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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8

       “얘 너무 빠르지 않아요?!”

       “속이.. 또…”

       

       기왕 도박을 하러 가는 김에 셋이 다 같이 가기로 한 우리들은 늑늑이의 등에 올라타 도박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물이라 불러 마땅한 덩치를 지닌 녀석은 사람 셋을 등 위에 태우고도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속도는 본인이 현대에 타보았던 여러 이동수단과 비슷한 결을 지닐 지경이었으니.

       

       평범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경악스럽게 빠르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법 했다.

       

       거기에 한 가지 문제를 더한 것은 늑늑이의 등에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지.

       

       안장도, 끈도, 차양막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 위에 올라탄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늑늑이의 털을 붙잡고서 버티는 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는 사실상 짐승의 등에 탄다기보단 매달려 가는 셈이로구나.

       

       – 엔리 죽는다.

       – 안 떨어지는 게 대단하네

       – 게임 시스템으로 보정이 들어간 건가?

       – 어지간한 놀이기구보다 더 빡센 것 같은데.

       – 안전장치 없고 속도만 있는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놀이기구네.

       – 그게 놀이기구야? 사형도구 아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은 왜 이렇게 태연한 거임?]

       

       “위에서 중심을 잡고 있을 뿐이다. 별 것 아닌 일이지.”

       

       – ???

       – ????

       – 뭐래는 거야.

       – 대체 이 사람이 생각하는 평범은 뭘까.

       

       몸을 움직이는 요령을 안다면 너무도 단순한 일인지라 태연히 이야기했지만 시청자들 중 그 누구도 본인의 설명에 납득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럴 줄 알았다. 네 놈들은 무인이 아니니 말이다. 이 묘리를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그거 말해도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까 엔리님이나 잡아 주세요! 저러다 떨어져서 죽겠어요!”

       “욱… 으엑.”

       

       자그마한 소란이 있기는 했으나 어쨌든 늑늑이를 타고서 빠른 속도로 움직인 덕분에 우리는 순식간에 도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박장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분명 낡고 망가진 부분이 많기는 하다만 이 정도면 꽤나 그럴 듯한 유흥거리구나.

       

       “이 곳을 약탈하면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만.”

       

       – 보자마자 털 생각 하는 거야?

       – 범죄자의 사고방식 ㄷㄷ

       – 천마가 아니라 강도 맞다니까.

       

       “화령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농담이다. 농담.”

       

       진심이 어느 정도 섞여 있었음은 부정하지 않겠다만 그대들의 뜻을 거스르고 이 곳을 박살낼 생각은 없다.

       

       이 곳에 오기 전에 그토록 많은 주의를 들었는데 그를 무시할까.

       

       나중에 본인이 홀몸이 된다며는 한 번 저질러 보겠다만 아직은 아니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동수단을 맡겨두는 곳에 늑늑이를 데려가자 그 쪽에 있는 이가 난색을 표했다.

       

       확실히 우리 늑늑이가 무섭게 생기기는 했다만 그리 나쁜 아이는 아니거늘. 왜 보자마자 단정을 지어버리는 것인지 모르겠군.

       

       이래서야 우리 늑늑이가 서운해 할 터. 주인된 이로써 무고를 입증해야겠구나.

       

       “걱정하지 말라. 우리 늑늑이는 아주 착한 아이이니.”

       “예? 그렇지만 이 녀석은.”

       “보라. 내 이 녀석의 선함을 보여줄 테니.”

       

       내 관리를 맡은 이를 뒤로 물리고서 늑늑이의 앞에 섰다.

       

       “손.”

       

       그리고는 내가 손을 내밀자 녀석이 그 위에 자신의 앞발을 올렸다.

       

       “반대.”

       

       내가 입을 열기 무섭게 늑늑이가 반대쪽 손을 올렸다. 그 움직임이 하도 빨랐던 탓에 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갔으나 그는 가벼운 일에 불과했다.

       

       그 후로도 늑늑이는 내 명령에 따라 여러 가지 재주를 선보였다.

       

       앉아. 엎드려. 죽은 척. 등등. 영특한 녀석은 내 따로 알려준 것도 없거늘 본인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시키는 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 이딴 게 필드 보스?

       – 얘 진짜 똑똑하네.

       – 원래는 저 지능으로 인간을 사냥해야 하는데.

       – 하지만 지금은 말 잘 듣는 애완동물이죠.

       

       바닥에 배를 까뒤집고 헥헥거리는 녀석의 배를 쓰다듬어주고서 의기양양하게 관리자를 쳐다보았더니 녀석이 굳은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이제 이 녀석이 선하다는 걸 알겠느냐?”

       “교… 교육이 잘 된 건 알겠네요.”

       “그래. 결코 그대에게 해를 끼칠 일은 없으니 염려 말라.”

       

       혹여나 헛짓거리를 저지른다면 자신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될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늑늑이 본인일 테니까.

       

       늑늑이의 눈을 바라보며 그리 이야기 했더니 늑늑이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과정 끝에 관리자의 신임을 얻은 나는 늑늑이를 맡기고서 도박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본인이 피피에게 받은 도박의 군자금은 금화 서른 개였다.

       

       금화라고 하니 많아 보인다만 금화 하나가 기본 단위인 이 곳에서 금화 서른 개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니었다.

       

       당장 본인과 엔리가 미궁에서 벌어온 것만 하더라도 백 개가 넘을 지경이었으니.

       

       뭐어. 빈곤한 상황에서 큰 돈을 도박에 투자하는 것도 가당찮은 일이니 본인이 이해를 해야겠지.

       

       “시설에 비하여 사람이 적구나.”

       

       정확히는 이 곳을 이용하는 유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옳겠지. 지나가며 우리를 힐끗힐끗 살피는 두 셋 정도는 보인다만 그 뿐.

       

       “초반이니까요 다들 파밍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래요.”

       “나중에는 사람이 북적대느냐?”

       “네. 유저들끼리 도박을 하기도 하고 그래요.”

       

       흐음. 난장판이 생겨날 것 같군.

       

       “그래서 피피. 이 곳에 존재하는 도박이 종류엔 무엇이 있는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도박은 총 네 개에요.”

       

       우선은 룰렛. 이는 아주 간단하고도 직관적인 도박이었다.

       

       어느 방에서 거대한 돌림판이 돌아가고 그 돌림판이 멈추었을 때 화살표가 가리키는 숫자를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

       

       “배율이 낮은 숫자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고, 높은 숫자일수록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지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도박이라 인기가 가장 많아요.”

       

       다음은 경마였다. 아니 경견이라 해야 할까.

       

       자그마한 강아지 네 마리가 뛰는 것 중에서 누가 1등을 할지 맞추는 도박이며 피피가 가장 좋아하는 도박이라고 했다.

       

       “끝날 때까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피가 끓는 느낌이에요!”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피피 이 녀석이 경마로 날린 금액이 한 두 푼이 아닐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귀여운 강아지가 넷. 도박을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구경을 하러 가야 쓰겠군.

       

       그 다음은 서양의 도박이었다.

       

       대충 듣자하니 유명한 게임인 듯 하였는데 규칙을 모르는 입장에서 건드리기가 싫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마지막은 주사위를 가지고서 하는 놀이였다.

       

       규칙은 단순했다. 주사위를 집어넣은 컵을 흔들어 그 안에서 나온 숫자가 높은 쪽이 승리하는 것.

       

       “개인적으로 추천드리지 않는 게임이에요.”

       “왜지?”

       “유저가 돈을 많이 따가면 주최 측에서 사기를 친다는 소문이 돌아서요.”

       

       이 주사위 게임은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공평해보인다.

       

       실제로 도박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에는 유저 측에서 큰 금액을 따가는 경우도 빈번히 존재한다.

       

       허나 이 도박이 길게 이어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처음에 아무리 유저가 큰 금액을 따갔더라도 서서히 주최 측에서 그 차이를 따라 잡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땄던 돈의 대부분을 잃는 것이다.

       

       “원금은 회수하게 해주지만 딱 원금만 회수하게 해줘서 다들 그 쪽으로는 안 가요.”

       

       도박하는 것 자체를 즐기러 온 사람이라면 주사위 도박도 나쁘지 않다 여기지만 이 곳에 온 이들은 대부분 일확천금을 노리고 온 자들.

       

       돈을 벌지 못할 것이 뻔한 주사위 도박에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과연.”

       

       상대방에 의해 승리가 조작될 수 있는 도박인가. 그 부분에 본인은 오히려 흥미가 갔다.

       

       간단한 논리다. 상대방이 먼저 사기를 친다면 본인도 사기를 쳐도 되는 것이지 않나.

       

       “그럼 본인은 그 주사위도박을 하러 가보마.”

       “화령님. 방금 전까지 제가 한 이야기는 뭘로 들으신 건가요?!”

       

       경마를 하러 가겠다는 피피와 룰렛 돌아가는 것을 보며 좀 쉬겠다는 엔리를 배웅한 나는 주사위 도박을 하러 왔다.

       

       안 그래도 도박장에 사람 수가 적은데다 기본적으로 인기가 없는 주사위 도박장에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주최측 자리에 있는 남자가 졸고 있을 정도로.

       

       남자는 내가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느릿하게 고개를 들더니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날 환영해 주었다.

       

       “어서오십시오! 게임을 하러 오셨습니까?”

       “그래. 이 곳에 앉으면 되는가?”

       “네!”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추레한 인상의 남자는 신이 나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규칙에 대해선 아십니까?”

       “대충은”

       “그럼 한 번 설명을 하고 가겠습니다.”

       

       규칙은 간단. 잔 안에 여섯 개의 주사위를 넣고 컵을 흔든다.

       

       그렇게 나온 주사위의 숫자 총합이 주최측보다 높으면 승리. 낮으면 패배.

       

       승리할 경우 판돈의 두 배를 얻지만 패배할 경우 모든 것을 잃는다.

       

       “연습 게임을 한 번 해볼까요?”

       

       남자가 건네어 준 잔과 주사위를 받아 들고서 그를 살폈다.

       

       눈으로 보기에 특이한 부분은 없군. 주사위도 평범하고 잔도 괴이한 부분이 존재하는 녀석은 아니야.

       

       내가 잔 안에 주사위를 넣고서 움직이자 남자도 함께 잔을 움직였다.

       

       허술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다. 그러니만큼 겉으로 보기에 저 손동작도 허술해 보인다.

       

       “제가 21. 손님께서 26. 이러면 손님께서 승리한 겁니다.”

       

       실제로 그가 낳은 결과도 그러했다. 자신의 패배를 본 남자는 연습이어서 다행이었다며 목을 주물렀다.

       

       어느 하나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없는 녀석. 도박장에서 주사위를 만질 자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놈.

       

       허나 이 놈은 이 곳에서 결코 돈을 잃어버리지 않는 녀석이기도 했다.

       

       “그럼 본 경기로 들어가 볼까요? 처음에는 얼마를 거시겠습니까?”

       “금화 하나. 처음엔 서서히 감을 잡고 싶군.”

       “침착한 스타일이시군요? 좋죠. 뭐든 오래 즐기는 게 제일 아니겠습니까.”

       

       첫 번째 도박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내가 승리했다.

       

       숫자 하나 차이로 졌다며 아쉬워하는 남자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쳤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도박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은 계속해서 승리를 거듭했다.

       

       때로는 큰 차이였으며, 때로는 자그마한 차이이기도 했다.

       

       그러다 다섯 번째가 되었을 즈음 금화 다섯 개를 걸었고 또 다시 승리했다.

       

       이번에는 각자의 숫자가 30과 11로 꽤 큰 격차가 났다. 오늘 운이 안 좋은 것 같다며 풀이 죽은 남자의 모습을 본 나는 앞서 걸었던 것보다 큰 금액을 걸었다.

       

       “금화 열 개. 흐름이 괜찮군.”

       “열개요? 강하게 나오시네요! 집중해야겠습니다.”

       

       피피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 대로라면 이 쯤에서 강하게 나올 참이다마는.

       

       본인은 남자의 손놀림을 곁눈질로 살피면서도 한 편으로는 본인의 주사위에 집중하는 체를 했다.

       

       큰 금액을 걸었기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엄두가 안 난다는 것처럼.

       

       그 때에 본인은 보았다. 평소와 같은 허술함 속에서 남자가 손을 쓰는 것을.

       

       “이야. 역시 계속 운이 안 좋지는 않네요.”

       

       흐음.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이러니 돈을 잃지 않는 것이겠지. 

       

       아무것도 모른 채 와서 사기를 당했더라면 저를 겁박할 터이나 본인은 이미 저 자가 사기를 치는 것을 알고서 온 참이다.

         

       여태까진 긴가민가했다만 작금의 일로써 확신을 하게 됐으니.

         

       이제 함께 장난을 쳐보도록 할까.

       

       “계속 하실까요?”

       “그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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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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