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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0

       <크리스티앙 가이드>에서 활동하는 평가원들의 신상은 철저하게 익명에 부쳐졌다. 그들과 서신을 주고받는 편집부 직원들조차 그들의 필명과 보안 번호만을 알고 있을 뿐, 그들의 이름, 나이, 성별, 주소 등 개인 정보는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편집부 안에서 평가원들의 신분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편집장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실로 엮일 수 있는 인사 체계였으나, 그래도 평가원의 선발 자체는 투명하게 진행되었다. 무작위로 뽑힌 편집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지원자들의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하여 정식 평가원이 될 사람들을 추려냈다.

         

       편집자 호세는 이번 분기의 선발 위원으로 발탁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현재 그에겐 아무도 모르게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회사 밖의 누군가가 그에게 명령한 것이었다. 호세는 막내 편집자였던 시절부터 그의 지시에 따라 일해 왔었다.

         

       그가 호세에게 요구한 것은 늘 같았다. 특정 공연에 대해 특정 점수를 매긴 독자들을 찾아내어 그에게 넘기는 것이었다. 그가 지명한 독자들에게는 점수가 같다는 것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신상명세가 담긴 쪽지를 그에게 넘기고 나면 하나의 공통점이 추가되었다. 바로 그들이 더는 편집부에 편지를 보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탈출왕 루디니의 공연만 쫓아다니던 어느 귀족 여성.

       자기네 마을 근처에서 일어나는 공연은 빠짐없이 챙겨보고 기록하던 한 시골 소년.

       독설이 섞인 코미디를 즐기던 어느 지방의 이름 높은 문필가.

         

       공개 기고란에도 몇 번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편집부의 주목을 받았던 독자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편지가 뚝 끊겼다. 모두 호세가 그들의 정보를 팔아넘긴 이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호세는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른 척하려고 해도 몇몇 사람들이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은 자동으로 그의 귀에 들어왔다. 그는 그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노인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자신이 살해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노인은 그에게 또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호세는 여느 때처럼 독자 투고함을 뒤져서 그가 보낸 점수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내려 했다. 혹시나 시간을 끌었다가 노인이 자신을 찾아오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를 직접 마주할 때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악몽에 시달리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도저히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그가 매번 전령으로 보내는 생물들만 봐도 그랬다. 호세는 지금 자신의 방에 머무르고 있는 그 끔찍한 새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작업을 마치려면 적어도 2주일은 걸리겠다고 예상했다. 베가스 극장가 축제는 어제 막 끝난 참이었고, 독자들이 보내는 편지는 이제야 하나둘 편집부에 도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운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찾아왔다. 마지못해 참여했던 평가원 선발 회의에서 그는 노인이 보내온 점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점수를 매긴 수습생을 찾아낸 것이다.

         

       원래 평가원의 경우는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내도 노인에게 줄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평가원들은 사서함조차 없이 아무 우체국에서나 필명과 보안 번호를 동봉하여 보고서를 제출했기에 추적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수습 평가원에 대한 보안은 정식 평가원보다는 허술했다. 호세는 다른 편집자들 몰래 해당 수습생이 보낸 소포의 소인을 추적하여 그의 사서함 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덕분에 노인이 보낸 전령은 온 지 나흘 만에 다시 돌아갔고, 호세는 다시 자신의 방에서 안락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밤, 집에 들어선 그는 수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싸늘한 기운이 그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는 창가 구석진 곳에 서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전신을 새까맣게 물들인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호세는 그 노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지, 직접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전령은 어제 돌려보냈습니다.”

         

       호세는 침착하게 굴려고 애썼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만큼 그가 노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컸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상대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그가 알고 있는 그 꼽추 노인이 아니었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잘생겼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금발의 20대 미남자였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서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호세가 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그가 먼저 움직였다.

       원더스타인은 등에서 칼날을 뽑아내고, 그림자 속에서 촉수를 일으켜 그를 제압했다.

         

       그의 침실이 한 차례 들썩였다. 그러나 호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가 특별히 용감한 인간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이런 상황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다, 당신은……?”

       “이런 방법을 썼을 줄은 몰랐습니다. 설마 가이드를 이용해 눈을 찾아내다니…….”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책망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크리스티앙 가이드에 대해 자신이 품고 있는 감상적인 태도 때문에 진상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았다.

         

       “이, 이봐요, 나는…….”

         

       호세는 상대가 결코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분위기를 통해 이미 이 남자가 노인과 적대적인 관계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의 뼈가 으스러지도록 촉수를 쥐어짰다.

         

       “끄으윽!”

       “이제부터 신중하게 답변하시길 바랍니다.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정중했고, 그의 입에는 항상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비인간적인 친절함이 호세를 더 겁에 질리게 했다. 그는 원더스타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 그렇게 된 겁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제가…….”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가 더 떠들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호세를 기절시켜 바닥에 내던져 두고는 그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가 어제 이고르에게 보냈다는 수습 평가원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뒤를 쫓는다면 그를 막을 수 있을지 몰랐다.

         

       원더스타인은 우체국 소인이 찍힌 찢어진 편지 봉투를 들여다봤다. 그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서 그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입술이 깨어져 나갈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사서함의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우편 번호부를 뒤적거릴 필요가 없었다. 편집장을 찾아가 해당 수습 평가원의 신분을 캐물을 필요도 없었다. 소인에 찍힌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번호였기 때문이다. 그곳은 그가 가끔 옛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곤 했던 곳이었다.

         

       알라모.

       이고르가 알라모로 향하고 있다!

         

       원더스타인은 등에서 박쥐의 것과 같은 날개를 뽑아내 하늘로 치솟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엘라. 그녀의 안전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했다.

         

         

       ***

         

         

       찰리에게 보낼 편지를 쓴 엘라는 학교를 나서서 정육점으로 향했다. 편지 봉투에 정육점 주인의 서명이 있어야 편지를 무료로 보낼 수 있었다.

       마을의 편지들은 상인들의 사서함을 통해 오갔다. 개인이 일일이 우표를 사서 주고받는 것보다 상공업자용 우편함을 도매가로 이용하는 게 몇 배는 더 쌌기 때문이다.

         

       정육점에 도착한 엘라는 가게 앞에 있는 두 마리의 개와 인사를 나누었다. 원래 떠돌이였던 개 모자는 몇 달 전부터 가게 주인으로부터 자투리 고기를 얻어먹으며 눌러앉아 있었다.

         

       “이 녀석들. 밥은 매일 내가 주고 있는데, 나보다 너를 더 잘 따르는 것 같구나.”

         

       정육점 주인은 엘라가 건넨 편지 봉투에 서명을 해주면서 투덜거렸다. 밥 줄 때를 제외하고 자신은 늘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던 개들이 엘라만 오면 반가워서 혀를 내밀며 꼬리를 흔들어대는 것이 섭섭하면서도 신기했다.

         

       “아하하, 간지러워!”

       “웡! 웡웡!”

         

       주인은 그녀에게 편지를 돌려주기 전에 받는 사람이 기재된 쪽을 슬쩍 보았다.

         

       “찰리에게 보내는 거냐?”

       “네! 얼마 전에 생일 선물을 보내와서 말이죠. 답장을 썼어요. 맞다, 아저씨. 혹시 보낼 편지가 있으며 다 주세요. 가는 김에 같이 부치게요.”

       “응? 역까지 직접 가게?”

       “네!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손님이 오기로 했거든요. 간 김에 거기서 기다리게요.”

       “오, 그래. 알았다.”

         

       주인은 가게 앞에 설치된 우체통을 열어서 안에 담긴 편지 바구니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마을에서 역까지는 대략 5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사막에서의 이동 속도를 고려하면 대략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힘이 남아돌 때는 수십km 밖까지 놀다 오곤 하는 서커스 학교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엘라는 바구니를 등에 짊어지고 역을 향해 달렸다. 그녀가 언덕 오른쪽으로 사라지자마자 언덕 왼쪽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그것은 온통 검은색 복장을 한 땅딸막한 노인이었다. 그는 다리를 절뚝이며 천천히 언덕을 내려왔다.

       정육점 주인은 그가 자신의 가게를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슨 볼일이오?”

         

       정육점 주인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훑어봤다. 그만큼 노인의 행색은 어딘가 수상쩍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노인은 대답 대신 바로 등 뒤에서 맨튤라의 칼날을 꺼내 그에게 날렸다. 그것은 그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이고르는 상대와 신체를 접촉한 순간, 상대의 몸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자는 키르쿠스의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뭐야, 우연이었던 건가? 아니지, 점수 몇 개가 그렇게 동시에 적중한 게 우연일 리가 없지. 네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이 쓴 건가?”

         

       이고르는 그를 고문해 정보를 캐내려 했다. 그러나 그가 도살용 칼로 자신의 머리를 깨려고 덤비자 생각을 고쳤다.

         

       “이 괴물!”

         

       죽이는 것으로.

       이고르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또 하나의 칼날이 도축업자의 허리를 그대로 반으로 갈라 버렸다. 피와 내장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상반신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그대로 허공을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분명 비명을 들었을 텐데도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축장이다 보니 늘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흐음, 뭔가 단서가 될 걸 찾아볼까? 정 안 되면 데볼루트가 많이 들긴 하겠지만, 이 녀석의 뇌를 헤집어 보면 되고.”

         

       이고르는 탐색용 촉수를 뽑아내 가게 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가게 밖에 있는 우체통도 텅 비어 있었다.

         

       그때, 그는 멀리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재빨리 수천 개의 혈관과 근섬유를 만들어내 도축업자의 상반신 아래에 연결했다.

       가게 밖 가판대에서는 어차피 가게 안에 있는 사람의 상반신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 충분히 저들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가게 창가에 몸을 내밀고 있는 정육점 주인을 향해 인사했다. 그러나 고개를 든 그들은 순간 몸이 굳고 말았다.

         

       그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초점이 제대로 맞춰져 있지 않았다. 그의 미소도 얼굴 근육 어딘가에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어색하게 떨리고 있었다. 거기다 그들의 인사에 답하는 그의 목소리 역시 뭔가 이상했다.

         

       “얘들아! 안녕!”

         

       그는 고저 차 없는 목소리로 고함을 꽥꽥 질러댔다.

         

       “무슨 일이니?”

         

       아이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서커스 학교에서 제일 어린 학생들로 10살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그게 혹시 저희에게 온 택배가 없는지 해서요.”

       “무슨 택배?”

       “저희는 저번 달에 <크리스티앙 가이드>의 선물 코너에 응모했거든요.”

       “혹시 뭔가 온 것 없나요?”

         

       그들의 말에 정육점 주인이 입이 찢어질 듯 활짝 웃었다. 그는 곧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정도로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크리스티앙 가이드라 말이지. 너희 거기 자주 편지를 보내니?”

       “네. 물론이죠!”

       “학교에 있는 친구들 다 그렇죠, 뭐.”

       “학교? 학교라고?”

         

       정육점 주인의 고개가 거의 90도 가까이 꺾였다. 아이들은 주인이 장난치는 줄 알고 피식 웃었다.

         

       “저희는 미래의 곡예사들이니까요.”

       “물론 응모 코너에 당첨이 잘 된다고 훌륭한 곡예사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정육점 주인의 미소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속삭였다.

         

       “미안하지만 도착한 소포는 없단다. 있다면 내가 나중에 알려주마.”

         

       아이들은 오늘따라 아저씨가 이상하다면서 서로 쑥덕대며 가게를 떠났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정육점 주인의 상반신이 앞으로 기울어지더니 창문 밖으로 떨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흐음, 서커스 학교라 말이지. 맞아. 그날 이후로 그런 게 많이 생겼었지. 이거 어쩌나. 오늘은 일이 좀 쉽지 않겠군.”

         

       이고르는 곡예사들에게 약했다. 그는 키르쿠스의 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몸. 재밌는 공연이나 재주를 보면 거기에 그만 시선을 뺏겨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봤을 때, 적어도 학생이 수십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들이 사방으로 달아나면 추적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 이고르는 옆에서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르릉, 컹컹!”

         

       그것은 정육점 주인이 키우고 있는 개 모자였다. 엘라를 언덕 너머까지 배웅해줬다가 이제 돌아온 것이었다.

       이고르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 혼자서 힘들면 도움이 될 손을 만들면 그만 아닌가.

         

       그는 새끼를 보호하듯 감싸며 짖고 있는 어미 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풍선껌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어미 개의 뼈와 살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증식하더니 수십 배나 되는 크기로 자라났다.

         

       “퀘아아악!”

         

       건물만 한 크기로 자라난 어미 개에게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부는 물집이 잡힌 것처럼 반투명한 핏빛 수포가 부풀어 있었고, 몸의 어떤 부위는 근섬유가 터져나갈 것처럼 비대했고, 어떤 부위는 근육이 다 녹아내린 듯 검은 진물이 줄줄 흐르며 뼈가 드러나 있었다.

       아래턱을 다 부술 정도로 윗송곳니가 기다랗게 자랐고, 길쭉하게 빠져나온 혀에서는 독이 섞인 침을 질질 흘려댔다.

         

       “끼이잉…….”

         

       강아지는 어미 개가 변한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낑낑대면서도 어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어미가 자신을 알아봐 줄 거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어미 개와 눈이 마주쳤을 때, 강아지는 거기서 자신을 늘 염려하는 어미 개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멍멍!”

         

       강아지는 반갑게 짖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평소처럼 자신의 머리를 핥아줄 거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어미 개의 눈에서 다가오지 말라는 눈빛은 읽어내지 못했다.

       어미 개는 자신의 발등을 핥아대는 자식의 머리통을 단숨에 집어 삼켜 버렸다.

       와작와작.

         

       “그르르.”

         

       자신의 입에서 부서져 가는 자식의 머리통을 느끼며, 자신이 흘린 침에 녹아내리는 자식의 몸을 보며 어미 개는 툭 불거진 눈동자에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크하핫핫, 자식의 머리를 핥아주려고 했던 거냐? 응? 안타깝게도 괴물은 그럴 수 없어! 자자, 그만 울고 가보자! 오랜만에 큰 무대야! 재밌을 것 같구나!”

         

       이고르는 마을 중앙의 언덕 위에 보이는 낡은 건물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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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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