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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일등상이요?”

       

       이번엔 내 눈이 휘둥그레질 차례였다. 

       

       일등상은 고사하고 가장 저렴한 알사탕만 아니면 잘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일등상이 당첨될 줄이야.

       

       “쀼우?!”

       

       아르도 자신이 뽑아 놓고 놀랐는지, 진행자 쪽과 자신의 앞발을 커다래진 눈으로 연신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혹시 내 손이 진짜 금손이 아닐까?’ 하는 눈빛으로 일등상을 뽑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진행자는 그런 아르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야, 정말 축하드립니다! 여기 히파르 온천 이용권입니다. 2인 입장이 가능하니 두 분이서 방문하시면 딱 좋겠네요!”

       

       진행자가 상품함에서 빳빳한 새 티켓 두 장을 꺼내 아르에게 내밀었다.

       

       “쀼우.”

       

       아르는 티켓을 받아 들고는 거기에 쓰여 있는 글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연 속 작은 천국, 히파르 온천 이용권! 히파르 온천에서 당신의 피로를 모두 녹여 드립니다!]

       

       “쀼우?”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티켓을 내밀었다. 

       나는 티켓을 받아 들며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응, 히파르는 저어기 북쪽에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야. 온천은 우리가 어제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들어갔던 거 기억나지? 그게 밖에 어엄청 크게 있는 곳이야. 욕실보다 훨씬 크고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쀼우…!”

       

       처음엔 상상이 잘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나와 함께 욕실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한참 몸을 담갔던 기억이 떠오른 듯 아르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쀼우우!!”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아르를 본 주변 사람들도 축하의 박수를 쳐 주었다. 

       

       “아휴. 잘됐네, 잘됐어.”

       “저 웃는 것 좀 봐.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지는구만.”

       “귀여워….”

       “축하하네, 청년! 그리고 저 꼬마도.”

       

       사람들의 축하를 받던 중, 나는 아르에게 기회를 양보해 주었던 사내 역시 박수를 쳐 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저기, 아르에게 기회를 양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좀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 주신 기회로 일등상을 뽑은 거라….”

       

       그의 기회로 일등상을 뽑은 거니, 어떻게 보면 그의 입장에선 일등상을 뺏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쀼우….”

       

       아르도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살짝 시무룩해진 얼굴로 사내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사내는 껄껄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크하하! 전혀 신경쓸 필요 없네. 어차피 내가 줄 서서 던졌어도 가운데에 못 맞혔을 걸세. 어렸을 때부터 운동 신경은 꽝이었거든.”

       “그래도….”

       “그리고 맞혔다고 하더라도 일등상을 뽑는 건 또 다른 이야기기도 하고. 결국 당첨 막대를 뽑은 건 요 쪼그만 녀석이지 않나. 이 녀석 손이 보배였던 게지.”

       

       사내는 아르의 작은 앞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일등상 양보해 주셨다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을게요.”

       “쀼우!”

       “껄껄.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게. 다만 한 가지.”

       “네?”

       

       사내는 진지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 손가락으로 아르의 앞발을 가리켰다. 

       

       “그렇게 감사하다면 저 운 좋은 작은 손을 한 번 잡아 봐도 되겠는가?”

       “아아, 그런 거라면….”

       

       갑자기 뭔가 엄청난 걸 요구할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에 조금 쫄아 있었던 나는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쀼우!”

       

       아르도 고맙다는 듯 선뜻 사내에게 앞발을 쭉 내밀었다. 

       

       사내는 거친 손으로 아르의 앞발을 꼭 잡았다. 

       

       “오오…. 부드럽구만….”

       

       그의 표정이 풀어졌다.

       조심스럽게 아르의 손바닥에 있는 젤리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만족한 얼굴로 손을 놓았다. 

       

       “이 보배 같은 손을 쥐니 좋은 운까지 받아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먼. 그럼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즐기다 들어가게나.”

       “네, 고맙습니다.”

       “쀼우웃!”

       

       나는 온천 이용권을 주머니에 넣고, 진행자에게 다시 한번 인사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등상은 놓쳤으니 이등상 노리고 간다!”

       “파이팅!”

       “아! 아깝다!”

       

       온천 이용권은 이미 따 갔지만, 그래도 마냥 저렴한 상품만 걸리는 건 아니라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아까보다 열심히 다트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벤트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길을 지나치던 사람들도 아르가 일등상을 뽑아 울린 팡파레에 시선을 이끌려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벤트 줄은 점점 늘어나 이내 야시장 골목을 쭉 갈라 놓을 정도가 되었다. 

       

       나는 아르를 안은 채로 인파 속에서 빠져나와, 비교적 한산한 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아르, 일등상을 뽑다니 대단한데?”

       “쀼우우!”

       “진짜 이 젤리에 복이라도 들어 있나 보다.”

       “쀼우?”

       

       나는 아르의 어리둥절한 반응에 피식 웃으며, 아르의 앞발을 가볍게 잡고 조물거렸다. 

       

       ‘정말 이게 뭐라고 용병 길드 사람들도 그렇고 다들 한 번씩이라도 만져 보려고 하는지….’

       

       조물조물.

       

       ‘…라고 생각했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이거 진짜 중독성 오지네요.

       

       주물주물.

       

       “뀨우.”

       

       아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내 손에 가만히 앞발을 맡긴 채 작게 뀨우 소리를 냈다.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거리를 걷던 나는 마침 작은 간식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르야, 우리 푸딩도 사 갈까?”

       “쀼우?”

       

       푸딩이 무엇인지 몰라 눈을 끔벅이는 아르를 데리고 가게 앞으로 간 나는 곧바로 가장 맛있어 보이는 푸딩 몇 종류를 주문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이거랑 이거 주세요!”

       

       ***

       

       “…너무 많이 샀나?”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음식은 이미 넣었고, 더 넣으면 안에서 뭉개질 것 같아 포장해서 손에 들고 가는 것도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안고 있던 아르는 어깨 위로 올린 지 오래였고, 아르는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날 응원해 주는 쪽을 택했다.

       

       “쀼우…! 쀼우…!”

       “그래, 이제 다 왔다!”

       

       나는 여관의 문을 머리로 밀고 들어갔다. 

       

       “어서옵쇼…?”

       “여기 큰 방에 욕실 추가요! 식사는…. 안 주셔도 돼요.”

       

       주인장은 내 모습을 보더니 과연 그래 보이신다는 표정으로 가격을 안내했다. 

       

       “욕실 추가까지 12실버입니다.”

       “아르야, 돈 드려.”

       “쀼우!”

       

       아르는 내 가방 뚜껑 쪽에 매달아 놓은 작은 돈 주머니를 잡아, 안에서 10실버짜리 은화 하나와 3실버짜리 은화 하나를 꺼냈다.

       

       “쀼…!”

       “1실버짜리 다 썼나? 그냥 그거 다 드려.”

       “쀼웃!”

       

       내가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어깨를 내밀어 주자, 아르는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은화 두 개를 주인장에게 내밀었다. 

       

       ‘이제 계산도 척척 잘하네. 나중엔 혼자 심부름도 하겠어.’

       

       야시장에서 내 손이 부족해질 때쯤, 나는 따로 은화와 동화만 들어 있는 작은 주머니를 따로 가방 위쪽에 매달아 아르가 대신 계산을 할 수 있게 했었다. 

       

       -어머, 똑똑해라! 얘가 돈 계산도 할 줄 알아요?

       -허허! 거 똘똘한 놈일세!

       

       그런 아르를 예쁘게 봐 준 가게 사장님들이 서비스를 팍팍 넣어 줘서 손이 더 부족해졌지.

       

       “이야, 사역마가 참 똑똑하네요. 얘야, 여기 거스름돈 1실버란다.”

       

       그 말에 내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저, 잔돈은 안 주셔도 되는데 이거 좀 같이 들어서 방까지만 옮겨 주실 수 있을까요?”

       “아아, 예! 물론입죠!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주인장은 반은 기쁘고 반은 아쉬운 표정으로 내 짐을 들어 옮겨 주었다. 

       

       아마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 내밀고 거스름돈을 기다리고 있던 아르에게 은화를 쥐어 주지 못해 아쉬운 모양이었다. 

       

       여튼 우리는 방에 도착해 짐을 모두 내려놓았고.

       

       “후우. 이제 살겠네.”

       “쀼우!”

       

       나는 뻐근한 몸을 이끌고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와, 진짜 피곤하다.”

       “쀼우우!”

       “일단 조금만 쉬고, 물 다 데워지면 씻은 다음 야식 먹을까?”

       “쀼웃!”

       

       아르도 야시장에서 계산하랴 어깨 위에서 날 신경 쓰랴 피곤했던 모양인지 내 바로 옆에 냉큼 대 자로 누웠다.

       

       “푹신하고 좋네.”

       

       금방이라도 눈이 감길 것 같았지만.

       

       ‘여기서 잠들 순 없지.’

       

       따뜻한 물에 몸 푹 담그고, 나와서 맛있는 야식까지 먹고 잘….

       

       “쿠울….”

       “뀨우….”

       

       그렇게 의식이 멀어질 뻔한 어느 순간. 

       

       “손님, 물 다 데워졌습니다!”

       “어? 어! 네!”

       “쀽!”

       

       욕실 물이 다 데워졌다는 말에 나와 아르는 눈을 번쩍 뜨며 허둥지둥 일어났다. 

       

       “아이고, 손님. 주무시는 데 괜히 방해가 됐을까요?”

       “아닙니다! 잘 깨워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쀼우!”

       “다행이네요. 좋은 시간 되십시오.”

       

       아주 잠깐 동안 꿀잠을 자고 일어난 나와 아르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씨익 웃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달려갔다. 

       

       “크으, 시워어어어언하다!”

       

       뜨거운 물에 온몸을 담근 내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르도 조심스레 한 발씩 물에 들어오더니, 곧 온몸을 담그고 행복한 얼굴로 음성화를 사용했다.

       

       “씨워어어나다!”

       “푸흣, 아르야. 씨워어언해?”

       “응! 씨워어어어내! 헤헤.”

       

       아르는 기분이 좋은 듯 입을 헤 벌리며 따끈한 물 속에서 짧뚱한 다리로 천천히 물장구를 쳤다. 

       그러고는 잠시 후 뭔가 생각났다는 듯 나를 불렀다.

       

       “레온!”

       “응?”

       “그 온천 이짜나. 여기보다 마니 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보다 훠어어얼씬 크지. 그리고 물도 이렇게 불 때서 데운 게 아니라 뭐랄까, 더 후끈후끈하고. 게다가 물이 계속 똑같이 뜨거워서 원하는 만큼 오래 있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

       “계속 뜨거어?”

       “응. 풍경도 좋아서 아마 가 보면 아르도 좋아할 거야.”

       “지짜? 엄청 기대 대!”

       

       아르가 아까보다 조금 빠르게 물장구를 치며 눈을 빛냈다. 

       

       “그렇게 기대 돼?”

       “우응!”

       “근데 히파르는 여기서 좀 멀어서 바로 갈 수는 없어. 가려면 적당한 교통편이 있어야 되거든.”

       “우응…. 갠차나! 아르 기다리께!”

       

       멀다는 말에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짓던 아르는 이내 혼자 고개를 젓더니 주먹을 꼭 쥐며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흐음. 히파르라.’

       

       구린 그래픽을 가진 레키온 사가에서 그나마 경치를 구경할 만한 곳 중 하나라 기억하고 있는 작은 도시였다. 

       

       ‘거리로 따지면 엄청나게 멀진 않지만 그렘 마을에서 직행하는 교통편을 찾기는 좀 힘들 텐데…. 그래도 한번 알아는 봐야겠네.’

       

       여기서 히파르 근처까지 호위 의뢰라도 하나 있으면 개꿀이긴 하지만 그런 기회가 쉽게 올 리는 없을 거고….

       

       ‘뭐, 그거야 내일 알아보면 되는 거니.’

       

       내일 걱정은 내일 해도 늦지 않는 법.

       

       “아르야, 슬슬 나가서 야식 먹을까?”

       

       그새 배영 자세로 아예 물에 몸을 맡기고 둥둥 뜬 채 눈을 감고 있던 아르는 내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야식! 머꼬 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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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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