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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미소와 함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건들하게 걸어오는 남자.

       

       

       녹조 마을에 위대하신 이장님.

       

       

       루인이었다.

       

       

       그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루인이 왜 여기 있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아카데미 동기를 만나서 반갑기는 했지만, 지금 루인은 여기 있으면 안 됐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던전에 대한 기사가 수도에 퍼지고 그때 쯤 모험가들이 몰려오면서 루인도 참여하는 스토리인데, 왜 여기있는 걸까.

        

        

       등산하러 온 것도 아니고.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나는. 루인에게 물어봤다. 왜 여기에 왔냐고.

       

       

       “저기…. 녹조 마법사님?”

       “…루인이다.”

       “그렇군요. 녹조 기사님”

       “기사가 아니고 마법사. 그리고 루인이라고.”

       

       

       루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싫은 모양.

        

       

       이름도 착실히 외웠고 존칭도 해주는데, 볼 때마다 화가 나 있는 걸까. 알다가도 모르겠을 루인의 심리는 마법의 날이 찾아온 아가씨보다 성격이 더러웠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유리아한테는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것처럼 하면서 유독 나한테만 발작을 일으키니, 서운하기 그지없었다.

       

       

       아카데미에서 친하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다가 인사 정도는 하던 사이였는데.

        

        

       -차석님 안녕하세요~

       -놀리는 거냐?

       -아니요? 저희 아가씨는 수석이라고 자랑하는 건데요.

       -개새끼가.

       -멍

        

        

       복도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서로 축하해줄 일은 축하해주면서 염장 지를 일은 밝게 웃으며 염장을 질러주던 사이였는데, 매번 화를 내는 루인만 보니 아쉬운 나였다.

        

        

       좋은 추억인데 말이지.

       

       

       -어… 루인씨 이번 대련에서 아가씨 드레스 태워버리셨다면서요. 조금 비싼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힘드시면 저희가….

       -갚을 수 있어. 고작 드레스 하나 변상할 돈도 없을 것 같아?

       -30만 골드인데요?

       -어…?

       -아가씨께서 갚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럼 마탑으로 청구서 보내면 되는 걸까요?

       -잠시만..!

       

        

       매일 같이 미하일에게 패배하고 연무장에 쓰러져 있는 루인을 위로해줬던 추억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아가씨 바닥에 이끼가 붙어있습니다.

       -오…! 엄청 커!

       

       -개새끼들아, 놀리지 마!

       

       -말도 합니다.

       -히이익…!

       

        

        

       나는 반가운데, 쟤는 왜 저럴까.

        

        

       루인은 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가 먹을 것도 아닌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흥분한 모습. 발정난 개 같았다.

       

       

       [루인 Lv. 35]

       [직업 : 아카데미 재학생]

       [호감도 : -77]

       [좋아하는 대화 주제 : 유리아/마법에 대한 인정/데이트]

       [싫어하는 대화 주제 : 마법에 대한 열등감/하얀 머리/붉은 머리/후배에게 패배한 머저리]

       

       

       가문의 원수도 아닌데, 호감도는 왜 이렇게 낮은 거냐.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친구니까.

       나는 반가운 마음을 담아서 루인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루인.”

       “반갑다고?”

       

       

       루인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웃긴 모양인지.

       아니면 이 상황이 웃긴 모양인지.

        

        

       어느 쪽이 됐건,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온 웃음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루인은 등 뒤를 빼꼼 쳐다봤다. 뭔가를 찾는 모양. 조금 더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내게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야. 올리비아는 어디 갔냐.”

       “집에 있습니다.”

       “집?”

        

        

       아가씨가 없다는 말에 기세가 등등해진 녹조 마을 이장님.

       

       

       숲의 친구에서 만났을 때는, 비에 젖은 강아지 같았는데, 지금 루인은 치와와 앞에 선 불독 같았다

       

       

       루인은 성큼성큼.

       내 앞으로 걸어왔다.

       너무 가까이 오면 안 되는데.

       습관적으로 루인의 머리를 바닥에 꽂아버릴까 봐 두려웠다.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다가오지마. 너 또 기절한다.’

        

        

       기절시킬 거면. 루인의 유언을 듣고 난 뒤에 기절시키는 게 나았다. 혹시나 루인 말고 다른 학생이 있다면 그것도 기절시켜야 했으니까.

        

        

       루인은 내게 말했다.

        

       

       “리카르도 나는 네가 반갑지가 않아.”

       “그렇군요. 어쩌죠. 저는 루인 씨가 정말 반가운데.”

       “그래?”

       

       

       퉤. 루인은 내 신발 옆에 침을 뱉었다.

       

       

       다 헤져가는 가죽 신발 옆에 루인의 하얀 침이 아슬아슬하게 닿아있었다.

       

       

       “푸핫. 신발이 이게 뭐냐.”

       

       

       신발을 보고 피식 웃는 루인.

       영역표시하는 강아지 같아서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고블린도 이런 건 안 신겠다.”

       “그런가요? 그럼 고블린 신발을 뺏어야겠네요.”

       

       

       루인의 도발은 통하지 않았다.

       

       

       애도 아니고 이런 도발에 넘어가는 게 이상하지. 이런 간단한 도발에 넘어간다고 한다면.

       

       

       그건 빙의자가 아니라.

       분노조절 장애다.

       

       

       자고로 사람은 참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도발에 죽자고 달려드는 놈은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어떤 도발에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인내하고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이자 대인배.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적막하고.

       아무도 없었다.

       

       

       ‘너무 위험한 곳이네.’

       

       

       있는 거라곤 근처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엘리트 오크들과 상대하기 까다로운 엘리트 고블린이 있는 이곳.

       

       

       사람 한 명 묻혀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였다.

       

       

       정말이지. 조심성이란 걸 모르는 친구다. 이런 음침한 곳을 혼자서 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이러는 거냐.

        

        

       루인의 묘자리를 고르며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파스칼이라도 됐으면 루인은 사람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나는 걱정을 담아 말했다.

        

       

       “루인님.”

       “말 편하게 해. 아카데미에서 그랬잖아. 저번부터 왜 그러는 거야.”

       “그냥. 습관이 돼서 그렇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루인이 걱정됐다.

       

       

       삶의 지혜를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이런 위험한 곳에 오면 믿을 만한 사람 한 명 정도는 옆에 붙여놔야 할 텐데.

       

       

       그래야 비명횡사하더라도 부고 소식은 알릴 수 있을 거 아니야.

        

        

       나는 서서히 루인에게 다가갔다.

        

        

       잘 보니까, 루인의 왼쪽 뺨에 뭐가 묻은 것 같았다. 비호감이라고.

       잘 안 지워지는 얼룩인데, 내가 지워줘야겠다.

        

       

       “아… 그러고 보니. 루인씨.”

       “왜.”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카데미에 있어야 하실 분이.”

       “아… 과제 때문에.”

       “과제요?”

       

       

       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나쁜 말을 뱉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퇴학당한 놈이 그런 건 왜 궁금해.’라고 말하는데, 이 친구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했다.

       

        

       여주인공에게 차이고 나서 폐인처럼 지낼 텐데 말이지.

       

        

       완결 이후 루인의 미래가 걱정됐다.

       

        

       루인은 소설에서 고구마를 부숴버리는 사이다 같은 존재다.

       

       

       여주인공이 악녀들에게 왕따 당하는 파트에서 다른 남자 주인공들은 ‘유리아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혹은 ‘유리아의 친구 문제에 끼어들 수 없어. 무력적인 건 몰라도….’ 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여주인공에 관련된 일이라면 눈이 휙 가닥 돌아가는 루인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등장해. 악녀들에게 한마디 해줬으니까.

        

        

       싫어도 정감이 가는 캐릭터였다.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다른 독자들은 싸가지없는 모습이 좋다고 루인을 최애캐로 삼기도 했다.

        

       

       루인은 한결같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반말을 찍찍 뱉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반말을 찍찍 뱉는 캐릭터.

       

       

       심지어 자신을 거둬준 마탑주에게도 할아범이라며 반말을 찍찍 뱉는 일관성을 보여주는데, 나중에 임자를 만나서 털렸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바람이였다.

       

        

       루인은 내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한나한테 퇴학 정정해달라고 부탁했더라? 갑자기 퇴학 정정 이야기하는데. 진짜 미친년인 줄 알았다니까.”

       “저는 퇴학이 아니라 휴…”

       “너희 둘한테는 퇴학이나 휴학이나 똑같잖아. 후배한테 부탁하는 거 쪽팔리지도 않냐.”

        

        

       착하게 말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걸까. 세상과 이별하고 싶다고 말하는 루인.

        

        

       한걸음 루인에게 다가갔다.

       움찔 어깨를 떠는 루인.

       왜 이렇게 겁이 많은 걸까, 아무것도 안 할 건데.

        

        

       나는 멋쩍게 웃었다.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서 부탁 좀 해봤습니다. 하하.”

       “지랄.”

       “그래서 루인 씨의 학교생활은 어떠신가요?”

       “너희가 없어서 좋아.”

       “쓰읍, 그런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황실 아카데미는 특별하다.

       

        

       졸업만 한다면 제국에 잘나가는 기업 혹은 가문에 취업할 수 있고, 평민의 한계를 넘어 작위를 받을 수 있기도 했다.

        

        

       교육 방침 또한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특화됐는데.

        

        

       학생들이 직접 과제를 선택해서 난이도가 높으면 높은 성적을. 난이도가 낮은 과제는 낮은 성적을 부여하는 성적 산출 방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황실 아카데미는 성적이 높아지면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으니까.

       

        

       열정적인 학생이 과실을 맺을 수 있게끔 만든 시스템인데.

        

        

       성적에 1도 신경을 안 쓰는 루인이 이 먼 곳까지 고작 과제 때문에 왔다는 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거고.

       

        

       나는 루인에게 물었다.

       

       

       “아. 혹시 한나 씨한테 밟혀서. 그러세요?”

       “그 입 닥쳐라.”

        

        

       움찔거리며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루인. 아무래도 생각 없이 던진 돌이 루인의 멘탈에 맞았나보다.

        

        

       나는 변명하듯 말했다.

       상처받은 루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더 아플 수 있게끔. 그리고 아픈 상처가 더 벌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아니, 그게 아니면 루인 씨 같은 영재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하멜에 오신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설마 이번에 열린 순위전에서 광탈하신 건….”

       “닥치라고 했지.”

       

       

       루인의 아픈 상처를 더욱 건드렸다.

       

       

       루인은 나를 노려봤다.

       탈탈 털린 멘탈이 돌아오지 않는지. 아무 말 없이 나와 아이컨택을 하는 루인.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말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닥치라고!”

       

       

       붉은 구체가 매섭게 튀어나왔다.

        

        

       지난번에 3개였던 구체가 오늘은 10개가 되어서 내게로 날라오고 있었다.

        

        

       성장한 루인.

        

        

       이 정도 성장세면 사마귀한테 10초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루인의 머리를 바닥에 꽂으려고 했다. 흥분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서로 가던 길 가자고 하려 했으니까.

        

        

       그런데.

        

        

       루인의 머리에 손이 닿으려고 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루인! 지금 뭐 하는 거야!”

       

       

       등 뒤에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산뜻한 과일을 머금은 듯한 청명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화가 많아서요.”

       

       

       등 뒤의 여자는 오자마자 사과를 했다. 도도한 귀족의 말투와는 다르게 시골 소녀같이 친근한 말투로 내게 다가오는 여자.

       

        

       여자의 등장에 험악하게 굳어있던 루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풀었다.

       

       

       바보처럼 헤실거리는 루인의 미소.

       나는 뻗었던 손을 내렸다.

       

        

       “루인 뭐해! 사과해야지!”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니야.”

       “거짓말 하지마!”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큰일났네.’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이렇게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서서히 보이는 그녀의 웃는 모습.

       

       

       분홍색 머리카락에.

       앵두 같은 입술.

       싱그러운 미모를 가진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그러운 미소를 감추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리아 씨.”

        

        

       이 소설의 주인공 유리아가 나를 보고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PIA1618673730713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께 행복의 요정이! 따라가기를!

    시작좀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시고 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정기 연재!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힘이 부족한 요정입니다!
    꾸준한 연재의 요정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짓기귀찮아님 5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53코인!! 군만두를 먹고 소설을 쓰라니. 상당히 군침의 요정이 저를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재미있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무솔리니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의 요정… 그는 도망갔습니다.

    메리클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휴재없는 연재!
    항상 연재의 요정의 되기 위해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즐겁게 봐주시는 독자님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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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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