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91

    갑작스러운 디아나의 연락을 받자마자 루크는 집에 깃든 악령이고 뭐고 버려둔채 즉시 다이튼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사이 치통은 더욱 더 심해져서 파이리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언이이…….”

    파이리스는 여느때와는 달리, 루크를 보자마자 안겨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인지라, 루크에게 달려들었다간 지금보다 더 아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치통이 머리까지 잠식해 두통도 느껴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예르나는 그런 파이리스에게 걱정스런 말투로 물었다.

     

    “파이리스, 이가 아프다는 게 정말 사실이야?”

    “으응…….”

     

    이제는 침을 삼키는 것도 아픈지, 턱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파이리스는 참으로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언제나 어떤 물리적 제약도,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정령의 형상을 취할 수 있는 파이는, 현신화를 해제하면 최소한 더이상 고통은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이리스는 그 와중에도 꿋꿋히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흐음.”

     

    그 이유는 정말로 단순하게도, 과자를 먹는 것을 파이리스가 포기하지 않았던 탓이다.

     

    입가에 과자 부스러기와, 이빨 틈새에 잔뜩 끼어있는 과자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파이리스는 이빨이 아픈 것 보다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싫었던 거다.

     

    ‘정말 못말리겠군…….’

     

    아무리 먹는 게 좋다지만,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

    당장 느껴지는 고통조차 뒷전으로 보낸 채 눈 앞에 먹을 것을 집어삼키다니.

     

    어쩌면 파이리스는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중독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식욕을 참을 수 없는 것, 그러니까 폭식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 일종의 탐욕, 욕심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욕심이라는 것은 본래 정령에겐 없는 개념.

    하지만, 파이리스는 현재 굉장히 욕심이 많았다.

     

    ‘너무나 긴 시간의 현신화로 지나친 인간화가 되어버린 것일까…….’

     

    어디까지나 파이리스의 이 몸은 아바타.

    현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빌린 옷이다.

     

    그러나 가끔은 옷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남에게 보여지는 대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니까.

    흉내내고 따라하고, 장난치길 좋아하는 정령은 그런 영향에 또 너무나 쉽게 물든다.

     

    솔직히 말해, 루크는 욕심이 굉장히 많았다.

    지금은 어떻게 억누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모르는 지식에 대한 욕심과, 마법적으로 훌륭한 재료,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욕심은 솔직히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어쩌면, 항상 루크의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 파이리스가 자신에게서 ‘욕심’이 옮았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게 생각하면 이 사태의 절반 정도는 자신의 책임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아니, 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애초에 파이리스가 평소 이를 잘 닦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테니, 딱히 자신의 잘못이 절반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럼, 절반의 절반 정도일까?

    그래. 그 정도로 타협하는 것은 괜찮을 듯 하다.

     

    그 때, 파이리스가 칭얼거렸다.

     

    “히이잉, 아파아아…….”

     

    “하아. 어쩔 수 없지.”

     

    정말 너무나 안쓰러워 보이는 모습에, 루크는 하는 수 없이 파이리스를 향해 다가갔다.

     

    “잠깐만 한번 보자꾸나.”

     

    ——-

     

    루크에게 치과 의사로 활동한 경력은 당연히 없지만, 그래도 대마법사였던만큼, 그도 어느정도 의학적인 지식을 갖추고는 있었다.

     

    루크는 일단 입 안을 확인하기 전, 클린과 워터볼을 복합운용해 파이리스의 입 안을 몇차례 헹궜다.

    물이 닿는 것도 아픈지 꽤나 고통스러워하기는 했지만, 과자가 잔뜩 끼어 있어서 도저히 확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꼭 필요한 조치였다.

     

    “아아…….”

     

    루크는 파이리스의 입 안을 확인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앉아 시선을 낮추고는, 파이리스가 벌린 입 안에 작은 라이트를 띄워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런데, 상태가 참 심상치 않았다.

     

    “맙소사, 이 정도로 심하다니…….”

     

    이빨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수는 없을 터.

    아마 꽤 전부터 아팠을 텐데, 어째서 말을 하지 않았던 걸까?

     

    “참을 수 있어서…….”

    “…….”

     

    하긴, 몸을 가지는 경험이 처음인 파이리스로서는, 이 고통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않다.

    어쩌면, 몸의 어딘가가 아파도 단순히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가?’하고 넘겨버렸을 지도 모른다.

    파이리스는 몸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수준의 고통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무시할 수 있었을 테니.

     

    하지만, 보통 고통이라는 게 느껴진다는 건 신체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

     

    아픔은 즉, 몸이 어딘가 잘못 된 부분이 있어 보내는 경고다.

     

    하지만, 사용자가 그 경고를 전부 무시해버린 탓에,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

     

    ‘하필이면 구취도 심하게 나지 않아서 더 늦게 발견한 듯 하군.’

     

    심지어 파이리스의 몸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향이 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파이리스의 몸 역시 어느정도 여신과 관련을 지닌 탓이겠지.

    애초에 정령이라는 것 자체가 여신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루크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신이 내리는 힘으로는 신을 치유할 수가 없으니까.

     

     

    다이튼은 그런 루크를 향해 물었다.

     

    “어때? 루크, ‘그 힘’ 쓸 수 있겠냐?”

     

    예르나의 팔을 치유한 ‘그 힘’의 존재는 이제 다이튼도 알고 있었다.

    이미 예르나가 그 일에 대해서는 설명을 한 상태였으니까.

    다이튼도 이제는 가족인 이상, 그에게만 비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어려울 것 같구나.”

     

    어려움.

    그래, 사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파이리스가 여신과 관련이 있어 신성력이 잘 듣지 않다고는 해도, 루크가 말 그대로 ‘가치’를 쏟아붓는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가치를 쏟아내서 고작 한다는 것이 ‘충치 치료’라니, 그건 끔찍하게도 비효율적이기도 한 데다가, 그토록 쉽게 이를 낫게 한다면 이 사건은 파이리스에게 별다른 교훈도 주지 못 할 것이다.

    여러모로, 신성력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이다.

     

    “그거 아쉽네.”

     

    다이튼은 쩝, 소리를 내며 뒷통수를 긁었다.

     

    솔직히, 다이튼도 호기심은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예르나를 회복시킨 ‘그 힘’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게다가 루크의 성장한 모습과 어리광 부리는 모습은 그 덤이었다.

     

    그래도, 하기 어렵다가 아니라 하기 싫다고 했어도 강요는 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루크의 말을 들은 파이리스는 세상 슬픈 표정으로 눈가에 눈물을 땡글땡글 매달고는 울먹이며 물었다.

     

    “언니, 그럼 나 이제 어뜨캐……? 나, 이제 맛있는 거 못 먹어……?”

     

    파이리스는 그제서야 과거 루크가 했던 ‘이를 제대로 닦지 않으면 나중에 맛있는 걸 더는 못 먹게 될 지도 모르는데?’라는 말의 ‘나중에’가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기엔 늦었다.

     

    “아무래도, 치과에 가야할 것 같군.”

    “치과……?”

    “그래, 치과.”

     

    파이리스는 어리둥절한 표정바라보며, 루크는 미소지었다.

     

    지금 파이리스의 반응을 보면, 정령화로 도망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공포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보다도, 음식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더욱 큰 것 처럼 보였기에.

     

    그리고 파이리스도 한번쯤, 치과라는 곳을 경험해볼 필요는 있었다.

     

    “그럼, 파이리스? 지금 바로 가자, 치과 닫기 전에.”

    “으응…….”

     

    그런 파이리스에게 웃으며 다가온 예르나가 손을 내밀자, 파이리스는 떨떠름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예르나의 손 위에 올렸다.

    루크 역시 예르나의 반대쪽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나도 따라가지.”

     

    혹시나 도착한 파이리스가 변심해서 정령화로 도주하면 붙잡을 사람이 하나쯤은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파이리스와 루크가 예르나의 손을 잡고 치과를 향하며 사건은 일단락이 내려지는 듯 했으나…….

     

     

    아직, 청산해야 할 잘못은 하나가 더 있었다.

     

     

     

    “디아나.”

    “꺅……!”

     

    슬쩍 방으로 들어가 존재감을 내비치지 않던 디아나를 향해 다가오는 커다란 그림자.

    바로, 다이튼이었다.

     

    디아나가 아무리 본능적으로 마력은폐를 써도, 다이튼의 마력감지를 우회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오빠 몰래 과자를 꺼내 먹었단 말이지?”

    “그, 그게…….”

    “식사 전에 군것질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어린 디아나가 듣기엔, 다이튼의 목소리가 어딘가 두렵다.

    금방이라도 엉덩이를 맞을 것 같은 불안감에, 디아나는 벌벌 떨면서 말했다.

     

    “아, 아니……. 그치만, 파이리스가 배고프다고 했어…….”

    “조금만 기다리면 오빠가 와서 밥 만들어준다고 했잖아. 맛있는 거 해주려고 고기도 사놨는데. 밥 다 먹고 먹으면 오빠가 언제 뭐라고 하든?”

    “아니…….”

     

    다이튼의 말에 디아나는 후회했다.

    고기가 반찬이었다면 좀 더 참을 걸!

     

    “잘못했지.”

    “응…….”

    “에휴…….”

     

    그렇게 한숨을 내쉰 다이튼은 잔뜩 위축되어있는 디아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꿀밤이라도 때리려나 싶어서 눈을 질끈 감는 디아나.

     

    -스윽, 스윽.

     

    하지만, 디아나가 대비하고 있던 충격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니, 다이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풀어진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치만, 혼날 거 다 알고도 파이리스가 아파하니까 바로 오빠한테 전화 한 거지?”

    “……응.”

    “잘 했어. 아마 좀만 더 늦었으면 치과 문 닫았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엔 안 혼낸다. 이따 파이리스 치료받고 오면 먹을 밥이나 준비하자.”

    “어?”

     

    그러자, 디아나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확 밝아졌다.

    디아나는 다시 확인을 받듯이 물었다.

     

    “……진짜로?”

    “뭐야, 안 혼나서 서운해? 내가 혼내줬으면 좋겠냐?”

    “아니, 아니!”

     

    디아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활짝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결국은 치과감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