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9

       

       

       

       

       그날 하나로백화점에서 일어났던 일은 세간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왔다.

         

         

       -속보! 하나로백화점에 스튜디오엔믹스 촬영팀 뜸! (영상)

       ㄴ아니 얘네 단체로 뭐함? ㅋㅋ

       ㄴ플라이 하이 촬영 하나 본데?

       ㄴ자세히 보니까 다크 블랙 애들이랑 윈터걸스도 보임

       ㄴㅇㅇ 저거 주연들 옆에 서 있는 사람들 다 JYB 소속 아이돌 맞음

         

         

       커뮤니티를 나가 너튜브에 들어가 보면 fly high의 플래시 몹을 따라는 하는 수많은 영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고작 이틀 사이에 이 정도로 많이 올라왔을 줄이야….

         

       지이이잉-

         

       그때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다른 쪽 휴대폰이 울렸다.

         

       웬일로 설소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플라이 하이의 촬영과 안무 연습을 병행한다고 요즘 연락이 조금 뜸했는데 무슨 일이지?

         

         

       [작가님 혹시 다혜에게 친필싸인 주셨어요…?]

         

       

       음? 갑자기 뭔 친필싸인?

         

       아.

         

       그때 아이돌들 캐스팅 섭외한다고 뇌물로 바쳤었지 참.

         

       근데 그걸 어떻게……?

         

         

       [다혜가 저한테 작가님 싸인을 받았다고 자랑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 백준영 대표님도….]

         

         

       아무래도 자기만 없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하나 드려요?]

       [무조건 주세요.]

         

         

       그리고 그 어떤 때보다 빠른 즉답이 돌아왔다.

         

         

       [아… 네. 대신 저도 부탁 하나만 해도 할게요.]

       [부탁이요? 뭐든 말 만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 들어 드릴게요.]

       [그럼 저도 소영 씨 싸인 좀 주세요.]

       [제 싸인을요…? 왜요?]

         

         

       그야 미래의 대인기 여배우의 반열에 오를 사람인데 미리 얻어놓으면 나야 좋지.

         

       사실은 그것보단 누나가 가지고 싶어 하는 눈치길래 하나 주려고 얘기를 꺼낸 거였다.

         

       그래도 사실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니 대충 답장을 보냈다.

         

         

       [그냥 제가 가지고 싶어서요. 혹시 힘든가요?]

       [아니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해요.]

       [그럼 나 PD님에게 전해둘게요. 소영 씨도 시간 나면 그분께 주세요.]

       [아… 네.]

         

         

       아까까지 힘이 넘쳐 보였던 답장과는 다르게 마지막 답장은 뭔가 시무룩하게 느껴졌다.

         

         

       한편…….

         

       이다혜는 어울리지 않게 긴장하고 있는 설소영을 쳐다봤다.

         

       설소영은 오늘 촬영에 들어가기 전 927 작가의 싸인을 자기만 못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째 촬영 내내 계속 시무룩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이다혜는 휴식 시간 때 한번 927 작가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친구의 제안으로 고심 끝에 927 작가와 문자를 나눠보기로 결심한 설소영.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다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런 얼굴이 될 수도 있었구나.’

         

         

       927 작가와 문자를 나누고 있는 설소영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저건 누가 봐도 기쁨의 미소였다.

         

       심지어 그녀는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천하의 설소영을 표정 관리하나 조차 못 하게 만들다니…….

         

       저 아이의 안에 927 작가라는 사람이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걸까?

         

       이다혜의 입장에선 나름 충격인 광경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뭐래?”

         

         

       이다혜가 물었다.

         

         

       “싸인 주신데. 대신 내 싸인이랑 교환하고 싶으신 것 같아.”

       “오, 다행이네. 음…?”

         

         

       하지만 방금까지 기분 좋아 보였던 설소영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삽시간으로 달라졌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개뿔.

         

       얼굴만 봐도 우울한 아우라가 여기까지 느껴지는데.

         

       이다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에게 훈수를 해주고 싶지만, 이쪽도 비슷한 처지여서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플라이 하이의 촬영은 막바지에 달했다.

         

       그리고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설소영은 눈을 꼭 감은 상태로 감회에 잠겨 있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마지막 촬영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차기작의 마지막 촬영이라니…….

         

       심지어 이번 플라이 하이는 춤 연습과 녹음을 병행하다 보니 더욱 정신없게 시간이 흘러갔다.

         

       솔직히 잠도 줄여가며 춤과 노래, 추가로 연기까지 연습했다.

         

       지난 몇 달간 몸을 혹사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설소영은 아무런 군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약한 소리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이번 플라이 하이를 기획한 사람이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더 고생했을 테니까.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그와 한 고민 상담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엄마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다만.

         

       모든 상황을 이해한 그는 자신의 희망이 되어주었다.

         

       순식간에 ‘플라이 하이’라는 드라마를 기획하고, 이번에는 전작과 다르게 제작 단계까지 관여하셨다.

         

       캐스팅을 위해 JYB를 섭외해낸 것도 그였고, 백준영 대표님과 작곡 작업까지 했다고 들었다.

         

       그 밖에도 많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무런 관계도 아닌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노력해주셨다는 점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이번에도 별다른 대가조차 요구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에게 무언가 원하는 게 있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설소영은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그런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것을.

         

       또한, 그게 그 사람의 진짜 무서운 점이다.

         

       만약 그가 고민 상담 때 내게 말해줬던 것처럼…….

         

       모든 게 그의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 큰 은혜를 갚으면서 살아가야 하지?

         

       그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는 거냐고.

         

         

       ─곧 마지막 촬영에 들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번 촬영이야말로 그가 나를 위해 준비해준 마지막 선물이니까.

         

       그러니.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함께 담아.

         

       오직 그 두 사람만을 위해서.

         

       ……최고의 연기를 펼쳐 보자.

         

       굳게 감고 있던 두 눈을 뜨고, 설소영은 천천히 촬영장으로 향했다.

         

         

         

       ***

         

         

         

       “음? 대표님 왜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으세요?”

       “아. 잠시 섬망 증세가 왔나 봅니다.”

       “갑자기 웬 섬망? 30대 후반에 벌써 그게 와요?”

       “아니요. 어제 소영 씨의 마지막 연기를 본 사람이라면 다 어떤 병에 걸렸을걸요? 아, 작가님은 그걸 못 보셨지 참.”

         

         

       나를 보며 기분 나쁘게 계속 웃어대는 백준영 대표.

         

       어제 설소영의 연기가 어지간히도 인상 깊으셨나 보다.

         

       근데 아까부터 빡치게 계속 긁으시네?

         

         

       “소영 씨가 마지막에 부른 OST를 제가 작곡했다는 게 참… 영광스럽다고 해야 하나? 흐흐흐.”

       “아오, 알았으니까 그만! 나중에 본방으로 챙겨보면 되잖아요.”

       “그건 ‘직접’ 본 게 아니니까 무효입니다. 그리고 16화는 1달 뒤에 방영하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참으시려고요.”

       “흠, 그렇게까지 말하니 확실히 궁금하긴 하네요. 그럼 16화 촬영을 제가 보는 앞에서 다시 해볼까요?”

       “예? 이미 현장에서 마무리 박수까지 쳤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있겠습니까?”

       “어쩌라고요. 나 927 작가인데?”

         

         

       내가 그렇게 뻔뻔하게 말하자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백준영 대표님.

         

       뭐야. 나도 농담 삼아 장난 한번 쳐본 건데 왜 저렇게 과민 반응이야?

         

       이대로라면 논란이 생길 것 같아서 장난이라고 당부했다.

         

       그제서야 백준영 대표님이 겨우 한숨을 돌리셨다.

         

         

       “근데 갑자기 저희 본사에는 왜 방문하신 거예요?”

         

         

       문뜩 의아한 눈빛으로 그가 물었다.

         

       하긴 충분히 그런 의문이 들만 하다. 요즘 들어서 JYB 본사에 방문을 거의 안 하긴 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안무와 OST 작업을 끝낸 순간 이곳에 올 이유가 없긴 했다.

         

       그게 끝나도 종종 이곳에 방문한 이유도 단순히 백준영 대표님의 입장에서 촬영 현장의 상황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제 플라이 하이의 촬영이 모두 끝났으니 더 이상 이곳에 방문할 이유는 없었다.

         

         

       “앞으로 JYB에 방문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예?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제야! 드디어! 처음으로 한번 놀려봤는데 설마 그거 가지고 삐져서 평생 안 오겠다는 거예요? 설마 그런 소인배는 아니시겠죠?!”

         

         

       오우. 진짜 고막 터질 뻔했네.

         

       이게 그 공기 반 소리 반 창법을 이용한 발성인가?

         

         

       “그게 아니라 이제 외부인인 제가 여기에 올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진짜 필요한 일이 있으면 고민해 보고 방문할게요.”

       “잠깐만요! 그럼 JYB랑 다혜는 어떻게 하시게요?!”

       “…하? JYB는 지인~ 짜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고 여기서 이다혜 이름이 왜 튀어나오는 건데요?”

       “걔가 요즘 들어서 후계자님은 어디에 있냐고 얼마나 저를 쪼아대는지 아세요? 이제 안 올 거면 좀 데려가시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거 제 알 바 아닌데요? 그리고 후계자라고 시원하게 저지른 건 대표님이니까 알아서 수습하십쇼.”

       “아니! 후계자고 자시고 다혜를 그렇게 만든 게 바로 당신이잖아!”

       “엥? 저는 그런 적 없는데요? 어쨌든 저는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솔직히 그동안 제가 많이 부려 먹은 것 같은데 진짜 고생하셨어요.”

       “자, 작가님!”

         

         

       나는 백준영 대표님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대로 방을 나갔다.

         

       음, 뭔가 대표실 쪽에서 절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데…….

         

       그냥 무시해야징.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