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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8

        

         

       회귀 전, 통일 대한민국은 일본과 전면전에 돌입했었다.

         

       그때도 통일 대한민국은 만만치 않은 나라였다.

         

       통일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위치에 있었고, 군사력으로도 꽤 상위권에 있는 국가였다.

       특히나 육군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다.

       육군의 비정상적인 성장으로 인해 해군과 공군이 약체화된 감은 있기는 했으나, 이북 지방에 들끓는 악귀와 악령들 때문에 전시 태세는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으며, 모병제로 모집한 군인들 역시 훈련이 아주 잘 되어있기에 군기 역시 훌륭했다.

         

       게다가 통일 대한민국은 ‘우리를 점령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덤비게 된다면 너희의 팔다리를 모조리 끊어버릴 테니, 너희도 곧 우리처럼 죽을 것이다.’라는 독기 가득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함부로 손을 대기도 힘들었다.

         

       점령을 하는 것은 이득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입에 거품을 물고 너희 본토도 폭격하고 너희 군대를 박살을 내서 우리와 똑같은 처지로 만들어주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놈을 상대로 어떻게 가벼운 마음으로 덤빌 수가 있을까.

         

       게다가 미국과의 연결고리 역시 일본 못지않았다.

       미국은 통일 대한민국을 대(對)중국, 대(對)러시아용 최전선으로 여겼기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때문에 일본이 대한민국과 전쟁을 하려고 한다면 미국은 강력히 경고 할 것이 분명했으며, 경고를 무시하고도 일을 벌이려 한다면 일본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리스크만 가득하고 리턴은 별로 없는.

       가시 하나하나에 독을 촘촘하게 바르고 한껏 독을 품은 호저나 다름없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일본이 통일 대한민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한 이유가 몇 있었다.

         

       하나는 한국의 주술이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것.

         

       그 말인즉 일단 대주술부터 후려치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술이라는 것은 리스크가 엄청나고 대가 역시 엄청난 만큼, 그 리턴 역시 한없이 높아지게 될 수 있었다.

       여타 다른 능력들은 꿈에도 꿀 수 없는 지역 단위, 나라 단위의 이적을 ‘대주술 의식’을 통해 부릴 수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주술의 위대함은 쉬이 알 수 있으리라.

         

       엄청난 대가.

       말도 안 되는 리스크.

       하지만 그것과 비례하는, 한계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의 리턴.

         

       그것을 아무런 방해 없이 후려치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나 다름이 없었다.

         

       적국에 역병이 돌게 만들 수도 있었고, 메뚜기가 창궐해서 식량을 죄다 갉아먹게 할 수도 있었고, 군인들이 매일매일 악몽을 꾸게 만들 수도 있다. 쇠가 쉽게 녹슬게 만들 수도 있고, 나무가 쉽게 썩거나 흰개미를 늘려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예로부터 군대는 역병과 보급의 미비로 무너지는 법.

         

       대주술 의식으로 군인들 사이에 역병이 돌게 만들어 제대로 전투할 수 없게 만들고 사기를 낮추고, 보급품을 죄다 엉망으로 만들고 쫄쫄 굶게 만든다면….

         

       그것은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물론 이것만으로 이길 수는 없었다.

         

       아무리 대주술 의식으로 이득을 챙겼다고 한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그리 쉽게 무너질 나라는 아니었으니까.

         

       그거 하나로 무너질 정도였다면 대한민국이 존속을 할 수나 있었겠는가.

       진즉에 이북 지방을 불법 점거하고 있던 괴뢰 집단에 먹혀서 조선 인민 어쩌고 하는 나라가 되거나, 중국 일부가 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미국의 새로운 주로 진즉에 편입되었으리라.

       그것도 아니면 일본이 버블 시절에 무리해서라도 한국을 먹어 치워 자신의 일부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에서 동조하는 이가 있다면?

         

       외부에서 공격하고, 내부에서 흔들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필승(必勝)이 아니겠는가.

         

       ‘내우외환(內憂外患)’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있다.

         

       나라의 안팎으로 근심이 가득하다는 사자성어.

         

       여기서 밖의 근심은 나라를 노리고 쳐들어오는 외적을 말하는 것이요.

       여기서 안의 근심은 나라가 위기에 빠졌음에도 힘을 합쳐 물리칠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살길만 모색하거나 한 치 앞의 이득만을 탐내는 이들이 나라를 흔드는 것을 말함이다.

         

       과거 회귀 전이 바로 이러했다.

         

       일본은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신과 연이 닿은 이들을 이용해 나라를 흔들었다.

         

       그 방법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SNS를 이용해 유언비어를 잔뜩 살포했다.

       미리 심어놓은 기자들과 권력자들을 이용한 가짜 뉴스를 양산했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불안하게 만들고, 차라리 지금 항복하게 낫지 않냐는 담론을 형성시켰다.

       위조지폐를 잔뜩 찍어내서 경제를 교란했다.

       뇌물을 먹인 군 지휘관들이 지휘봉을 잡을 수 있도록 온갖 도움을 주었고, 필요한 경우 제대로 된 지휘관을 밀어내거나 암살했다.

       히로뽕, 혹은 뽕이라 부르는 마약인 필로폰(Philopon)을 마구잡이로 대한민국에 뿌렸다.

       대한민국의 조직 범죄자들을 규합해서 납치와 살인을 사주했다.

       …

       …

       …

         

       일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온갖 방법을 이용해 나라를 뒤흔들려 했고, 실제로 그 방법은 꽤 효과를 보였다.

         

       다만 일본의 착오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비대칭 전력이 상당히 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

       일본에 파견한 능력자들이 일본 곳곳을 누비며 사보타주하고 다녔고, 그 덕분에 숨통이 트인 대한민국이 일본에 반격을 가함으로써 통일 대한민국의 승리로 전쟁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게 되면 반드시 나오는 것들이 있다.

         

       모든 전쟁에 반드시 나오게 되는 것.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것.

         

       바로 영웅과 매국노였다.

         

       나라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 영웅.

       그리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자신의 나라가 패배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매국노.

         

       그 둘은 모든 전쟁에 나온다.

         

       반드시 말이다.

         

       그리고 배우 정훈상은…후자였다.

         

       매국노(賣國奴).

       다르게 말하면, ‘통일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다.’에 배팅했다가 파산한 개자식이었다.

         

       ‘무당 팔자와 연예인 팔자가 한 끗 차이라고 하였던가.’

         

       그때 진성은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일 대한민국과 일본의 전쟁에 관여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일본의 주술을 구경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었다.

         

       그렇기에 진성은 대한민국과 일본의 전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술의 ‘ㅈ’자도 구경시켜주지 않은 전쟁에 관심을 가져봐야 무엇 하겠는가.

       용병 생활에 더 신경을 써서 주술을 하나라도 더 긁어모으는 게 훨씬 생산적이리라.

         

       그 때문에 이씨 가문이 멀쩡하다는 것과 대한민국이 승리했다는 것, 그리고 전쟁에서 이세린이 큰 활약을 했다는 것 정도만 귀를 기울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큰 이슈가 있으면 듣기 싫어도 들려오는 것이 있는 법.

         

       정훈상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무당이 혹세무민으로 나라를 고통스럽게 만들 듯, 연예인 역시 무당이 그러하듯 혹세무민하여 나라를 뒤흔들 수 있으리라.’

         

       정훈상은 무명 시절이 그리 길지 않았다.

       일본의 화족 가문 영애의 눈에 드는 행운 덕분이었다.

         

       우연히 정훈상을 보게 된 영애는 정훈상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더더욱 운이 좋았던 것은, 그녀가 한창 외로움을 타고 있던 시기였다는 것.

         

       그녀와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남편은 ‘우리는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사이이며, 나는 이 가정에 충실히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니 형식적으로 결혼 흉내만 내면서 알아서 살도록 하자.’라는 말을 일방적으로 남기고 첩을 끼고 살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그녀는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그 와중에 정훈상을 보고 반해버린 것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얻지 못하는 사랑을 정훈상에게 갈구하듯 그에게 매달렸으며, 인맥과 돈을 사용해 정훈상이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덕분에 정훈상은 스폰서의 빵빵한 도움을 안고 괜찮은 작품에 주연급으로 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주연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참 괜찮은 이야기지.’

         

       얼핏 보면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사랑 이야기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훈상이라는 사람이 아주 악질이었다는 것이다.

         

       정훈상이라는 인간은 남을 괴롭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 자체가 악질이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모든 것이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

         

       아주 평범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그 누구보다도 한없이 악해질 수 있는 악질이었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자라왔기에 세상이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겼고, 그 사랑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음습하고 음험한 꾀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영리했으며,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 정도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오만했다.

         

       그렇기에 그는 학창 시절부터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소문을 흘린다거나 다른 아이들을 충동질해서 약한 아이들을 따돌리도록 유도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고, 그렇게 따돌림당하는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할지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러한 정훈상의 악독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고, 이윽고 사람을 직접 죽이게 되었음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미제 사건이 있었지.’

         

       고등학교 시절, 그는 차 키가 그대로 꽂혀있는 스포츠카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것을 훔쳐 타고 도로를 질주하였고, 그 과정에서 운전 미숙으로 보행자 3명을 차로 치어 죽였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아이 하나.

         

       일가족이었다.

         

       하지만 정훈상은 일가족을 차로 치어 죽였음에도 자수를 하기는커녕 차를 두고 그대로 도주하였고,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며 살아갔다. 게다가 도주하는 와중에도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뒤처리하는 철두철미함까지 보였으며, 그 때문에 일가족이 차에 치여서 죽게 된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훈상은 매국노로 욕을 먹으며 조사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외국에서 파견된 한 주술사가 그에게 살업(殺業)이 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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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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