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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9

     

    오랜만에 맛본 치즈 돈가스의 맛은 정말로 훌륭했다.

    어찌나 맛있었느냐면, 자신이 이것을 왜 먹게 되었는가 하는 조그만 의문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 정도였다.

     

    원래 대부분의 음식들은 한번 맛을 본 이후엔 그다지 루크의 흥미를 돋구지 않았지만, 치즈 돈가스만큼은 달랐다.

    옛날에는 그것과 비슷한 어떤 음식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 루크에게는 치즈 돈가스가 너무나 새로웠다.

     

    루크에게 이 음식은 그야말로, 새로운 발상과 기쁨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영양의 올바른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한평생 먹고 싶을 정도로.

    뭐, 사실은 영양 불균형이 문제가 될 몸은 아니나, 그렇다고 당장 맛있다고 그렇게 마구 먹다간 또 금세 질리고 말테고, 그렇게 되면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셈이니, 역시 적당한 배분이 필요하리라.

     

    -찰칵.

     

    “하아.”

     

    다시 차로 돌아온 루크가 포만감과 만족감으로 충만해진 감정을 한숨에 실어 내뱉으며 리브를 곁에 내려둔 채 치맛단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다이튼은 그런 루크의 표정을 잠시 지켜보다가 차에 타기 전 예르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내가 뭐랬어? 애들 기분 풀어주는 데엔 맛있는 게 최고라니까.”

    “그러게, 정말 그렇다. 신기해.”

    원래 맛있는 걸 먹으면 어른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어린아이라고 크게 다르것이 없는 법이다.

    그건 애늙은이 같은 루크 역시 마찬가지.

    사실 루크는 딱히 화를 내거나 토라져 있던 것이 아니었지만, 타인의 속 감정은 알 수 없어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다이튼이나 예르나로서는 ‘맛있는 것 덕분에 루크의 기분이 풀렸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루크가 나갈 때와 들어올 때의 표정이 너무나 달라진 것 같았기에.

     

    루크의 표정이 너무나 밝아진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예르나가 운전석에 들어가 앉으며 물었다.

     

    “어때, 그렇게나 맛있었어?”

     

    루크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마다! 너무 좋아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이튼, 그러고보니 그대도 치즈 돈가스를 할 줄 아는가?”

     

    루크의 질문에, 다이튼은 꽤나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 할 수야 있지. 하는 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사실 세세하게 따지면 귀찮긴 해도 대부분의 요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요리를 한다는 건 어쨌든 올바른 재료를 가지고 튀기거나 굽거나 끓이는 정도가 전부이니까.

     

    돈가스는 고기를 가져다가 반죽을 입히고 튀기기만 하면 끝.

    치즈 돈가스라고 해봤자 중간에 치즈만 넣으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정성과 사소한 디테일.

    음식은 본래 아주 조그만 차이에도 맛이 크게 변화하는 법이고, 그 차이가 곧 돈을 받고 파는 음식과, 집에서 대충 해먹는 음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겠지.

     

    그런 다이튼의 대답을 들은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중에 그대가 해준 것도 한번 먹어보고 싶군.”

    “흐음…….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닌데.”

     

    사실, 다이튼은 자신이 특별히 전문적인 요리사보다 더 음식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야, 자신의 직업은 요리사가 아니고 숲지기가 아닌가.

    요리는 그야말로 살다보니 어떻게든 하게 된, 취미와 비슷한 것이었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요리사들에게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닐 터.

     

    그래도, 다이튼은 꽤나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면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나중에 집에서 해줄게.”

     

    그러자, 루크는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웃음지었다.

     

    “와, 그게 정말인가? 약속한게다?”

     

    사실, 루크의 마음 속에서 다이튼의 요리솜씨는 어지간한 요리사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중이었다.

    이 세계에선 본래 큰 정성이 담긴 물건에 마법이 깃들기 쉬워진다.

    그 말은 즉, 정성스레 만든 요리가 루크에겐 더 값진 음식이라는 뜻.

     

    “하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구나!”

     

    루크는 굉장히 들뜬 목소리였다.

    웃음꽃이 어찌나 활짝 피었는지, 루크의 얼굴 주변에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을 정도다.

     

    “…….”

     

    리브는 루크의 표정에 조금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기며 시선을 피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정말 영락없는 또래 여자아이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괜스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비록 자신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몸은 아니었지만.

    결국 리브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조금은, 레니에를 닮은 것 같기도 하군.’

     

    ——

     

     

    그 무렵, 디아나와 파이리스는 TV에서 재생되는 ‘정령소녀 메루루’를 각자가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집중력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무려 메루루 시간 연속 방영이 있는 날이다.

     

    그리고 그것은 메루루를 좋아하는 두 아이들에겐 동시에 잠옷파티였다.

    둘 다, 밤이 될 때 까지 같이 메루루를 보다가 잠에 들 테니까.

    그래서 두 아이들은 각자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디아나는 언제나처럼 정령소녀 메루루가 가슴팍에 크게 그려진 분홍색 내복을 입고 있었고, 파이리스는 이제는 루크가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되어버린 동물 잠옷을 물려 입은 상태였다.

    그것은 리브가 동물귀와 꼬리가 없는 파이리스에게 맞춰서 수선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잠옷은 파이리스의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나 후드를 뒤집어쓰게 되면 언니처럼 머리 위에 뾰족한 동물귀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정말 좋아했다.

     

    덕분에, 리브는 파이리스와의 사이가 크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아무튼, 두 아이들은 그렇게 TV에 빨려들어갈 것 처럼 쭉 당겨앉은 채로 시선을 TV에 고정하고 있다.

    파이리스는 어찌나 집중했는지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절이라도 하는 것 마냥 몸을 앞으로 쭉 내밀어 앉아 있었고, 디아나도 TV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두 손을 모아쥔 채 양반다리로 앉아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령술사가 혼이라도 빼간 것 같았다.

     

    만약 루크나 다이튼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반드시 ‘눈이 나빠지니 소파에 앉아서 봐라‘라며 두 아이들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았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잔소리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 아이들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TV에 가깝게 자리를 잡은 것이겠지.

     

    “…….”

    “…….”

     

    아이들은 그렇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TV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것은 루크에게도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다.

    ‘그’ 파이리스가 저토록 얌전하게 무언가에 집중력을 쏟을 수 있다니.

    만약 저 집중력이 항상 마음대로 발휘될 수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하지만 뭐가 그리도 재미가 있어서 아이들이 메루루라면 그토록 사족을 못 쓰는 것인지 루크는 결국 밝혀낼 수 없었다.

     

    사실은 보면, 항상 언제나 똑같은 에피소드의 반복이었다.

     

    악당이 나오고, 무언가 잘못을 하고, 정의의 편에 의해 타도된다는 정석적이지만 반복되면 지루한 이야기다.

     

    한 두번이라면 모를까, 항상 엇비슷한 전개가 지속되는 이야기.

    때문에 이제 루크는 첫 몇 분만 보더라도 이야기의 결말까지 예측이 되는 지경이라 더 이상 메루루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항상 똑 같은 장면을 봐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고 하던가?

     

    심지어 이미 한번 봤던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디아나와 파이리스는 마치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인 것처럼 몹시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루크는 결국 ‘이건 어쩌면 최면의 일종이 아닐까?’라는 가설까지 세웠다.

    물론 그게 딱히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가설은 아니었지만.

     

     

    그 때, TV속의 영웅 메루루가 악당을 향해 일갈했다.

     

    -진실을 말하는 것도 용기야, 이 겁쟁아!

    -뭐, 뭣이!?

     

    그것은 마법으로 서로 위선적인 행동만을 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일그러진 가면’을 향해 메루루가 마지막으로 외치는 말이었다.

     

    -받아라, 이 악당! 스피리루 매지컬—, 러브 앤 피스!

     

    마침내 메루루가 기술명을 외치며 손바닥을 ‘일그러진 가면’을 향해 내밀자, 그는 메루루의 손바닥에서 뿜어져나온 하트 모양의 빔에 휩싸이며 비명을 질렀다.

     

    -크, 크아아악—!! 이 내가—!! 이렇게 사라지다니—!

     

    그러자 아이들은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는 듯, 숨 죽여 감탄했다.

     

    “……!”

    “……!”

     

    잠시 후, 악당이 사라져 정상화된 사회를 비추며, 메루루 역시 ‘숨기는 걸 제때 말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교훈을 남기며, 이렇게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막을 내린다.

    마침내 엔딩곡이 흘러나오자, 디아나가 감탄하며 웃었다.

     

    “정말 멋져!”

    “응!”

     

    메루루의 ‘진실을 말하는 것도 용기’라는 말은 아이들에게 정말로 감명이 깊은 말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메루루를 그동안 보면서 저 대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머리로는 몰라도 가슴으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메루루는 자신이 정령소녀라는 사실을 그동안 모두에게 숨기고 있다는 것에 굉장히 많은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메루루가 혼자서 악당들과 싸우는 것은, 보람차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쓸쓸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그런 메루루가 걱정이 되었던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데, 결국 메루루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터놓게 되었다.

    사실, 자신은 정령소녀라고 말이다.

    그렇게 메루루의 비밀을 알게 된 친구들은 굉장히 놀라지만, 동시에 응원을 하며 힘을 복돋아 주게 된다.

     

    그 장면은 아이들도 참 좋아했다.

    정령소녀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서 숨기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은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친구들도 정령소녀에 합류하게 되고, 극장판에서는 마침내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합체까지 하게 된다고 하지만, 그건 아직 극장판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정확히 모르는 이야기.

     

     

    디아나는 메루루의 방영이 끝나자 리모컨을 들어 TV를 끄며 말했다.

     

    “후아, 진짜 재밌었다. 그치.”

    “응.”

    “근데 좀 배고프다. 오빠는 언제 올까?”

    “맞아, 배고파.”

     

    파이리스가 배를 부여잡았다.

    사실 파이리스는 항상 배가 고픈 상태나 마찬가지였지만.

     

    “으음…….”

     

    파이리스의 시무룩한 표정을 본 디아나는 조금 고민을 했다.

     

    사실 오빠가 숨겨둔 과자가 어디에 있는 지, 자신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꽤 높은 찬장에 있어서 혼자서는 의자의 도움을 받아도 손이 닿지 않지만, 파이리스와 함께라면 꺼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터.

    그리고 만약에 몰래 먹은 게 들키더라도, 혼자가 아니라 파이리스와 함께 혼나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을 마친 디아나는 파이리스에게 살짝 물었다.

     

    “……파이야, 우리……. 오빠 몰래 과자 먹을까?”

    “과자? 먹을래!”

    “좋아! 그럼 날 저기로 올려줘!”

    “응!”

    디아나보다 상대적으로 육체능력이 더 뛰어난 파이리스가 디아나를 무동태우자, 디아나는 순조롭게 과자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잡았다!”

    “와아! 과자!”

    그렇게 힘을 합쳐 높은 찬장에서 과자를 꺼낸 디아나와 파이리스는 과자를 나누며 음료수로 축배를 들었다.

    디아나가 꺼낸 초코칩이 박힌 과자는 정말로 맛있어 보였다.

    밥 먹기 전에 몰래 군것질을 하면 혼나겠지만, 당장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잘 먹겠습니다!”

    파이리스는 항상 루크에게 배워서 하던대로, 식사 전 인사를 외치며 쿠키를 집어들었다.

    파이리스에게도, 이것은 일탈이었으니까.

    ‘언니 몰래 맛있는 거!’

    하지만 그 작은 일탈에 대한 파이리스의 기대감은, 결국 고통과 함께 끝났다.

    “아야!”

     

     과자를 씹는 이빨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결국 이빨이 썩은 것이다…. 아픈 것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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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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