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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29화. 저주와 성지 ( 3 )

       

        

       

       

       

       화아아악ㅡ!

       

       태초에 있었다는 창세의 빛이 이러할까? 안토니오는 광장을 향해 떨어지는 새하얀 빛의 기둥에 전율했다.

       

       저 거대한 빛을 보라! 저 장엄한 광경을 보라!

       

       저 안에 깃든 신성함이 보이지 않는가? 그 누가 감히 신께서 지상을 버렸다고 말하고 다니는가?

       

       대사제 안토니오는 감동과 기쁨에 몸을 떨면서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늙은 대사제의 깊은 주름을 따라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아…! 신이시여…’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이 온 사방에 충만하다. 빛의 기둥에서 퍼져나온 빛무리가 온 사방을 가득 채웠다.

       

       반딧불이처럼 은은한 빛을 내뿜는 작은 별들이 지상에서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누, 눈이 보여…! 앞이 보인다!”

       

       

       장님이 눈을 뜨고.

       

       

       “아…? 팔, 팔이 생겼어! 팔이 다시 생겼다고!!”

       

       

       잃어버린 신체가 자라났다. 잃어버리고 결손된 자들에게 내려앉은 작은 별빛이 그들에게 기적을 선사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이…’

       

       

       데모닉은 장엄한 빛의 기둥과 온 사방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봤다. 반딧불이처럼 작은 별빛 하나하나에 대사제를 훨씬 뛰어넘는 신성력이 모여있다.

       

       그야말로 인지를 초월한 현상. 이것이 신의 기적…

       

       

       ㅡ사아아

       

       

       데모닉의 발아래에서 일렁거리던 그림자에 별빛이 내려앉았다.

       

       

       끼에에엑ㅡ!

       

       

       작은 별빛이 사뿐하게 그림자에 닿자, 그림자가 거칠게 일렁거리며 귀곡성을 토해낸다. 

       

       이내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것이 먼지처럼 흩어지며 평범한 그림자가 되었다.

       

       

       “이건…?”

       

       

       데모닉은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어느 사이에 꼬리까지 붙였단 말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붙은 악마들의 꼬리를 보며, 데모닉이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신께서 보우하셨군…’

       

       

       계속해서 그림자에 꼬리를 붙여뒀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데모닉은 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ㅡ 다섯 신과 여섯 번째 신이시여!

       

       ㅡ 자비로우신 분, 감사합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눈 앞에 펼쳐진 신앙의 증명, 신의 기적. 어쩌면 신화의 시작이 될 순간.

       

       영광스러운 순간의 현장에 있음에, 그들은 열광하고 기도했다.

       

       

       파츠츳ㅡ

       

       

       영원할 것 같았던 빛의 기둥이 점차 얇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 조금씩 조금씩 작아진다.

       

       빛의 기둥이 차츰 모습을 감추고, 기둥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문이 남아있었다.

       

       아니, 문이 맞을까?

       

       

       ㅡ 저게 뭐지?

       

       ㅡ 문…인가?

       

       

       아치형의 다리를 뚝 잘라다가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으로, 간신히 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사람들은 빛의 기둥이 남기고 간 문을 향해 우글우글 모여들었다.

       

       

       ㅡ 맙소사, 이 조각들 좀 봐.

       

       ㅡ 엄청나군…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이겠어…

       

       

       문의 좌우 기둥에는 섬세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가장 작은 생물부터, 가장 거대한 생물까지 모든 것들이 정교한 그 모양새를 자랑했다.

       

       사람들은 문에 손을 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지상을 버리지 않은 신에게 경배를. 

       

       자비로운 신에게 찬양을 노래했다.

       

       

       ——————…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한 마음, 한뜻으로 바치는 경배가 울려 퍼진다.

       

       

       장엄하고 엄숙한 광경에 성기사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넋을 놓고있던 성기사들에게 데모닉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 뭐하나! 사람들이 일정거리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당장 대사제분들을 모셔와라!”

       

       “예, 옙! 알겠습니다!”

       

       

       그제서야 성기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성기사들의 통제에 따라 순순히 문에서 멀어졌다. 

       

       눈앞에서 신의 기적을 목도해서일까? 사람들의 눈에는 광기처럼 일렁거리는 신앙이 비췄다.

       

       

       쿠그그그ㅡ

       

       “…문이?”

       

       

       그때, 굳게 닫혀있던 문에서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문이 무거운 몸을 스스로 움직이며,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조금씩 열리는 문의 틈으로 새어나오는 눈부신 빛. 이 문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 걸까.

       

       

       – 오,오오… 

       

       – 문이… 문이 열린다.

       

       

       동요하는 사람들. 거대한 문은 아주 약간 열렸지만, 그 간격은 사람이 여유롭게 다닐 정도로 넓었다.

       

       

       ㅡ촤아앗

       

       

       작게 열린 틈에서, 눈부신 은하수가 흘러나왔다.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허공을 누비는 은하수가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키비타스의 하늘에는 아침을 뒤덮는 은하수가 넓게 펼쳐졌다. 인지를 초월한 광경에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문을 외웠다.

       

       하늘을 뒤덮은 은하수에서 세 개의 별이 빛나고, 지상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꺄앗!”

       

       

       첫 번째 별이 분홍머리의 여자아이를 비췄다. 갑작스레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에 핑크머리 루엘의 얼굴이 붉어지며 눈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이 루엘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그녀를 인도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가볍게 끌어당긴다.

       

       

       “이, 이게 뭐에요…?”

       

       

       루엘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별의 인도대로 차츰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경외심에 찬 표정을 지으며 길을 열어줬다.

       

       

       “음…”

       

       

       데모닉을 향해 두 번째 별이 내려왔다. 오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이 부드럽게 그를 감싼다.

       

       그리고 데모닉을 거대한 문으로 인도한다.

       

       

       ‘신이시여…’

       

       

       데모닉은 별을 따라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사람들 틈에서, 별의 인도를 받으며 나오는 안토니오 대사제가 보였다.

       

       그는 눈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떨고 있었다.

       

       

       “오오, 신이시여! 드디어 이 미천한 종을 거두어주십니까?”

       

       

       연신 성호를 그으며 기도문을 외우는 안토니오. 데모닉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심장은 거세게 쿵쾅거렸다.

       

       거대한 빛의 기둥에서 나온 범상치 않은 문. 그리고 별빛에 인도받은 세 명의 신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이윽고 하늘을 덮은 은하수에서 성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듣지 못하는 자여, 보아라.》

       

       《보지 못하는 자여, 들어라.》

       

       《내가 첫 번째 사도에게 사명을 부여하여 지상에 임하였으니.》

       

       《이는 세상을 뒤덮을 어둠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허나, 하나의 손으로 물결을 바꿀 수는 없는 법.》

       

       《이에 순수한 아이, 현명한 노인, 건장한 청년을 시켜 나의 사도를 돕게 함이니.》

       

       《그대들은 마땅히 나의 땅으로 와서 사명을 받들라.》

       

       

       만신전에 모여있는 모두가 머리를 조아렸다. 영광된 목소리를 들어라. 

       

       찬양하고 찬미하라.

       

       대사제 안토니오는 땅에 고개를 쳐박고 미친듯이 울며 기도했다.

       

       눈물이 땅을 향해 뚝뚝 떨어지며 연신 자국을 남겼다. 

       

       

       “아…아아…”

       

       

       데모닉은 영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충만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아픔을 느끼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신께서 자신들을 시켜 당신의 사도를 돕고자 하심이니.

       

       데모닉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자, 기회였다.

       

       그 아이를 도울 기회.

       

        

       화아아악ㅡ

       

       

       살짝 열린 문의 틈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광장의 모든 이들이 그 빛에 눈을 가렸고ㅡ

       

       빛이 잦아들었을 때, 세 명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

       

       

       

       “…음?”

       

       

       어둠 속에 떠있는 거대하고 붉은 눈이 작게 꿈틀거렸다. 칠흑 같은 어둠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눈동자의 주변을 휘감았다.

       

       

       《심어둔 꼬리가 걸렸군.》

       

       

        언짢은듯 한 목소리에 근처에 서 있는 해골들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안절부절하며 불안해하는 모습.

       

       

       “제, 제가 다시 가서 눈을 심어둘까요?”

       

       

       저 멀리 있는 해골이 설설기며 말했다. 붉은 눈동자의 동공이 바늘처럼 가늘어지더니

       

       

       ㅡ퍼석!

       

       

       눈동자 주변을 맴돌던 어둠이 화살처럼 해골의 두개골에 틀어박혔다.

        

       

       《누가 너에게 말을 허락했지?》

       

       

       길가의 벌레를 죽인 듯한 태연한 말투에 해골들이 덜덜 떨며 고개를 깊이 조아렸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실로 죽음 그 자체였으니. 이미 죽음을 극복한 이들에게도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자였다.

       

       

       《그 놈의 딸에게 표식은 잘 새겼더냐.》

       

       

       “예. 제가 고룡의 눈을 통해서 관측하고, 직접 영혼에 저주를 새겼습니다.”

       

       

       

       

       눈동자의 물음에 한 해골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고급스러운 회색빛 로브를 걸친 해골에게서는 푸른 귀화가 이글거렸다. 

       

       

       《호오… 네가 그 놈의 딸을 발견했던가?》

       

       

       “그렇습니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미처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리치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붉은 눈동자는 리치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됐다. 딸년의 영혼이 조금씩 나에게 오는 것이 느껴진다… 실로 달콤하니 기분이 좋구나.》

       

       

       《그 놈은 머지않아 선택해야할 것이다… 내 벌써 그 얼굴이 기대되는구나.》

       

       

       리치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더욱 깊이 숙였다.

       

       어둠 속에서 불길한 웃음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

       

       

       

       

       치이익ㅡ

       

       

       달궈진 웍 안에서 김치와 스팸들이 볶아지면서 매콤하고 달콤한 향기를 자아낸다. 쉬지않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웍을 이리저리 흔들어 줘야 한다.

       

       

       “흣차!”

       

       촤아악ㅡ

       

       

       김치와 스팸이 적당히 볶아졌을 때 찬밥을 재빨리 넣어서 볶아준다. 그렇게 잘 섞어서 볶아주면 오늘의 저녁 김치스팸볶음밥 완성.

       

       케찹 콩나물 무침을 먹기 전 최후의 만찬이니 후회없이 즐겨야한다.

       

       

       “이게 야스지.”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식힌 맥주와 함께 볶음밥을 먹는 것이 바로 궁극의 야스. 재빨리 캔맥주 하나를 꺼내 식탁을 차렸다.

       

       밥을 먹으면서 함께 볼만한 영상을 찾아 주르륵하고 핸드폰의 스크롤을 내린다.

       

       

       삥뽕ㅡ

       

       

       그때, 핸드폰에서 푸쉬형 알림이 울렸다.

       

       

       《다른 차원의 주민이 신전을 방문했습니다! 어서 확인해보세요!》

       

       

       나는 재빨리 게임에 접속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핫♡ 휴재인데 올라와서 놀란거야?♡ 바보♡ 허접♡ 진짜 안 올라올 줄 알았어?♡ 바~보♡ 완전 기분 나빠♡ 바보 독자♡ 진심 최저야♡

    … 장난입니다. 휴재선언하고서 올린 이유는… 이 못난 글쟁이가 어제 후원해 주신 분에게 감사 인사를 적는 걸 깜빡했기 때문입니다!!!

    악!!!!! 그래서 이걸 공지로 올릴까, 작가의 말을 수정 할까 하다가 그냥 한편 적어서 올립니다!!!

    – ‘섬광탄고양이’님!!! 8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독자님의 후원감사인사, 3천자로 대체되었슴니다!!

    – ‘Nurim0’님!!! 100코인 후원!!!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 ‘카르디엔’님!!! 4코인 후원!!! 칭찬 감사합니다!!! 항상 더 재밌는 글을 목표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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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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