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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9

        

         

       며칠 동안, 계속해서 비가, 그것도 거친 폭우가 쏟아졌으니 지반이 무른 산자락이 한 군데 무너져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행히 먼 곳에서 들린 소리기는 했지만, 그러고 나니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는 괜찮으려나?

       막 무너지고 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원시 고대의 밤이란 달빛 아니면 어떠한 광원도 없는 깜깜한 어둠뿐이다.

       개인이 들 수 있는 조명이야 횃불 아니면 등불이 고작이니, 폭우가 내리는 밤이라면 그마저도 무력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밤중에 산을 내려갈 수도 없고, 내려간다고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

       차라리 산꼭대기가 더 안전할 수밖에는.

       적어도 무너질 자리에 산채를 짓지는 않았겠지? 무식한 산적 놈들이라고 해도?

         

       판단을 마친 청이 산채 내부로 향했다.

         

       거대한 지붕 아래라고 해야 하나.

       벽 없이 세운 지붕 아래 한쪽에는 화톳불 크게 피워놓은 건물 입구가 훤히 보인다.

         

       그야 산적이라고 지붕만 올린 쉼터에서 땅을 침상 삼아서 자지는 않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그게 산적인가? 그냥 야만인이지.

       음? 야만인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제일 좋은 방을 찾는 방법이야 뻔해서, 그냥 복도 따라 쭉 따라가서 제일 화려한 문 찾으면 그만이었다.

       원래 권위 없는 놈들일수록 권위에 목을 매는 법이라서, 복도 끝에 금빛과 홍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커다란 문짝이 등불까지 딱 걸려 ‘나 여기 있어요, 대빵이 쓰는 방이에요.’ 하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차피 내 집 아니고 손님도 아니라서, 양손이 설이리에게 봉인된 청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호쾌하게 문짝을 걷어찼다.

         

       살을 정확히 타격하는 발바닥에 문짝이 도개교처럼 쓰러져 내부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아씨. 홀아비 냄새……”

         

       청의 유일무이 천하제일 미모에 경멸이 잔뜩 서린다.

       문을 쓰러뜨리자마자 훅 끼치는 강렬한 홀아비 냄새에 코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나마 침상은 좋아 보이긴 한다.

       넓고 크고 높으니 딱 봐도 푹신하니 고급 침상이기는 한데, 거기에 깔린 비단이. 음.

       침상에 맞는 고급품이었던 느낌만 남아, 중심으로부터 침상 끝까지 누렇게 색이 변하고, 가까이 다가가니 이 독하디 독한 홀애비 냄새의 근원지가 침상과 대충 뭉쳐져 내팽개쳐진 이불이라는 점은 알겠다.

         

       청이 이불을 들어 펄럭 펼쳐보니, 순간 또 훅 끼치는 이 밤꽃 비슷한데 훨씬 비리고 찝찝하니 눅눅한 냄새.

         

       아오, 더럽다, 더러워.

       이게 이불이야 걸레짝이야.

         

       조심스레 설이리를 내려놓은 청이 이불을 들어 설이리를 둘둘 감았다.

       이래저래 넝마짝이 된 애가 비까지 흠뻑 맞았으니 일단 체온 유지는 해야지.

         

       그에 설이리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청을 그 커다란 눈으로 쫒는다.

         

       “냄새…….”

         

       “그까짓 냄새 좀 나면 어때요. 뭐 아무리 더러워도 이불인데 거기다 뭐 오줌이라도 쌌겠어요? 해봐야 산적 두목이 잔뜩 흘린 땀이나, 침, 그래요. 뭐 그 정도. 좀 심하게 절었을 뿐이지.”

         

       그리 말하는 청의 표정이 떫었다.

       아닌 게 아니라, 으, 입 밖에 내고 나니 생각보다 더 소름이 끼치고 더러운걸.

         

       그에 눈이 왕방울만해진 설이리가 깜짝 놀라 몸을 꿈틀거리려다, 아윽, 하고 아픈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린다.

         

       “거봐요. 몸도 안 좋으면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요. 갈아입어 오기 때문에, 아니, 갈아입을 옷을 가져올 테니까요.”

         

       한시라도 빨리 이 냄새 지독한 공간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에 말까지 헛나올 지경이다.

         

       다시 빠져나와 마차로 향하던 청이 문득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놈의 비는 진짜 엄청 쏟아붓네.”

         

       무림 오 년 차에 이렇게 끝도 없이 퍼붓는 비는 또 처음이었다.

       하긴 오년 차쯤 되면 폭우도 경험을 해 볼 때가 되기는 했지.

         

       그런데 도련님은 아직 살았으려나?

         

       어차피 젖은 옷이라 청이 대충 투척했던 웅덩이를 향해 지붕을 벗어났다.

       쏴아아 시원한 소리와 함께, 얼굴을 퍽퍽 빼리는 것만 강렬한 빗줄기들.

         

       사지가 잃은 시체가 세 구에, 그 사이에 놓여 피거품을 무는 도련님이 보였다.

       삼백 점이 조금 넘는 악업이 비치니, 와, 이거 아직도 살았네.

       나쁜 놈이라서 그런지 명줄도 질긴가.

         

       그러나 지금 당장 천하의 명의가 이 앞에 있더라도 살기는 글렀다.

       애초에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면 던지지도 않았으니, 변덕으로 굳이 마무리하기 귀찮았을 뿐이지 살면 살고 죽으면 죽어라 하는 방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뭐. 하찮네.

         

       흥미를 잃은 청이 몸을 돌렸다.

         

       마차에서 옷가지 챙겨다 다시 산채 안으로 들이친 청이 보이는 문마다 전부 빵빵 걷어차며 내부를 살폈다.

         

       침상이 아무리 고급이라도 그렇게 더럽고 냄새나는, 다른 냄새도 아니고 홀애비 냄새라서 폐부까지 오염이 되는 듯한 기분이라 도저히 거기서는 못 자겠다.

         

       그러나 두목이 그 꼴인데 다른 방이라고 해서 무어 다르겠는가.

         

       오히려 혼자서 쓴 두목 방이 나았다고 할 지경이라, 안 씻는 사내놈들 여럿이 우르르 쓰던 방들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웩.

         

       그러다가 주방이 나와서 식재료도 한 번 구경을 해 보고. 다행히 아침은 푸지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음? 뭐지?

         

       식재료 창고 안쪽으로 쪽문이 하나 더.

       단단히 잠겨있길래 청이 또다시 야만인 흉내를 내며 뻥 걷어차는데-

         

       “악.”

         

       본래 무언가를 걷어차면, 대상이 박살이 날 수록 신체로 오는 충격이 줄어든다.

       반대로 대상이 멀쩡하면 걷어찬 충격이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니, 청이 욱씬거리는 발목에 인상을 팍 썼다.

         

       뭐지? 쇳덩어리 같은데?

         

       청이 문에 걸린 주먹 두 개만 한 자물쇠를 보고는 눈을 빛냈다.

         

       오라. 뭔가 좋은 거 들었나? 보물 창고?

         

       자물쇠는 튼튼하지만, 매어 놓은 철제 고리는 그렇지 않았으니, 청이 자물쇠를 잡아 돌리니 철제 고리가 비틀리며 떨어져 나가고 마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드러나 등불 하나 들고 내려가보니, 와, 세상에.

       자그만한 창고에 온통 싯누런 광채가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것이, 와, 황금!

         

       청이 금자 한 관이라 불리는 금괴를 손에 들었다.

       본래 금은 부피 대비 무게가 흉악한 물건이라서, 그 귀한 무게감이 묵직하게 손에 감긴다.

         

       아. 이래서 초절정이 둘이나 있었구나.

       대충 세어 본 금괴가 마흔 관이 넘으니, 이 정도면 초절정 둘이 지켜야 할 막대한 금전이었던 것이다.

         

       와. 이 새끼들.

       산적질로 황금을 이만큼이나 모았어?

       대체 얼마나 털어댔길래?

         

       청이 뒤늦게 후회했다.

       곱게 죽이지 말 걸 그랬다고.

       산적질이라고 해도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기 위해서 강도질이나 하는 줄 알았더니.

       완전히 범죄 기업이잖아. 아주 개새끼들.

         

       어차피 오늘 자기는 그른 판이다.

       길바닥에서도 자려면 자는 청이지만, 그 시커먼 사내놈의 땀과 침과 거기에 여인을 끌어들였으면, 으으, 역겹다, 진짜.

       그렇게 더럽게 찌뜬 침상 위에서는 차마 못 자겠으니, 게다가 하루 안 잔다고 해서 딱히 막 피곤한 몸도 아니고.

         

       몸 아픈 설 소저나 거기다 재우고, 나는 산적 소굴이나 한 번 제대로 털어 봐야지 하고.

         

       냄새 방으로 돌아가니 설이리가 고롱고롱 또 나지막하니 귀여운 코 고는 소리를 내는 중이다.

       인제 보니 코감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본래 조금 코를 고는 편인 모양이지.

         

       “설 소저. 옷 갈아입고 자요. 또 감기 걸릴라.”

         

       “네……”

         

       자다가 말 걸면 대답을 하는 유형인지, 고롱고롱 코를 골면서 하는 대답이었다.

       그에 청이 둘둘 싸맨 이불을 풀고, 어으, 냄새……

         

       젖어서 축축한 옷이 잘 벗겨지지도 않는다. 애는 축 늘어져서 비몽사몽 반쯤 자는 통에 손 들라면 네에 하고 대답이나 하지 그냥 떡실신인 상태.

       냄새 때문에 숨쉬기도 불편한 때에 젖은 옷 벗기랴, 광목으로 몸도 북북 닦아주랴, 그리고 또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기까지 하려니 이 밤중에 이게 무슨 애를 쓰나 싶기도 하고.

       애도 아니고 진짜. 별 쓸모도 없는 게.

         

         

       —-

         

         

       청이 간밤에 산채를 샅샅이 뒤진 결과, 금괴 말고도 적당한 양의 금전과 고철로 팔 법한 병기들, 그리고 비급 여러 권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개중에 무공창에 들어오는 무공은 파란색 두 개 뿐이고, 나머지는 대력패혈부법이니 광룡도법, 팔부천장곤이니 이름은 굉장히 거창하지만 만지고 펼치고 훑어도 반응이 없다.

       제대로 된 비급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긴, 산적 놈들이 뭘 믿고 부하들에게 좋은 무공을 알려주겠는가.

       보나마나 핵심 구결을 빼거나, 혹은 어디 운기를 꼬아서 하자를 만들어 놓았겠지.

         

       마차 짐칸에다가 금괴도 전부 옮겨놓고 그 위에는 위장 겸 해서 고철로 팔 병장기들도 잔뜩 쌓아두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밤중이라, 청이 마차에 들어가 대충 담요를 덮고 시간을 보냈다.

       졸았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러다 보니 아침이다.

         

       아침이 되니 빗줄기가 줄어들어 부슬부슬 내리고, 두터워서 아예 하늘을 꽉 막아대던 먹구름도 좀 가시니 흐리긴 해도 날이 밝았다는 느낌은 있었다.

         

       아. 간밤에 산사태가 있었지 않았나.

       청이 방갓 뒤집어쓰고 간밤에는 존재도 몰랐던 망루 위로 훌쩍 뛰어올라 산 아래를 살피는데.

         

       아. 산사태가 아니었구나, 하고.

         

       나름 전략적 판단인지, 망루 위에서 훤히 아래를 볼 수 있도록 나무를 쳐놓은 모양.

       그리하여 올라오는 산길이 훤히 보이고, 저 능선 아래까지 눈에 들어오는 와중에, 아침의 물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산 아래의 참혹한 광경이 있었다.

         

       산사태가 아니라 물난리였다.

         

       감산 남쪽으로 흐르는 황하강의 지류가 넘쳐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동쪽에서부터 서쪽 저 능선에 가리는 시야 끝까지, 싯누런 진흙들과 쓰러진 나무들이 두꺼운 띠를 그리며 이어지는 것이다.

         

       저 아래에 있었으면……

         

       그러고 나니 깨닫기를, 마부가 산채로 안 끌었으면 그대로 휘말릴 뻔했구나, 하고.

       도로가 감산 아래 낙하강을 바로 옆구리에 끼고 뻗었으니, 지금 아무리 그 흔적을 찾아봐도 도로의 자갈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부 아저씨. 이런 큰 뜻이 있었군요.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죽기 전에 좋은 일 한 번 했으니, 아마 염라대왕도 형기를 일 각 정도는 줄여주지 않을까요.

         

         

         

       청은 요리에 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청은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

       까다롭지 않다기보다는 아주 개혓바닥이 따로 없어서 뭘 먹어도 맛있다, 먹을 만 해 하고 허겁지겁 밀어넣는 유형이라서.

        

       그리고 이런 유형은 요리를 잘하기 힘들다.

       

        하지만 청은 또 이것저것 먹었던 식재료의 맛은 또 기막히게 기억했다.

       그러다 보니 대충 철냄비에 기름 둘러서 볶아내는 요리들도 먹을 만은 하게 나온다.

        

       솥에다가는 마른 고기 넣고 잡내 잡을 풀들도 대충 때려넣고 쌀과 보리 물 한번에 부어 팔팔 끓여내 죽까지 크게 한 냄비 만들어냈다.

        

       “설 소저? 그만 자고 아침 먹어요. 슬슬 내려가야지. 죽을 준비해 놨으니까.”

        

       “죽.”

        

       죽 소리에 눈을 번쩍 뜬 설이리가 몸을 벌떡 일으키려다, 아윽, 하고 풀썩 침상에 다시 파묻혔다.

        

       “설 소저? 괜찮아요?”

        

       “네.”

        

       계속 괜찮다고는 하는데.

        

       어제 닦을 때 보니 아주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더라.

       온 등짝과 어깨 팔 다리 바깥에 살색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는데, 다만 몸통 안쪽과 팔다리 안쪽은 또 멀쩡하니 희고 고왔다.

        

       반격도 못 하고 몸을 둥글게 웅크려서 계속 처맞고만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온몸에 골병이 안 들고 배기나.

        

       아니, 무인이 반격을 해야지.

       콩벌레 흉내를 내고 있으면 그냥 죽을 때까지 처맞는 수밖에는 없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머리채 잡고 질질 끌리지.

       실력도 미천한데 태도도 엉망이야, 아주.

        

       진짜 얼굴만, 아씨 얼굴…….

        

       “못 서겠어요? 들어 줘요?”

        

       “아니요.”

        

       설이리가 그리 말하고는 아주 힘겹게, 곧 죽을 노인네처럼 느릿하고 힘겹게 여기저기 매달려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벽면에 찰싹 붙어 손으로 짚어가며 겨우겨우 한 걸음씩 떼며 따라온다.

        

       청도 굳이 싫다는 사람 안아줄 생각까진 없었으므로, 그냥 천천히 앞장을 섰다.

        

       그렇게 아침을 거하게 먹고.

       그리고는 출발을 해야 하는데.

        

       “마차 몰 수 있겠어요?”

        

       “할게요.”

        

       “아니, 잘못하면 사이좋게 처박히게 생겼잖아. 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할 수 있어요, 없어요?”

        

       그에 설이리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의기는 가상하지만, 죽 퍼먹는 숟가락도 덜덜 떨리는 년이 무슨 마차를 몰겠는가.

        

       청의 눈이 가늘어지자, 설이리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알려줄게요.”

        

       “뭘요? 마차 모는 거?”

        

       “네.”

        

       “그게 알려준다고 한 번에 되나?”

        

       “쉬워요.”

        

       청은 살아있는 악인을 좋아하지, 죽어서 남은 살과 뼈는 좋아하지 않는다.

       시체뿐으로 난장판인 산채에 계속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째.

        

       그리하여 청의 마부 첫 체험!

        

       의외로, 쉽다.

        

       그도 그럴 것이, 말에게도 눈이 달렸다.

       게다가 말은 겁이 대단히 많은 생물이다.

        

       눈 달린 생물이 겁도 많으니, 장애물도 저 알아서 척척 피해가, 위험할 것 같으면 말이 먼저 거부하여 절대로 가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전투마가 비싼 이유도 이렇게 겁이 많은 짐승을 적에게 돌격하도록 훈련시키기가 아주 어렵다 못해 지랄맞기 때문이고.

        

       아씨. 마부란 게 진짜 뭐 아주 날로 먹는 직업이었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마부가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직업 다섯 중 하나로 꼽히는 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직업이라는 점도 있었다.

        

       물론, 속력을 내거나 길 상태를 살피며 승차감 좋게 모는 데에는 아주 큰 기술을 요하지만, 마차를 끌고 간다는 목적 하나뿐이라면 사실 누구든 고삐만 잡고 있어도 말이 알아서 척척 잘 끌어간다.

       말도 수풀이나 나무 사이보다는 잘 닦여 단단한 도로를 걸어가는 편을 좋아하기에.

        

       도로가 미끄럽고 내리막이기는 했다.

       하지만 산채가 거점으로 마차가 오르내릴 수 있게 길을 내놓은 통에 구불구불 완만히 내놓은 내리막길 따라 어찌어찌 기우뚱거리며 내려갈 만은 하더라.

        

       연신 진흙탕에 바퀴가 처박히기는 했다.

       하지만 여기 인간 초월 초절청, 여항적, 그리고 인간 거중기 서문청이 있었으니.

        

       마차 몰다 빠지면 밀어서 빼내고, 다시 마부석에 돌아와 살랑거리는 말 궁둥짝을 구경하다가 또 덜커덩 빠져버리고.

        

       말이 영리하다고 하더니 과연 그랬다.

       마차가 빠지면 곧장 멈춰서서는 고개를 돌려 청을 바라보는 것이다.

       빨리 차 안 빼고 뭐 하냐는 듯이.

        

       그러고 나면 슬그머니 치미는 울화통.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고생인데?

       설화 저건 마차 몰 줄 아는 게 얼굴 빼고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이제 그나마도 내가 다 하고 있지 않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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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tch

I Am This Murim’s Crazy B*tch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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