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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키에엑!”

         

        나를 보고 손을 덜덜 떠는 푸스와 투스.

         

        그래. 오랜만에 보니까 좀 반갑긴 하네.

         

        살아 있긴 했구나.

         

        다행이긴 한데, 대체 무슨 상황이야.

         

        왜 저 악어랑 같이 있는 걸까.

         

        그것도 밟힐 뻔했고.

         

        나를 죽일 뻔한 걸로도 모자라서, 저 작은 것들도 죽이려 했구나.

         

        먹으려고 사냥한 것도 아니겠지.

         

        저 작은 것들로도 배를 채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눈앞의 적에게 집중하자.

         

        터엉!

         

        카이만을 밀쳐냈다.

         

        그와 동시에 꼬리로 거미들을 슬쩍 밀었다.

         

        가까이 있으면 여러모로 불편할 거다.

         

        안전한 곳에 가 있으렴.

         

        【피라냐카이만 LV30】

        【상태】

        「분노」

         

        카이만을 똑바로 응시했다.

         

        놈은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이내 큰 소리로 포효했다.

         

        “크아아아아!”

         

        내가 누군지 깨달았겠지.

         

        내 몸은 네 내단이 있으니까.

         

        피라냐카이만.

         

        내가 처음 보았던 피라냐카이만은 이 정도로 크진 않았다.

         

        레벨 30을 달성한 만큼, 이 녀석이 특이한 개체라고 보면 될 거다.

         

        게다가 내가 내단을 훔치지 않았으면 진화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 덩치를 가져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나도 크게 꿇리진 않는다.

         

        폭풍우가 치던 그날 밤과 다르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그르르….”

         

        낮게 으르렁거렸다.

         

        철퍽철퍽철퍽.

         

        카이만은 나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왔다.

         

        수면이 낮아 수영을 할 수 없어, 원래의 속도를 내진 못했다.

         

        그렇지만 빠르다.

         

        저 덩치에 이 속도.

         

        역시나 반칙 같은 힘이었다.

         

        뒷다리를 땅에 박은 채 놈의 돌진을 받아냈다.

         

        뚜두둑.

         

        놈은 당황했을 거다.

         

        누가 저 녀석과 정면승부를 했을까.

         

        꾸구국.

         

        노래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육중한 무게가 나를 밀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버틸 만했다.

         

        쩌어어억!

         

        놈의 공격이 단순한 박치기로 끝날 리가 없었다.

         

        커다란 이빨이 내 목을 노렸다.

         

        이거, 맞으면 죽는다.

         

        텁!

         

        빠른 몸놀림으로 고개를 젖혀 이빨을 피해냈다.

         

        놈의 이빨은 공기를 씹을 뿐이었다.

         

        그리고 입을 닫는 그 순간, 공격권이 내게 넘어왔다.

         

        멍청하게 머리부터 내밀면 안 되지.

         

        콰아아앙!

         

        용의 발톱과 같은 내 발톱이 놈의 콧잔등을 강하게 타격했다.

         

        놈도 체급이 있기에 그리 치명적이진 않을 거다.

         

        하지만 계속 두드린다면 언젠가 깨질 터.

         

        콰아앙!

         

        놈도 맞고만 있진 않았다.

         

        서로 근접한 상태라 입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놈도 앞발을 들어 나와 같은 방식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

         

        버틸 만하다.

         

        그냥 힘으로만 하는 타격이라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내가 주는 피해가 월등히 높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쓰러지는 건 내가 될 거다.

         

        공격력이 내가 더 높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내구성은 놈이 우위니까.

         

        콰직!

         

        빠른 속도로 놈의 목 부근에 용조수를 두 번 찔러 넣었다.

         

        단단한 가죽에 막혀 큰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

         

        꼬리로 놈의 머리를 때리는 것과 동시에 몸을 뒤로 날려 거리를 벌렸다.

         

        타닷.

         

        난타전은 여기까지.

         

        파악할 수 있는 건 파악했다.

         

        놈의 다리 근육의 힘.

         

        목 부근의 내구성.

         

        그리고 상황 대처 능력.

         

        나는 놈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워줄 멍청이가 아니다.

         

        힘과 내구성은 저쪽이 우위.

         

        내 쪽의 장점은 바로 속도다.

         

        두 발로 지면을 밟았다.

         

        놈의 속도도 느린 편은 아니다.

         

        그린 바실리스크의 최고 속도와 놈의 속도는 거의 같았으니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더욱 빨라졌고 놈은 그대로다.

         

        그 말인즉.

         

        내가 놈보다 빠르다.

         

        “크아아아!”

         

        거리가 벌어졌으니 놈도 입을 사용할 여유가 생겼다.

         

        커다란 입을 벌리고 내게 빠르게 돌진하는 카이만.

         

        타닷!

         

        놈의 턱을 밟으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내 착지점은 카이만의 꼬리.

         

        콰각!

         

        용조수로 꼬리의 끝을 잡은 채, 중간 부분을 물어뜯었다.

         

        콰득!

         

        악어왕도마뱀의 이빨은 제대로 물린다면 악어의 가죽도 뚫을 만큼 날카로운 것이었다.

         

        “끄에에에엑!”

         

        놈이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때를 놓치지 않고 놈의 체내에 독을 주입했다.

         

        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꼬리를 마구 흔드니 놈을 잡은 손이 풀리려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1초, 2초, 그리고 3초.

         

        터엉!

         

        손이 풀리고 그대로 놈의 꼬리에 얻어맞았다.

         

        콰앙!

         

        그대로 지면에 몸을 박았다.

         

        물이 살짝 있는 늪지대라서 피해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적은 피해는 아니었다.

         

        온몸이 저릿거린다.

         

        과연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닌가.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다.

         

        【피라냐카이만 LV30】

        【상태】

        「격노」「중독」

         

        놈은 중독됐다.

         

        가죽이 단단할 뿐, 내부에 독을 박아 넣으니 너도 어쩔 노릇이 없겠지.

         

        하지만 방금 주입한 양으론 놈을 쓰러트리진 못할 거다.

         

        그러나 거슬리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놈의 공격을 피하고, 야금야금 깎아낸다.

         

        카이만의 꼬리가 내게 날아들었다.

         

        곧바로 도약 후, 놈의 뒷발을 물었다.

         

        콰득!

         

        그대로 독을 주입한 후 곧바로 빠져나왔다.

         

        그래.

         

        이렇게만 하면 놈을 쓰러트릴 수 있다.

         

        다시 한번 놈의 몸통 박치기.

         

        정면에서 받지 않고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해냈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아까 상처를 낸 목 부분.

         

        저기를 문다면 치명타일 거다.

         

        콰득!

         

        남은 MP를 모조리 쓰면서 독을 분출했다.

         

        이거라면 놈도….

         

        콰직!

         

        이런.

         

        왼쪽 뒷다리가 어느샌가 놈의 입에 들어가 있었다.

         

        물렸다고 바로 뜯겨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쿠구구구!

         

        이빨에 힘이 들어감과 동시에 놈이 몸을 마구 회전하려 하고 있다.

         

        악어의 성명절기.

         

        데스롤.

         

        다리가 뜯기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몸 전체가 휘말릴 수도 있다.

         

        데스롤에 말려들 때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똑같은 속도로 도는 것.

         

        콰드드드득!

         

        몸을 회전하면서도 놈을 공격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목을 물었고 발톱으로 눈가를 긁어댔다.

         

        쿠당탕!

         

        그렇게 몇 바퀴나 굴렀을까, 놈의 입이 자연스럽게 벌려졌다.

         

        재빨리 다리를 빼낸 후 거리를 벌렸다.

         

        좋지 않다.

         

        다리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다.

         

        다리가 잘렸다고 가정해야 한다.

         

        내 기동력의 대부분을 상실했다.

         

        놈도 그걸 알고 있는지, 자르지 못했음에도 아쉬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크르르르….”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접근전이었다.

         

        그래.

         

        와라.

         

        “크아아아악!”

         

        놈이 포효를 지르며 내게 달려왔다.

         

        나 역시 앞으로 나아갔다.

         

        저 이빨에 당하지 않기 위해선 거리를 벌리거나, 초근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다리가 다친 나는 거리를 벌릴 수 없으니 오히려 가까이 붙었다.

         

        서로의 몸을 세운 채 시작된 난타전.

         

        콰아앙!

         

        내공을 실은 용조수가 놈의 대가리에 정확히 꽂혔다.

         

        카이만의 코에서 피가 뿜어졌다.

         

        놈의 몸 상태도 처음에 비하면 매우 좋지 않다.

         

        승률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촤악!

         

        놈의 앞발이 내 옆구리를 할퀴었다.

         

        큭….

         

        놈에게 다리를 물리면서 옆구리도 같이 다쳤기에, 고통이 배가 되었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조금만 더.

         

        콰아앙!

         

        조금만 더!

         

        콰직!

         

        계속해서 유효타를 냈다.

         

        그 과정에서 나도 꽤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쓰러질 순 없었다.

         

        쿠웅!

         

        악어가 순식간에 몸을 회전하면서 꼬리를 휘둘렀다.

         

        이건 피할 수밖에 없는 공격이다.

         

        몸을 뒤로 날려 거리를 벌렸다.

         

        …그래. 다시 거리가 멀어졌다.

         

        그 말은, 놈의 물기 공격이 다시 유효해졌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내 몸 상태로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콰가가가각!

         

        놈의 속도도 확연히 느려졌다.

         

        하지만 이미 한쪽 다리가 망가진 내가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을 노렸다.

         

        이건 피할 수 없다.

         

        콰드드드드득!

         

        놈의 이빨이 내 신체를 무참히도 씹어 버렸다.

         

        녀석이 씹은 건 내 꼬리. 목이 잘리는 대신 급하게 몸을 회전해 꼬리를 희생시켰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꼬리 자르기를 사용하지도 못했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온다.

         

        “그르르륵….”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

         

        꼬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우적우적.

         

        놈은 내 꼬리를 게걸스럽게 씹어 먹었다.

         

        거만한 눈으로 날 내려다보는 카이만.

         

        승리를 확신하고 있겠지.

         

        내 체력은 계속해서 떨어지는데, 본인은 내 꼬리를 먹음으로써 열량을 보충했으니까.

         

        놈이 내게 천천히 다가온다.

         

        [HP가 부족합니다!]

         

        상태창이, 본능이 내 목숨이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난 죽고 말겠지.

         

        이제 저 악어에게 남은 건 힘이 다 빠진 도마뱀을 유린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끄에에에엑!”

         

        놈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해냈다.

         

        【피라냐카이만 LV30】

        【상태】

        「맹독」「빈사」

         

        내 꼬리에 묶인 오색실과 짚단.

         

        그건 그냥 장식품이 아니다.

         

        은룡굴에 있는 독충들의 독과 내 독을 충분히 적셔서 만든 독덩어리.

         

        일주일 동안이나 농축시킨 독이었다.

         

        그리고 놈은 그 독을 꿀꺽 삼킨 셈이고.

         

        “끄헤에에엑!”

         

        일부러 접근전을 하며 놈의 내성을 파악한 것도.

         

        계속해서 거리를 벌리며 놈의 체력을 뺐던 것도.

         

        마지막에 놈에게 꼬리를 물린 것도.

         

        전부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체력이 빠졌으니 내 신체를 뜯어내자마자 씹어 먹을 거라 생각했다.

         

        강하지만, 단순하다.

         

        그게 네 패착이다.

         

        터벅.

         

        콰아아아앙!

         

        용조수로 놈의 두개골을 내리쳤다.

         

        콰직!

         

        하염없이 계속해서 내리쳤다.

         

        내가 물왕도마뱀, 워터 모니터를 선택하지 않고 크로커다일 모니터를 선택한 건 이 녀석을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악어의 감시자, 악어의 대적자.

         

        처음으로 만난 공포의 대상.

         

        난 너를 극복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카이만의 목을 물었다.

         

        콰드드득!

         

        날카로운 이빨이 놈의 가죽을 파고 들어갔다.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턱에 힘을 주었다.

         

        우드드득!

         

        놈의 두꺼운 목뼈가 부러졌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만 들렸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이겼다.

         

        놈을 쓰러트렸다.

         

        카이만의 시체에 발을 올렸다.

         

        이제 이 늪지대의 주인은 나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포효했다

         

        “게게게겍!”

         

        …자꾸 실수하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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