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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지독한 냄새. 나는 코를 쓱 가렸다.

         

       이 새끼. 아니나 다를까. 이빨도 제대로 안 닦는군.

         

       나는 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오늘만을 기다렸다.

       내가 괜히 빡빡하게 수련했던 게 아니란 말이지!

         

         

       [자하드 발튼] [레벨 : 47]

       [종족 : ???] [직업 : ???]

         

       [직업 고유 스킬]

       -태양신의 사랑 : 보유한 태양신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태양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태양신의 축복 : 태양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태양신의 기도 : 정신오염이 통하지 않는다.

         

       [직업 고유 스킬]

       -뱀신의 사랑 : 보유한 뱀신과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뱀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뱀신의 축복 : 뱀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뱀신의 기도 : 상태이상에 면역이 된다.

         

       [사도]

       -뒤섞인 성흔 (A) : 모든 마를 밀어낸다. 타인에게 성흔을 부여할 수 있다. 휘하의 사제들이 뒤섞이며, 일부 신체가 뒤틀릴 수 있다. (5/20)

       -뒤섞인 신성 (A) : 두 가지 신성이 뒤섞였다. 사용법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일반적인 성력 판별기에 검출되지 않는다.

       -치료 (B) : 치료와 전투를 병행할 수 있다. 세간은 이를 '불사자의 싸움'이라 칭한다.

       -축복 (B) : 상태 이상 저항력이 크게 늘어나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신체능력이 크게 상승하며, 성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한다.

         

       [라의 교단]

       -성화 (B) : 신성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악을 정화하고, 태울 수 없는 것을 일부 태울 수 있다. 불꽃의 크기와 한계는 성력에 비례한다.

       -불의 기도 (C) : 기도를 하면 일정 시간 동안 체온이 유지된다.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성수 제조 (C) : 물에 성력을 담는다. 몸의 치유력을 활성화시키며, 마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성스러운 벽 (B) : 일부 구역을 차단할 수 있다. 피부 위에 얇게 발라, 불을 휘감을 수 있다. 갑옷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하며, 기준치 이하의 충격을 상쇄한다.

       -불의 속삭임 (B) : 무기의 성능이 높아진다. 불꽃이 내려앉으며, 타인의 무기에도 부여할 수 있다. 마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

       -정화 (C) : 저주를 몰아내며, 오염된 것을 정화한다.

       -단죄의 검 (B) : 태양신교의 기초적인 검술 '불의 노래'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으며, 이단심문관의 검은 예전부터 자비가 없기로 유명하다.

       -재의 왕관 (EX) : 공물을 바쳐 태양신과 관련된 스킬의 등급을 올린다.

         

       [나가의 교단]

       -영련 (C) : 조용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어둠에 스며들 수 있으며,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비늘의 기도 (C) : 기도를 하면 일정 시간 동안 인기척이 사라진다.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독액 생성 (C) : 체내에서 복통을 유발하는 독액을 제조할 수 있다.

       -뱀의 속삭임 (C) : 물건의 외형이 일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물건을 숨길 수 있으며, 잡고 있는 물건에만 해당한다.

       -침식 (C) : 정신에 스며들어, 타인의 정신에 암시를 흘린다.

       -흑색 비늘 (B) : 뱀 교단의 기초적인 검술 '그림자의 노래'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으며, 검을 익힌 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용 스킬]

       -고기 요리법(C) : 고기를 맛있게 굽는다.

       -해산물 요리법 (B) : 요리할 수 없는 해산물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이런이런.

       이러다가 나중에 어, 막 다 읽을 수도 없게 될 수도!

         

       나는 달라붙는 게딱지를 쓱 밀어냈다. 악취가 심해짐에 따라, 발밑의 균열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와르르.

         

       "뭐, 뭐야?!"

       "이런 미친?!"

       "추락한다! 정신 차려!"

         

       빠른 속도로 지형지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저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까드득거리며 뭔가가 잘게 씹히는 소리.

         

       "주모오오옥!!!!!!"

         

       나는 크게 외쳤다. 패닉에 빠진 이들을 진두지휘했다.

         

       "균열 밑에 거대한 이빨이 있어요! 안 씹히게 조심하세요!"

       "어, 어떻게?!"

       "한 번 닫힌 다음, 다시 크게 열리는 타이밍에 들어가요! 타이밍 잘못 맞추면 떡 되니까 조심하시고!"

         

       우드득거리며 지형이 또 한 번 크게 요동쳤다. 균열이 더욱 크게 갈라졌다. 지면이 완전히 갈라져, 밑의 거대한 입이 보일 정도였다.

         

       "하나둘 셋 하면 갑니다!"

       "오, 오케이!"

         

       덜컹거리며 지형이 또 한 차례 가라앉았다. 악취가 심해졌다. 메스꺼운 역겨운 냄새가 훅하고 올라왔다.

       지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런 시발.

         

       너무 빠르잖아?

         

       "하나둘셋뛰어!"

       "천천히 세라고!!!"

         

       우리는 동시에 떨어졌다. 능력이 부족한 뱀 신도들은 이단심문관과 뱀 교단 성기사들이 급히 챙겼다.

         

       추락.

         

       나는 어둠 속으로 끊임없이 떨어졌다. 밀려 들어오는 악취와 미세하게 끈적거리는 소리. 꿀렁거리는 살 벽에서 나는 돌아온 것을 느꼈다.

         

       "…하하!"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새끼. 겁나 오랜만이네!

       이렇게 보니까 새롭잖아! 다시 한 번 엿먹일 날이 올 줄 몰랐는데!

         

       그것도 생각도 못 한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말이지!

         

       "짓이겨주마!"

         

       가슴이 부풀었다. 참을 수 없는 환희가 몰려들었다.

       미지의 공간 속으로 떨어지는 것.

         

       그건 게이머로서 절대 참을 수 없는 이벤트니까!

         

         

         

       . . .

         

         

         

       이단심판관 디모나는 급히 말을 돌렸다. 지면 전체가 요동치는 것을 보았다. 거대한 울림.

       얼음 절벽 전체가 휩쓸리듯 무너지고 있다. 원래라면 그나마 형태를 유지했어야 할 높은 절벽들이 완전히 침몰하고 있었다.

         

       이건 이제 인간의 손으로 댈 수 없는 재앙과 같았다. 대륙의 이름난 강자들…

       적어도 태양신교의 교황은 돼야 홀로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무너지는 설산에서 눈이 폭포수처럼 밀어닥쳤다. 눈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하염없이 계속해서.

         

       완전히 시야를 가린 폭설 속에서 이단심문관들이 급히 외쳤다.

         

       "심판관님!"

       "명령을!"

       "조용히 하세요!"

         

       어떻게 해야 하지. 라다토크가 저 안에 있을지 모른다. 모든 일을 제치고 일단 달려왔는데…

         

       그 다음은?

         

       저 지옥 속으로 뛰어들어가라고?

         

       디모나는 망설였다. 혼자였다면, 아니 이곳에 태양신교의 이단심문관들만 있었다면 곧바로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는 불청객이 하나 더 있었다. 빌어먹을 뱀 교단의 신도들.

         

       그들 또한 여기에 있었다. 자연재해를 같이 목도하며, 어쩔 줄 모른 채.

         

       "심판관님!"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을 텐데요!"

         

       저들은 왜 여기 있는 걸까.

       구해야 할 사람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이 일을 저지른 장본인일 걸까.

         

       디모나의 생각은 전자 쪽으로 기울었다. 후자라면 그들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굳이 흔적을 남겨서 자신이 한 일이라는 걸 증명한다? 그것도 저런 병력을 데리고?

         

       있을 수 없다. 디모나는 알고 있었다. 뱀 교단은 사악하나 멍청이들이 아니다.

         

       굳이 이 휩쓸리기 쉬운 곳까지 나선 이유는, 그들에게도 잃어버려서는 안 될 인물이 저 안에 있다는 것.

         

       "…제길."

         

       라다토크가 저 안에 있다. 가족과도 같은 직장 선배이자 잃을 수 없는 동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등을 보일 수는 없었다. 등을 보이면 그들이 언제 습격할지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일은 최악으로 흘러갈 게 될 터. 지금 데리고 나온 이 병력도 전부 잃어버릴지 모른다.

         

       하나를 살리는 대가로 모두를 사지로 내몰 것인가.

       아니면 그저 지켜만 볼 것인가.

         

       두 병력은 조용히 대치했다. 구하러 온 두 교단이 서로의 눈치만을 보며 무너지는 설산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지 못한 채.

         

         

         

       . . .

         

         

         

       "이런 미친?!"

       "뭐, 뭐 이리 많아?!"

       "이, 이게 다 무슨!"

         

       이단심문관과 뱀 교단 성기사들이 기함했다. 나는 눈앞의 실지렁이를 찢었다.

       평소라면 그냥 하하 웃어넘기면서 짓밟아 터트리는 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불가능했다.

         

       살점을 녹이는 체액을 줄줄 흘러내리는 거대 실지렁이를 짓밟는 걸로 죽일 수는 없으니까!

         

       "게딱지를 방패로 삼아요! 이건 안 녹으니까!"

         

       베이그니스 토벌전의 핵심은 하나다.

         

       어떻게든 저 기생충 군단을 넘어서, 베이그니스의 중심부에 도달할 것.

         

       그나마 다행인 건 중간마다 휴식지점이 있다는 점이었다.

       나쁜 점이 있다면, 그 사이사이가 무척이나 멀고 험하다는 걸까.

         

       몇 번 겪어본 적 있는 나도 질릴만한 물량이다. 이단심문관은 물론, 뱀 교단 성기사들의 눈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검을 떨어트린 건 뱀 신도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눈에는 초점이 사라졌다.

         

       "아, 악마다…나는 지옥으로 걸어 들어온 게 분명해…이대로 전부 죽…"

         

       거대 실지렁이가 그를 덮쳤다.

       다음 순간 진득한 붉은 피만 남아 바닥에 엉겨붙었다.

         

       이런 시발. 잔인하게도 죽이네.

         

       하나가 포기하자 동시다발적으로 포기하는 인원이 늘고 있었다. 정예병력은 여전했지만, 가장 약한 녀석들부터 무기를 놓기 시작했다.

         

       "아아…세상에 종말이 온다…"

       "모두 죽을 거야…탈출구 따위는 없어…"

       "신이시여…어째서 나를 버리시는 것입니까…"

         

       숫자가 급속도로 줄었다. 정예병력만 있어도 상관없었지만, 떨어지는 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게 정신오염으로 이어지면 안 되지. 나는 게딱지를 발판 삼아 높게 뛰어올랐다.

         

       다소 성력이 떨어지겠지만, 방패막이가 가능한 한 많이 살아남는 것이 토벌전의 핵심!

         

       "신이시여!!"

         

       [성화(B)가 발동합니다.]

       [성스러운 화염이 주변을 뒤덮습니다.]

       [정화(C)가 발동합니다.]

       [주변의 소화액을 힘껏 밀어냅니다.]

       [단죄의 검(B)이 번뜩입니다.]

       [부정한 것들이 불타기 시작합니다.]

         

       태양을 몸에 담고 검을 휘두른다. 한순간 찬란히 빛난 불꽃이 내 주변을 감쌌다.

         

       떨어지는 유성. 타오르는 별.

         

       베이그니스의 꿈틀거리는 살벽 위로 신성(神聖)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끼에에에에에엑!"

       "끄에에에에에엑!"

         

       불의 신성에 폭격당한 기생충들의 몸이 일제히 폭발했다. 내부를 가득 채웠던 공기가 급격히 폐를 빠져나가면서 생겨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내 발끝이 닿는 곳은 모조리 불타고 있었다. 성력이 대거 빠져나갔지만, 난 여전히 서 있을 수 있었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검을 휘둘렀다. 불꽃이 튀었다. 온몸을 휘감은 성화를 보란 듯이 크게 키웠다.

       눈에 닿는 곳은 모조리 불꽃이 감쌌다. 휘말린 기생충들이 산 채로 구워졌다.

         

       성력이 빠르게 재생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 이제껏 쌓아왔던 시간이 벌일 수 있던 기적.

         

       넘실거리는 불꽃 속에서 이단심문관이 속삭였다. 눈을 부릅뜨고 기적의 재림을 똑똑히 보았다.

         

       "…라의…재림."

       "어떻게…고작 견습 사제가…저런 불꽃을…"

       "맙소사…이건…말도 안 되는…"

         

       라다토크가 말을 더듬었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고요한 눈이 지긋이 내 등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신이시여. 당신의 속삭임이 정년 그였던 것입니까…"

         

       나는 등을 폈다. 힘들어서 곧바로 혀를 헥헥 대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시발! 이런 퍼포먼스를 보였으니까 자살할 생각 하면 다 뒤진다!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라가 나를 보살피신다!"

         

       나는 성스러운 불꽃 속에서 이를 갈았다.

         

       "성전이다! 이 더러운 악마 새끼들을 몰아내라!"

       "으아아아아아!!"

       "성전! 성전!"

       "라께서 성전을 원하신다!"

       “ 라를! ”

       “ 라를 위하여! ”

       "이단심문관 펠시스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이단심문관 아벨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이단심문관…!"

       "이단심문관…!"

         

       쏟아지는 찬사 아래 라다토크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중검을 든 손에 강한 힘이 들어갔다.

         

       "이단심문관 라다토크가…"

         

       다 꺼져가던 불꽃이 다시 한 번 크게 타올랐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뱀 교단 신도들이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슬금슬금 떨어트린 무기를 주워들기 시작했다.

       뱀 교단 성기사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있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는 듯 눈을 부릅뜨면서 이단심문관들의 옆에 어깨를 맞댔다.

         

       성기사 이자벨라가 중얼거렸다.

         

       "…이게 신의 뜻이 아니고서는 무엇이란 말인가."

         

       괴물의 체액을 잔뜩 묻은 검이 이자벨라의 팔 위에서 비스듬히 겨뤄졌다.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성기사 이자벨라. 잠깐이나마 태양신교를 따르겠다."

       "단장님이 말씀하셨다!"

       "전원 검을 들어라!"

       "이 더러운 악마 새끼들을 지상에서 몰아내라!"

       "성전이다!"

       "신도들은 모두 검을 들어라!"

       "나가를!"

       "나가를 위하여!"

         

       두 교단이 입을 모아 외쳤다.

         

       """""성전이 우리를 부른다아아아아앗!!!!!"""""

         

       나는 침을 뱉었다. 그래. 시발.

         

       "성전이다. 개새끼들아."

         

       몰려드는 기생충들을 향해 히죽 웃었다.

         

       "다 뒤졌다고 복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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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성기사가 성물을 독차지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 world where magic reigns supreme and the influence of gods wanes, a young boy finds himself unexpectedly thrust into the role of an acolyte in the declining Sun God’s Temple. Blessed with the divine stigma of the Sun God, he must navigate the temple’s internal politics, the hostility of his fellow acolytes, and the challenges that come with his newfound powers.

As he delves deeper into the mysteries of the temple, he discovers hidden secrets and powerful artifact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his destiny. With the guidance of an enigmatic senior acolyte and the unwavering faith in his own abilities, he sets out to prove his worth and carve his own path in a world that has all but forgotten the true power of the di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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