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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아라미스는 종아리를 꼬집어대며 밀려드는 졸음에서 해방되려 애썼다.

       

       ‘……미치겠다.’

       

       진짜 미치겠다.

       

       왜 수면욕이 삼대 욕구 중 하나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고작 하루, 고작 하루만에 제자들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물론 단순히 밤을 새는 것 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쉴새없이 탈진하고 강제로 일어나기를 반복한 탓에 밀려드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면 죽는다.’

       

       바로 옆에는 로가 혀를 쭉 내밀고 쓰러져 있었다. 첫 방에 그대로 골로 가버린 로는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로이드님.’

       

       오늘 따라 유독 백탑주님이 그리워졌다. 

       

       물론 수업의 질만 놓고 보자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우수했다. 수업 자료의 퀄리티도, 선생의 실력도, 경험도…….

       

       ‘젠장!’

       

       왜 빌어먹을 백탑은 내세울게 하나도 없단 말인가!

       

       아라미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그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니?”

       

       깜짝 놀란 아라미스가 그대로 옆으로 튀어나갔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그의 눈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올리비아가 보였다.

       

       “왜 이렇게 놀라니? 혹시 잠들었니?’

       “절대 아닙니다!”

       “진짜로?”

       “하늘에 맹세코 아닙니다!”

       

       뭐? 타인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소시오패스?

       

       적어도 지금 올리비아의 눈 앞에는 없었다.

       

       지난 이주간 철저하게 조련…… 이 아니라, 철저한 인성 교육의 결과였다.

       

       “아라미스.”

       “예, 스승님.”

       “너 저기 쟤들 보이지?”

       

       올리비아가 손가락으로 싸늘히 식은 제자들을 가리켰다. 중간중간 꿈틀거리지만 않았다면 정말로 죽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깨워.”

       “……옙.”

       

       아라미스가 뒤틀린 황천의 포션을 들고 제 동기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 아라미스…….”

       “제발, 제발 그것만은…….”

       

       모두가 살려달라는 얼굴로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아라미스는 어림도 없다는 듯 그들의 입에 포션을 쑤셔넣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제이나가 ‘배신자’라고 중얼거린 것 같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살아야지.’

       

       지금까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뭐가 됐든 덜 맞는게 이득이다. 

       

       동기 사랑? 배려? 나눔?

       

       그런 꿈 같은 단어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포션은 얼마든지 나눠줄 수 있지.’

       

       아라미스가 남몰래 씨익 웃었다. 방금 그걸로 할당량이 두 병 줄었다. 

       

       “끄으윽…….”

       

       정신을 차린 그들이 어기적거리며 올리비아에게 걸어왔다. 좀비나 다름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아라미스는 다시금 졸음을 참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자 놈들아. 내가 앞으로 매일 이렇게 나갈텐데, 도박이나 하고 앉으면 쓰니? 내가 이러면 너희들 믿고 나갈 수 있겠어? 하루에 할당량 다섯 개씩 늘려줄까?”

       “스승님!”

       “왜.”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아라미스 쪽으로 홱 돌아갔다.

       

       “뭔데?”

       “사실 저희가 도박을 한게, 훈련의 강도가 너무 높기 때문 아닙니까.”

       

       올리비아가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그래서, 조금 낮춰달라?”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제도를 조금 바꾸자는 겁니다. 이렇게 무식……아니, 혁신적인 방법도 물론 좋지만, 저희들의 열의를 끌어올려줄 수단이 부족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열의가 부족해?”

       

       올리비아가 스태프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아라미스가 벌떡 일어나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열의는 충분합니다!”

       “그럼 뭐가 문젠데?”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날 할당량을 가장 먼저 마친 사람에게 포상의 목적으로 다음날 할당량을 한 개 정도 줄여주시는 제도를 만들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 그리 복잡해. 한 줄로 요약해봐.”

       “그…….”

       

       옆에서 지켜보던 제이나가 에라 모르겠다는 어투로 말했다.

       

       “일찍 끝내면 다음날 꿀 빨게 해달라는 소리에요.”

       “아, 그래?”

       “제이나!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다!”

       “말한 적 없기는. 매일 자기 혼자 일찍 끝내 놓고 꿀 빨 생각이면서.”

       

       그 화목한 모습을 보며 올리비아가 웃었다.

       

       ‘음, 분명 인성 보고 뽑았는데.’

       

       요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아라미스의 제안에 찬성이냐?”

       “아니요.”

       “들었지? 네 제안은 다수결에 의거해서 기각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수련에서 동기부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료였다. 미친 년도 아니고 사람을 매일 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모든 제자들을 공평하게 대우할 생각이다. 그러니 아라미스의 제안을 조금 변형해서 도입하도록 하겠다.”

       

       제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뜻은…….

       

       “제일 늦은 놈은 매일 한 개씩 추가하는 걸로. 어때? 동기부여가 막 되지?”

       “어…….”

       “싫으면 원래 하던대로 하고. 어떻게 할래?”

       “워, 원래대로 하겠습니다!”

       “사실 전 스승님의 수련법이 항상 좋았습니다!”

       

       올리비아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잠깐 나갔다 올테니 계속 연습하고 있어.”

       

       제자들의 탄식을 뒤로 한채, 올리비아가 밖으로 나갔다.

       

       잠자는 얼음 속의 키엘을 깨울 시간이다.

       

       

       

       *****

       

       

       

       키엘은 올리비아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허투로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수도에 들어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금색 마탑에 방문하는 일이었다.

       

       “이제 막 회의가 끝나셨으니 곧 오실 겁니다.”

       “그래.”

       

       키엘이 손짓하자 시종이 고개를 숙이고 방문을 닫고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접견실 문이 벌컥 열렸다. 

       

       날카로운 금색 눈동자가 순식간에 키엘의 몸을 흝었다.

       

       “이게 누구야. 키엘 공작 아니신가?”

       “그래. 물어볼게 있어서 왔…….”

       “아, 서류부터 정리하고 다시 듣지.”

       

       멜리나가 손을 허공에 대고 휘저었다. 그녀에 손짓에 맞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서류철들이 제 자리를 찾았다. 

       

       “됐네. 이제 질문하게.”

       “혹시 마법사의 자아가 분리되는 경우가 있나?

       “……갑자기 훅 들어오는군.”

       “미안하다. 지인의 일이라서.”

       “흠…….”

       

       심상찮은 기색을 느낀 멜리나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살다살다 네가 이렇게 동요하는 건 처음 보는군. 어렸을 적 네 아비가 남부로 토벌을 떠날때도 아무 말 않더니. 설마 드디어 애인이 생긴건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묻는 질문에나 답해주시오. 금탑주.”

       “……튕기기는.”

       

       키엘은 멜리나의 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게 네 애제자라는 걸 알고도 그렇게 반응할 수 있을까.’

       

       하지만 키엘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눈 앞의 마법사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외양은 20대 중후반의 여인이지만, 멜리나는 키엘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무려 200년 동안 말이다. 오래 산다는게 꼭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키엘은 알고 있었다.

       

       인성쪽으로도 그렇고, 여러모로.

       

       “일단 결론만 말하면 그런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주 적지. 본인도 여태껏 두 번 밖에 보지 못했으니.”

       “……자아가 분리되는 이유가 뭐지?”

       “다중 연산을 너무 오랫동안 반복하면 생기는 현상이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멜리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부가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에서 짜증을 느낀 탓이다.

       

       타악.

       

       멜리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뇌 모형이 나타났다. 그리고 손을 들어 뇌 모형을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마법사들은 경지에 이르면 뇌를 이렇게 여러 구획으로 분리해 사용하지. 이러면 마법을 전개하는 주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다중 연산을 하기 매우 용이해지네.”

       

       멜리나의 손끝에서 사대 원소가 어른거리다 사라졌다.

       

       “물론 뇌를 여러 구획으로 분리한다고 해서 자아가 분리되지는 않네.”

       

       멜리나가 서랍을 뒤졌다. 엘드리치의 두개골. 그건 마탑의 탑주가 갖고 있을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멜리나가 해골을 툭툭 두드렸다.

       

       “하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면 말이 달라진다네.”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두개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필멸자의 정신은 빠르게 마모되어 가지. 보통 그 한계는 천 년. 이 때를 기준으로 백에 아흔 아홉은 그대로 정신이 무너져 죽네. 대부분의 엘드리치들이 그러하고, 세계수와 하나가 되기를 거부한 하이엘프들이 그러하네. 하지만…….”

       

       멜리나가 힘을 주자 두개골이 가루로 화했다. 

       

       “아주 가끔씩, 뇌에 만든 구획 중 하나를 또 다른 자아로 각성시켜 살아남는 경우가 있다네.”

       “……왜 그렇게 하면 사는거지?”

       “간단하네. 두 개의 자아로 번갈아 살면, 정신이 마모되는 속도도 반으로 줄어들 것 아닌가. 막말로 수명이 배로 느는거지.”

       

       말로는 좋은 양 포장하고 있지만, 멜리나의 얼굴은 전혀 좋은 얼굴이 아니다.

       

       “본인도 술만 먹으면 사람이 달라진다던데, 그것도 다른 자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절대 아니다.”

       “……아무튼.”

       

       멜리나가 헛기침했다.

       

       “자아를 나누는건 미친짓이다. 둘 중 원래 자아가 뭐였는지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거든.”

       “…….”

       

       키엘의 눈에 순간 불안한 빛이 감돌았다.

       

       ‘……저러고도 그냥 지인이라고?’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는데 억지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시 네 애인이 엘프인가?”

       “아니다.”

       “그러면 걱정할 필요 없다. 인간인 이상 절대로 그럴 일은 없으니. 빨리 지인한테 발 뻗고 푹 자도 된다고 전해줄 수 있도록.”

       

       멜리나가 힐끗 창 밖을 보았다. 햇무리가 아득하니 지고 있었다. 이놈을 보내지 못하면 하루 종일 일해야 할 판이다.

       

       “키엘.”

       

       키엘이 움찔한다.

       

       “……정말 인간은 불가능한가?”

       “그래.”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나?”

       “검정 꼬맹아.”

       

       멜리나가 말투를 바꾼다.

       

       “고작 이백 살 먹은 나도 삶이 권태로워 미칠 지경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정신이 닳아 없어지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지지. 그런데 천 년? 인간의 몸으로?”

       

       멜리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절대 불가능하다. 드래곤들이 괜히 동면에 드는 줄 아느냐? 드래곤의 정신으로도 천년이라는 시간의 밀도는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

       

       키엘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멜리나가 그 모습을 보고 내심 혀를 찼다.

       

       ‘저대로면 하루 종일 안 가겠군.”

       

       멜리나가 손뼉을 쳤다.

       

       “아무튼 이만 가보도록 하시오. 키엘 공작.”

       

       다음 순간 밝은 빛이 키엘을 감쌌다. 별 저항 없이 사라지는 키엘을 보고 멜리나가 혀를 찼다.

       

       “쯧.”

       

       저 궁금증 많은 놈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

       

       삑.

       

       [네, 탑주님. 부르셨습니까?]

       “내일부터 키엘 공작 오면, 나 없다고 하거라.”

       [……예? 아, 예. 알겠습니다.]

       

       키엘은 멜리나를 만나지 못했다.

       

       무려 열흘 동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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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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