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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이치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기를 이용해 무공과 똑같은 결과물을 냈으나 저것은 무공이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로 무를 재현할 뿐.

       

       ‘으음. 수치도. 질도. 괜찮네. 좋아. 네 성취는 내가 받아갈게.’

       

       남자의 대사와 함께 몸이 자유를 얻었다.

       난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당장에라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그대가 방금 펼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흡기공 처음 봐?”

       “그것은 무공이 아니었다.”

       

       내 대답에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알고 싶으면 내 입을 열게 만들어 봐. 무의 세계에선 강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거잖아?”

       

       알겠다. 답은 내 나중에 구하마.

       

       가벼이 진각을 밟아 거리를 좁혔다.

       

       뒤늦게 남자가 반응을 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몸이 움직이는 것보다 내 장타가 그의 턱에 닿는 게 빨랐다.

       

       텅!

       

       남자의 몸이 허공으로 띄워졌다. 발을 짚을 데가 없으니 제대로 된 방어도 하지 못할 터.

       

       명치에다 손등을 박아 넣었다.

       

       “거 갑옷이 튼튼하구나.”

       

       갑옷 채로 박살을 낼 생각을 했거늘 갑옷은 살짝 파였을 뿐 여전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갑옷에 닿은 순간 내 기 일부가 빨려나갔다. 흡기를 펼칠 수 있는 곳이 손뿐만이 아닌 것인가.

       

       벽에 처박힌 후 땅에 떨어진 남자는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한 후에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썅년이…”

       “본인은 백화령이라 한다네.”

       “아. 그러셔? 그래서 어쩌라고.”

       “그대를 쓰러트릴 이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가 재차 공세를 펼쳤다.

       

       그의 무공은 전체적으로 괴이했다. 중점만을 말하자면 남자에겐 중심이 되는 게 없었다.

       

       한 무인이 여러 개의 무공을 다루는 것 자체야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로의 이치가 어울리는 것을 함께 사용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것은 흔하니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인 이상 자신의 중점이 되는 무공과 대치되는 무공을 다루는 건 불가한 일이었다.

       

       효율이 안 나오는 것은 물론이요. 잘못 사용하다가는 무공이 안에서 부딪혀 폐인이 될 수도 있으니.

       

       계속 상대를 하다 보니 괴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에겐 자신의 무공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펼치는 모든 무공은 누군가에게 빌려와 사용하는 것일 뿐. 그 안에 본인의 깨달음 따윈 없었다.

       

       이 남자는 보정 시스템으로 기술을 펼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이런 기행이 가능하지.

       

       멍청하기 그지없군.

       

       하나의 무공이 가진 이치조차도 모든 걸 파악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야 하거늘. 그 수많은 무공을 다루며 모든 걸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자신의 분수보다 한참은 많은 것을 가지는 바람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꼴이란.

       

       흥이 떨어졌다. 남자는 무인으로서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

       

       기술이 궁금하기야 하다만 그것이야 남자의 입에서 캐내면 될 일이니.

       

       빠르게 끝낼까.

       

       내 팔을 붙잡으려는 손아귀를 피하며 방독면의 중앙에다 권을 새겼다.

       

       방독면이 박살이 나며 안의 얼굴이 드러났다.

       

       건실한 몸과는 달리 남자의 얼굴은 초췌했다. 생명을 누군가에게 빨아 먹히고 있는 것처럼.

       

       “네 것이 아닌 무공을 사용하기 위해 생명을 담보로 했구나.”

       

       서로 상충되는 무공을 마구잡이로 쓰는데. 심지어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한 채 제 꼴리는 대로 써재끼는데 몸이 멀쩡할 리가 있나.

       

       남자는 이미 죽어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뭐. 내가 잘못 됐다고?”

       “물론이다.”

       

       내가 따지는 건 도덕 같은 게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강함을 쟁취했고 거기에 본인이 만족한다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 아래에 깔린 게 무엇인지는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내가 꼴보기 싫어하는 작자들은 자신의 욕심에 취해 사술을 부려 놓고 마지막에 가 후회를 하며 질질 짜는 이들이다.

       

       이 자처럼 자신의 행위에 당당하다면 무어라 말할 것은 없다.

       

       다만.

       

       “잘못됐지. 목숨을 바쳐 이뤄낸 것이 겨우 그 따위 무라는 게 말이다.”

       

       겨우 저따위 성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는 것이.

       

       심지어 자신이 실패했다는 것도 모른 채 기고만장해 하던 것이.

       

       그리고 지금 자신의 근간이 부정되어 입술을 꾹 깨문 얼굴이.

       

       불쌍하지 않느냐.

       

       “…말을 아주 예쁘게 하네. 씹련이.”

       “되었고. 돌아가거라. 그대와 노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

       “그런 눈으로 날 보지마.”

       

       네가 가진 기술이야 신기하다만 그것은 다른 이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

       

       그대는 딱 봐도 아무것도 모른 채 실험대에 오른 인간처럼 보이니 말이다.

       

       “정 다시 도전하고 싶다면 그대보다 강한 이를 데리고 오거라.”

       “보지 말란 말이다!”

       

       남자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바락대며 손을 휘둘렀다.

       

       적당히 제압만 시켜 둘까. 저 따위 것 때문에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으니.

       

       몸을 틀어 남자의 돌격을 피하며 목덜미에 팔꿈치를 꽂아 넣었다.

       

       앞으로 넘어가는 남자의 몸을 받아 바닥에 눕혀 주었다.

       

       어디 으슥한 곳에 데려가 정보나 캐낼까.

       

       이 자가 쉬이 입을 열 것 같지는 않다만. 나도 굳게 닫힌 입을 여는 데는 익숙한 사람이라.

       

       적당히 고문의 종류를 고르고 있던 중 허공에 창이 떠올랐다.

       

       [1장 클리어!]

       

       그리고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방금 전 나와 남자가 박살을 내버린 사무실에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어느 거리의 한 가운데로.

       

       “무어냐? 왜 갑자기 장소가 바뀌는 것이야.”

       <보스를 제압해서 클리어 판정이 난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이 게임 자유도가 그리 높진 않거든요.>

       

       그렇단 말은 잡졸들을 처리하고 그나마 강한 아해를 처리하면 끝나는 게임이라는 소리더냐.

       

       허어. 그럴 것이면 마지막에 나오는 이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 그래야 흥이 나지.

       

       <방금 보스 충분히 강했는데요…>

       “무슨 소리냐. 자신의 무공 하나조차 지니지 못한 둔재가 어찌 위협적인 적이 될 수 있느냐.”

       

       거 농담도 적당히 해야 즐거운 것이지.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법.

       

       “이 게임 말이다. 방금 전 상대했던 녀석. 그러니까 보스 같은 것이 몇이나 되느냐?”

       <이제 네 명 남았어요.>

       “갈수록 어려워지는 건 맞고?”

       <네. 특히 마지막 보스는 진짜 어려워요.>

       

       네 어려움이란 단어가 그리 신용이 되지는 않는다만 일단은 믿어주마.

       

       방금 사무실을 정리하고 남자를 잡아내는 데까지 30분 정도 걸렸나. 다른 곳들도 이와 비슷한 난이도라고 생각을 하면.

       

       음.

       

       “두 시간 내로 끝을 봐야겠구나.”

       

       *

       

       껄렁한 남자가 다음으로 나를 안내해 준 곳은 어느 클럽이었다.

       

       그 안에 있는 이들은 어디서 하나 같이 삼류 즈음에 머무르는 이들이었는데 수가 많아 귀찮기만 할 뿐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덤벼드는 이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절정의 무인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도 이전에 상대했던 남자처럼 여러 장비를 두루두루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의 무는 톤파를 이용한 박투 쪽이었다.

       

       그나마 처음 상대했던 남자처럼 중심도 잡지 못한 불쌍한 이는 아니었기에 상대하는 게 마냥 재미없지는 않았다.

       

       피를 볼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기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가뿐히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쓰는 장비에 관한 걸 물었으나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남자는 실행역일 뿐 조직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듯 했다.

       

       두 번째 맵을 클리어 하는 데 걸린 시간이 28분 17초.

       

       한 구획당 삼십분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적당한 시간이었다.

       

       그 다음 장소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회사였다.

       

       이전에 내 정보가 알려진 듯 내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하던 회사원들이 책상 아래에서 무기를 꺼내들지 않았다면 평범했겠지.

       

       이 장소는 꽤나 살벌했다.

       

       우선은 회사원들이 착용한 장비가 좋았다. 이전의 잡졸들은 맨몸이나 다름없었는데 이 곳의 이들은 최소한 제 몸을 지킬 장비 정도는 입고 있었다.

       

       회사원들은 무기로 총을 썼는데 일전의 자그마한 권총 같은 것이 아니라 소총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소총에서 쏘아지는 총알은 권총보다 훨씬 빠른데다 위력도 출중했다.

       

       이것만 해도 귀찮은데 가끔 가다 총알에 내기를 담아 쏘는 녀석까지 있었으니. 한 시도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됐다.

       

       거기에 더해 결집력도 좋았다. 이들은 잘 훈련된 하나의 군대나 마찬가지였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나를 귀찮게 만드는 것이 그들 하나하나가 정예란 사실을 드러냈다.

       

       덕택에 고생 좀 했지.

       

       이들을 처리하며 겸사겸사 하린에게 군대를 상대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우선은 일반 병사를 과할 정도로 잔혹하게 제압한다. 비명소리나 울부짖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좋고. 시체를 해하는 것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대라 한들 그걸 구성하는 하나하나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계속 자극을 하다 보면 어느 곳에서 균열이 생기기 마련.

       

       그럼 그 균열을 바로 잡기 위해 지휘를 맡은 이들이 전선에 나선다. 그들이 얼굴을 보인 순간 지휘관들을 처리하면 군대는 무용지물이 된다.

       

       <저 호위를 뚫고 지휘관을 잡는 게 돼요?>

       

       지금 나타난 지휘관은 병사 수십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저 정도면 간단했다. 실력 있는 무인은 그 어떤 기수보다도 위협적인 기병이 될 수 있으니까. 본인의 몸을 창 삼아 중심을 꿰뚫어버리면.

       

       보라. 이렇게.

       

       지휘관이 반항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멱을 딸 수 있지.

       

       내 특별히 풍류의 이치를 활용해 돌파하는 법을 보여 주었으니 하린 그대도 이를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거 화령님밖에 못해요.>

       

       에잉. 젊은 녀석이 이렇게 도전 정신이 없어서야.

       

       어쨌건 회사의 하얀 벽돌을 붉은 색으로 치장해주고 나니 회장이라는 녀석이 튀어나왔다.

       

       그는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었는데 그 육신만큼은 나이에 맞지 않게 강건했다. 정장 아래로도 감출 수 없는 우락부락한 근육들이 그가 이뤄낸 수련의 성과라 할 수 있었다.

       

       

       이전의 녀석들보다 좀 더 무인처럼 보이긴 했으나 그래봐야 절정을 넘어서려다 화경의 벽에 가로막혀 사술에 손을 댄 아해에 불과했다.

         

       기술의 힘으로 더할 나위 없이 많은 내기를 손에 넣었다 한들 그 사용자가 저런 녀석이여서야 위협적이겠느냐.

       

       피를 볼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이전의 보스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딱 봐도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띄어 약점을 툭툭 건드려주었다. 노인은 처음엔 버텼으나 얼마 안 가 제 발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그래도 노인은 꼴에 무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자였다. 강자는 원하는 대답을 얻을 권리가 있다며 내 물음에 답을 내주었지.

       

       덕택에 이 자들이 착용하는 장비를 만드는 연구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 모든 걸 끝마치고 나니 세 번째 맵에서 걸린 시간은 31분 49초였다.

       

       군집을 상대하다보니 시간이 끌려 버렸나.

       

       <그 정도 밖에 안 걸린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타임어택 하는 사람들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린다구요.

       

       하린이 질린다는 듯 이야기를 했지만 공감은 되지 않았다.

       

       내가 강하다기보다는 그들이 약한 것 아닌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이 1000이 다 되가네요! 이런 게 처음이라 너무 기쁩니다!
    언제나 독자님들 덕분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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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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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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