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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7

    <287 – 무서운 아이의 친구>

     

    “티토소가. 반대쪽 복도.”

    “으아앗! 밝기 3단계 빔-!!!”

    “크아악! 앞을 볼 수가 없어!”

     

    좁은 선내복도에서 티토소가의 조명은 일당백의 위력을 발휘하였다.

    마법사인 아이린이 한쪽 방향을 향해 화력을 투사할 때, 반대쪽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티토소가는 조명대 하나로 훌륭히 틀어막았다.

     

    ‘사실 티토소가는 필요 없고 저 +5강 조명대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이린은 그런 자신의 생각을 손끝에서 날아가는 얼음화살과 함께 떨쳐내었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위해를 끼치는 일을 저지르기는 쉽지 않겠지.

    같은 학생끼리 학점을 위해 다투는 것과 재단의 승무원들을 상대로 선상반란을 일으키려고 위해를 끼치는 것은 심리적인 허들의 높이가 다르다.

     

    툭툭

     

    “흐걋! 머, 머에요 정말. 갑자기 얼음화살을 등 뒤에 넣지 말아주세요…”

    “이동할거야. 따라와.”

    “힝… 조명 때문에 마주보지 못해서 마법으로 부르는 건 알겠지만 이러면 옷이 젖잖아요…”

     

    심리적 저항력과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티토소가는 딱 봐도 겁쟁이로 보이니까.

    얼음이 닿을 때마다 흐갹! 이나 히약! 같은 비명을 질러대는 아이.

    저 귀여운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건 선천적인 심약함을 억누를 정도로 마음을 굳게 먹은 덕분이다.

     

    ‘오크노디와 아카디아는 이런 심약한 아이가 이만큼의 용기를 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건가?’

     

    꽁꽁 얼어붙은 척박한 북부의 농토에서 경작에 나서는 장정은 물론이고 열 살을 갓 넘은 소년과 노인에게도 창을 들려주는 북부.

    아이린이 나고 자란 땅에서도 사람을 가리지 않고 전장에 동원하기는 한다.

    그러나 티토소가처럼 유약한 아이는 여자인 시점에서 아웃이고 얄팍한 팔다리에서 또 한 번 아웃이며 귀여운 비명소리에서도 또 다시 아웃이다.

    전선에 출전시키지도 못하고 머릿수나 채우거나 돌이나 날라 공성을 돕는 심부름꾼 수준으로나 써먹을까 말까 하겠지.

    그런 아이에게 중대사를 맡긴 오크노디나 심복으로 곁에 두었던 아카디아의 안목은 어떤 의미로 아이린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으앙! 아이린, 혼자만 두고 가지 마~!”

     

    작은 발로 종종 달려오며 쫓아오는 모습은 허접잡졸이 따로 없지만 그런 아이도 눈부신 조명대를 번쩍 들어 적을 물리치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

    애초에 저 조명대는 생각만큼 다루기 쉬운 무기도 아니었다.

     

    ‘마나가 엄청나게 들어가고 있었지.’

     

    마법사인 그녀는 알 수 있다.

    티토소가의 조명대를 가벼운 마음으로 붙잡고 있다간 마나가 부족한 평범한 사람은 금방 빈혈로 픽픽 쓰러질 거라는 사실을.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운 마법사라면 자신의 마나를 잔뜩 빨아먹어 조명으로 바꾸는 장비 따위, 써먹을 마음도 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마법사용자 전용장비.

    마나는 많지만 마법은 다룰 줄 모르는 미숙한 반쪽짜리들을 위한 것.

     

    “헉! 복도가 끝났어. 여긴 층이 엄청나게 넓고 계단도 많아서 조명대로는 다 막을 수 없어!”

    “얼음벽을 세울 거야. 반사광으로 모든 길을 막을 수 있으니까 조명대의 광량을 낮추지만 마.”

    “응응! 나 힘낼게!”

     

    티토소가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다.

    다음은 자신의 차례다.

    아이린은 최대한 요란하게 얼음마법을 펼쳐서 선내의 어그로를 끌며 제어실로 향했다.

    크루즈선의 모든 시설을 자유자재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시설.

    저곳에 침투만 할 수 있으면 승무원들은 가두고 반대로 감옥의 학생들은 간단히 해방시킬 수 있다.

     

    “3년 뒤라면 제법 기대될만한 실력이군요. 하지만 빨랐습니다. 지금의 당신에게는 무리입니다. 제 안의 테미스도, 크리스도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군요.”

     

    수많은 인격이 지닌 경험을 자유롭게 꺼내어 사용하는 타락의 신 안라게의 사도.

    그는 강했다.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떠오를 정도로.

    아카데미에 비견되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이니 재단에도 그만한 실력자는 있을 것이다.

    제어실처럼 중요한 시설에는 반드시 저만한 인물이 한 명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항은 하지 마시길. 지하감옥까지 몸 성히 들어가고 싶다면 순순히 따라오십시오. 저 평화주의자 포셉의 인격이 물러난다면 다음은 인육포식자 구스타브의 인격이 올라올 겁니다.”

     

    안라게의 사도.

    재단의 간부.

    그는 확실히 강했다.

    아이린과 티토소가를 홀로 가뿐히 제압할 정도로.

    그러나 이만한 강자의 등장을 예측하고 있었던 아이린이 아무 생각 없이 요란하게 정면으로 들이닥쳤을 리가 없었다.

     

    쿠구궁.

    팟. 팟. 팟.

     

    시설 내의 모든 불이 꺼지며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어둠.

    가뜩이나 티토소가의 조명대의 조명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조명을 훔쳤던 중간중간 어두컴컴한 복도가 완전히 암흑에 물들었다.

     

    “이건 제어실의…?”

     

    안라게의 사도가 아이린을 감옥으로 호송하는 사이, 비어버린 제어실에 침투한 싱.

    그가 계획대로 빈틈을 노려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였다.

    이제 지하 감옥의 학생들은 모두 풀려났고 승무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지금이야!”

     

    혼란에 빠진 호송대를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적들이 습격했다.

    아이린의 팔을 붙잡고 있던 안라게의 사도 또한 미간을 찌푸리며 붙잡은 손을 놓고 공격을 막았다.

     

    휘리릭!

    손목을 휘감고 들어오는 감각.

    그것은 얇은 끈이었다.

     

    “이건… 비키니? 어째서 비키니가…?”

     

    안라게의 사도가 손에 휘감긴 물체를 힘으로 뜯어내어 살피고 당황하는 사이, 근처 환풍구가 열리며 뾰이가 아이린과 티토소가를 잡아당겼다.

     

    “휴. 기회가 찾아와서 다행이야!”

    “당신은 무인도경매에 가지 않았었나요?”

    “습격을 받아서 기권했어!”

    “경매도 참 큰일이네요.”

    “선상반란은 성공한 거야?”

    “2단계까지는요.”

     

    1단계, 소란 피우기.

    2단계, 제어실 양동침입.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되었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최중요시설은 따로 있다.

    바로 배를 조종하는 조타실.

    그리고 이 크루즈선의 총대장 격인 함장이 머무르고 있는 함장실. 두 개 시설을 장악하지 않으면 선상반란은 성공할 수 없다.

     

    재단간부 조나 와이히엠하이.

    또 다른 간부 안라게의 사도.

    간부급 강자를 둘이나 끌어낸 지금, 이들을 따돌리고 함장실과 조타실의 정복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그러나 안라게의 사도라고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지하감옥 쪽으로 가야해.”

     

    제어실의 전원을 수복하러 돌아가면 좋겠지만 제어실과 함장실을 지키러 가면 십중팔구 해당 시설의 점령은 실패한다.

    몇 안 되는 학생들이라도 모아서 다 함께 화력을 모으면 승산이 생긴다.

    안라게의 사도에게 승무원들이 더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큰 전력상승이 있을 것이다.

     

    “아이린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손가락 꺾기를 진지하게 고민했을지도 몰라!”

    “티토소가 넌 우리 하급반의 영웅이야!”

     

    격하게 기뻐하며 환대하는 하급반 학생들.

    그러나 티토소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그래? 그런 우중충한 표정이나 하고.”

    “힝잉잉.”

    “울기까지!?”

    “네가 너무 못생겨서 놀란 거잖아.”

    “실화냐…”

     

    자신의 못생김에 충격받은 학생에게는 다행히도 티토소가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이를 부정했다.

     

    “그게 아니야… 조명대를 뺏겼어어…”

    “뭐!? 또 조명대를!?”

     

    아이린이 면목없다는 얼굴로 옆에서 사과했다.

     

    “재단의 간부에게 패배할 때 빼앗겼어.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티토소가가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텐데… 다 내가 부족한 탓에 일어난 일이야.”

    “그게 왜 아이린 탓이에요… 재단의 간부가 너무 강했던 탓이죠.”

     

    티토소가가 울음을 그치고 다짐했다.

     

    “꼭 조명대를 되찾겠어요. 언니가 준 소중한 선물을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티토소가의 다짐과는 별개로 하급반 학생들은 궁금해하였다.

     

    “누에나방아인은 빛나는 물건을 훔치는 습성이 있다고 쳐도 재단의 간부는 조명대를 왜 훔치는 거지?”

    “그러게. 훔쳐서 어디에 쓰는 걸까?”

     

    조명대 강화소식을 아직 모르는 하급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지당한 의문이었다.

     

     

    * *

     

     

    조명대 하나 때문에 한참을 복도에서 바닥을 기거나 얼음벽을 붙들었던 승무원들은 울상을 지으며 손에 붕대를 감았다.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동상이 걸릴 정도의 한파를 깔아두다니… 정말 지독한 연계기술이었어.”

    “조명대가 이렇게까지 두려운 아이템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어떻게 저 작은 조명대에서 탐조등에 맞먹는 광량이 나오는 거지?”

     

    마도공학자 한 명이 안라게의 사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희가 그 조명대를 분석해도 괜찮겠습니까?”

    “손가락 한 개.”

     

    말을 걸었던 마도공학자의 얼굴에 후회의 빛이 어렸다. 평화주의자의 인격은 어디 갔는지 그새 인육포식자 구스타브의 인격이 되어버린 안라게의 사도.

    함부로 말을 건 죄로 손가락 하나를 그 자리에서 잘라 바친 마도공학자였지만 그의 눈에는 아티펙트를 향한 호기심과 열정이 번들거렸다.

    신체결손조차 마다하지 않는 열정은 차라리 광기에 가까웠다.

     

    ‘아카데미 학생들과 달리 우리 같은 재단의 일원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아.’

     

    세상에는 강해질 수만 있다면, 더욱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신비의 끝자락이라도 움켜쥘 수 있다면 손가락 하나는 기꺼이 바칠 정도로 절박한 사람도 있다.

    마도공학자는 대가를 지불하고 조명대를 받았다.

    그리고 끔찍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조명대의 마석투입구는 너무나도 작다.

    주 동력원은 조명대를 붙잡고 있는 사람의 보유마나.

    인간의 마나로 돌아가는 병기였다.

    지식은 있어도 마나가 없기에 마법사가 아닌 일개 마도공학자가 되어버린 사내는 순간적인 대량의 마나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풀썩 쓰러졌다.

    의식을 상실하고도 조명대를 붙잡은 손 탓에 생체마나를 빼앗기며 실시간으로 노화를 일으키는 마도공학자의 모습에 주변 승무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저주받은 아이템이다!”

    “생명력을 빼앗기고 있어.”

    “아카데미의 1학년은 이런 장비까지 실전에서 취급하는 건가!?”

     

    감전된 사람을 구하는 것마냥 멀리서 장대를 이용해 조명대를 쥔 손을 떼어낸 승무원들.

    그들은 20년은 족히 늙어버린 마도공학자의 참혹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탄식을 금치 못했다.

     

    “역시 오크노디 님의 친구분이시군.”

    “유유상종인가.”

     

    티토소가.

    그 이름이 이제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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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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