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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8

       나대는 걸 몹시 좋아하는 구왕수를 필두로 신룡조원들이 무당파 제자들과 왁자지껄 교류를 나누는 사이, 백우진과 장삼은 무당파의 근거지인 무당산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장삼의 주장대로, 무당산에는 적잖은 수의 영혼들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매여 있었다.

         

       세상을 떠돌 수도 없고, 오직 그 자리에 묶인 지박령의 형태로 말이다.

         

       이에 백우진은 과거 경험했던 지박령을 떠올리며 장삼에게 물었다.

         

       “지박령이면…, 말이 안 통하는 거 아니냐?”

         

       그러자 장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기를.

         

       “이곳에 매여 있는 혼들은 조금 다르오.”

       “다르다니?”

       “무당파의 제자들이잖소.”

         

       무당파는 도교의 색채가 짙은 무림 문파다.

         

       그들은 무공의 수련만큼이나 정신적인 수양 또한 중요시하는 이들.

         

       생전 쌓아 올린 수양이 그들이 악귀가 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수양한 이들이 왜 이승을 못 떠나는 걸까.”

       “고매한 이에게도 집착에 가까운 미련이 존재한다는 증거 아니겠소.”

       “하긴.”

         

       제아무리 성인(聖人)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솔직해지기 마련이다.

         

       꼭꼭 숨겨왔던 미련, 집착 등.

         

       남들에게는 얼마든 숨길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음을 앞둔 자신은 속일 수 없을 테니까.

         

       “지금부터 혼과 대화를 시도할 거요.”

       “내가 도울 거라도 있나?”

         

       백우진의 물음에 장삼은 고개를 저었다.

         

       “없소. 다만, 내가 허공에다 대고 막 떠들어댄다고 미친놈처럼 보지나 마시오.”

         

       회한이 섞인 듯한 말투.

         

       그러고 보니 혼을 보고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마저 버림받았다고 했던가.

         

       백우진은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걱정 말라는 투로 답했다.

         

       “걱정 마라, 장삼. 난 네가 원래부터 미친놈인 걸 알고 있으니까!”

       “…….”

         

       괴물처럼 강해서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복수의 수단이 전무하다시피 한 장삼은 차라리 대화를 조기에 종결시키는 것을 택했다.

         

       자신도 한 말발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 인간을 상대로는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장삼은 무당산에 자리한 적잖은 수의 혼령들의 면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흐음….”

         

       젊은 얼굴의 혼령들은 우선순위에서 가장 밑으로 떨어트렸다.

         

       혼령의 얼굴은 죽을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기에 젊어서 죽은 이들은 무공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 판단한 까닭이었다.

         

       물론 제 등 뒤에 서 있는 백우진 같은 예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저런 괴물이 흔한 것도 아니고.’

         

       무림사를 전부 뒤져보아도 백우진과 같은 신위를 선보이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배제하는 게 여러모로 마음이 편했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노인의 형상을 한 혼령이었다.

         

       “잠시 실례합니다.”

       “…지금 내게 말을 건 겐가?”

       “그렇습니다.”

       “허어…, 혼령과 교감할 수 있는 이가 있다고 하더니, 진짜였구먼.”

         

       지금부터 인내의 시간이다.

         

       혼령은 산 자와의 대화를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장삼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한 장소에, 한 시점에 하염없이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자신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가 더없이 신선하고, 생소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그렇듯, 혼령에게서 좋은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선 그들의 기분에 맞춰줄 필요가 있다.

         

       그 분야에 한해서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전문가인 장삼은 혼령과의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 나가며 혼령의 기분을 좋은 상태로 만들었다.

         

       “이거 참, 미안하구먼. 너무 내 얘기만 떠들어놓은 것 같아.”

       “제게도 유익한 시간이었으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허허!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그럼 이제 자네의 용건을 말해보게. 내 아는 것이라면 뭐든 대답해줄 터이니.”

         

       장삼은 조용히 미소를 머금은 채 노도사를 향해 물었다.

         

       “혹 도사님께선 양의신공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음…, 알다마다. 우리 무당파의 절기 아닌가?”

       “그렇습니다. 혹시 익히고 계신지도 여쭈어도 될는지….”

         

       그가 넌지시 묻자, 노도사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네만, 나는 양의신공을 익히지 못하였네.”

       “아….”

         

       허탕이다.

         

       장삼은 노도사와의 대화를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지은 뒤, 또 다른 이에게로 향했다.

         

       “미안하네만, 빈도는 양의신공을 익힐 만큼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지 않았네.”

         

       연이은 허탕.

         

       그러나 포기하기엔 이르다.

         

       무당산에 자리한 혼령은 그만큼 많았으니까.

         

       ‘질이 통하지 않는다면 양으로 승부한다.’

         

       그렇게 장삼은 무당산 한 자락에 있는 혼령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모두 헛고생으로 끝나고 말았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밤.

         

       입이 부르틀 때까지 혼령과의 대화를 이어가던 장삼은 마지막 혼령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양의신공? 그 정신 나간 무공을 말하는 건가?”

         

       양의신공이 정신 나간 무공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말이다.

         

         

       * * *

         

         

       깊은 밤 흐르는 달빛을 따라 객당으로 복귀한 백우진과 장삼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때를 한참이나 놓친 시간이었으나, 무당파에서 그들이 베푼 지식이 적지 않았기에 뒤늦은 저녁 한 끼 얻어먹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육류를 금하는 도사들의 식단이라 밥상 위에 풀때기만 잔뜩 올라가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으나, 하루 내내 쫄쫄 굶은 두 사람에게는 그마저도 진수성찬이었다.

         

       “끄윽.”

         

       든든하게 배를 불린 백우진과 장삼.

         

       두 사람은 일정 거리를 두고서 벌러덩 드러누워 실없이 웃었다.

         

       “허, 허허.”

       “하하.”

         

       무당산 한 자락의 마지막 남은 혼령에게서 두 사람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양의신공을 익히는 무당파의 제자는 한 세대를 통틀어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기피 무공이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어찌 그렇냐고 물으니, 양의신공이 가진 부작용 때문이라고 하더라.

         

       의지를 두 갈래로 나누어 사용하는 무공인 만큼 연공 과정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자칫 잘못하면 인격이 둘로 나뉘어 미쳐버리게 된다고.

         

       대성하기만 하면 그야말로 신공이라 불리기에 손색없을 무공이기는 하나, 양의신공을 익히는 열 명 중 여섯이 실성하고, 나머지 셋은 도중에 포기하고, 그나마 남은 하나마저도 반쪽짜리 수준으로 밖에 익히지 못하는 무공을 누가 배우겠냐고.

         

       이를 들은 백우진은 더욱 난감해졌다.

         

       그는 이미 보았다.

         

       양의신공을 따라 하려다 인격이 둘로 나뉘어 미쳐버린 한 노인을.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더니….’

         

       설마 양의신공 또한 그러한 부작용을 지니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더군다나 배우는 것은 둘째치고, 양의신공을 익힌 혼령을 찾는 것마저 난항이니.

         

       꼬일 대로 꼬인 답답한 상황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때.

         

       “조장.”

         

       장삼이 그를 불렀다.

         

       “그 양의신공이라는 거…,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오?”

       “어.”

         

       백우진은 즉답했다.

         

       그만큼 필요했다.

         

       양의신공을 통해 새로이 익힐 천마신공의 힘이.

         

       ‘천마신공만 있으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게 돼.’

         

       남들이 보기에 거침없이 쾌속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백우진이지만, 그에게도 보완해야 할 점은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파괴력이다.

         

       그가 익히고 있는 주선검결은 유와 환의 묘리를, 백섬검결은 쾌의 묘리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수비에 능하고, 상대를 찍어누르기에 능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단점 또한 지니고 있는 무공들.

         

       그 부족한 점을 이세계에서 배운 기술들로 뒷받침하고 있으나, 그것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더 큰 한 방이 필요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마저 타개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비장의 수가.

         

       백우진은 그에 대한 답으로 천마신공을 택했다.

         

       정확히는 천마신공을 통해 익히는 더 많은 구결과 이를 분해, 재정립하여 만들어낼 훗날의 또 다른 무공이지만.

         

       “연공하는 과정에서 십중팔구 미치는 무공이라잖소.”

       “내가 바로 그 십에서 남은 하나다.”

       “…….”

         

       장삼은 입을 꾹 닫았다.

         

       다른 사람이 저리 대답했다면 곧장 미친놈이라 대답했을 테지만, 상대가 상대였다.

         

       어쩌면 정말 십중팔구에 해당하지 않는 유일한 일(一)이 될 수 있을 만한 재목.

         

       그래도 가능하다면 말리고 싶었다.

         

       지금 같은 때에 백우진이 미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벌어질 테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이젠 백우진이라는 인간 자체를 흠모하게 되었다.

         

       …죽어도 인정하기 싫지만.

         

       “하나만 약조하시오.”

       “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일찌감치 연공을 포기하겠다고 말이오.”

       “그거야 당연하지, 자식아. 미칠 걸 알면서 뭐 하러 미련을 부리겠냐.”

         

       비장의 수를 꼭 가지고 싶기는 했으나, 그것이 목숨만큼 간절한 것은 또 아니니까.

         

       사실 목숨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면.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히히, 천마군림보 발싸!’와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거면 됐소.”

         

       장삼은 곧장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내일은 새벽부터 움직여야만 하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양의신공 에피소드는 최대한 짧고 강렬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뒤로도 진행할 것들이 워낙 많아서요..!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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