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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9

    <289 – 지킬 건 지키는 훈훈함>

     

    암흑마나의 위력공식은 간단하다.

     

    암흑마나의 총량×암흑마나의 순도=암흑마나 지배파워

     

    하지만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마나술 또한 학년과 지식수준이 오를수록 이전의 상식이 뒤바뀌며 전에는 없던 공식이 지 맘대로 하나씩 늘어난다.

     

    암흑마나의 총량×암흑마나의 순도×마나제어술=암흑마나 지배파워

     

    양 많고, 순도 높고, 컨트롤 잘하고.

    삼박자만 잘 맞추면 양이 조금 딸리거나 순도가 조금 낮거나 컨트롤이 조금 낮아도 결과적인 최종값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마나적성, 개인의 정신력이나 순간최대출력, 신체의 내구도 등등도 영향을 미치지만 나야 당연히 모든 스텟이 빵빵하게 꽉 들어차있다.

    고순도에 대량의 암흑마나를 손에 넣은 매스각키 황녀라도 나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적성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내 암흑마나 적성은 말도 안 되게 높은데.

     

    황녀가 돈으로 긁어모은 암흑마나의 순도가 대단하기는 해도 사람이 타고난 적성이나 고인물테크닉으로 수련한 마나연공법까지 능가할 수는 없다.

    돈 많은 부자가 아무리 양질의 마나를 얻어도 타고난 천재의 천재성과 축적된 고인물의 지식을 능가할 수는 없단 말이지.

    재능의 차이, 적성의 차이는 그만큼 대단하다.

    황녀는 그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니까 그 차이를 이용해서 황녀가 키운 암흑조직을 나중에 단숨에 모조리 집어삼키려고 했는데…

     

    ‘여기서 들키면 황녀가 조직을 안 키울 거잖아!’

     

    모처럼 모은 암흑마나도 에퉤퉤 뱉어내듯이 모두 속에서 비워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곤란해!

     

    “나한테 복종해♡”

    “복종하면 머 해줄 건데?”

     

    그래서 연기를 시작했다.

    암흑마나가 서로 비등할 때 일어나는 ‘조건부 복종’의 모습을.

    황녀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암흑마나의 특징을 잘 아는 자쿠가 옆에서 말했다.

     

    “당신의 암흑마나가 오크노디를 압도하지 못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완전복종이 아닌 조건부복종. 심리기제를 무너뜨리거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저 상태의 암흑마나 소유자는 지배할 수 없지.”

    “으읏. 귀찮게 되었군요. 설마 고순도의 암흑마나를 지닌 저와 동등한 수준이었을 줄은.”

     

    쀼루퉁한 얼굴로 투덜거리던 황녀는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머 해줄 거냐니깐?”

     

    옆에서 황녀를 재촉하자 그녀의 눈에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래. 뭐가 됐든 들어주면 그만이잖아~? 말만 해봐. 뭐든 해줄 수 있어♡”

    “그럼 유니크등급 요리 백개 구해줘!”

     

    황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유니크 등급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복종해달라며?”

    “으으으. 알고 있어? 유니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맛의 요리가 되려면 엄청나게 독창적인 레시피나 실력, 그에 걸맞은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병든 아이를 위해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든 스프 따위로는 어림도 없다고?”

     

    넵, 알고 있습니다.

    조나와 리프의 미묘한 맛이 나거나 혀가 톡톡 쏘거나 가끔씩 감각이 마비되거나 배가 아파지는 요리도 유니크는 아니었으니깐.

    확실히 유니크요리는 고인물인 나라도 상당히 구하기 어렵지.

     

    “오히려 그만큼 귀하니까 당당하게 구해달라고 하는 건데?”

     

    내 복종을 얻고 싶다며?

    이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당당하게 조건을 제시하니 황녀가 눈치를 봤다.

     

    “나중에 줄 테니 일단 복종해♡”

    “싫어!”

    “으으, 복종하라니깐~!”

    “싫다구!”

    “때린다!?”

    “때려라! 난 머 맞고만 있나?”

    “황족한테는 존댓말을 써!”

    “너부터 해!”

    “애들 싸움이냐…”

     

    기가 막힌 얼굴로 중얼거리는 자쿠.

    그 말에 어른의 체통을 떠올린 내가 헛기침을 하며 바른생활 착한 어린이의 태도를 되찾았다.

     

    “백날 때 써봤자 소용없거든? 결제는 선불이야!”

    “흥! 너 같은 못된 아이의 복종 따윈 필요 없어!”

    “응 그 발언으로 종료. 내가 더 어른스러웠죠? 황녀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애보다 어른스럽지 못하죠?”

    “…진짜 때릴 거야!”

     

    단단히 화가 나서 손에 집히는 꽃잎을 닥치는 대로 뜯어서 단단한 강철다트처럼 휙휙 집어던지는 매스각키 황녀.

    잡힐락 말락 도망치면서 베에 혀를 내밀며 약 올리고 있으니 자쿠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끼리 싸워서 어쩌자는 거냐. 용사만 좋은 일을 할 셈이냐?”

     

    그건 또 곤란하지. 이해가 일치한 우리는 얌전히 정오의 경매가 열리는 간이경매장에 출석했다.

     

    “늦어.”

    “미안! 황녀랑 놀다왔어.”

     

    용사를 피해 어딘가에 숨어있던 즈앙이 한발 늦게 공터 바위그늘 밑에서 기어 나왔다.

    쯧 하고 혀를 차는 용사의 모습을 보니 혼자 있는 즈앙을 발견하면 탈락시킬 마음으로 가득했나보다.

    우당탕탕 무인도 생활 5일차.

    그럭저럭 즐겁다!

     

     

    * *

     

     

    매스각키는 솔직히 조금 기가 질렸다.

    복종이 통하지 않는 오크노디.

    힘이 비등하다면 자신의 암흑마나를 늘린다.

    그럴 작정으로 먼저 기운을 고조시켰음에도 오크노디는 꿈쩍도 하질 않았다.

    멈춰! 라거나 앉아! 라거나 기다려! 라거나.

    투닥투닥 하는 와중에 은근슬쩍 명령을 섞어봤지만 어느 하나도 듣지 않는 오크노디.

    태도는 가볍고 장난스럽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무서운 사실을 암시한다.

    오크노디가 힘을 숨기고 있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명령’하는 순간, 그녀는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봐주는 걸까?

    아니면 곧 따라잡힐 거라는 생각에 감추는 걸까?

     

    어느 쪽이건 이제는 용사 못지않게 오크노디도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무인도 경매 다섯 번째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상품은 <일회용 자객간파서비스>입니다.”

     

    이놈의 경매는 불매를 하려고 해도 매번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 나온다.

    황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용사와 성녀마저도 망설이는 기색을 읽었다.

    어디에든 눈과 귀를 펼쳐둔 재단.

    그들의 역량이라면 실제로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자객을 충분히 사전에 간파할 수 있다.

    황위계승권을 두고 목숨이 노려지는 입장에서 이 기회는 놓치기 아쉽다.

     

    제국의 황태자.

    매스각키 황녀의 오라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을 황위계승자.

    그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그녀를 가만 둘 리가 없을 테니까.

    용사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적의 등장을 대륙의 거악들이, 재단이, 마왕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자객의 파견은 필연적인 운명.

    이를 1회에 한해서나마 사전에 간파할 수 있다는 점은 강한 메리트가 된다.

    자객이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다가오기에 두렵지, 알고 대비하면 막을 방법과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넘쳐나기에.

     

    “1분 내로 입찰자가 나오지 않을 시 금일 무인도 경매는 유찰됩니다.”

    “참아, 유피.”

    “그래도…”

    “재단의 도움을 받아야만 이겨낼 수 있는 위기라면 그런 용사는 애초에 글렀어. 남의 힘에 의지하려는 시점에서 이미 끝장인거야.”

    “풋. 정말 간만에 용사다운 소리를 하네요.”

    “평소에는 용사 같지 않았다는 거야?”

    “왈가닥 깡패 같았죠.”

    “우씨. 이게 진짜 소꿉친구라고 까부네.”

     

    용사는 참았다.

    실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평판 관리는 개나 주는 막장용사지만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흘려들을 수 없었다.

    이슈타르의 말이 옳다.

    재단의 도움이 없으면 견딜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다면 애초에 자신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문제다.

    재단에 그런 식으로 은혜를 입는 시점에서 새로운 약점만 늘어나게 된다.

     

    ‘참자.’

     

    모두가 입찰에 응하지 않는 그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저요!”

    “…오크노디. 3만 포인트.”

     

    지금껏 모든 경매에서 한 번도 나선 적이 없었던 오크노디가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

    용사의 얼굴에도 황녀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동요가 떠올랐다.

    오크노디는 기본적으로 강하다.

    용사만큼은 아니지만 그녀가 지닌 다양한 재주는 용사조차도 위협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자객간파서비스를 구매했다.

    대체 왜?

    뭘 위해서?

    재단의 힘이라면 애초에 그녀에게 그 정도 서비스는 보통으로 제공해줄 텐데?

     

    충격 속에서 문득 떠오른 깨달음.

    그것은 재단의 특수성이었다.

    다른 조직, 다른 가정, 일반 상식 아래에서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식이 집안의 도움을 받는다.

    조직원이 조직의 도움을 받는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니까.

    그러나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한해서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어린 나이에 교육을 따르지 않으면 창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협박하는 조직에 상식 따위가 있을 리 없잖아?’

     

    다른 사람도 아닌 오크노디 본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소문을 전해들었다.

    간접적으로 소문을 모은 황녀조차 이런 흉악한 소문을 아는데 근처의 지인들은, 오크노디 본인은 얼마나 더 심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겪었을까.

     

    “6만.”

    “즈앙. 6만 포인트.”

    “앗, 즈앙! 그러면 안 돼! 이건 양보 못한다고.”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내 도움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한참 부족해!”

     

    오크노디의 친구가 포인트를 높이는 행동과 이를 말리는 오크노디의 모습은 눈물샘마저 자극했다.

    현역 암살자이자 그 은밀함은 마음만 먹으면 용사조차도 찾아낼 수 없는 실력자인 즈앙의 경호로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의 위협을 받는 아이.

    그런 오크노디의 방해를 할 수 없던 즈앙이 입을 꾹 다무는 사이, 다시금 입찰을 하는 오크노디.

     

    뺏으면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만큼은 안 된다.

    이건 적이라도 이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눈을 마주친 용사와 무언의 뜻이 오갔다.

    이번 경매는 포기하자고.

     

    “다섯 번째 경매상품 <일회용 자객간파서비스>는 오크노디 참가자에게 9만 포인트로 낙찰되었습니다.”

     

    경쟁관계라도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품위 있는 경매가 끝나며 황녀는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축하해. 꼭 필요한 상품을 가져가서.”

    “우릴 너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공존할 수 없는 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적어도 용사파티에게는 악을 자신의 손으로 멸한다는 신념이 있으니까요.”

    “유피의 말대로야. 우리 손에 살해당하기 전에 멋대로 엄한 자객에게 당하지는 말라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오크노디가 감동받았는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 *

     

     

    즈앙이랑 짜고 치고 입찰가를 올려서 쓰레기 상품을 고가에 떠넘기려다가 내가 물렸다.

    으으.

    네 함정은 전부 간파했다며 조롱하듯이 박수를 치는 용사와 황녀가 정말 밉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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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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