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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0

    “아야!”

     

    그것은 갑작스런 고통에 의해 제멋대로 튀어나온 목소리였다.

    파이리스는 정령이므로 고통 역시 자극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기는 한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철저한 파이리스의 인식의 문제일 뿐, 육체가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일반적인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웅?”

     

    파이리스는 이 새로운 자극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맛있는 간식을 먹고 있는데, 어째서 이런 불쾌한 감각이 자신을 방해하는 것일까?

    파이리스는 아직 자신의 이가 상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이리스의 찌푸려진 표정을 본 디아나가 물었다.

     

    “과자가 맛 없어?”

     

    혹시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디아나는 쿠키가 상했을 수도 있겠다(사실 디아나는 쿠키도 상할 수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른다. 항상 상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이 금세 다 먹어 치워버리기 때문이다.) 싶어서 황급히 쿠키를 제 입에 가져가 똑, 베어물었다.

    하지만, 다행히 쿠키는 여전히 아주 맛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째서 파이리스는 인상을 찌푸린 것일까?

    이렇게나 달고 맛있는 과자인데.

    디아나는 쿠키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있는데?”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파이리스는 이내 이상함을 지워내고 다시 입에 쿠키를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그 이상한 자극이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당연히 썩은 이빨이 저절로 고쳐지는 일은 없었다.

     

    -찌릿!

     

    무언가 이빨을 타고 내달리는 듯 한 저린 감각에 파이리스는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쿠키가 바닥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다.

     

    파이리스가 음식에서 손을 놓다니.

    그 장면은 평소의 파이리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아는 사람’인 디아나는 굉장히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그래? 혹시 어디가 아파서 그래?”

     

    디아나는, 파이리스가 어딜 아파한다는 것을 굉장히 믿기 어려웠다.

     

    “아파.”

    “어디가?”

    “나, 이빨이 아파…….” 

    “뭐어?”

     

    파이리스는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맛있는 것을 먹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억울했기 때문이다.

    파이리스의 눈물에 디아나는 꽤 당황했다.

    파이리스의 증상을 확인한 디아나는 곧바로 ‘치과’를 떠올렸다.

    보나마나, 아마 그것은 충치임이 틀림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자신은 파이리스에게 별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고작 8살인 자신에게 남의 이빨을 낫게 하는 재주는 없으므로.

     

    그렇다고 자신이 당장 파이리스의 손을 잡고 치과로 안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작은 소녀에게 이 사태의 해결책이란 오직 단 한가지, ‘오빠에게 전화하기’정도였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디아나는 파이리스의 울음이 더 커지기 전에 재빨리 몸을 움직여 전화기를 집어들고 오빠의 번호를 입력했다.

    평소에도 어떤 일이 있으면 자주 연락을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것은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

     

    하지만, 디아나는 차마 오빠에게 전화를 걸지는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오빠에게 그다지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자를 몰래 꺼내서 먹었다는 사실이 들킨다면 분명히 혼날테고, 그러면 당분간 어떤 간식도 먹을 수 없게 금지를 당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으으으…….”

    “…….”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의 고통을 모른척 할 수는 없는 법.

     

    디아나는 조금 먹고 남은 과자들과 울먹이는 파이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전화기를 들었다.

     

    문득, 메루루가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도 용기다.’

     

    지금, 디아나는 큰 용기를 내었다.

     

    ——

     

    그 무렵, 루크는 예르나와 다이튼이 산 집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호오, 정말 멋진 집이로구나.”

    “그렇지?”

     

    집은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새였다.

     

    작은 정원이 딸린 2층짜리 전원주택.

    2층을 포함해 방도 무려 총 5개나 있는 데다 공간도 넓었고, 외견도 꽤나 깔끔했다.

    창문으로 볕도 잘 들 것 같았고, 위치한 곳도 교외지역이라 숲과 가까워서 마나도 상쾌했으며, 무언가 이것저것 숨겨 두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값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싸게 구할 수가 있었다고 하니, 조건 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이 집이 얼마였다고?”

    “후후, 고작 5000만길 정도밖에 안 하더라고. 놀랍지?”

    “오호, 그런가? 그건 확실히 놀랍군 그래.”

    “매물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더라고! 운이 좋았어.”

    “그렇군.”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더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툭툭.

     

    루크는 저택의 벽을 가볍게 두드리며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벽지와 페인트를 새로 칠했을 뿐, 사실은 지어진 지 꽤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건축방식 자체가 요즘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았고, 벽면을 두드려 보았을 때 진동이 새 집과는 조금 달랐다.

     

    뭐, 사실 오래된 집이라곤 해도 애초에 튼튼하게 지어져서 사는 데 문제는 딱히 없을 것 같긴 하나, 문제는 건물의 내구성이 아니었다.

     

    오래된 것, 그리고 정성이 깃듯 물건에는 마법이 깃들기 쉬워 진다는 법칙은, 저택에도 적용이 되는 말이었다.

     

    그 말은 즉, 저주나 축복을 받기도 굉장히 쉬워진다는 뜻.

     

    그렇다.

    이쯤 되면 모두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집은 사실 저주받았다.

    어째서 그토록 싼 값에 구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해결된 셈이다.

     

    ‘집 전체에 꽤나 강력한 원념이 깃들어 있는 것 같군.’

     

    이 사실은 이 집을 판 사람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저주는 강할수록 그 누구도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한 것.

    저주의 존재는 언제나 감춰져야만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금방 기력이 쇠하고, 무기력하며,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일상이었을 터.

    심한 경우는 스스로의 몸을 해하거나, 목숨을 끊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런 강한 원념은 저택을 리모델링한다고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겠지.

    일종의 악성 재고인 셈이다.

     

    그러니 당연히 값이 싸게 나올 수 밖에.

     

    하지만 루크는 그렇다고해서 집을 사지 말라고 예르나에게 귀띔하거나, 집을 판 사람을 욕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 ‘원념이라고? 꺼림칙해! 우리 다른 집을 알아보자.’라고 하면 곤란해지는 것은 루크였기 때문이다.

     

    이토록 강한 원념이 깃들었다는 것은 즉, 반대로 생각하면 집이 마법적으로 그만한 성능을 내 준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오히려 루크에게는 메리트로 다가왔다.

     

    ‘이건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사실, 마법사가 어딘가에 깃든 악령을 치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악령형 몬스터인 고스트나 밴시 등과는 달리, 저주화된 원념은 일종의 인챈트로 취급되는데 그 원념을 다루는 법은 오로지 흑마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흑마법은, 자신 또는 타인의 가치, 즉 생명을 담보로 시전되는 마법인데 루크 자신의 목숨은 전혀 가치가 될 수 없기에 이 몸으론 대단한 흑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피를 사용해서 마력의 형상으로 영혼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인챈트라는 것도 결국 한 객체에 담기엔 한계가 있는 법이고, 그 한계까지 인챈트를 중첩시키면 악령은 그야말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몸을 매개체에서 떼어낼 수 밖에 없다.

    물론 제 집을 잃은 악령이 분노해 공격해오겠지만, 그 때는 이미 마법사의 영역에서 충분히 소멸시킬 수 있는 상태.

    엄청난 마력조작과 마법식 설계가 필요한 무식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애초에 하려던 것이 한계 총량까지 인챈트를 거는 것이니 일석이조가 되기도 하고.

    벌써부터 멋진 작품을 만들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루크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르나가 씨익 웃으며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때? 맘에 들어?”

    “그래, 굉장히 잘 샀구나.”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이런 집은 아마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겠지.

    다시봐도 정말 루크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이었다.

     

    곧, 예르나와 다이튼은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하고, 방을 어떻게 쓰느냐는 식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 틈에 루크는 슬쩍 끼어들었다.

    “예르나, 나는 그럼 2층을 좀 더 둘러보겠다. 그런데 그 쪽을 내 방으로 해도 되나?”

    “그럴래? 2층이 맘에 드나 보구나?”

    “그래, 확실히 2층이 가장 맘에 들어.”

    2층에서 원령의 기운이 더 강했으니까.

    루크는 그렇게 여러가지 견적을 낼 겸 예르나와 다이튼을 대동하며 2층으로 향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천천히 설계를 시작해볼까.’

    그렇게 루크는 팔짱을 끼고, 어떤 인챈트를 걸어볼까 미소를 지으며 건물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다이튼과 예르나는 루크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었다.

    “루크는 벌써부터 자기 방을 어떻게 꾸밀 지 고민하고 있나 봐.”

    “그러게, 루가 엄청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아.”

    “잘 산 것 같지?”

    “맞아. 좋은 집이긴 해.”

    하지만 그 때.

     

     

    -뚜르르르르…….

     

    다이튼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뭐지?”

     

    그가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발신자는 다름아닌 디아나였다.

    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했을까?

    약간의 궁금증을 품고, 다이튼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디아나? 무슨 일이야? 오빠 이제 잠깐 집 보고 금방 가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디아나가 무어라고 떠드는 사이 이어진 잠깐의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물론 다이튼이었다.

     

    “뭐? 파이리스가?”

     

    다이튼의 경악성에 놀란 예르나와 루크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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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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