크노디의 말을 입에 담아본 아카디아.

    어째서인지 샌드쿠커가 “마탑의 고리타분한 견습마법사들은 모르는 세간상식이 있었던 건가…”라고 중얼거리며 마지못해 수긍하였다.

     

    “크루즈선에 불이 꺼진 것도 선상반란 탓인가요?”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티토소가가 북부대공녀를 도왔으니.”

    “예? 티토소가가요?”

     

    샌드쿠커가 헤죽헤죽 웃으며 능청스레 말했다.

     

    “시치미 떼어도 소용없다고요? 티토소가가 비밀병기마냥 굉장한 녀석이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조명을 싹 털어버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하잖습니까.”

    “네? 에? 제가 아는 그 티토소가를 말하는 것이 맞는 건가요…?”

    “또 능청 떨고 그러네. 알았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비밀이다 이거죠? 어디 가서 함부로 입을 놀리지는 않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오늘의 뜨거웠던 일도 전부 마음속의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

     

    아카디아는 솔직하게 혼란에 빠졌다.

    티토소가한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리고 이 남자는 왜 기분 나쁘게 얼굴을 붉히면서 신혼첫날 수줍은 새색시마냥 곁눈질을 하고 있고 아무 짓도 안했는데도 로지니조각상에서는 왜 자꾸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거지?

     

     

    * *

     

     

    많은 이들에게 뜻밖의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 티토소가의 대활약에 숨겨진 비밀은 바로 조명에 있었다.

     

    -오크노디는 꽤 친구를 아끼네. 조명대 같은 것 때문에 위험한 몬스터의 서식지에, 그것도 심부에 진격할 결심을 다 하고.

    -당연하잖아요. 조명대가 없는 티토소가는 티토소가가 아니라구요!

    -티토소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조명대였다면?

    -음… 그래도 주우러 갔겠죠? 티토소가에게 2강 조명대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

    -2강…?

    -앗, 같은 장비가 2의 배수씩 모일 때마다 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몰라도 돼요!

     

    티토소가의 조명대가 누에나방아인들에게 약탈당했을 무렵 오크노디와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하는 아이린!

    그녀는 크루즈선에 널리고 널린 조명을 보면서 강한 영감을 얻었다.

     

    “아이린. 부탁이 있어요! 저랑 계약해서 선상반란을 해주지 않을래요?”

    “너희 집에서 보낸 크루즈선 아니었어?”

    “티토소가를 드릴 테니까 부탁해요!”

    “알았어.”

     

    오크노디에게는 어차피 호감을 사려던 몸.

    관계자의 허락도 받았으니 거리낄 것도 없다.

    사은품마냥 덤으로 받은 티토소가는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괜히 조명대의 조명이 신경 쓰이는 척 조명을 쳐다보고 기둥을 만지작거렸지만 그 동작이 도리어 아이린에게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다.

    그런가.

    오크노디가 티토소가의 조명대에 대해 했던 이야기.

    크루즈선의 사방에 넘쳐나는 조명.

    이 배는 티토소가의 조명대를 강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같은 소재 두 개를 합치면 강화를 할 수 있는 생산직 장인을 찾아줘.”

    “흥. 시시한 일에 꽂혔군.”

     

    싱은 내키지 않는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오크노디를 돕는 일이라는 말에 순순히 협력했다.

     

    “…배에서 장인을 찾아달라니깐 전신포박에 자루를 뒤집어씌우고 참수되기 직전의 죄인 같은 몰골로 끌고 오면 어떡해?”

    “살려서 데려온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다소 과격한 초대가 되었지만 자루를 벗긴 장인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뭐든지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 때에는 편리함을 느낀 아이린.

    가끔은 싱의 방식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배에서 뜯어온 조명 몇 개와 티토소가의 조명대를 보였다.

     

    “강화해주세요. 이건 재단의 수석장학생인 오크노디의 절친한 친구 티토소가를 돕는 일이에요.”

    “강화…? 정말로 강화를 해도 됩니까? 제국에서 국법으로 금지된 금단의 파괴행위를 저질러도 된단 말입니까?”

    “…강화가 왜 파괴행위죠?”

     

    생산직 장인은 밧줄에 꽁꽁 묶인 채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게 소리를 죽여서 말했다.

     

    “강화는 같은 물건 두 개를 이용해서 한쪽의 성능을 강화하는 생산직 장인들의 비기입니다. 당연히 숙련되려면 엄청난 양의 물건을 사용하게 되고, 이를 자비로 충당하기란 평범한 생산직 종사자에게는 버거운 일이죠.”

    “자기 물건이 아니면 남의 물건으로 한다는 말인가요?”

    “북부대공녀께서도 크루즈선의 조명으로 조명대를 강화하겠다고 멀쩡한 조명을 뜯어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런 일이 공공시설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이웃집 재산을 강화로 펑 터뜨려버린다고 생각해보십쇼. 사회에 얼마나 큰 혼란과 비용지출이 생기겠습니까.”

     

    듣기만 해도 어질어질해지는 이야기였다.

    가뜩이나 물자가 부족한 북부에서 병사들이 욕심을 내어서 자기만 살겠다고 동료들의 무기를 제 무기의 강화재료로 사용한다면?

    병사 한 명의 전투력은 조금 올라도 검을 잃은 다른 병사는 사망률이 급격하게 오른다.

     

    “강화란 생산직이라는 분류가 무색하게도 지극히 파괴적이고 잔혹한 행위. 제국에서 이 기술을 금단의 기술, 금기로 지정한 이유가 있는 셈이죠.”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자기 부모님이 친구들과 놀다 오라고 보낸 크루즈선에서 벌이는 딸이라니, 오크노디가 너무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지하감옥에 갇혀서 포인트를 갚겠다고 재단장학금을 받고 풀려나거나 지금도 열심히 승무원들의 일을 하는 노동계급으로 전락한 학생들을 보며 말끔히 사라졌다.

    저쪽이 먼저 선을 넘었는데 학생들이라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아카데미의 교육의 연장선상일지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

    터무니없는 사고방식.

    아카데미는 그것들을 과감히 저지르기를 권장한다.

    일단 살아야 뭐든 할 것 아닌가.

    온갖 꼼수를 부리고, 다른 이들의 꼼수에 대항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고지식하고 질서에 순종하는 학생들도 범법행위에 휘말리지 않거나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깨우치게 만든다.

    아무리 그래도 강화라는 금기행위를 대놓고 가르칠 정도로 아카데미가 막장은 아니지만 오크노디와 재단은 그것을 허용했다.

    교육기관과 사기업의 차이라는 거겠지.

    그것이 재단과 오크노디의 방침이라면 손님으로 초대받은 자신은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아이린은 적극적으로 조명을 뜯었고 티토소가는 조마조마 마음을 졸여가며 장인의 손에 마개조 되는 자신의 조명대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러다 조명대가 터지면 어떡해요. 언니가 선물해준 소중한 조명대인데!”

    “걱정 말거라. 내 망치질을 하루이틀 한 것이 아니니깐. 이 정도 조명대쯤은 이렇게.”

     

    깡깡 휘두르는 망치질에 조명대가 빛에 휩싸이며 밝게 빛나더니 파킨 소리를 내며 깨졌다.

     

    “힝잉잉!”

    “하하. 쫄지 말거라. 터지는 건 강화재료지 원래 장비가 아니니깐!”

     

    조명대의 양식은 취해야 한다며 허접한 조명받침대와 나무바퀴를 달아 강화하던 망치질.

    장비의 강화레벨이 오르자 규격대로 찍어낸 강철받침대와 통일된 규격의 바퀴를 사용할 정도로 강화재료의 수준도 올라갔다.

    레벨이 오를수록 강화효과와 동시에 강화난이도 또한 올라가는 것이 당연지사.

    평범한 생산직 장인이라면 감히 꿈도 못 꿀 수준의 강화를 거뜬히 저질러낸 장인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뿌듯해하였다.

     

    “휴. 아카데미 졸업한 이래로 이렇게 원 없이 강화해본 건 정말 오랜만이네.”

    “선배님이었어요!?”

    “아, 자기소개를 안했나? 내 이름은 퍼거슨. 생산학부 970기 입학, 982기 졸업생이란다.”

     

    퍼거슨은 자신의 역작을 자랑스럽게 내밀며 말했다.

     

    “받으렴. 이것이 이론상 최소 32개의 조명대를 강화해야 만들 수 있는 +5강 조명대란다. 밝기조절기능으로 눈뽕공격부터 어른의 무드 등까지 뭐든지 커버할 수 있지!”

     

    선상반란에서 맹활약을 떨칠 +5강 조명대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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