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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0

       유세하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유골함을 쳐다봤다.

       처리하는 게 껄끄러우면 알아서 하겠다는 주예용의 말에 작게 거절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조심히 유골함을 집어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피스마인드]의 힘 같은 게 남아있나 싶었지만,

       당연히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유세하는 조심히 아공간에 유골함을 집어넣었다.

       지켜보던 주예용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그자를…? 동기라고는 하지만 딱히 별다른 접점은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

       “……”

         

       유세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발목을 끌어안고, 다 부러지는 치아로 물며 매달리던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다시금 말하지만, 동정하는 건 아니다.

       동기가 어찌 되었든 빌런에게 그런 마음을 품는 것은 잘못된 거니까.

         

       그저…한 명의 지도관으로서,

       그리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있는 같은 남자로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어서 그랬다.

         

       “그냥 뭐 조금 마음에 걸려서요.”

       “…만족하셨다면 다행입니다. 사실 유세하님의 요청이니 아무도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꽤 민감한 사안이라서요.”

         

       유세하는 이해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하루 전,

       죽은 헌터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식을 열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

         

       약 하루 전,

       잔잔한 바람과 함께 따스한 태양이 비추는 야외.

         

       유세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추모를 올렸다.

       이번 습격으로 총 50명의 헌터들이 죽었다.

       그밖에 운나쁘게 휘말린 죄없는 민간인까지 포함하여 총합 67명.

         

       그만한 전투를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희생자건 맞지만,

       그 누구도 이걸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들 하나하나의 목숨을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되는 법이니까.

         

       유세하는 말없이 이름 모를 묘비에 손을 올렸다.

       그때,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돌아보자 두 여성이 보였다.

         

       모자와 안대, 그리고 앙증맞은 고양이귀가 인상적인 미인,

       평소 입던 로마식 갑옷이 아닌 말끔한 정복을 입은 구릿빛 피부의 미인.

         

       능하악, 나튼튼이었다.

       인사한 유세하는, 각각 휑한 팔 한 짝을 보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분위기를 가장 먼저 읽은 능하악이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 그리 어두운 표정 짓지 말라고 꽃미남.”

         

       나튼튼이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재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맞아 오히려 그런 말도 안 되는 괴물로부터 살아남아서 다행이지.”

         

       두 사람의 말에 유세하는 쓰게 웃었다.

       그건 맞다.

       뭐가 어찌 되었든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게 중요한 법.

       다만, 듣자하니 둘은 팔의 손실과는 별개로 이번 일로 은퇴할 생각이라고 한다.

         

       유세하는 구태여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이미 아니까,

       검귀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아닌척해도 두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공포가 아롱거렸다.

       각성자에게 있어 심상이란 것은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

       둘은 아마 예전만큼의 기량을 내기 어려울 거다.

         

       유세하가 할 수 있는 것 그저 잘 이겨내기를 바라며, 주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뿐.

       그리고…

         

       “이번에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이 뭘~”

       “저희야말로 영웅님을 도울 수 있어 기뻤습니다.”

         

       둘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는 것뿐이었다.

         

       *

         

       똑똑.

       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

         

       유세하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조심히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초설화 팀장이 보였다.

         

       “마스터…이제 다른 곳에서 회의할 시간입니다.”

       “아, 벌써…”

         

       주예용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유세하군, 할 일이 많아서 나머지 보고는 추후 진행할 수 있을까요?”

       “네 얼마든지요. 오히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무엇을…?”

       “저랑 애들에게 올 여러 가지 구설수나 해결하기 어려운 처리들…모두 맡아주신 거잖아요.”

         

       유세하는 고개를 숙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를 전하는 것뿐.

         

       주예용은 빙그레 웃었다.

       이내, 기특한 것을 본다는 듯,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어, 마스터?”

       “아, 미안해요. 그냥 제 아들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 네?”

         

       주예용은 ‘후후…’하고 웃었다.

       기품 있게 몸을 돌린 그녀는,

       아참 거리며 한 가지 불길한(?) 말을 덧붙였다.

         

       “다음에는 나용이도 꼭 데려와 주세요.”

       “…네? 아! 주나용에게도 뭔가 보고가-”

       “-아니요, 전혀 다른 주제를 말할 생각이라서요. 마스터가 아닌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유세하군과 마주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찬성이니까, 혹시라도 사고 치셔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일찍 볼 수 있으면 더 좋죠.”

       “…네?”

       “덤으로, 굳이 한 명만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용이도 다 같이 있기를 원하는 분위기니까요.”

       “……네!?”

         

       유세하는 뭔가…

       뭔가가 뭔가한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 제 목에 목줄을 채우는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주예용은 나지막이 웃을 뿐이었다.

         

       *

         

       미팅이 끝난 이후,

       유세하는 대기 중이던 고급스러운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올라타자,

       미려하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유세하님?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대답에 여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흩날리는 백발과 함께 뚜렷한 이목구비.

       선글라스 안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엘프이기에 보일 수 있는 인외를 벗어난 미모가 눈에 띄었다.

       바로 수옥빈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준 그녀는,

       주예용과 마찬가지로 유세하에게 자잘한 것들에 대한 보고.

       동시에 운전사를 자처했다.

       유세하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수옥빈 누님.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저랑 애들 일까지 도맡아주셔서…”

       “뭘 그런 말씀을…세상을 위해 스스로를 헌신한 영웅은 대접받아야 하는 법이랍니다.”

       “…저는 딱히 그런 영웅은-”

        “-영웅입니다.”

         

       답지 않게 내뱉는 단호한 말.

       수옥빈은 선글라스를 올렸다.

       루비처럼 붉게 빛나는 동공 안으로,

       유세하를 향한 동경과 존경,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확신할 수 있어요, 당신 덕분에 이 전쟁에서 이긴 겁니다.”

       “어, 음…”

       “그리고 역사적으로 유세하님같은 위대한 영웅의 최후는 언제나 높으신 분들의 두려움에 의해 좋지 못한 꼴을 맞이했지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죽어도 그런 일 생기지 않게 지켜드릴 테니…제가 위로 올라간 이유는 분명 당신을 돕기 위해서 일 겁니다.”

       “……”

         

       든든하기 짝이 없는 말.

       부끄러움을 느낀 유세하가 볼을 긁적였다.

       수옥빈은 그런 그가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시 뒤…

       절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수옥빈은 입을 달싹였다.

       돌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유세하를 품에 끌어안아 버렸다.

       특유의 와인향이 감도는 달큼한 냄새가 코안으로 훅 들어왔다.

         

       “…어, 음. 저, 저기요?”

       “…유세하님.”

       “네?”

       “…괜찮은 거 맞죠?”

       “……”

         

       유세하는 침묵했다.

       역시 수옥빈이다.

       감이 기가 막힐 정도로 뛰어났다.

         

       잠시, 눈을 감은 유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수옥빈,

       그녀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 이상은 그가 말할 생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저 부디, 별일이 없기만을 빌 뿐이었다.

         

       *

         

       10분 뒤,

       수옥빈은 유세하의 요청에 따라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주예용에게 물어봐서 위치와 입장 허락을 받아낸 ‘그곳’이었다.

       곧이어 도착하는 딱 봐도 엄중하고 삼엄해 보이는 건물.

         

       특유의 복장을 한 헌터들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고, 잠시 뒤 입장을 허락.

       이러한 과정을 무려 5번이나 겪을 정도로 깊고 깊이 들어갔다.

         

       그나마 유세하, 수옥빈이라는 거물이기에 이리 빨리 들어간 거지,

       일반적인 헌터라면 아예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지이잉.

       유세하는 두터운 엘리베이터 위에 올라탔다.

       수십 개의 감시카메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감시가 어마어마하네요.”

         

       그의 옆에, 착하고 달라붙어 있던 수옥빈이 대꾸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엄중한 감옥이니까요.”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흔히, ‘각성자 수용소’라고 불리는 장소.

       통칭, <헬하임>.

       역사상 탈주자가 딱 10명 있었다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가진 감옥이었다.

         

       “그리고 그 10명 중 한 명 빼고 전부 다시 잡는 데 성공했죠.”

       “그 한 명이 누구죠?”

       “당서란입니다.”

       “…아.”

         

       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가장 깊은 지하.

       통칭, ‘다운 타운’.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을 가둬두는 데 특화된 심층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마치 정신병동에서 볼법한 새하얀 공간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간수가, 안내해 주었다.

       나지막한 발걸음.

         

       유세하는 딱 30개밖에 없는 감옥실,

       그 안에 있는 범죄자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다수 젊은 여성.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범죄자 같지 않은 자들도 있어 꽤 놀랐다.

       역시 사람은 얼굴만으로 판명하면 안 되는 법.

         

       아무튼, 그들은 갑자기 등장한 유세하라는 젊고 잘생긴 소년에게 여러 가지 욕망을 담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10초 이상 가지 못했다.

       전원, A급이라는 세간에서 알아주는 힘을 가진 범죄자들.

       그러나 그래봤자 결국, A급이다.

         

       유세하가 걸어 나갈 때마다, 한 명씩 그의 힘의 편린을 알아챘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서거나 구석에 숨었다.

         

       ―씨, 씨발. 괴물이잖아!?

       ―…뭐야? 주예용 그년…혹시 새로 새끼라도 쳤나?

       ―아니야, 그냥 처음 보는 괴물이야.

         

       이 모습에 안내하던 간수가 당황했지만,

       유세하, 수옥빈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턱.

         

       곧, 목적지였던 방에 도착했다.

       안에는 엄중한 감시 아래,

       구속복을 입은 흑발의 여성이 묶여있었다.

         

       알게 모르게 주나용을 많이 닮은 미인은 목덜미 부근에 큰 화상자국에 새겨져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던 걸까.

       여성은 슬쩍 고개를 들어 유세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녀를 바라보던 유세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주유리님.”

       “……”

         

       오랜만에 뵙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는 07월 01일 00시 업데이트 됩니다.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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