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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7

   크라슈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이마를 감싼 채 몸을 일으켰다.

     

   “일어났냐.”

     

   그 순간 크라슈는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직 감각이 제멋대로라 옆에 누가 있는지를 몰랐다.

     

   거기에는 까마귀를 무릎 위에 둔 채 책을 읽고 있던 바이오렌이 있었다.

     

   그녀는 책을 스윽하니 덮더니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마법이 진행되는 내내.

   크라슈는 자신을 묵묵히 봐주던 바이오렌이 떠올랐다.

     

   꽤나 보기 괴로운 광경이었을 텐데도 그녀는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쭉 크라슈의 곁에 머물렀다.

     

   “손은 괜찮냐.”

     

   크라슈가 툭하니 물었다.

     

   보는 것만 하는 것이 상당히 괴로웠는지.

   바이오렌은 중간에 손톱이 살에 파고들 만큼 주먹을 으스러지라 쥐고 있었다.

     

   그 광경을 기억하는 만큼 크라슈가 묻자 그녀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처지야?”

   “기억 나는 게 그거밖에 없거든.”

     

   크라슈는 자기 머리를 툭툭 치자 바이오렌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그녀는 챙겨뒀던 약을 꺼냈다.

     

   “깨어나면 먹이랬어. 마법으로 오러를 강제로 건드린 만큼 당분간은 안정을 위해 계속 먹어야 한다니까 챙겨 먹어.”

     

   크라슈는 순순히 손을 들어 바이오렌의 약을 받았다.

   그러고는 입으로 옮기려는 순간 팔의 힘이 툭하니 풀렸다.

     

   투둑- 툭-

     

   떨어진 약들이 바닥을 굴렀다.

   육체를 재조립한 만큼 아직 몸 쓰는 법에 적응 못했다는 증거였다.

     

   크라슈가 약을 주우려 하자 바이오렌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약을 그대로 줍더니 크라슈의 입 앞에 내밀었다.

     

   크라슈는 하는 수 없이 입을 벌려 약을 받아먹으려던 찰나였다.

     

   “환자, 다 되셨네요.”

     

   크라슈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챙겨온 리리나가 있었다.

     

   “약부터 드세요.”

     

   크라슈가 인사하려 하기 전에 리리나가 먼저 말했다.

   크라슈는 우선 약을 받아먹고, 건네준 컵의 물을 따라 삼켰다.

     

   “리리나 씨는 왜 오셨답니까?”

     

   약을 삼킨 크라슈가 질문하자 리리나는 대야를 두고, 수건에 물을 묻혀 쭈욱 짰다.

     

   “오늘 하루 정도는 못 움직인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런 거 같긴 한데…….”

   “저야 아슬란 님 덕분에 익숙하지만, 바이오렌 세드니 님은 환자 수발을 든 경력은 없으시잖아요.”

     

   리리나는 아슬란의 전속 시녀를 할 만큼 유능하다.

   비록, 빵을 좀 훔쳐 먹기는 해도 시녀로서 능력만큼은 높게 평가받을 만했다.

     

   “그러니 제가 수발을 들 겸 온 거죠. 왜요? 싫으신가요?”

   “싫다는 소리는 딱히 안 했습니다만.”

   “하긴, 크라슈 님은 예쁘장한 약혼녀인 비앙카 님께서 수발을 들어 주시는 걸 더 원하시죠.

   죄송해요. 약간 귀여울 뿐인 제가 수발을 들기에는 모자라니까요.”

     

   리리나는 흥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저렇게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정작, 말하는 얼굴은 무표정한 게 더 무섭다.

     

   하지만 리리나 특유의 농담임을 알기에 크라슈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아슬란은 뭘하고 있답니까.”

   “매일 같이 독서를 하시다가 최근에 마황 님이 찾아오셨어요.”

     

   보아하니, 이쪽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간 모양이다.

   크라슈도 크라슈지만 테라시우스도 어지간히 쉴 줄 모르는 일 중독자였다.

     

   “자, 옷부터 벗으시죠.”

   “예?”

   “며칠 동안 일어나시지도 않고, 쭉 주무셨는걸요. 더러우신 채로 있는 걸 즐기시나요?”

   “그건 아니긴 한데. 잠깐만요. 제가 벗을게요. 왜 굳이 다가오신답니까.”

   “귀족분이 시녀가 옷 벗기는 걸 돕는 걸 왜 무서워하면서 빼세요. 바이오렌 님도 어서 크라슈 님을 잡아 주세요.”

     

   바이오렌도 하는 수 없이 리리나와 함께 양쪽에서 조여들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 쪽이 거의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런, 젠장.’

     

   사람 살려!

     

     

   * * *

     

     

   결국 리리나에게 크라슈는 몸 여기저기를 꼼꼼히 닦여졌다.

     

   중간에 리리나가 ‘어머머.’하는 시답잖은 소리를 하고.

   바이오렌이 신기함을 담아 이쪽을 보긴 했지만.

     

   크라슈는 모두 잊기로 하였다.

     

   그렇게 리리나의 수발을 받으며 이틀 정도를 거의 침대에서 지낸 후.

   크라슈는 간신히 되돌아온 몸을 느꼈다.

     

   ‘아니, 이건 돌아온 정도가 아니지.’

     

   크라슈는 몸 전역에서 느껴지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힘을 느꼈다.

     

   오러의 흐름 자체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예전 오러의 흐름이 삐걱거리게 느껴질 정도로 오러가 몸 전역을 쭉쭉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또한 훨씬 뛰어났다.

   지금이라면 제 육감을 이용해 사전에 가해지는 모든 위협을 다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엑셀.’

     

   시험 삼아 크라슈는 엑셀을 담아 주먹을 휘둘러 보았다.

   그러자 가속한 주먹이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진 순간.

     

   파가가가가각!

     

   닿지도 않은 벽에 금이 가고, 주변에 가구들이 부서져 버렸다.

     

   순식간에 사고를 쳐버린 크라슈였지만 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져 있었다.

     

   단순하게 엑셀을 담아 휘두른 주먹이 이 정도 위력이라니.

   터무니없는 힘이었다.

     

   크라슈는 자신의 경지가 무엇인지 체감했다.

     

   ‘……마스터 완숙의 경지.’

     

   본래 크라슈는 마스터 상급의 경지까지 도달했었다.

     

   그런데 웬걸.

   백룡왕의 힘을 전부 얻고 나니 오러 경지가 두 단계나 상승했다.

     

   경악스러운 성장 속도였다.

     

   ‘다음은 마스터 극의.’

     

   그리고 극의를 뛰어넘는 순간.

   천상사강들만이 도달한 엠페러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크라슈가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설마 이 정도로 급격한 단계 성장을 이룰 줄 몰랐다.

     

   [ 육체 자체가 용왕족의 베이스로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 ]

     

   때마침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왕족은 다들 이런 육체를 지니고 있던 건가.

     

   과연, 과거 백룡왕이 세계 침식자 중 최강자로 군림할 만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이 있었기에 그들은 평생을 최강자로 군림하고자 영생에 집착했겠지.

     

   [ 나원, 환골탈태하여 용왕족의 힘을 받아들이라 했더니. 설마하니 환골탈태를 역이용하여 육체를 처음부터 재정립할 줄이야.

   역시, 어지간히 미치광이구나. ]

   “효율은 이쪽이 훨씬 뛰어나니까.”

     

   크라슈도 이 부분에 관해서 테라시우스에게 사전에 들었다.

     

   테라시우스는 환골탈태하여 용왕족의 힘을 흡수해봤자.

   흡수하는 과정에서 소실 되는 힘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러니 차라리 환골탈태를 역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환골탈태는 육체를 전성기로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으니.

     

   이 성질을 이용해 인간의 육체를 부수고, 부순 파편을 백룡왕의 힘과 섞어 다시 만들어 내자고 말이다.

     

   기반만 만들어 놓으면 환골탈태가 어련히 알아서 크라슈의 전성기 모습과 똑같이 복원시켜 놓을 테니.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벌인 것이다.

     

   [ 대신 네가 감내했어야 할 고통은 배는 됐지. ]

     

   바깥에서 날아 들어온 크림슨가든의 까마귀가 크라슈의 머리를 꾹꾹 짓밟았다.

     

   [ 내 불사를 넘겨주기도 전에 네가 죽는 줄 알았다. ]

   “이만한 힘을 얻었으니 가치는 있었잖아.”

     

   이제는 웬만한 세계 침식자들을 상대로도 꿀릴 것 없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검존과 같은 놈들은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겠지만.’

     

   천상사강에 준하는 힘을 갖춘 검존이다.

   그들과 맞서려면 어서 빨리 창제무신까지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보다 이거 다른 의미로 큰일인데.”

     

   크라슈는 자기 몸을 가볍게 풀었다.

     

   방금전 내지른 주먹으로 깨달았다.

   지금 크라슈는 오러 수준이 두 단계나 성장한 만큼 육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크라슈는 사실상 지금 갓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것도 뭐든지 다 부숴버릴 수 있는 악랄한 육체였다.

     

   빠각!

     

   그 증거로 조심스럽게 열려던 문손잡이가 부서졌다.

     

   끼이이익-

     

   크라슈는 문손잡이를 잃고, 열리는 문을 잠시 물끄러미 보았다.

     

   [ 못해도 몇 달은 처박혀 있겠구나. ]

     

   크림슨가든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크라슈 님? 무슨 일인가요.”

     

   그때, 소란을 듣고 리리나가 이쪽으로 왔다.

   잠시 볼일을 보러 갔던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잠깐만요. 리리나 씨, 다가오지 마세요.”

   “그거 굉장히 상처받는 말인데요.”

   “아뇨. 진짜입니다. 제 몸이 지금 폭주 상태라서 힘 조절이 안 됩니다.”

     

   크라슈는 그 증거라는 양 방금전에 부순 문손잡이를 들어 보였다.

     

   콰직!

     

   그 순간 크라슈의 손아귀 힘을 견디지 못한 문손잡이가 그대로 부서졌다.

     

   “……보셨죠?”

     

   크라슈가 짜잔 하는 표정으로 찌그러진 문손잡이를 보였다.

   리리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이내 다시 크라슈에게 다가왔다.

     

   “리리나 씨, 정말로 위험…….”

     

   어느새 다가온 리리나는 크라슈의 손을 감쌌다.

   그러고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찌그러진 손잡이를 받았다.

     

   크라슈가 얼빵한 표정을 지었다.

   리리나가 자기 손에서 손쉽게 손잡이를 빼어갔기 때문이다.

     

   리리나는 사실 힘이 장사였던 걸까.

     

   “오늘 아침에 크라슈 님에게 스튜를 드릴 때도 문제없이 그릇을 제게 주셨었잖아요.”

     

   리리나는 무슨 새삼스럽게 구냐는 듯이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크라슈 님이 힘 조절을 못 하시고 계신 거 같긴 한데. 적어도 제 앞에서는 잘 조절하고 계셨어요.”

     

   은연중에 리리나를 상대로는 몸이 무조건 힘 조절하고 있었던 거였나.

   크라슈는 뜻밖이라는 듯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쩌면 리리나만큼은 절대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반영된 걸지도 몰랐다.

     

   “힘 조절이 힘드시면 쭉 옆에 있어 드릴까요? 24시간 붙어 있는 건 제 특기인데.”

     

   리리나가 특유의 잔망스러운 웃음을 거닌 채 크라슈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웃음을 엿본 크라슈는 어이없이 웃었다.

     

   “아뇨. 걸음마 정도는 스스로 떼야죠.”

   “스스로 할 줄 아는 어른이시네요.”

   “제가 가정 교육을 잘 받았거든요.”

   “훌륭한 가정이었네요.”

     

   자학적인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크라슈였다.

     

   “오늘 먹을 점심 메뉴는 크라슈 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한동안 스튜만 먹었던 만큼.

   크라슈는 리리나에게 부탁해두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블람 왕궁에 마련된 마법 훈련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에벨아스크.”

   “찍찍.”

     

   그러면서 크라슈는 훈련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이를 불렀다.

     

   “훈련이 필요해. 네 시체 좀 꺼내줘.”

     

   어디, 본격적으로 훈련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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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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