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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8

    <288 – 머 해줄 건데>

     

    아카디아가 샌드쿠커의 부탁을 받아 뾰이를 구하러 갔을 때에는 당연히 지하감옥에 갇힌 학생들은 모두 풀려난 뒤였다.

     

    “한명 또 온다.”

    “머리를 노리고 기절시켜!”

     

    지하감옥 출입문을 열자마자 아카디아를 향해 날아드는 학생들의 합공!

     

    스윽.

     

    한 걸음의 물러섬으로 공격을 시야에 넣고 사격거리를 확보한 아카디아의 총구가 날아드는 몽둥이 두 개를 튕겨내었다.

     

    “악!”

    “총을 쐈어!”

     

    순간적으로 휙 꺾인 손목을 움켜쥐고 신음을 흘리는 학생들.

    그들의 머리로 향했던 총구가 가볍게 내려갔다.

     

    “어머. 다들 무사하셨네요.”

    “아카디아 님…?”

    “헉… 어느새 머리를 조준했지?”

     

    무서운 사격실력이라며 간담을 졸이는 학생들에게 아카디아는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렇군요. 양동을 위해 하루동안 힘을 모으고 식당과 식료품창고를 털어 모든 물자를 지하감옥에 옮겼다… 이거라면 조타실과 함장실을 직접 치지 않고도 배의 승무원을 모두 장악할 수 있겠어요. 병참을 신경 쓰는 디테일함이라면 아이린의 활약이겠죠?”

    “맞아.”

     

    북부대공녀 아이린이 학생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서릿발처럼 하얀 머리카락과 언제나 낮고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를 몰고 다니는 말을 걸기도 힘들어 보이는 미소녀.

    용사만큼은 아니어도 고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녀답게 학생들은 아이린을 어려워하며 급히 자리를 내어주었다.

    마치 비켜주지 않으면 맞기라도 할 것처럼 다급한 움직임!

     

    ‘슬퍼하는 걸까?’

     

    분명 무표정한 얼굴인데도 아카디아는 그녀가 조금 슬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지만 은근히 생각이 많고 사려 깊은 오크노디의 속마음을 보다보니 늘어난 <표정간파> 기능의 효과였다.

     

    “선상반란은 잘 되어가고 있나요?”

    “아직까지는.”

     

    3단계 식품창고의 급습 및 농성까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승무원들이 우리가 벗어날 길을 하나씩 봉쇄하며 접근하고 있어.”

    “포위망이 식품창고 코앞까지 좁혀지면 재단의 간부도 쳐들어오겠군요.”

    “그 전에 승부를 내야해. 무인도에 머무르는 또 다른 간부가 도착하기 전에도.”

     

    재단의 간부는 아카데미의 교수클래스.

    교수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미래 따위, 아카디아도 감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

    길항상태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

    아이린과 몇몇 학생들이 창고 밖으로 나가서 활개치며 포위망이 좁혀지는 것을 막고 제어실을 점령한 싱을 돕고 있지만 수적 차이가 너무 크다.

    간부급이 나서지 않고도 제어실을 탈환당하면 다음은 식품창고이고 선상반란도 끝난다.

     

    “제가 와서 다행이군요.”

    “방법이 있어?”

    “있죠.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이.”

     

    지젤은 자신을 배려해서 탈락시켰지만 어쩌면 그녀가 먼저 탈락한 건 아이린의 부족한 점을 자신이 메워주길 바랐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카디아는 자신이 아이린과 정반대의 유형임을 깨달았다.

     

    “자, 모두들 여기에 모여주세요!”

     

    불리한 전황을 감추고 엄중한 규율로 전선을 유지하는 북부인과 달리, 서부의 해상강국 피렌체왕국 출신의 아카디아는 선원들의 사기를 올리기에 능숙했다.

     

    “무인도의 모두가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매일 한 명씩 경매를 중지하고 찾아올 거예요!”

    “우와아!”

    “엄청난 보물을 얻을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돌아오는 거야? 정말 고마워!”

    “여러분이 선내에서 얻은 빚을 말소하기 위해서 선상포인트도 승무원들에게 뜯어내어서 모든 빚을 갚아줄 계획도 있어요!”

    “상급반 최고!”

    “접시닦이는 이제 질렸어!”

    “이제 지하격투장에서 승무원들의 투견이 되어서 싸우지 않아도 돼!”

    “여자승무원들의 전신을 마사지하는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기뻐!”

     

    남학생들이 황당한 소리를 지껄이는 동기 남학생을 일제히 노려보았다.

    그런 좋은 포인트 상환자리가 있었으면 우리한테도 알려줬어야지!

     

    “자, 시간은 우리 편이에요. 전력을 다해 적들의 진격을 저지하며 시간을 벌러 가요!”

     

    전부 진실은 아니다.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은 아카디아의 발언.

    그것이 엄청나게 사기를 고취시켰다.

    하루하루 죽음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엄정하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해왔던 것이 아이린이 이끄는 학생들이었다.

    아카디아는 그런 분위기를 단숨에 쇄신시키고 아군을 독려하며 창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것이 어린 나이부터 배에 올라 병사들을 지휘했다는 피렌체의 보물, 아카디아 세비체의 저력인가.’

     

    인정하겠다.

    오크노디의 곁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다.

    티토소가도 그렇고 아카디아도 그렇다.

    하지만 무력만큼은 아니다.

    대군저지에 특화된 종군마법사의 강함을 보여주마.

    그리고 모두에게 다시금 새겨 넣으리라.

    선상반란에서 가장 큰 공훈을 세우는 자는 바로 나, 아이린이라고.

    오크노디조차 깜짝 놀라 돌아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의 활약을 펼치겠다고.

    아카디아의 연설은 아이린의 사기마저도 다른 의미로 고조시켰다.

     

     

    * *

     

     

    무인도로 돌아가는 배.

    지젤과 손오천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무인도를 돌아보았다.

     

    “쥐방울 녀석, 괜찮겠냐?”

    “모르겠습니다. 확신이 서지 않는군요.”

     

    선상반란.

    오크노디가 그런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해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걱정이 되는 건 크루즈선의 모두가 아니라 무인도의 오크노디였다.

     

    “용사와 황녀가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배신하면 어떡하냐?”

     

    그들은 그런 약속을 맺었다.

    모두가 피를 보게 되는 재단의 경매 상품을 용납할 수는 없다고.

    재단에게 다같이 매운 맛을 한 번 보여주자고.

    의도는 좋다.

    그러나 이들의 경매망치기&선상반란 작전에는 크나큰 결함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배신한다면 무인도에 남은 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쥔다.

    그런 기회를 순순히 포기할 수 있을까?

    그 용사나 그 황녀가?

     

    “역시 못 미더워. 용사 그 녀석은 기회만 나면 쥐방울 녀석을 조지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데.”

    “그쪽이 아닙니다.”

    “응?”

    “제가 걱정하는 건 반대의 경우입니다.”

    “용사도 황녀도 아니면… 쥐방울? 그 녀석이 뭔가를 저지를 거라고?”

     

    지젤은 냉정하게 팩트만을 되짚었다.

     

    “오크노디는 ‘파파’의 초대를 받아서 저희 모두를 초대했습니다. 재단의 집사이자 간부 조나는 파파란 재단의 총수, 이사장을 뜻한다고 알려줬지요.”

    “거 높으신 분의 딸이면 좋은 일이지, 뭐가 그리 신경 쓰인다고 그러냐.”

    “그 이사장은 우리에게 주는 선물로 ‘승선포인트’를 주었습니다. 그 포인트를 허비한 자들은 재단장학생이 되거나 고문에 준하는 경험을 하지 않고는 재단의 노예 신세를 벗어날 수 없게 했죠. 아카데미의 학생인 저희들을 상대로 말입니다.”

     

    손오천의 얼굴에 뒤늦은 깨달음이 일었다.

     

    “오크노디의 내면에도 그런 사악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냐?”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오크노디가 남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착한아이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때때로 재단에 의해 만들어진 기괴한 사고관과 실적우선주의적인 성격, 나쁜아이스러운 기질을 지니고 있음을.”

     

    그리고 지금.

    이사장의 선물을 경험한 지젤은 생각하게 되었다.

     

    “저희가 아는 오크노디는 불과 수개월 남짓한 동안의 모습뿐입니다. 만일 그동안은 저희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모습이 있다면, 그 모습은…”

    “<무서운아이>겠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

     

    저 크루즈선의 주인, 이사장처럼.

     

     

    * *

     

     

    용사의 배신은 예상된 것이기에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배신은 어떨까.

     

    “푸풉~ 바보 같은 용사는 분명 당하겠지.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이 매스각키 황녀님과는 다르게♡”

    “아주 기고만장하시는군.”

    “당연하잖아~? 암흑마나도 잔뜩 얻었고♡ 순도도 높고♡ 오크노디를 너처럼 복종시키면 용사도 내 발 아래에 굴복시킬 수 있는걸~?”

     

    황녀는 그 대책까지 제대로 마련했다.

    자신이 암흑마나의 힘을 사용해 오크노디를 복종시킨다.

    그러면 오크노디의 배신도 방지할 수 있다.

    동시에 강력한 적수인 용사 이슈타르도 오크노디의 힘으로 막아낸다.

    오크노디보다 강한 용사의 힘은 자신의 가세로 어떻게든 하면 그만!

     

    “성녀는 어쩔 셈이냐.”

    “오크노디가 지배당하면 혼자가 된 즈앙도 오크노디를 지키기 위해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즈앙에게 성녀를 막지 않으면 오크노디를 다치게 할 거야♡”

    “쓰레기다운 모습의 훌륭한 표본이군.”

     

    재단의 장학생인 자쿠조차 인정할 정도로 사악한 제국 2황녀 매스각키의 계획!

    그 계획을 실천하러 대낮부터 경매 시작 전에 당당하게 들이닥친 매스각키가 오크노디를 향해 암흑마나를 일으키며 외쳤다.

     

    “나한테 복종해♡”

    “복종하면 머 해줄 건데?”

     

    오크노디는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당연히 지배나 복종에 당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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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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