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89

       정철의 눈에 비친 호천안은 그런 괴물이었다.

         

       그 괴물에게는 또 다른 섬뜩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폭발적인 성장력이었다.

         

       갓 절정의 초입에 올라 경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던 자가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미 절정의 끝자락을 밟았다. 오대세가나 구파일방에서 최고로 꼽히는 후기지수라도 이룩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성장세.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정철은 당가타에서 호천안이 마지막으로 말했던 말을 떠올랐다. 호천안 저 자는 정녕 자신의 성장세마저도 꿰어볼 수 있는 괴물이란 말인가.

         

       저런 성장세라면 정말로 자신을 따라잡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철은 두려워졌다.

         

       호천안에게 패배하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인내와 모든 노력이 그저 아무 결실도 남기지 못한 채 스러질까 무서웠다.

       

       호천안에게 패배하며 정철이라는 자가 무림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거인이 아니라 그저 호천안이라는 자의 신화를 빛내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장치로써 소모되고, 고작해야 그런 자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잊혀질까 두려웠다.

         

       ‘없애야 한다….!’

         

       그렇게 살심을 품었지만 정철은 함부로 검을 뽑지 못했다.

         

       이미 정철의 머릿속에 자리잡는 호천안은 삼두육비의 괴물이었으니까.

         

       ‘내가 검을 뽑고 달려든다 한들 과연 호천안을 제거할 수 있을까.’

         

       손쉬운 일이었다.

         

       하루에 기껏해야 반 시진에서 한 시진만을 움직이는 일행. 가장 무력적으로 약한 호천안과 당소열만 남겨놓고는 상황의 반복.

         

       적당한 시기고 자시고 그저 온 힘을 다해 보법을 밟으며 낭아표랑도의 초식을 전개하는 것만으로도 절정고수의 불과한 호천안은 일수에 목을 내어줄 수밖에 없을 일이었다.

         

       그러나 정철의 손과 발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로 그럴까.

         

       정말로 호천안은 그렇게 손쉽게 베어 버릴 수 있는 상대인가. 사실 지금의 상황까지도 호천안은 예측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호천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완과 천하를 머릿속에 넣은 지략과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는 책략을 보여준 자가 아니던가.

         

       지금의 무방비한 모습조차도 연출이 아닐까.

         

       어쩌면 호천안은 나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자신의 미끼삼아 나를 낚아올리려는 것은 아닐까.

         

       이 근방에 악경철을 패퇴시킨 서장의 고수가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외에도 정철이 상상할 수 없는 수법이 안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혹과 망설임이 검을 뽑아들어야 할 정철의 손과 마음을 옭아매고 있었다.

         

       심리적인 위축을 떨쳐내지 못한 정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일행의 뒤만을 쫓았고 그 행적은 오늘 오독문의 마약밭을 습격할 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와 호천안 일행이 흩어진 자리를 보며 정철은 잠시 고민하다가 우선은 호천안 일행이 들린 동굴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마약밭의 습격이야 결과가 뻔한 일이었고 그런 습격을 나가는 길에 발굴한 동굴이 무엇인지 더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진입한 정철 앞에 보여진 광경은 푸른 빛을 내뿜는 돌과 그런 돌의 기운을 받아 푸른 문자들이 빛을 발하는 광경이었다.

         

       쿠쿠쿠쿠!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제법 강한 진동을 느끼며 정철은 이 진법이 기연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도무지 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진동과 신비한 빛을 발하는 뽑기진법을 앞에 두고 정철은 머리가 차가워짐을 느꼈다. 신비하고 기이한 현상을 목도하며 자연스럽게 호천안의 공포에 잠식되었던 정신이 되돌아온 것이었다. 

       

       

       이성을 되찾은 정철은 진법의 푸른 빛을 보며 생각했다.

         

       오독문의 마약밭을 제압한 호천안은 다시 돌아와 이 안의 무언가를 취하겠지. 그리고 호천안은 더 강해질 것이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따라잡힌다.’

         

       정철은 승부를 걸어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호천안의 계획은 깔끔하지 못했다. 오독문의 마약밭을 습격하는 와중 기연까지 챙겨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빈틈을 감수한 것일까.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천재일우의 기회. 

       

       만약 이마저도 함정이라면? 그렇다면 기꺼이 함정에 뛰어들어 주겠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뛰어 들어야 하는 법. 함정이 있다면 돌파하고 넝마가 되어서라도 반드시 호천안을 죽이겠다.

        

       “오래간만이로군.”

         

       그렇게 각오를 다진 정철은 석문을 닫아 퇴로를 없애며 호천안 일행 앞에 등장했다.

         

       *** ***

       

       용지맹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내 머릿속에서 용지맹이란 인물은 이미 퇴장한 인물이었다. 내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용지맹이라는 인물은 이 판에서 쓸모를 다했다. 사파의 세계에서 한 순간 반짝하고 스러지는 이들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좀 큰 건을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황군의 손에 잡혀 중형을 선고받은 처지가 되었으니 모두가 관심을 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철은 그런 용지맹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직접 움직일 정도로 말이다.

         

       누군가가 호천안이 아니라 용지맹을 추적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 정철의 등장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설도 그렇고 정철도 그렇고 왜 이렇게 다들 용지맹에 집착해?

       

       이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철은 또 왜 관심을 두었는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철의 눈에 비친 용지맹은 결국 끽해야 절정고수에 별다른 연고도 없고 계략은 좀 짰을지언정 결국 이설에게 팽당해서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일 뿐인데.

        

       매우 억울해졌지만 그런 억울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이 자리가 오늘 네 무덤이 될 것이다.”

         

       정철의 살기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그야말로 노도와 같은 경이 정철의 몸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사방을 장악했다.

         

       “큭!”

         

       “으음…!”

         

       정철의 경에 대응하는 일행이 가벼운 신음성을 흘렸다. 나 역시 정철의 경과 접촉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고작해야 경일 뿐이지만 마치 묵직하고 둔탁한 무언가로 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느낌.

         

       역시 화경.

         

       발기의 상위 경지, 이기(以氣)에 도달한 무인답게 일반적인 경과는 질적으로 다른 압박감이다.

         

       “이거 실망이군.”

         

       나는 일단 급하게 입을 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나는 어차피 가망이 없지만 다른 이들은 시간을 벌어 주면 무슨 수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언제든지 내 도전을 받아준다 하지 않았소?”

         

       “그랬지. 그러나 자네가 한 짓도 딱히 정상적인 도전은 아니었지 않나.”

         

       “정당하지 않은 도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일부러 정철의 평정심을 긁기 위해 시치미를 떼며 얄미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정철은 여전히 차가운 살기를 띄고 있을 뿐이었다.

         

       “포달랍궁을 움직이고 용지맹이 되어 속령파를 탈퇴시키고, 암룡문에 혼란을 일으킨 일까지 다 파악했다. 직접 군복을 입고 오독문의 영역까지 타격하고 발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흥, 그대 역시 당가타에서 참람된 짓을 저지르면서 지금의 당가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말했지. 나도 그와 같소. 사도련이라는 뒷배를 끼고 있는 당신을 치기 위해서는 사도련부터 공략하는 것이 순번 아니겠소?”

         

       “맞는 말이다.”

         

       정철이 검을 뽑으며 내 말에 동의했다.

         

       “그렇기에 반드시 오늘 이 자리에서 널 죽이겠다. 고작해야 사천낭인 한명 따위, 내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여겨 살려 두었거늘, 그 사천낭인 한 사람이 내 계획을 무너뜨리고 내 목을 조여올 줄 누가 알았겠느냐?”

         

       파즈즈즈즈즈!

         

       정철의 검에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막대한 기가 밀집하기 시작했다. 여일예가 전력을 다하는 강기는 마치 별무리와 같았다. 강기를 형성하고도 남아도는 방대한 양의 내공이 강기 주위로 결정을 이루기 때문이었다.

         

       정철의 강기는 그 이상이었다. 튼튼하게 올려진 한 겹의 강기 위에 두 겹째의 강기가 불안전하게 형성된 모양이랄까. 마치 격렬한 파도와 넘실거리는 강기의 형상은 보기만 해도 그 위력이 짐작되었다.

         

       “오늘 이 동굴에서의 일을 천하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되더라도, 그리하여 이 정철이 소인배로 손가락질 받을지라도 나는 너의 손 아래 쓰러진 적수 중 한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소리를…”

         

       다음 순간 정철이 땅을 박찼다.

         

       “사제!”

         

       “예!”

         

       여일예와 혁기린이 동시에 출수했다. 둘 중 선공은 여일예. 점창파의 대표 초식인 일수초현을 펼쳐낸 여일예의 기세는 정철 못지 않았다.

         

       쿠우우우웅!!

         

       전신에 강기를 두르고 검에는 특유의 별무리와 같은 강기를 두른 여일예는 정말로 단 한번의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심산인지 거의 정철과 동등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여일예와 정철의 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남다른 강기를 부리던 두 사람의 검이 충돌하자 막대한 충격파와 강기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검과 검이 충돌한 곳의 지면이 움푹 패일 정도로 막대한 힘의 격돌.

         

       “우욱!”

         

       그 힘의 격돌에서 먼저 밀려난 것은 여일예였다.

         

       여일예가 온 힘을 끌어내 기세와 힘의 크기는 비슷하게 맞춰졌지만 경지 차이에서 오는 역량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신강기가 박살난 여일예는 피를 토하며 크게 뒤로 밀려났다.

         

       다음으로 들어가는 것은 혁기린.

         

       사일검법의 환초인 섬형사영을 찔러 들어가는 혁기린의 검세는 확실히 매서웠다. 혁기린의 현재 경지는 초절정이나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 내실은 화경에 근접해 있는 상태였으니까.

         

       혁기린의 선택은 쓸데없는 변화는 모두 배재하고 환검의 질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내 수준으로는 아예 분간이 불가능한 두 가닥의 검이 상체와 하체를 노리고 쏟아진다.

         

       “이런…!”

         

       차장!!

         

       나는 혁기린의 공격을 보니 아차 싶었지만 이미 공격은 쏘아진 뒤였다. 정철의 눈이 한번 번뜩이고 두 갈래 환영을 모두 쳐내는 상하베기가 이어졌다.

         

       낭아표랑도.

         

       늑대가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것처럼 상하 베기, 혹은 좌우 베기 등의 이연격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이 요체인 검술. 하필 두 갈래로 응축한 혁기린의 환검은 낭아표랑도가 씹어삼키기에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평소에 정철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야말로 뒤늦은 생각이었다.

         

       “큭!”

         

       공격해 들어갔다가 완전히 초식에서 밀린 혁기린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정철 역시 기회라 생각하며 공격해 들어가려 했지만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비틀 수 밖에 없었다.

         

       당도연이 던진 암기가 전신요혈을 노리고 쏘아졌기 때문이었다.

         

       암기를 던진 당도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독문 제압작전 때 한바탕 암기를 소진했을 테니 당도연이 소지한 암기는 평소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상태겠지.

         

       “조심하시지요! 낭아표랑도는 이연격을 기반으로 하는 무공입니다! 상하 혹은 좌우! 반동 혹은 연계를 기반으로 풀어내는 초식이 대다수입니다!”

         

       “알겠습니다!”

         

       “낭아표랑도의 요체마저 알고 있나….내 오늘 반드시 네 숨통을 끊어야 할 이유가 늘었구나.”

         

       아까부터 날 두 번 죽일 것 같은 표정이 나를 세 번 죽일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뒤로는 잠깐의 소강 상태가 이어졌다.

         

       소강 상태를 만들어 낸 건 바로 흑묘의 구음기였다.

         

       스스스스

         

       경지의 고하와 별개로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성질의 기운 중 하나인 구음기가 정철의 기운을 조금씩 얼리기 시작한 것이다.

         

       라노징부의 강기에도 침투하던 흑묘의 구음기가 아니었던가.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구음기의 힘에 정철의 이목이 흑묘에게로 쏠렸다.

         

       “윽!”

         

       정철의 선택은 간단했다. 일행 전체를 압박하던 경력의 대부분을 흑묘에게로 집중한 것이다. 흑묘의 얼굴이 대번에 창백해지며 전력으로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쉬식!

         

       흑묘가 받는 압박을 떨쳐주기 위해서 나와 당소열이 암기를 던졌다. 암기는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막혔지만 혁기린이 재차 공격해 들어갈 틈을 만들 수는 있었다.

         

       그리고 측면에서 날아드는 당도연의 채찍까지.

         

       두 사람의 합공을 받아내기 위해 흑묘를 향한 압박을 풀어낸 정철은 침착하게 한 걸음 물러섰다.

         

       정철은 아예 우리들의 암기를 다 소진시키고 승부를 보려고 작정했는지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다.

         

       “큭!”

         

       정철의 검기를 받아낸 흑묘가 뒷걸음질 치며 파고든 경력과 충격을 흘렸다. 정철과의 충돌로 흑묘가 꽤 타격을 입었지만 정철의 검강 일부가 얼어붙어 있었다.

         

       “하아압!”

         

       얼어붙은 검을 노리고 혁기린이 검을 뻗었다.

         

       그 결과 얼어붙어 있던 정철의 검강 일부가 깨져나갔지만 그 깨진 틈으로 혁기린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고는 고작해야 정철의 검날에 흠집 하나 내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에 비해 흑묘가 내뿜는 구음기는 처음에 비해 확실히 기세가 죽었다. 정철의 경력에 집중적으로 압박당한 상황에서 직접적인 타격까지 입었으니 당연히 상태가 안 좋겠지.

         

       “후우….”

         

       흑묘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심호흡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흑묘가 무너지게 생겼다. 내상을 다스리며 호흡을 고르고 있는 여일예가 합류하더라도 흑묘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는 없는 상황.

         

       나는 심호흡을 하며 남은 비도 전부를 당소열에게 건네고 앞으로 나섰다.

         

       이대로 앞에 서 미끼가 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을 해야 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투장면을 한호흡에 쓰려고 했는데 딱히 잘 안되어버렸군요.

    낼 땡땡시 공일분에 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