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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엘프들은 빠르게 번영하기 시작했다.

       

       나무에서 열리는 활과 화살을 이용해 숲 속의 동물을 사냥하고, 여러 나무들을 가꾸며 대삼림을 더욱 넓혀가는 그들은 이그드라실의 그늘 아래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거기에 대삼림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들 중 새롭게 엘프에 합류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결국 이그드라실에 의해 엘프로 변해 합류하기도 했으니까.

       

       이그드라실이 위치한 대삼림을 거점으로, 엘프의 번영은 첫 걸음을 떼었다.

       

       다만, 그런 엘프들에게도 불안요소는 존재했으니.

       

       이그드라실 주변에 가장 먼저 정착하여, 나에 의해 엘프로 변한 이들은 나중에 이그드라실에게 합류한 이들과 조금씩 차이를 두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기들은 처음부터 세계수 주변에 있었으니, 좀 더 순수하고 고귀한 엘프라나 뭐라나.

       

       차별의 시작은 그런 선착순스러운 이유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런저런 이유가 추가로 붙기 시작했다.

       

       이그드라실에 의해 변한 엘프보다 나에 의해 변한 엘프가 더욱 귀가 길고 아름답다느니, 감각이 예민하고 정령과 더욱 잘 교감한다느니 뭐니.

       

       그런 차이가 나온 것은 이그드라실과 나의 마법 숙련도 차이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차이는 아주 작은 차이일텐데. 저들은 그냥 차별을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아직은 아주 사소한 차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엘프라는 종족 내부에 큰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 터.

       

       이걸 내버려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간섭해야 하는가?

       

       인간이었으면…. 고민하지 않고 간섭을 했을 것 같지만. 음…. 이래서 이그드라실이 나보고 편애가 심하다고 했나 보다.

       

       저걸 그냥 내버려두면 고귀하다는 이들이 하이엘프가 되고, 반발하고 탈주한 이들이 다크엘프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음, 역시 그냥 두고볼 순 없지.

       

       나는 이그드라실을 찾아가 말했다.

       

       

       “저 아이들의 분란을 그냥 내버려둘 셈이더냐?”

       

       「무언가 손을 쓸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혼내더라도 잠깐만이고, 금방 다시 싸우게 되니…. 어떻게 해야 저들이 싸우지 않게 될까요?」

       

       

       어떻게라. 싸움은 나빠? 하고 말린다면? 어린 애도 아니고 그런걸로 멈출까?

       

       뭐, 이럴때는 살짝 극약처방을 내려도 괜찮지 않으려나.

       

       다른 세계의 어느 신화에는 이런 것이 있었지. 태양의 여신이 횡포에 질려서 동굴에 틀어박혀서 세상의 빛을 잃어버렸다던 신화가.

       

       대충 그 흉내를 내어도 좋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는게 어떻느냐?”

       

       

       저들에게는 조금 매콤한 처방이겠지만, 같은 엘프 종족 내에서도 저런 분란을 일으키는 놈들에게는 적당한 처방이 되리라.

       

       

       “네가 저들을 훈계한 후 저들을 완전히 무시하는게다. 저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할때까지.”

       

       「네? 저 아이들을 무시하라고요? 하지만 저 아이들은 제 보살핌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나약한 아이들인걸요!」

       

       “그러니까 더욱 효과가 큰 처방이지 않겠느냐. 잘못을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생존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터이니. 단, 이런 방법은 자주 쓴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테니 이번에만 써야 할테지만.”

       

       「으음…. 알겠어요. 엄마를 믿도록 할게요. 그런데 저 아이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싸우면 어쩌죠?」

       

       “거기서 내가 끼어들도록 하마. 저들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네가 돌아올 것인지. 압박하고 훈계하여 깨닫게 한다면 저들도 반성하지 않겠느냐?”

       

       

       이것도 일종의 당근과 채찍일까? 아니, 둘 다 채찍일 것 같은 느낌인데.

       

       뭐, 그래도 나는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쪽이니까.

       

       

       「알겠어요. 그러면 아이들을 부탁드릴게요.」

       

       “맡겨두거라.”

       

       

       그렇게 이그드라실은 엘프들을 혼내기 시작했다.

       

       

       「어찌하여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느냐! 모두 다 같은 나의 그늘 아래의 아이들이거늘! 더는 참을 수 없구나! 너희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할때까지 나는 너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

       

       

       이그드라실의 강경한 목소리가 엘프들에게 전해지고, 엘프들은 크게 당황했다.

       

       활로 사냥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작 단계. 불을 제대로 피우지 못해서 거의 생고기로 먹고 있는 이들인 만큼…. 그들의 주식은 이그드라실의 열매이니.

       

       엘프들은 설마 이그드라실이 열매도 내려주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지만.

       

       며칠의 시간이 지나며 설마는 사실이 되어 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세계수시여! 잘못했습니다! 이게 다 저 얼치기 놈들 때문이야!!!”

       

       “뭐?! 네놈들이 우리를 무시했잖아! 이그드라실께서는 우리도 엘프라고 하셨어! 근데 왜 네놈들이 우리를 무시하냐고!!”

       

       “뭐라고? 귀가 짧은 놈들의 말은 안들리는걸?”

       

       

       와. 혐성보소.

       

       아니. 아니지.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엘프들은 이그드라실이 틀어박혀 열매를 맺어주지 않자 서로를 탓하며 싸워대기 시작했다.

       

       아직은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시간문제겠지.

       

       여기에서, 내가 끼어들도록 하자.

       

       나는 광장에 모여든 엘프들 사이로 뛰어내렸고, 갑자기 위에서 나타난 나의 모습에 엘프들은 크게 놀랐다.

       

       

       “그만.”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 후, 마력을 이용해 광장의 중력을 살짝 늘려서 엘프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었다.

       

       

       “싸우지 말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싸우고 있구나. 이 어리석은 놈들아.”

       

       

       엘프들은 갑작스레 늘어난 중력에 짓눌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경악했다.

       

       예민한 감각에 자신이 있었던 엘프들도…. 나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있어선 안되는 것이 있는 것을 보는 느낌이 저러할까.

       

       

       “당신은….”

       

       

       내가 손수 바꾸어준 엘프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쉽사리 말을 떼지 못했다.

       

       대충 활을 쏴서 바위를 박살내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외부인…?!”

       

       

       나를 모르는 엘프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구나.

       

       뭐, 그럴만 하지. 새로 엘프에 합류한 이들은 나를 모를테니까. 이그드라실이 직접 바꾸어 주었을테니까.

       

       

       “외부인은 빠져! 이 문제는 엘프들의….”

       

       “바보자식! 이 분이 누군줄 알고!!”

       

       “뭐?! 바보라고?!”

       

       

       얼씨구. 이제는 또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네. 심지어 중력으로 몸이 무거운 상태일텐데도 주먹질을 하려고 투닥이고 있다니.

       

       

       “조용히.”

       

       

       나는 광장의 중력을 좀 더 끌어올렸고, 엘프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땅바닥에 납짝 엎드렸다.

       

       

       “그렇게 싸우는게 지긋지긋하여 이그드라실이 너희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는데, 또 싸우려는 것이냐. 너희들은 실로 바보로구나.”

       

       “크윽….”

       

       “끄르으윽….”

       

       

       땅바닥에 벌레마냥 납짝 엎드려서 끙끙거리는 엘프들. 조금은 한심해보이는 모습이로다.

       

       

       “내가 너희들에게 온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가지고 온 것인데…. 이래선 너희들이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겠구나. 안타깝고 또 안타깝구나. 이것이 엘프라는 종족의 결말이라니.”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엘프들을 짓누르는 중력 마법을 해제했다. 그러자 엘프들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을 일으켰다.

       

       

       “당신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신 것입니까?”

       

       “물론. 네놈들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지 않느냐?”

       

       

       문제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니.

       

       하지만, 저들에게는 그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없지만.

       

       

       “그건….”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엘프 내부의 문제입니다. 저들이 우리를 같은 엘프 취급을 하지 않으니 생기는 문제이지요.”

       

       

       나를 모르는 이의 목소리. 확실히, 저들이 먼저 차별하긴 했지.

       

       

       “모두 같이 세계수의 그늘 아래에 살아가는 엘프인데, 사이 좋게 살아가면 안되는 것이냐?”

       

       

       그들은 대답이 없었다.

       

       한심한 녀석들 같으니.

       

       

       “너희들은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는게 먼저겠구나.”

       

       

       서로의 상황이 되어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나는 마법을 사용했다. 서로 편가르기를 하듯 양쪽에 나뉘어 있는 이들의 종족을 서로 바꾼다.

       

       나에 의해 변한 엘프들은 이그드라실에 의해 변한 것처럼.

       

       이그드라실에 의해 변한 엘프들은 나에 의해 변한 것처럼.

       

       그 차이는 아주 미묘한 정도이지만. 저들에게는 확실히 체감이 되리라.

       

       

       “이건?!”

       

       “허억….”

       

       

       체감도 심하지만, 역체감도 심할테지.

       

       

       “서로의 심정이 되어보니 어떻느냐?”

       

       “굉장히…. 답답합니다….”

       

       “이, 이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좋아. 슬슬 서로의 심정을 이해한 모양이구만.

       

       

       “더는 싸우지 않는다고 맹세하겠느냐?”

       

       “네! 맹세합니다!”

       

       “저…. 저희들 모두 이렇게 바꾸어주실 순 없으신지요…?”

       

       

       엒.

       

       아니, 뭐. 어렵진 않다만. 그러면 또 새로 오는 엘프들은 어쩌라고?

       

       모두 내가 바꾸라고? 이그드라실이 들으면 삐질게다?

       

       

       “이그드라실이 손수 바꾸어 준 것인데. 그것이 불만인게냐?”

       

       “아니, 그게 아니고….”

       

       

       엘프들에게 이그드라실은 절대적인 위치일테니. 이그드라실이 해준 것이 불만이라면 어떤 꼴이 되려나.

       

       꽤나 재밌겠지?

       

       

       “알겠습니다. 저희도 더는 이들과 싸우지 않겠습니다.”

       

       “이들이라니, 같은 엘프 아니더냐. 사이 좋게 지내거라. 사이좋게.”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엘프들의 싸움을 중재한 후, 나는 엘프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주었다.

       

       예민해진 감각이 원래대로 둔해진 엘프들은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화해를 했으면, 이제 이그드라실을 달랠 방법을 알려주마.”

       

       

       나는 주변을 맴도는 정령들을 불러모았다.

       

       불의 정령. 물의 정령. 바람의 정령. 대지의 정령. 그리고 나무의 정령.

       

       빛의 정령과 어둠의 정령은 조금 숫자가 적구만.

       

       그런 정령들에게 마력을 나누어주고, 그 모습을 실체화시킨다.

       

       

       “이건…!”

       

       “너희들은 정령과 대화할 수 있긴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본 일은 없었겠지.”

       

       

       마력을 나누어 준다면 이렇게 모습을 구현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생물이 지금 지상에는 없었으니까.

       

       아, 드래곤은 가능하구나.

       

       

       “이 정령들의 힘을 빌리는 방법을 너희들에게 가르쳐주마.”

       

       

       역시 엘프하면 정령술이지! 아무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하루는 친구가 놀려와 1박2일로 놀다 갔습니다.

    신나게 놀고 보내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뒤로 아직 낫지 않은 목감기가! 목감기가아!!!

    정신 차리니 아침이네요. 워매…

    몸뚱이도 여러가지로 한계였던 모양이고…

    그래서 하루 못썼습니다. 어흒 마이깟…

    분명 엘프 이야기는 끝났어야 했는데… 어째서 계속되고 있는거지?!

    말해라! 나!!!

    킹치만… 하이엘프는 못참는걸…. 높은 귀쟁이 어케 참아…

    아마 다음편에 엘프 마무리하고 수상한 놈들이 올지도 모릅니다. 수상하다 수상해.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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