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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0

       

       『어째서, 지나인의, 팔이……?』

       

       자신의 가슴팍을 뚫고 들어간 청년의 팔뚝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일본인.

       

       —푸확!

       

       청년이 다시 주먹을 빼자, 일본인의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이미 절명한 일본인은 풀썩 하고 옆으로 나자빠져 쓰러졌다. 

       

       청년은 우리를 향해 몸을 돌리고, 그제서야 눈을 뜨며 우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맞나……?’

        

       청년의 눈에서 샛누런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얼핏 보면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만 둥둥 떠있는 것 같다.

       

       맨손으로 사람의 몸을 뚫어버리는 괴력이며 저 비정상적인 안광이며, 전부 비각성자인 인간이 낼 법한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청년은 각성능력자도 아니고, 저런 괴력은 무공의 힘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위험해.’

       

       신종마약에 의한 증상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모르겠기에 더더욱 위험하다. 나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민간인이라고 방심하지 마. 봐주지도 말고.”  

       

       아까처럼 적당히 하다가는 이쪽이 당할 수도 있다. 내 곁에 선 동료들 역시 위험을 직감했는지, 한껏 긴장한 기색으로 각자 경계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청년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부 야오 징챠……】 

       

       나는 청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홍옥례에게 물었다.

       

       “뭐라는 거야?”

       “아, 아까도 했던 말이야. 경찰은 안 된대.”

       【워 훼이 쌸러 니먼…… 부넝 랑 징챠…… 웨이하이 워 찌아……】

       “그러니까…… 우리들을 죽여야겠대. 경찰이 자기 가족을 해치게 놔둘 순 없대.” 

       

       역시 그런 의도로 우리를 여기로 유인한 것이었나. 나는 홍옥례에게 말했다.

       

       “통역해 줘. 우린 경찰이 아니…… 아니, 맞긴 한데, 잡아가려는게 아니고 치료도 해주고 말만 좀 들어보려는 거라고. 가족들의 안전도 보장한다고.”

       

       홍옥례가 내 말을 통역했고, 중국인 청년은 가만히 서 있다가 다시 뭐라뭐라 말했다. 홍옥례가 통역했다.

       

       “거짓말이래. 일본 경찰은 중국 사람들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대.” 

       “통역해줘! 우린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라고!” 

       “일본사람이나 조선사람이나 모두 같은 족속이래. ……으음. 있잖아, 백 동지. 아무래도 소용없는 것 같아.” 

       

       역시, 들을 리 없나. 이미 이성이 마비되어 다른 사람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이다. 아무런 설득도 소용이 없었다. 놈은 어쨌거나 우리를 죽일 셈이었다. 

       

       애초에 놈은 도망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죽이려고 이 곳으로 유인해온 것이다. 우리를 경찰로 믿고서…… 사실, 지금 우리는 경찰의 임무를 수행중이었으니 놈의 입장에서는 별반 다를 것도 없겠지.

       

       아무래도 냉정하게 생각할 이성은 잃은 듯하지만, 본능적이라고 할지,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다는 일념으로 우리를 처리하려고 일부러 인적 드문 이곳으로 향한 것이리라.

       

       나는 이유하에게 조용히 말했다.

        

       “유하야. 얼려버려. 저 놈이 허튼 짓 못 하게.”

       “그리하겠소.” 

       

       거리는 좀 떨어져있지만 이유하의 사정거리가 닿을만한 거리다. 이유하가 중국인 청년을 향해 손을 쭉 뻗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집중했다. 

       

       【…….】

       

       하지만 청년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아까부터 서있던 자세 그대로 미동조차 없었다. 놈의 몸에 얼음이 맺히지도 않았다. 나는 이유하에게 물었다.

       

       “뭐 해? 빙결 방출하고 있는 거 맞아?”

       “……보면 모르겠소?” 

       

       사실, 보면 안다. 어두웠지만 잘 보면 이미 청년을 주변으로 이유하의 서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쪽에 서 있는 나까지 한기를 느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놈에게 들러붙는 얼음은 없었다. 더 자세히 보면……

       

       놈을 둘러싸고 마치 증기가 끓어오르는 듯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마치, 놈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듯이!

       

       ‘……열기?!’

       

       설마, 열기 때문에 빙결이 증방하는 건가? 이유하의 빙결이 청년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에 증발해버리고 만 것인가?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청년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빙결이 기화된 증기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 청년은 마치 어둠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탓!

       

       그 순간, 돌연 땅을 박차고 이 쪽으로 달려오는 청년! 송병오가 권총을 든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오냐, 와라! 이번엔 봐주지 않을 테니!”

       

       —탕탕, 탕! 탕탕! 

       

       송병오가 마력이 담긴 탄을 연사했다. 이번에는 비살상용 송진탄 따위로 안 될것 같기에, 마수를 상대로 실습할 때 쓰는 교탄을 발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제기랄! 저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인가!”

       

       청년은 교묘하게 발걸음을 뒤틀어 송병오의 마력탄을 모조리 피해냈다. 한 발이 허리를 스치기는 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오기를 계속했다. 

       

       아까 도망칠 때의 달리기는 거짓말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거리가 가까워져왔다.

       

       ‘마력탄이 안 먹히면, 칼을 박아넣는 수밖에.’

       

       나는 칼자루를 쥔 채 청년을 향해 한 걸음 뛰쳐나갔다. 내가 마주 달려나가자, 청년은 나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즈음  땅을 크게 박차며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즉시 나를 덮치듯이 주먹을 내리꽂아온다. 나는 놈의 팔을 잘라버린다고 각오하고 얼음칼로 쳐냈다.

       

       —까앙!

       

       하지만, 놈은 멀쩡했다. 

       

       ‘뭐라고?’

       

       아무리 얼음칼이라지만, 날카롭게 갈고 강기를 덧씌워 인간의 살과 뼈 정도는 무리없이 가를 수 있는 칼이었는데, 이건 무슨 돌을 때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오히려 칼자루를 쥔 내 손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뜨거워!’

       

       가까이만 가도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로 청년에게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그 뿐만 아니라, 

       

       ‘……달빛이 아니었어.’ 

       

       놈의 전신에서 은은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빛나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보름달이 뜨긴 했지만 구름에 가려 드문드문할 때도 놈은 확실히 빛나고 있었다.

       

       마치 몸 속에서 뿜어져나오는 듯, 야광물질처럼 살짝 녹색을 띈 샛누런 형광(螢光)빛이, 놈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각성자는 아니야……!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여러 적들을 상대하며 봐 왔었던 마수화같은 것이라면 진작에 마력이 느껴졌을 터다. 하지만 이렇게나 가까이 왔고, 또 놈이 능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데도, 여전히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 괴력이 도대체 무슨 종류의 힘에서 나오는지, 또 무엇 때문에 빛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스으으으……】

       

       ‘젠장!’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청년은 바닥에 내려서기 무섭게 숨을 한차례 들이마시고는, 

       

       —부웅! 

       

       곧바로 나를 향해 발차기를 날려왔다. 고작 발차기인데 이런 파공음과 압박감이라니, 잘못 맞으면 죽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얼음칼을 들어 놈의 발차기에 대응했다.

       

       —쨍그랑!

       

       놈의 발차기를 직격으로 받은 것도 아니고 비껴냈을 뿐인데 얼음칼이 산산조각나며 깨져버렸다. 

       

       아무리 강기를 씌우고 있었다지만 얼음이라는 재질 자체가 큰 충격에는 약한데다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주변 기온에 녹고 있었던 탓이었다. 

       

       ‘젠장! 제대로 된 칼을 가지고 왔었더라면……!’

       

       나는 반토막난 칼을 쥔 채 뒤로 한 걸음 빠르게 물러섰다. 놈이 다시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려와 또 한 번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놈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피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피하며, 반토막난 칼일지언정 기회를 봐서 놈의 약점을 노리면 된다.

       

       ……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이건,’

       

       놈이 보란듯이 날린 주먹은 페인트였고, 어느샌가 내 옆구리를 향해 발길질이 날아들어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홍옥례가 아까 권법소녀와 맨손으로 겨룰 때에도, 허(虛)와 실(實)을 알 수 없어 고생했다고 했었지. 이 청년 역시 같은 무술을 배웠을 터다.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저런 괴력이 담긴 발차기를 옆구리로 받았다가는……

       

       ‘죽는다.’

       

       나는 순간적으로 죽음을 직감했다. 죽음을 직감하자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듯 움직임이 눈으로 보였지만, 보인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움직임은 이미 주먹을 피하던 와중이었기에, 옆에서 다가오는 발차기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어!’

       

       몸이 쑤욱 움직여지는 감각을 느끼며 얼핏 보니, 놈의 발은 허공을 지나쳐 무게중심을 잃고 맨바닥을 때리고 말았다. 

       

       —콰아앙!

       

       마치 조그만 수류탄이라도 터진 듯 솟구치는 흙더미. 놈의 발차기가 빗나가서 다행이지, 저걸 맞았더라면…… 

       

       ‘아니야.’

       

       나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 반토막난 칼일망정 칼자루를 고쳐쥐었다. 방금은 내가 피한 것도 아니고, 놈이 헛발질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외부적인 힘에 의해서 내가 이동한 것이었다.

       

       ‘내가 피한 게 아니야! 이 힘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쟈쟌—! 오마따세(기다렸지)!” 

       

       뒤—아니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 가운데 두 명의 실루엣이 보름달을 등지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따시, 드디어 등장!”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시무시한 3연참!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맛난 저녁 드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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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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