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90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사랑해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 Can’t help it. Oh,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도무지 어쩔 수가 없네요. 아아, 자연스레 그대에게 눈이 이끌리는 걸.

         

         

         설령 시대가 바뀌었어도 선율에 실린 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나 인간의 취향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듯. 바 전체에 은은하게 깔린 재즈 음악이 귀를 즐겁게 간질인다.

         

         어슴푸레하고 그윽한 노을 같은 조명, 응당 그에 어울리는 수려한 내장 인테리어.

         곳곳에서 쾌활하게 웃고 떠드는 소리는 자욱하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거기에 파트 타임으로 고용한 바텐더가 있음에도 굳이 멋들어진 자세로 잔을 닦고 있는 가게 오너까지.

         

         비록 관련 규제 때문에 진짜 네온 사인을 쓰지는 못하고 대신 비슷한 느낌만을 살려 ‘페일 로드’(Pail Load)라는 여덟 글자 이름을 박은 LED 간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시중에 흔히 널린 펑키한 인상의 주점보다는 찾아온 손님들에게 훨씬 고풍스러운 경험을 주는데 치중한.

         

         ……혹은 메트로폴리스 바깥 황무지에서도 기어이 구색을 다 갖춘 형태의 바를 운영하던 사장의 개인적인 취미와 눈높이-고집-을 맞추는데 상당한 투자가 들어간 이곳은 미스터 맥퀸, 혹은 슈나이더라 불리는 중년 남자가 운영하는 술집 겸 용병 집합소이다.

         

         물론 둘 중 후자의 용도로 영업 허가를 받은 것은 절대 아니며,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내세울 수도 없는 명목이기에 만약 이쪽 업계와 무관계한 누군가가 와서 묻는다면 모두 웃어넘기거나 부정하겠지만… 어쨌든.

         

         흔히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네오 헤이븐을 활동 거점으로 삼은 채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대범한 용병들이 일거리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좁힐 수 있다.

         

         우선 첫째, 얌전히 용병 게시판을 둘러보거나 블랙 마켓 네트워크와 브로커를 경유하여 오픈 된 건수를 집는다.

         

         폼나는 역할보다는 어깨 깡패나 용역으로 동원되는 일이 더 잦고, 평균적으로 그다지 벌이가 큰 편은 아니나… 적어도 돈을 떼 먹힐 염려는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산점을 줄만하다.

         아무래도 선지급된 보수를 중간 계좌에 홀드하다가 일이 끝나면 바로 지급하는 방식인지라, 허탕칠 염려를 덜어도 되는 시점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니까.

         

         둘째, 길거리를 떠도는 소문에 의지해 그다지 떳떳하지 못한 회색 의뢰를 찾아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다 우연히 접선 받기.

         

         …사실 내세울 이력이 차고 넘치고, 어느 정도 네임드가 된 사람이나 겨우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운명이 장난을 친다면 또 모를까, 어두운 뒷골목을 쏘다녀봐야 보통은 쓰잘데없는 시비나 말썽에 휘말려 들어가지 상식적으로 흥미진진한 대모험의 도입부가 열릴 확률은 한없이 적은 것이다.

         

         가는 장소마다 폭발과 테러, 흉악한 음모와 블랙 오퍼레이션에 휘말리는 소녀 형상을 한 재앙신?

         에이, 말도 안 돼. 그런 건 도시 전설에서나 나오는 녀석이고.

         

         아무튼 주제에서 탈선한 얘기를 깊이 파는 건 삼가고 마지막 셋째 방식은 당사자의 몸도 굉장히 즐겁고, 첫번째 의뢰 탐색법과 같이 병행할 수도 있어 선호도가 굉장히 높았으니.

         

         그건 바로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도 고이는 법이니까 그냥 발이 넓은 중계인이 자리를 잡은 업장에서 죽치고 앉아 조금 즐기면서 기다리자.’라는 수동적이고 느긋한 전략.

         

         마침 중개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종류도 술집, 사설 도박장, VR 게임장 등 대부분 사람 끌어 모으는 유흥 업소에 치중되어 있겠다. 한 번뿐인 인생, 유쾌하게 즐기다 가야 하지 않겠냐는 모토에 따라 생겨난 문화가 되시겠다.

         

         게다가 술이 좀 들어가면 사람이라는 생물은 입도 좀 가벼워지고 솔직해지는 만큼 썩 나쁜 작전도 아니었다. 경직된 인맥을 넓히고 얼굴을 팔아 두기에도 이만한 길도 없었고.

         

         하지만 그런 교우 관계 확장이라는 부수입에는 관심없이 순수하게. 술을 즐기며 괜찮은 의뢰가 생기길 기다리는 용병도 있는 법.

         

         이곳 라운지 바(Lounge Bar; 제대로 된 홀이 있는 고급 바) 페일 로드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일같이 나타나는. 정갈한 일처리로 최근 주가를 높이기 시작한 여성 용병이 한 사람 있었다는 얘기다.

         

         꿀꺽! 곧이어… 탁.

         흘러내린 은백색 옆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호쾌하게 입안에 털어 넣고 남은 빈 잔을 어루만진 헬레나가 중얼거렸다.

         

         “……이것도 꽤 나쁘지 않다는 게 웃기네.”

         

         그건 방금 처음 주문해 맛본 브랜디의 첫 느낌과 뒤끝에 관한 평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현재 자신의 극단적인 이직 환경에 대한 혼잣말이기도 했다.

         

         협업하는 일도 잦았지만, 일반적으론 사고치는 인간을 단속하던 전투 경찰이 반대로 용병이 되다니 정말 세상사 코앞을 모르는 일이라 생각한 채 슬쩍 웃으며.

         

         고지식하고 너무 모범적인 그녀가 무법 지대에 한 발 걸친 업계에 순탄하게 적응했다는 소식에 ‘엥?’ 하는 반응을 돌려줄 사람도 있겠으나, 잘 들여다보면 실은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원래 그녀는 자유와 책임을 미덕으로 여기는 외부 개척촌 출신.

         사람 사이의 믿음에 관한 문제나 도덕적인 부분이라면 몰라도, 그 외의 측면에서 다소 경직되었던 헬레나의 태도는 거의 다 직장에서 롱런하기 위해 나중에 겉에 장비한 갑옷에 더 가까웠다.

         

         더군다나 그녀의 취미는 애당초 운동, 도검 수집과 손질, 음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사생활 자체는 지극히 용병스러운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일종의 준비된 인재였다는 소리가 되겠고.

         

         게다가 원래 관련 법률을 잘 아는 만큼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기도 편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비록 전공과는 조금 어긋나더라도, 기존 경력을 적극 활용해 뒷말이 나오지 않게 맡은 임무를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할 줄 알며.

         

         신뢰 이슈가 있는지 팀은 이루지 않고 솔로로 활동해도. 홀로 팀 단위 동업자들을 정면에서 박살낼 천부적 무력을 갖춘 ‘헬레나’가 그저 그런 신참 카테고리에서 제외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상한 낌새가 있는 의뢰의 경우, 단순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것 때문에 그녀를 꺼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무튼.

         

         단지 예전과는 달리 믿을만한 주변인이 없는 탓에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시지 못하는 건 개인적으로 아쉬웠으나… 뭐 근무 도중에 이렇게 느긋하게 홀짝여도 아무런 규칙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녀는 내심 만족스럽게 지금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 물론 처음엔 꽤나 막막한 심경이었다.

         비상금을 저금한 차명 계좌는 어떻게 지키고, 오랜만에 귀성해서 할아버지에게 등짝 맞아가며 새 시민증을 얻기까지는 순조롭고 좋았다.

         

         그렇지만 평소에 쓰던 급여 통장과 부동산은 몽땅 압류당했지, 그간 모은 수집품 컬렉션과 예비 무장도 사라졌지.

         거기서 살아나온 걸 기적으로 여겨야 하는 게 맞겠지만, 남은 주변인들이 십시일반 도와줘 겨우 재출발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자립심 강한 그녀의 자존심이 상했다 할까.

         

         특히나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네오 헤이븐에 정착할 집을 구하는데 하나뿐인 동생, 아나스타샤에게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해야 했다는 게 영 어색했다.

         

         아무리 몸 쓰는 일밖에 모르는 자신과 다르게 돈 잘 벌기로 유망한 전문 해커라지만.

         실컷 잘난 척을 한 것에 비해 언니 노릇을 해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느닷없이 분가하게 된 건 상식적으로 조금…… 그렇지 않은가?

         

         그래, 딱 잘라 말하자면 뒤지게 수치스러웠다. 하루이틀 정도 집밖으로 안 나가고 부끄러움을 삭혀야 했을 정도로.

         

         …심지어 아나스타샤는 그녀가 크레딧을 반환하거나, 벌이가 안정된 다음 빌린 걸 메꾸지도 못하게 무슨 기괴하게 암호화된 가상 계좌로 송금해버려서 여태 빚을 갚지도 못했다!

         

         은행 본청은 물론이요, 네오 헤이븐에서 경력을 새로 쌓아가며 알게 된 엔지니어들에게 자문해봐도 다들 가벼운 부탁이나 한두 푼 경비로 처리 가능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게.

         

         그간 동생의 사이버 소프트웨어 분야 실력이 정말 범상치 않다고 여기저기서 칭찬하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객관적으로 어떤 레벨인지 본인에게 물어봐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슈나이더 오너? 혹시 다른 추천 음료도 있을까요? 오늘은 좀 독한 것도 잘 들어갈 것 같은데요.”

         

         “…자네, 아까 페이 괜찮은 긴급 의뢰가 있으면 좀 우선적으로 연결시켜 달라 하지 않았나? 능력을 의심하진 않아도 차마 취한 사람을 보낼 순 없는데.”

         

         “이 정도는 가벼운 몸풀이도 안 돼요. 그냥 여흥이죠. 여흥. 그리고 잘 쓰진 않았지만 알코올 분해 효소 촉진 임플란트도 있다고요?”

         

         달그락달그락. 각 얼음이 남은 잔이 허공에 흔들린다.

         

         발그레한 피부를 감출 생각도 없이 살짝 웃으며, 허나 안 취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증명하듯 또렷한 눈으로 응시하는 헬레나를 못 말리겠다는 것처럼 본 슈나이더가 진열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진짜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주저없이 늠름한 자세를 되찾겠지만, 현재 공시된 의뢰 중에 해당되는 게 없는 만큼 저건 천천히 시간 때우다 들어가겠다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선언이라 보였으니까.

         

         반면 다른 용병이 접근했다면 무표정하게 칼집으로 손목과 발목을 부러트렸을 헬레나는 애처가로 유명한 유부남 슈나이더에겐 조금 편히 대했고.

         

         하여간 약간의 기업 불신과 날카로운 인간 불신 이슈를 안게 되기는 했어도, 안정된 생계 기반과 색다른 생활 방식을 재차 정립하는데 성공한 헬레나가 요즘 가진 고민은… 역시 하나뿐이었다.

         

         최초엔 죽음의 문턱에서 본 환각이라 여겼지만. 다시 기억을 더듬어볼수록 착각이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진한 감정의 물결.

         

         무너져가는 지하 섹터에서 그렇게나 열정적으로, 절절하게 마음이 있다고 고백해왔던 주제에.

         이런 식으로 떨어지게 된 게 아쉬워 막상 적극적으로 연락을 시도해봐도, 신분 세탁 직후에는 서로 조심하는 게 좋다는 핑계로 소소한 근황 얘기조차 묘하게 피하는 것 같은 의동생, 아나스타샤 발렌타인.

         

         딱히 연락하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 건 아니고, 뭔가… 뭔가 단어 선택을 고르는 듯한?

         조심하는 태도로 이것저것 길게 떠드려는 걸 피하는 기색이 역력한 게 여러모로 헬레나에겐 영 거슬렸다.

         

         자신은 졸지에 거의 볼꼴 못 볼꼴 다 내보인 걸로도 모자라, 무안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만 받았는데.

         반대로 동생 아나스타샤는 전부 이해한다는 태도로 부드럽게 그걸 포용할 뿐, 정작 자기 이야기는 해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그저 자유롭지만 공허하고 황량한 바깥 생활에 질려서 새로운 환경을 찾아온 자신과 비교되게, 그녀는 다른 목표를 올곧게 보고 있다는 것쯤이야 동거하면서 얼추 눈치챘다.

         

         애당초 아샤가 단순히 부와 명예에만 관심이 있었으면, 터무니없이 사람 좋은 면모가 걱정돼서 선뜻 집으로 주워 오지도 않았겠지.

         

         …헌데 그런 확고한 꿈이 있다면 가족끼리 슬쩍 공유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자기 정도면 실력도 괜찮고, 서로 취향(?)도 얼추 맞는 것 같고, 불신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으니 폐가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도울 수도 있을 텐데 뭘 그렇게 열심히 숨기려 하는 걸까?

         

         고민된다. 위험을 좀 감수하고 잠깐 가정 방문을 다녀와봐야 할지.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없다는 건 분명하지만 홀로 하베스트 플래닛에서 고생하며 지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니겠나? 언니의 새출발을 지원하느라 아직도 호텔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을 수도 있고.

         

         거기에, 그런 건 진작 졸업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약간 아끼던 애착 인형이 품에서 홀연히 사라진 기분이라, 헬레나 본인도 오랜만에 새빨개진 채 버둥거리는 아나스타샤를 품에 꼬옥 껴안고 한 침대에서 잠들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이 내심 무럭무럭….

         

         “자, 애석하게도 의뢰는 없지만 대신 여기 괜찮은 녀석이 하나 있네. 새 잔부터 일단 받고, 요게 바로 데일리 브루웍스에서 수익은 도외시하고 소량 생산하는… 약간 저가 음료수 사업으로 깎인 브랜드 이미지를 싹 세탁해주는 괴물이지.”

         

         “어디, 그럼 저도 사양 않고….”

         

         카운터 석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헬레나에게 슈나이더가 어렵사리 구한 애장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괜히 대금을 지불할 깜냥도 안 되는 다른 손님이 보면 질척거릴라, 조곤조곤하게 은근히 눈치를 준 그가 고개를 숙였고 헬레나도 조용히 호응했는데.

         

         그러니 한없이 곱고 부드럽지만, 칼자루를 잡느라 손아귀에 배긴 굳은살이 잔을 쥐고 거기에 조심스럽게 술병이 기울여지던 와중에 가게 텔레비전에서 들린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정신이 팔린 건… 엄청난 대참사였다는 얘기다.

         

         [ 눈썹, 눈, 코, 입 그리고 골격까지! 뭐든지 다 원하는 대로 고칠 수 있으니 얼굴을 찍어내는 게 문제였다고요? 그렇지만 그토록 외모보다 중요한 사람의 ‘개성’도 보편적 미의 가치가 받쳐줬을 때 더 명확히 드러나는 법이 아닐까요!? ]

         

         [ “나랑 사귀어 달라고…? 싫어! 대체 내가 왜 너와 그래야 하는데!” ]

         

         약간 두서없고 시끄러운 나레이션이 지나가자마자 화면이 휙 전환되고.

         익숙하기 그지없는 검은 소녀가 나타나 시청자를 내려다보는 구도로 강조되다가… 이내 흥! 하고 팔짱 낀 채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니 거기엔 한 쪽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내민 검보라색 머리의 남성의 시무룩한 모습이 담겼다.

         

         몇 초의 짧은 고요함이 지나가고, 화사한 효과음과 함께 슬며시 뻗어진 작은 손이 마지못해.

         정말 마지못해 성의만 받아주겠다는 듯이 부케에서 이름 모를 꽃을 한송이만 슬쩍 뽑아간다.

         

         화색이 도는 남자의 얼굴이 잠깐 강조되고 구도가 휘리릭 바뀌자 이번에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좌우 반전된 상태에서 방금 전의 콩트를 반복한다.

         

         [ “지… 진짜 자꾸 이럴 거야?!” ]

         

         좀 더 빠르게. 그렇지만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소녀의 손에 들린 꽃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에 따라 그녀의 얼굴에는 진한 홍조가.

         반응도 점점 부끄러운 기색이 강해지다가 마침내, 머리를 숙인 상태로 수줍게 새로이 완성된 꽃다발을 멋쩍게 든 소녀의 허리춤을 남자가 안고 활짝 웃으며 페이드아웃.

         

         [ 더 아름답고, 더 시선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미모로 무한한 자신감을 당신에게! 안티오페 미용 시술소(Cosmetic Surgery Shop)! 시청해주신 여러분의 사이버웨어로 가장 가까운 지점이 표시됩니다! ]

         

         ““………….””

         

         “야, 요즘 저런 광고는 이제 여자 모델 살결도 안 보여주냐? 시발 팁이라도 보내야 하나??”

         “뭐 어때, 꽤 귀엽잖아? 나도 가끔은 너무 노골적으로 살색투성이면 괜히 민망하고 부담스럽더만.”

         

         품평하는 주변의 감상과는 별개로 두 사람은 완전히 침묵.

         

         [ 해당 광고는 에나마 코퍼레이션의 협찬을 받았으며, 데이터 제공에 동의해주신 모델분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스튜디오의 각색과 재해석을 통해 구축된 시청각 자료로 현실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깊게 유의해주세요! ]

         

         콸콸콸…….

         

         이걸 제대로 보라는 건지 시발 못 보고 지나치라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존나게 자그마한 경고 문구가 모니터 하단에 출력되거나 말거나.

         

         진즉에 잔에서 흘러 넘친 술은 헬레나의 손과 소매를 적시며 테이블과 바닥을 어지럽히고 농후한 숙성 증류주의 스모키한 향이 둘의 비강을 간질였지만, 어느 쪽이나 뇌정지 상태에서 풀려나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샤가 왜? 그냥 닮은 사람인가?? 에나마 협찬? 광고 정보에 따르면 촬영지가 네오 헤이븐이라고? 얘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더니 그새 신데렐라 스토리를 찍었나…?

         

         저 아가씨가 대체 무슨?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야. 딸이 저걸 보면 아나스타샤 언니 따라서 하겠다고 난리를 피울 텐데 얼른 집사람에게 연락해서 사이버웨어부터 못쓰게 금지시켜야….

         

         “그, 오너? 정말 죄송한데. 제가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 비장의 술이나 의뢰는 다음에 받는 걸로.”

         

         “아니, 아니. 전혀 실례가 아닐세. 나도 잠깐 급히 전화할 곳이 생겨서… 아예 오늘 가게 마감은 직원에게 대신 좀 부탁해야겠군.”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공통된 지인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두 사람이 사회적 체면치레를 하느라 바쁜 사이, 얼마 안 되는 지인들의 연락과 광고 결과물 시청으로 머리가 마비된 당사자는 집에서 비명을 내지르는 걸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했다나 뭐라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 느끼한 놈팽이는 누군가에 대하여.

    해당 연재분은 물론 이전 에피소드에도 원래 독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경 삽화가 들어갈 예정이었는데요.
    현재 작업 환경에 좀 큰 문제가 있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연재 지연 딱지가 붙을 판이라 나중에 추가하는 식으로 해야겠다… 는 결심을 비로소 마쳤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