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89

        

         

       당연하게도 진실이 밝혀지자 전 국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정훈상이 ‘일본이 이길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대놓고 일본 편을 들기 전까지는 거의 완벽하리만큼 훈훈하고 착한 청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릴 적부터 해왔던 선행에 대한 뉴스, 보육원에 기부했다는 뉴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자기 팬을 위해 시간을 쪼개서라도 찾아가서 격려해줬다는 뉴스….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된 사람이다.’라고 평가하게 만드는 것들이었고, 정훈상이 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낼 때까지는 그에게 속칭 ‘까임 방지권’, 줄여서 ‘까방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수도 없이 부여했던 것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니?

         

       어릴 적부터 선행은 그저 위선이었고, 실체는 악독한 괴물이었다니?

         

       당연히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민을 더 충격으로 몰고 갔던 것은 속속들이 밝혀지는 정훈상의 행적이었다.

         

       마약 브로커 활동.

       인신매매.

       절박한 상황의 연습생들을 이용한 일본 고위층 접대.

       원정 성매매 알선.

       살인 청부.

       공갈 협박 및 갈취.

       국가보안법 위반.

       …

       …

       …

         

       그야말로 감자처럼 수없이 딸려 나왔고, 양파처럼 까도 까도 새로운 것이 튀어나왔다.

         

       하나하나가 뉴스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찍혀 나올 것들.

       그런데 그게 여럿이 한 것도 아니고, 오직 혼자서 행한 것이다.

         

       이게 사람 새끼가 맞나 하는 의문이 튀어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게다가 ‘정훈상’이라는 매국노가 ‘보문산 전투’에서 국군이 패배하게 만드는 원흉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기까지 했다.

         

       외가 쪽이 군인 가문이라는 것을 이용해 군인들과 친분을 얻고, 얼굴이 예쁜 연습생들을 미끼로 그들에게 정보를 얻어낸 뒤 그것을 일본에 전달했다. 그 덕분에 일본은 황금 같은 정보를 여럿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을 통해 국군에게 계속해서 피해를 누적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크게 터져 나온 것이 바로 보문산 전투.

         

       매복 작전을 펼치고 있던 국군의 머리 위로 미사일과 마법의 폭격이 떨어지는,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던 끔찍한 참사였다.

         

       극비리에 진행된데다가 인공위성이 제대로 관측할 수 없도록 최신 장비를 이용한 매복 작전이었음에도 너무 어이없게 매복이 들통나 전멸한 사건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그 사건의 진범이 바로 정훈상이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들끓었고, 저 빌어먹을 매국노에게 사형을 내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정훈상은 사형을 구형받지 못했다.

         

       아니, 법적으로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때 이놈이 도주했다고 난리가 났었지. 현상금 때문에 용병들이 저놈 잡으면 짭짤할 거라면서 떠들던 것이 기억이 난다.’

         

       정훈상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귀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국민은 분개하며 저 빌어먹을 놈을 당장 잡아서 심판하라고 소리쳤고, 국가 역시 국민의 외침에 동조했다.

       정훈상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고, ‘공식적’으로는 살려서 데려와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확실한 고문이 가해졌다면 죽었어도 현상금을 줄 것이라는 조건을 퍼뜨렸고, 고문의 수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 또한 물밑으로 퍼뜨렸다.

       게다가 ‘상사’로 위장한 회사에 있는 공작원들을 전 세계로 퍼뜨려 무려 3년 동안이나 적극적으로 정훈상을 수색했으며, 그 이후에도 그를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훈상은 끝까지 잡히지 않았고, 전 세계가 세계 3차 대전 때문에 개판이 되어가자 정훈상의 행방은 그렇게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듯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죽었다면 어느 나라에서 죽었는지.

       살았다면 어떻게 들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모든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문으로 남게 되었고, 그렇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는 듯했는데….

         

       수십 년이 지난 후, 아주 어이없게도 정훈상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백골 탑.’

         

       정훈상은 주물(呪物)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엄선한 시체들을 잘 손질한 뒤 겹겹이 쌓아 올린 백골 탑에서 정훈상의 머리뼈가 발견된 것이다. 심지어 주술에도 추적되지 않도록 두개골의 안쪽에 온갖 주술이 걸려 있었고, 심지어 골격을 토대로 복원해도 알아차릴 수 없게 두개골을 일부러 깎아내기까지 했다.

         

       그렇다.

         

       정훈상은 도주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납치된 뒤, 잘 손질되어서 주물의 재료로 사용된 것이다.

         

       ‘원한을 잔뜩 샀으니 그 악업이 무겁고도 강력하여 악령과 악귀가 좋아할 만하고, 온갖 죄를 저질렀으니 등활지옥에서 아비지옥까지 모든 곳을 다 돌아도 그 죄를 쉬이 갚을 수 없으니 지옥의 상징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며, 게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받는 데다가 많은 이들이 강렬하게 갖기를 갈망하기까지 하니 가치도 높으니….’

         

       정훈상은 일반적인 인신공양을 하기에는 최악의 재료였다.

       실제로 신이 존재한다면 ‘이딴 것을 나에게 바쳐? 미쳤느냐?’라고 소리치며 인신공양을 한 사람에게 천벌을 내려도 할 말이 없으리라.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일반적이지 않은 인신공양을 하기에는 최상의 재료였다.

         

       부정하고.

       사악하고.

       오염되고.

       끔찍하고 역겨운.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혓바닥에 시궁창의 맛이 느껴지는 듯한 인신공양이라면, 저만한 재료를 찾기 드문 것은 분명한 사실.

         

       그렇기에 정훈상은 주술사에게 납치되었고, 주물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그냥 사용된 것도 아니다.

         

       필시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기 위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문이 동반되었음은 분명하고, 백골 탑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두개골에 혼이 귀천(歸天)할 수 없도록 조처해두었으리라.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이라!

         

       하늘의 그물은 성긴듯하나 악인을 놓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어쩌면 정훈상이 이러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은 마땅한 이치요, 하늘의 뜻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러한 하늘의 뜻이 남아있다면 마땅히 정훈상은 비슷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터.

         

       다만 제 업보를 돌려받는 것에는 필시 희생이 따르게 된다.

       회귀 전과 똑같이 미래가 반복된다면 무고한 수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것이요, 헛되이 목숨을 잃게 되리라.

         

       하여 진성은 이제순에게 보내는 첫 번째 정보를 정훈상과 연관된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이제순의 입장에서 가장 접근하기 편하면서 가장 악질인 자가 바로 정훈상이었으니까.

         

       그런데….

         

       ‘회귀 전에도 선동에는 도가 튼 것은 알고 있었으나, 벌써 이렇다니.’

         

       지금 이제순은 기자라고 불린다.

       하지만 회귀 전에는 그는 다르게 불렸다.

         

       선동가 이제순.

         

       기사를 이용해 사람을 마구잡이로 선동하고 다닌다고 하여 기자가 아니라 선동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기자가 조사 끝에 얻은 정보를 이용해 기사를 쓰는 것은 상식.

         

       하지만 이제순은 정보를 조합해 소설을 쓰고, 그것으로 파묻어버리는 것을 택했다.

       회귀 전이든, 회귀 후든 말이다.

         

       그는 사실을 교묘하게 조합해 사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만들어 놓거나, 사실을 10~20%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거짓말과 자기 생각으로 채워 넣어서 완전히 다른 결론을 유추하게 만드는 것을 즐겼고, 다른 사람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기 기사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즐겼다.

         

       심지어 구호물자 저장 창고의 위치를 그대로 기사로 실어서 일본이 폭격을 가하게 만들지를 않나, ‘VIP’로 분류되는 중요 인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막무가내로 쳐들어가서 위치를 발각되게 만들어 위험하게 만들지를 않나….

         

       사람이라기보다는 쓰레기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하지만 쓰레기가 아니라 쓰레기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어도 나라는 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는 짓을 보면 일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매국노로 분류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데, 정작 조사를 해보면 일본과 접촉하거나 내란범과 접촉한 적이 없으니….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해악인 인간이었다.

         

       혹자는 이제순을 ‘한국에서 기자로 환생한 무타구치 렌야(牟田口廉也).’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싹수가 참으로 노랗구나. 허허허.’

         

       게다가 지금 하는 짓을 보라.

       회귀 전에는 기자로서 관록이 붙기라도 했지, 지금은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며 빌빌 기고 있을 시기임에도 이렇게 거하게 일을 저질렀다.

         

       정말 싹수가 노랗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미래라는 가변적인 것.

         

       정훈상처럼 과거부터 끔찍한 짓을 저질러 지엄한 법의 철퇴를 맞고 감옥으로 가야 할 범죄자와는 달리, 이제순의 미래 역시 바뀔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뭐.

       바뀌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었다.

         

       쓰레기로 쓰레기를 치우는 것.

         

       독으로 독을 다스리는 것.

         

       이것은 훌륭한 이독제독(以毒制毒)이요, 훌륭한 재활용이 아니겠는가.

         

       미래와 다르게 사람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면 좋은 일이요, 쓰레기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면 그에 걸맞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니.

         

       모든 것이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