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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1

       눈앞에서 벌어진 원령과 인간의 생사결에 장삼은 단 한 차례도 눈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뗄 수가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는 육신 없는 혼이 늘 함께였다.

         

       그렇게 살아온 이십여 년의 삶에는 동년의 삶을 살아온 또래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작은 굴곡들이 무수히 많았더랬다.

         

       제 눈에만 보이는 혼령은 때때론 주박이었고, 때때론 지름길이었다.

         

       남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버려졌고, 또 자신을 부모로부터 버림받게 한 혼령으로부터 남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무수한 비밀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었으니 이보다 나은 표현은 없으리라.

         

       그가 황산파에서 그토록 열심히 술법을 익히고, 영기를 쌓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혼령을 더 많이 알기 위해서.

         

       세상에 왜 이리도 많은 혼령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지,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아가 그러한 자신이 남들 눈에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는 게 아닌, 숭고한 일을 하는 명예로운 사람으로 내비치기 위해.

         

       그렇게 평생을 혼과 함께 지내온 그에게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생소했다.

         

       아니, 생소하다 못해 들어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은 더더욱 없는 기사(奇事)였다.

         

       원령과 인간이 이토록 격렬하게 싸우는 것도 처음이요, 심지어 원령과 싸우는 인간이 영안조차 뜨이지 않은 뜨내기라는 것은 더더욱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인데, 그를 경악으로 몰아넣은 일은 그다음이었다.

         

       ‘원령의 한이 풀리고 있다…!’

         

       눈앞의 원령은 못해도 수십 년은 족히 원한을 쌓아 올린 악귀 중에서도 악귀다.

         

       풀어낼 길이 막막해진 원령은 한을 풀어주는 대신 강압적인 제령(制靈)뿐.

         

       적어도 그는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그 유일한 가르침이 오늘로써 깨져버렸다.

         

       바로 눈앞에서 수십 년 묵은 원령의 원한이 해소되고 있다.

         

       그것도 한 인간과 격돌할 때마다.

         

       경천동지할 생사결이 끝난 뒤, 원령의 원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말인즉, 원한을 모두 풀어내고 평범한 혼령으로 돌아왔다는 뜻.

         

       “이게, 이게 말이 되나…?”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백우진이 그를 향해 손짓했다.

         

       장삼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의 손짓을 보고선 터덜터덜 그에게로 걸어갔다.

         

       “여기 혼령 정신 돌아온 것 같은데, 맞냐?”

         

       장삼과 혼령이 눈을 마주쳤다.

         

       “자네는 내가 보이는가?”

       “예? 아, 예.”

       “잘 되었군. 그렇다면 눈앞의 사내에게 좀 전해주게나.”

       “무얼 말입니까?”

       “나를 구해주어 고맙다고 말일세.”

         

       장삼의 얼굴에 그늘이 생겼다.

         

       일말의 질투심이 생긴 까닭이었다.

         

       언제나 혼령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것은 자신이었건만!

         

       그는 더없이 불손한 태도로 백우진을 흘겨보며 말을 건넸다.

         

       “거, 여기 혼령께서 고맙다고 전해달랍디다.”

         

       이에 백우진은 피식 웃으며 대답하길.

         

       “고마우면 양의신공 구결이나 내놓으라고 해.”

         

       장삼의 시선이 혼령에게로 향했다.

         

       “들으셨지요?”

       “야, 양의신공을 달라니…, 대체 어찌하여?”

       “무공을 달라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익히기 위해서지.”

         

       장삼의 대답을 들은 도사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것은 절대로 아니 되네!”

         

       어찌나 그 파장이 컸는지, 그를 볼 수 없는 백우진조차 낌새를 눈치챌 정도였다.

         

       “어, 느낌이 왔는데. 방금 저 양반이 거절했지?”

       “…….”

         

       장삼은 그런 백우진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괴물 같으니.’

         

       무공만 잘할 것이지, 왜 엄한 데까지 재능을 보이고 난리인지.

         

       “조장 말대로요. 여기 계신 도사님께서 양의신공만은 절대로 안 된다며 길길이 날뛰고 계시우.”

       “이유가 뭔데.”

         

       장삼의 시선이 혼령에게로 향하자, 혼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지금 내 꼴을 보면 알지 않나…, 라고 대답합디다.”

       “안 보인다고 전해.”

       “그러니까 그게 꼭 봐야만 한다는 게 아니고,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거 보면 모르냐고 합디다.”

       “그건 본인 잘못이지, 양의신공 잘못은 없다고 전해.”

       “…자기도 무당파에서 촉망받는 기재였답니다.”

       “나는 무림 제일의 기재라고 전해.”

         

       빠득!

         

       열심히 말을 전하던 장삼의 입에서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무슨 전서구인 줄 아시오!”

         

       그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백우진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벼파며 시큰둥한 태도로 답했다.

         

       “내가 혼령이랑 교감을 못 하는 걸 어떡하냐.”

       “으으으…!”

         

       맞는 말인데, 저 말이 왜 이리도 얄밉게 들리는 걸까.

         

       어쩌면 백우진의 최대 재능은 그것일지도 모른다.

         

       옳은 말조차도 얄밉고, 띠꺼운 기분이 들게 만드는 말솜씨 말이다.

         

       두 사람이 자기자랑하는 꼬라지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장삼은 비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젠장, 이제는 둘이서 대화 나누시오! 난 빠져줄 테니까!”

         

       장삼이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니는 방울을 꺼내 들었다.

         

       짤랑짤랑!

         

       그가 방울을 흔들 때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체내에서 영기가 실타래 풀리듯 올올이 풀려나와 혼령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자, 자네 이게 무슨…!”

       “거 가만히 있으쇼.”

         

       이윽고 영기의 실타래에 칭칭 감긴 도사의 혼령이 장삼에게로 쏘아지더니, 그대로 체내로 들어가 안착했다.

         

       빙의(憑依).

         

       그가 배운 술법 중 마땅히 오의라 부를 만한 것이 마침내 전개되었다.

         

       더 이상 말을 전하는 게 짜증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 아니 이게….”

         

       장삼의 몸에 안착한 혼령은 오랜만에 느끼는 생생한 육신의 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더 이상 느끼지 못할 줄로 알았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그 아찔한 감각은 순간 그에게 나쁜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생각에서 그쳤다.

         

       비록 원령까지 되었었다곤 하나, 그는 어디까지나 무당파의 도사였던 몸.

         

       타인에게 해악을 저지르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야, 너 왜 그래?”

         

       그의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챈 백우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에 혼령은 그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아무래도 이 몸의 주인이 나와 자네를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듯하네.”

       “……!”

         

       백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 나와 싸웠던 도사시오?”

       “그렇네.”

         

       커다랗게 뜬 눈만큼 그는 더없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빙의.

         

       그것은 이세계에서도 본 적 없는 기예이기에.

         

       “혹 이 몸이 걱정되는 거라면, 걱정하지 말게. 내 비록 원한에 휩싸여 있었다곤 하나, 제정신으로 타인의 몸을 탐하는 악인은 아니니.”

       “그거야 뭐, 걱정하진 않는데….”

         

       만약 그가 장삼의 몸을 빼앗으려 든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땐 그냥 죽을 때까지 줘패서 내쫓으면 그만이니까.

         

       ‘뺏길 놈도 아니고.’

         

       또한 백우진이 아는 장삼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남에게 몸을 내어줄 만큼 어리숙한 바보는 아니었다.

         

       그냥 약간 바보일 뿐.

         

       광수와 붙어 있을 땐 조금 더 바보고.

         

       생각을 마친 백우진이 그를 향해 물었다.

         

       “뭐라고 부르면 되오?”

         

       이에 사내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도(愚道)라 불러주게.”

         

       우매한 도사.

         

       사내, 우도는 지금의 자신에게 그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우 도사, 나는 양의신공이 필요하오.”

         

       양의신공.

         

       참으로 매력적인 무공이다.

         

       이를 익히는 순간 서로 다른 두 기운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게 되니까.

         

       서로 다른 기운을 운용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이점으로 다가온다.

         

       조금 전 그가 보인 것처럼 서로 다른 두 성질의 무공을 각각 좌수와 우수로 펼쳐내고도 간섭은커녕 아주 조화로운 연계롤 보일 수 있게끔 만들어 주니까.

         

       능력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세상 어느 무공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신공.

         

       그러나 거기에는 간악한 부작용이 숨어 있었으니.

         

       “자아가 분열되는 끔찍한 기분을 아는가?”

       “…….”

         

       양의신공은 의지를 둘로 나누는 무공.

         

       그러나 이를 잘못 연공하다 보면 의지가 아닌 인격 자체가 분열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은 참으로 지독하고, 참혹하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속삭이고, 생각에 간섭하는 것은 끔찍하다 못해 죽고 싶은 정도였다.

         

       “무당파의 역사 속에서 양의신공을 대성한 이가 몇이나 되는 줄, 자넨 아는가?”

       “모르오.”

       “정확하게 세 명일세.”

         

       무당파 역사를 통틀어 양의신공을 대성하여 이름을 날린 도사는 총 셋.

         

       무당파의 유구한 역사를 생각하면 초라할 정도로 적은 수.

         

       “바꿔 말하면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나와 같은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뜻이기도 하지.”

         

       물론 그처럼 최악의 결말을 맞이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지레 겁먹고 그만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양의신공의 난해함으로 인해 아예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이들도 적지 않았기에.

         

       “이것은 마공이나 다름없는…, 아니, 마공일세.”

         

       무려 수십에 달하는 이들을 미치게 만든 무공이다.

         

       무공의 근간이 무당파에 있기에 여지껏 마공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뿐, 우도는 진심으로 양의신공이 마공이라고 생각했다.

         

       “자네가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무림 제일의 기재라고.”

       “…….”

       “조급해하지 말게. 그 재능이라면 양의신공 없이도 충분히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나.”

         

       그의 진심 어린 걱정에 백우진은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조만간 이 땅이 불바다가 될 거요.”

       “뭐라…?”

       “마교가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고, 이백 년 전 괴멸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혈교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소.”

       “그, 그럴 수가…!”

         

       작금의 무림은 풍전등화 상태.

         

       언제 불이 꺼지고, 전쟁이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지 모른다.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이 죽겠지.”

         

       힙 없는 양민부터 고강한 무력을 지닌 무인들까지.

         

       전쟁에는 눈이 없다.

         

       대상을 가려가며 죽이지 않는다는 뜻.

         

       그렇기에 싸늘한 시체 사이에 제가 아끼는 사람들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인격이 나누어지는 고통, 굳이 느껴보지 않아도 알겠소. 우 도사께서 그리도 고통스러워했음은 그것이 예삿 일이 아니라는 뜻일 테지.”

         

       백우진이 고개를 들어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으로 장삼의 탈을 뒤집어쓴 우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양의신공을 익혀야겠소.”

         

       왜냐.

         

       “차라리 내 혼이 두 갈래로 찢어지는 것이 내 가족, 내 연인, 내 친우가 죽는 모습을 보는 것보단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이, 이런…, 후우!”

         

       구구절절하고, 애절하기 짝이 없는 그의 진심 어린 열변에 우도의 완고한 마음이 꺾였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무당파의 이름을 드높이고 싶다는 시시껄렁한 이유로 양의신공을 익힌 자신과 달리, 제 사람을 지키겠다는 사명으로 똘똘 뭉쳐 있는 그의 정신이라면.

         

       ‘양의신공도 그의 정신을 가르지는 못하겠구나.’

         

       그는 체념하듯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졌네.”

       “그 말은….”

       “양의신공의 구결을 알려주겠네.”

       “고맙소.”

         

       결연한 의지가 서린 표정으로 우도를 향해 포권을 취하는 백우진.

         

       예를 표하기 위해 숙인 고개 아래로 그의 미소가 빛난다.

         

       ‘걸려들었어.’

         

       모든 건 계획대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하루 무단으로 휴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미 공지로 말씀드렸듯, 새벽에 너무 추워서 이불 돌돌 말고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드는 바람에…

    조만간 연참을 통해 벌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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