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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29. 둥지를 지키는 아빠 (1)

       

       

       서울-09.

       구역의 측면에서 중심부로 가까워질수록 질이 내려간다.

       삶의 질을 포함해서, 사람의 질까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한다.

       

       “아이 씨, 왜 갑자기 이러지.”

       “에휴, 몰라. 피곤하다.”

       

       그런 어두운 구역을 걷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한쪽은 숨이 막힐까 걱정될 정도로 살이 많았고, 한쪽은 숨이 멈출까 걱정될 정도로 살이 없었다.

       그들은 인상이 쎈 문신이 빽빽한 팔로 식은땀을 닦았다.

       

       “…보스가 우리를 왜 불렀지?”

       “그러게. 우리 뭐 실수했냐?”

       “없어. 설마 너 약 빼돌린 건 아니지?”

       “내가 죽겠다고 그런 짓을 하겠냐. 보스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우리 좆된 건 아니겠지…?”

       

       두 남자는 겁을 잔뜩 먹었다.

       09 구역의 모든 약물을 공급하는 ‘천사 이사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천국으로 보냈다는 이유로 천사라 붙여진 별명은 구역 내에서 악명이 꽤나 높았다.

       

       똑똑-

       

       “…보스, 저희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고, 두 남자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건장한 체격의 이사야는 완성된 약물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른 한손에 총을 들고서.

       

       “…저희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보스.”

       “그래, 퉁퉁이, 비실이. 일단 앉아서 기다려.”

       “…예, 보스.”

       

       일명 퉁퉁이와 비실이.

       두 사람은 침을 꼴깍- 삼키며 약초의 냄새가 밴 가죽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약 1시간 동안 가만히 숨을 죽이고서.

       그러던 도중, 이사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퉁퉁이와 비실이를 쳐다봤다.

       

       “까먹고 있었네. 너희들이 있었지.”

       “…예.”

       

       이사야는 앉아있는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별거 없어. 구역을 좀 정밀하게 조사했으면 하거든.”

       “…조사를 하면 되겠습니까?”

       

       이사야는 책상에 펼쳐진 구역 지도를 담배로 찍으며 얘기했다.

       

       “그래, 특히 이쪽 구역을 자세히 조사하도록 해. 홈리스 새끼들이 약을 먹고 환각을 본 것 같은데. 다들 하는 말이 똑같은 걸 봐서는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누군가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 올렸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건물 옥상에 나뭇잎이 무성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증언하는 구역이 항상 일정해. 그래서 너희들이 조사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무, 물론이죠. 무조건 하겠습니다.”

       

       이사야의 질문에 퉁퉁이와 비실이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들이 조사하는 구역은 이하준이 사는 빌라.

       바로 드래곤의 둥지였다.

       

       

       ***

       

       

       나의 사수.

       한지수는 눈앞의 참상을 마주하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마수들이 자꾸 도망치는 거지?”

       “…그러게 말이에요.”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차원문이 나타났다고 해서 왔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한지수의 호출을 듣고 차원문에 동행했다.

       내게 저번에 실패했던 실전을 체험시켜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저번처럼 마수들이 싸우기도 전에 겁을 먹고, 저 멀리 구석에 숨어버리고 말았다.

       

       끼잉- 끼잉-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지수에게 말했다.

       일단 모른 척이나 해야지.

       

       “어… 음… 어떻게 할까요? 제가 다가가면 쟤네들이 자꾸 도망치는데요?”

       “…울프독. 저 녀석들은 원래 경계심이 강해서 그럴지도 몰라. 한 번만 더 다가가도록 해, 이하준.”

       “예, 알았어요.”

       

       나는 군말 없이 울프독 녀석들을 향해 다가갔다.

       

       끼잉- 끼잉-

       

       녀석들은 곧바로 수풀로 도망쳤다.

       한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이럴 리가 없어. 이하준, 빨리 저 녀석들을 쫓아가!”

       

       뛰기 귀찮은데.

       나는 하는 수 없이 울프독을 쫓아 숲을 뛰어다녔다.

       그러던 도중, 녀석을 벽에 몰아넣고 말았다.

       

       끼잉- 끼잉-

       

       벽에 몰린 울프독은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벽을 열심히 긁어댔다.

       한지수는 그 모습을 목격하고는 말을 잃었다.

       

       “…”

       “하, 하하… 이게 참 이상하네… 얘네들이 왜 이러지…?”

       “…이건 협회에 보고해야겠어.”

       

       젠장.

       역시 끝까지 숨기기는 힘든 모양이다.

       그래도 마수들이 나를 드래곤이라 착각해줘서 좋은 점은 있다.

       

       “마수들이 안 달려들어서 편하지, 선배?”

       “편하기는 해. 근데 왜 반말이지, 이하준?”

       “생각해보니까 내 쪽이 나이가 많은 것 같아서.”

       

       선배가 우선이냐.

       나이가 우선이냐.

       그 둘중에 하나를 따진다면 나는 후자에 가깝다.

       내가 존댓말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그래도 선배를 붙이면 괜찮지 않아? 한지수 선배.”

       “…하아, 이래서 사수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기어오르기나 하고.”

       

       찌릿-

       한지수는 나를 노려보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너랑 오래 볼 것 같지 않으니까.”

       “그게 뭔 소리야, 선배?”

       “마수들이 너를 보면 도망치잖아. 그게 네 능력이라면 금방 승급할 것 같으니까 하는 소리야. 네 능력은 차원문을 닫기에 너무 용이해.”

       

       사실이긴 하다.

       차원문을 닫기 위해서는 차원의 핵을 찾아야 한다.

       그 차원의 핵은 마력이 응축되어 있어, 근처에 많은 마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그 마수들이 나를 보기만 하면 오줌을 질질 흘리며 도망친다.

       지금도 저 멀리서 울프독 무리들이 나를 보며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차원문 닫기 스페셜리스트처럼 보이기는 하겠어.’

       

       업계에서 보기에 나를 아주 좋은 문 따개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얼굴은 예뻐서 보고 있으면 좋은데. 빨리 승급하면 아쉽긴 하겠네.’

       

       나는 그렇게 한지수와 차원을 걸으며, 결국 차원의 핵에 도달했다.

       차원의 핵은 네모난 큐브의 모양을 하고 공중에 떠 있었다.

       한지수는 그걸 내게 건네며 말했다.

       

       “네가 부숴. 손에 마력을 두르면 쉽게 부술 수 있어.”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나는 큐브를 꽈악 쥐어 깨뜨렸다.

       

       쨍그랑-!

       

       그와 동시에 차원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땅이 멀미하는 것처럼 흔들리고, 진동했다.

       

       “10분이 지나면 차원문이 아예 닫힐 거야. 그 전에 빨리 나가야 해. 절대 잊지 말도록 해.”

       “만약 그 전에 못 나가면 어떻게 돼?”

       “차원 유랑자가 되겠지. 한 번 차원문이 열린 차원에는 계속 차원문이 열릴 테니까. 운이 좋으면 지구로 돌아올 수도 있어. 아직 돌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극악의 확률로 돌아올 수 있다는 소리겠지.

       아무튼 차원문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알게 됐다.

       우리는 차원문에서 나온 후, 차원문이 소멸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이렇게 차원을 하나 닫으면, 다음 호출까지 기다리면 돼.”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일이 너무 꿀인 것 같은데?”

       “…그건 마수들과 전투를 하지 않기 때문이야. 원래는 전투를 피하는 게 상식이야. 며칠에 걸쳐서 차원문을 닫을 때도 있어.”

       

       그렇구나.

       그건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얼마나 사기적인 몸이 되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안 되겠다. 오늘 집에 가서 잔뜩 놀아줘야겠다.’

       

       배방구와 볼따구 냠냠 세트를 해줘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지수와 인사를 나누고 퇴근길에 올랐다.

       돌아가는 도중 입금된 금액도 확인하고.

       

       [영웅 협회 입금 200000원]

       

       “크, 달디 달다.”

       

       2시간도 걸리지 않고 20만원을 얻었다.

       더 높은 등급이나, 마수의 전리품을 얻으면 더 많이 벌 텐데.

       가끔은 호출이 더 많았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건이 자주 일어나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라 금방 그만두었지만.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리고, 음산한 기운이 맴도는 거리를 지나치며 집으로 향했다.

       

       ‘저것들은 또 뭐야.’

       

       그러던 도중.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두 녀석을 발견했다.

       한쪽은 형광 바지에 쫄쫄이 티를 입은 멧돼지 같은 녀석.

       한쪽은 겉으로만 봐도 가짜처럼 보이는 명품을 입은 멸치 같은 녀석.

       

       ‘퉁퉁이와 비실이도 아니고. 저게 뭐야?’

       

       유행이 다 지난 옷을 입고 있네.

       문신을 보아하니 중심부에서 온 녀석들이겠지.

       나는 괜히 녀석들과 휘말리지 않기 위해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어이 거기 잠깐 이리와봐.”

       

       퉁퉁이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귀찮게.

       나는 고개를 돌려 녀석에게 대답했다.

       

       “뭐, 니가 와.”

       “하, 새끼 봐라? 너 여기 근처에 사냐?”

       “그런데?”

       “그럼, 너 여기가 어딘지 아냐?”

       

       녀석은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줬다.

       

       ‘우리 빌라잖아.’

       

       이 녀석들이 빌라를 찾을 이유는 녀석들이 일으킨 사건을 제외하면 없을 텐데.

       결국 시선을 끌고 말았나.

       이건 좋지 않은데.

       나는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드래곤 녀석들을 떠올렸다.

       

       “…알고 있어. 원한다면 안내도 해줄 수 있어.”

       “뭐야, 말투는 싸가지 없는데. 너 착하다?”

       “그런 소리 자주 들어. 그래서 따라올 거야?”

       

       퉁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실이는 아직 경계심을 풀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녀석들을 뒤에 데리고, 빌라로 향했다.

       

       “그런데 왜 이 빌라를 찾아? 여기 별 거 없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근데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무슨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나…”

       

       본 사람이 없을 리가 없지.

       아무래도 소문이 돈 모양이다.

       그래도 퉁퉁이 녀석이 바보같이 전부 얘기해줘서 다행이다.

       비실이가 그나마 눈치가 있는지 녀석이 퉁퉁이를 팔꿈치로 툭툭- 치는 걸로, 녀석들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야. 너희가 보여줬던 빌라.”

       “뭐야, 바로 근처에 있었잖아.”

       “난 안내 끝났으니까 간다. 알아서 해.”

       “어, 그래 고맙고. 사람 조심하면서 다녀라.”

       

       녀석들은 문신이 가득한 팔을 휘두르며 나를 배웅했다.

       생각보다 훨씬 바보 같은 녀석들이었다.

       

       ‘대체 누가 저런 바보들한테 일을 시켰지?’

       

       입도 싸고.

       나는 가는 척 하고는 근처에 숨어 녀석들을 지켜봤다.

       녀석들은 뭐라 티격태격 말싸움을 나누더니,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녀석들을 미행했다.

       

       ‘하필이면 밑으로 내려갔네.’

       

       또각- 또각-

       나는 녀석들의 발걸음을 쫓아 지하로 내려갔다.

       퉁퉁이와 비실이는 지하에서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어이, 안에 있지? 잠깐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안에 없는 것 같은데?”

       “쯧, 옆집으로 가자.”

       

       녀석들은 바로 옆의 현관문으로 향했다.

       

       “뭐야, 여기 빚쟁이가 사나. 고지서가 몇 개야?”

       “푸흡, 이거 우리보다 인생 망한 새끼인가 본데?”

       

       …이 새끼들이.

       내 현관문을 보고 비웃어?

       저거 하나 떼는 게 얼마나 힘든데.

       

       “두드린다?”

       “어, 빨리 해.”

       

       퉁퉁이가 문을 두드리기 위해 주먹을 올렸다.

       그 순간, 나는 녀석들의 뒤로 조심히 다가갔다.

       

       ‘일단 비실이부터.’

       

       목이 부러지지 않게 조심히.

       

       탁-!

       

       “커윽-“

       “뭐, 뭐야 씨발!”

       

       그다음은 퉁퉁이의 목을 방금보다 강하게.

       

       퍽-!

       

       그러자, 퉁퉁이와 비실이가 바닥에 배를 깔고 쓰러졌다.

       안에서는 인기척을 느낀 드래곤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이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문을 열어볼까.

       -안 돼요, 문을 열면 아버지한테 혼나요!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요!

       

       조잘조잘-

       녀석들은 인기척에 놀란 모양이다.

       이러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나는 문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나야. 아빠.”

       -뭐야, 아빠잖아? 밖에 무슨 일이야! 나 볼래! 나갈래!”

       “아무 일도 없어. 잠깐 기다리고 있어. 곧 돌아올게.”

       

       나는 그리 말하고는 기절한 두 녀석의 옷을 잡아끌었다.

       목적지는 옥상.

       

       ‘얘네들을 어떻게 구워삶을까.’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는 어떠한 일도 감수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다 하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나도 완전 아빠가 다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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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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