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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지금 보고 계신 열차는 한 칸의 폭이 1km, 높이가 1.5km, 길이가 7.7km인 차량 다섯 칸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예요.”

       

        – ㅅㅂ 뭐요?

         

        “검색해보니 일반적인 증기기관차의 규격보다 딱 350배씩 크더라고요. 그러니, 700m 크기의 사람이 사용하게끔 만들어진 기차라는 거죠.”

         

        ‘주방’과 똑같은 규격.

       

        전 세계의 하이브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오케아노스가 밝혀내지 못한 심해의 비밀 중 하나다.

         

        뭐, 그건 그거고.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홍콩 하이브의 규격 따위는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눈앞에 있는 열차에게서 아무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너무도 큰 탓에, 그냥 눈앞에 거대한 벽이 있는 것 같았다.

         

        파랑이 열차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벽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하이브예요. 가장 큰 건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 있죠.”

         

        사실 ‘마리아나 해구에 있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다.

         

        그냥 마리아나 해구가 하이브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나중에 거기도 가볼 거예요.’라며 말하는 파랑의 목소리가 평온하기 그지없다.

         

        “웅장하죠?”

         

        ‘웅장하다’라니, 이 광경을 과연 그 단순한 네 글자로 요약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시청자들은 품었다.

         

        뭐, 파랑이야 주기적으로 계속 관리하러 내려오니 이젠 거의 집 같다.

         

        언젠가는 여기 있는 괴어들을 싹 쓸어버리고 해저기지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건축 자재를 가져오는 단계에서 막혀 실패했지만.

         

        어쨌거나 파랑은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3일간 이 열차를 아주 꼼꼼히 뒤질 계획이다.

       

       

       첫날은 4, 5량, 둘째 날은 2, 3량, 마지막 날은 1량.

         

        그 과정에서 ‘열차’를 아주 바닥까지 싹싹 긁어 방송으로 송출할 예정이고.

         

        ‘열차’에는 모니터 너머에까지 정신 공격을 가하는 개체는 없으니까.

         

        대부분이 순수한 체급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괴어들이다.

         

        커다란 하이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저 구석에 처박혀있어서 어쩌다 한 번 밖으로 흘러나온 괴어나 잡아먹어야 하는 녀석들은 한 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유혹에 위협에 온갖 수를 써서 먹이를 붙들어놔야 하지만, 여기서는 입 벌리면 들어오는 게 고기라.

       

       

        어느 생태계에서나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들은 생태계의 최하위종.

       

       

         어쭙잖게 장난질을 치는 괴어들은 꼼짝없이 한끼식사행이니 포악하고 식성 좋고 큼직한 놈들만 들어찬 것이다.

         

        거기까지 설명을 마친 파랑이 방송의 진행각을 잡았다.

         

        “그럼 슬슬 들어가 볼게요. 가장 위에 위치한 칸부터요.”

         

        ‘열차’는 수평 방향으로 위치한 것 같지만, 사실은 살짝 기울어져 앞쪽이 뒤쪽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그 길이가 38km나 되다 보니, 살짝만 기울어졌다고 해도 맨 앞 칸과 맨 뒷 칸의 고저차가 5km다.

         

        열차로 진입하는데도 앞이나 뒤가 아니라 ‘위’라는 방향을 지칭한 이유다.

         

        그리고 고저차가 5km쯤 되면 당연히 서식하는 괴어도 하늘과 땅 차이라.

         

        기왕이면 갈수록 임팩트 있는 괴어가 등장하도록 탐색 순서를 배치하는 것이 방송에 이롭다는 계산이었다.

         

        파랑이 열차의 첫 칸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 다 큼직큼직한 애들이면 징그러운 건 좀 없겠네 다행

        – 유입임?

        – 유입이네

        – 유입이구나.

       

        “유입이신가 봐요. 그런 용맹한 생각을 하던 시청자분들이 꽤나 있었죠.”

         

        지금은 없다. 누군가가 커뮤니티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후로, 파랑의 방송을 좀 본다 하는 시청자들은 꼭 옆에 기름종이를 구비해 놓는다.

       

        여차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화면을 가리기 위함이다.

         

        360도로 돌아가기까지 하는 화면을 보며 ‘혹시 자동 필터링도?!’ 하는 희망을 품었던 시청자들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는 지점에서 파랑과 사일로의 의견이 일치했기에, 씁쓸한 마음으로 다시 기름종이를 챙겨와야 했지만.

         

        어쨌든, 파랑이 열차의 최후미에 도착했다.

         

        원래 이 뒤에 칸이 더 있었다고 주장하듯, 칸과 칸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는 우악스럽게 뜯겨져 나간 모양새였다.

         

        정말로 존재했던 건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건간, 파랑이 씩씩하게 열차로 입장했다.

         

        채팅창의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 와

        – 뭐야

       

        단발적이고 짧은 채팅이 두세 개 올라오고 끝.

         

        시청자들은 채팅을 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열차 내부의 풍경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소인족이 되어 거인들의 나라로 와서 기차를 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이브 안쪽의 물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맑아서, 짙은 푸른빛이 감돌기는 하나 칸 끝에서 다른 쪽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들은 열차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천이 덮인 의자들, 체크무늬 카펫, 한쪽 구석에 위치한 간식 카트.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원목 탁자는 물 속에 한참을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썩은 티조차 나지 않았다.

       

        마치 서부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탁자 위의 멋들어진 벨을 띵띵 누르면 웨이터가 팔에 수건을 걸치고 나와 주문을 받아줄 것만 같고, 창밖에서는 말을 타고 쫓아오는 인디언들의 함성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아, 물론, 이 열차 내부에 득시글거리는 괴어가 없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이다.

         

        열차는 말 그대로 괴어의 도시가 되어 있었다.

         

        좌석 밑에서 하얗게 빛나는, 눈인지 무엇인지 모를 수천개의 불빛.

         

        창문을 가득 덮은 불가사리.

       

        좌석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자라난, 괴어보다 큰 산호초와 말미잘.

         

        그 위를 여유롭게 헤엄치는 고래떼와, 그것들과 똑같은 크기의 해파리.

       

       

        그밖에 온갖 장소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익숙하거나 낯선 괴어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은은하게 비추는 짙은 푸른색의 조명.

         

        익숙한 공간, 낯선 색, 기괴한 소품들이 어우러지니 마치 기분나쁜 꿈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파랑은 시청자들이 이 기괴한 공간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천천히, 유람하듯이. 열차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 물론 속도는 조금 빠르게. 어차피 파랑이 조금 빨리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괴어 따위는 없다.

         

        눈앞에 가젤과 물소가 돌아다니는데 쥐를 잡겠다고 힘을 쓰는 사자는 없으니까.

         

        그 쥐가 빠르든 느리든 사자에게는 당연히 알 바가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파랑은 편하게 하이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청자들에게 그곳을 구경시켜줄 수 있었다.

         

        물론 관광 가이드로서의 역할만 수행한 건 아니었다.

         

        두우우우-

       

        ‘아직 안 잡히네…. 이 칸에는 없나….’

         

        아까부터 가슴팍에서 들려오는 두우우우- 하는 전자음.

         

        슬레이어즈의 시신과 아티팩트를 찾기 위해 사일로에서 파랑에게 건네준 장비다.

         

        슬레이어즈의 혈액에 주입해 둔 위치추적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추적하는 원리.

         

        각성자의 혈액은 꽤나 특수한 물건이라, 어지간하면 신체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육신이 신의 것으로 개조당하는 와중에도 제 자리를 굳건히 지켰으니 말 다 한 셈.

       

       

        새삼 파랑의 혈액을 뽑아 간 사일로가 대단해지는 부분이다.

         

        어쨌든, 슬레이어즈의 시신이 가까이 있다면 목 아래 보석처럼 생긴 이 기계가 삐삐삐삐 발광하며 신호를 준다. 마치 금속탐지기처럼.

         

        무려 파랑을 중심으로 200m 범위까지 스캔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열차칸을 돌아다녀보아도 장비는 감감무소식.

         

        물론 첫 번째 칸에 보기 좋게 있을 거라는 기대는 파랑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방송 때문에라도 다섯 칸을 전부 돌아야 하기도 하고.

         

        그래도 찾던 물건이 없다는 건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었다.

         

        딱히 티비를 보고 싶진 않았지만, 할 것도 없겠다 심심해서 틀려고 찾아보니 리모컨이 없는 상황.

         

        그 미묘하게 답답하고 짜증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파랑은 이럴 때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푸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옆을 헤엄치고 있던 얼빵하게 생긴 괴어에게로 돌격했다.

       

        지은 죄라고는 열받은 파랑 옆에 있었던 것뿐인 밤바스피스가 놀란 눈으로 파랑을 쳐다보았다.

         

       

        #

         

        “죽어, 쓰레기. 기분나빠. 꺼져.”

         

        세상 나긋나긋하고 성격 좋은 파랑이 무시무시한 대사들을 내뱉으며 괴어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냥 생선은 물론이요 갑각류며 연체동물까지, 하나 잡고 가까이 있는 다음 괴어로 이동해서 사냥, 또 사냥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괴어 설명에 진심인 그녀답지 않게, ‘죽어버려. 불결해. 더러워. 저급해.’ 같은 말만 쏟아내며 보이는 족족 썰어대기만 했다.

         

        아, 물론 그녀가 리모콘 못 찾았다고 집안 살림을 다 때려부수는 인간말종이어서는 아니다.

         

        사실 파랑도 차분히 하나하나 설명하며 고급진 괴어사냥 방송을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 더해줘더해줘더해줘

        – 와 오늘 방송 진짜 개맛있네 와

        – 쩝쩝쩝 와이리맛있노 쩝쩝쩝 와이리맛있노

        – 땨땨…뜌뜌이땨땨…땨땨뜌…

         

        반응이 이렇게까지 폭발적이니 그녀로서도 멈출 수가 없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약간의 짜증을 담아 밤바스피스에게 돌진하던 파랑은, 잠시 멈칫했다.

         

        평소에 괴어들을 잡을 때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여가며 천천히 조리해 먹는 것을 표방하는, 이른바 고급 음식점 같은 느낌의 방송을 파랑은 지향하고 있다.(일단 파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분노에 휩싸여 앞뒤없이 밤바스피스를 도륙내기 위해 헤엄쳐가고 있지 않은가.

       

        헤엄을 잠깐 멈추고 설명. 설명은 해야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밤바스피스라는 녀석에게는, 설명할 것이 없다!!

         

        원래도 조금 멍청하게 생긴 물고기가 크기만 커진 것뿐이라, 정말 뭐가 없다.

         

        그래서 파랑이 있는 그대로 설명한 것이 발단이다.

         

        “밤바스피스라는 괴어예요. 원본종이 크기만 커졌죠. 특수한 능력이 없이요.”

         

        거기서 아까 느꼈던 짜증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감정이 격해져 조금 말을 쏟아내고 말았다.

         

        “무능하고, 쓸모없고, 한심해요. 어차피 평생 멍청한 표정으로 평생 헤엄치다가 그 쓸모없는 삶을 마감했을 테니, 제가 손수 구원해주는 거죠.”

         

        그러자 채팅이 폭발. 좋다고 아주 난리다.

         

        파랑 또한 그것을 보고 ‘아하!’ 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니 가끔 심한 말을 해주기로 맘먹은 그녀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좋다고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들에게 그런 실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스스로 마음에 걸렸으니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죄책감이 덜하겠지만, 그녀의 방송을 보는 모두가 그러는 건 또 아니니까.

       

        그래서 어떡하면 좋지 고민하던 참에 어라?

         

        괴어한테 심한 말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있는 걸 몇 마리 더 잡으며 실험해봤더니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이러면 파랑은 시청자가 행복해하니 좋고, 의문의 매도단은 포상을 받아서 좋고, 다른 시청자들도 속전속결 시원하게 썰려나가는 괴어들을 보며 만족할 수 있다.

       

        괴어를 제외하면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유토피아의 완성이다. 유파랑, 그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아, 물론 파랑은 지금도 괴어들을 썰며 간질거리는 입을 간신히 통제하는 중이다.

       

        ‘아, 이건 설명해야 하는데. 아, 얘는 진짜 위험한 앤데.’

       

       

        “열등종. 쓰레기. 인간님한테 까불지 마.”

         

        하지만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계속 매도만 하고 있는 실정.

       

        좋기는 한데,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오늘만 하고 당분간 봉인해 두어야지, 하고 생각한 파랑이다.

         

        그런데 이걸 언제 멈춰야 하나.

         

        첫 번째 칸 안의 괴어를 벌써 10%나 도축해버렸다. 슬슬 자제해야 하는 상황.

         

        그러던 와중에 타이밍 좋게 터진 후원 하나.

       

        – ‘ㅇㅇ’ 님이 1213원 후원! –

        [ 괴어만 너무 썰고 다니니까 약간 지루한데 무서운 것좀 보여주면 안 됨? ]

         

        무례한 메시지이지만, 파랑은 씨익 웃었다.

       

        1213이라는 애매하기 그지없는 액수를 보고서다.

         

        12월 13일. 오케아노스의 창립일이니까.

       

        다섯 중 누구일까. 나중에 물어봐야지.

         

        누구든 간에 고마운 짓을 해 줬다. 맛있는 거라도 사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서운 거요? 좋아요.”

       

        – 하지마하지마하지마

        – 너누구야시발

        – 아니뭔데지금좋다고

        – 크아아아악

        – 방장 스위치눌렸다 좆 됐 다 ㅋㅋㅋㅋ

        – 선생님 저희가 더 잘할 테니 한 번만 더 봐주십쇼

         

        “안 돼요.”

         

        파랑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객석 의자 밑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행복회로불타요옷 님, 고란이 님, 산소산소산소 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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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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