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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1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바쁘다.

        

        너무 바쁘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 길게 한숨을 토해내었다.

        

        원래 세상이란 얽힌 것이 많을수록,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보장하는 외부적 요소가 많아질수록 그에 끌려다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 하면, 요컨대 다이스 – 나는 현재 SSM Entertainment 소속이었다. 연예인이나 아티스트,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 등등을 도맡는 엔터테인먼트이자 구단의 정식 소속이란 소리였다.

        

        내 지갑에 꽂히는 월급과 인센티브는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왔고, 내가 숙식을 해결하는 건물은 이 구단의 것이며, 연습실과 오만가지 편의시설 역시도 마찬가지 – 물론 이번에는 파이널 챔피언십 4등, 사실상 유진 씨와 로건을 제외하면 본선 2등이라는 정신나간 성적을 거머쥐었기에, 대우는 기존보다 훨씬 커졌지만.

        

        아무튼, 이들과 나는 법적으로 얽혀있는 사이였다. 인터뷰 제의 같은 게 날아오면 그래도 좀 해줘야만 했다. 한 명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낼 수 없는 결과를 선물로 바리바리 싸들고 뉴욕에서부터 날아왔기에 이러한 스케줄 실행 여부는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많지 않나?

        

        

        

       “…우리 회사, 이렇게나 컸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긴급 편성한 스케줄 때문에 그럴 확률이 더 높긴 하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이 줄을 서 있으니까요.”

        

       “덕분에 TV에서 자주 나오는 사람들은 실컷 보긴 했네요.”

        

        

        

        남자 아이돌, 여자 아이돌, 아티스트, 배우, PD에 프로듀서…사실 SSM은 이쪽이 메인이긴 했다. 애초에 시작도 여기부터였고. 다크 존이라는 게임이 나오면서 갑자기 E스포츠 쪽 파이가 미친듯이 커져, 요즘은 게임 단독으로 40% 이상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긴 한데.

        

        아무튼 우리 회사의 연혁 같은 건 그닥 궁금해하지 않을 거고, 요컨대 하고자 하는 말이 뭐냐 하니, 나는 귀국한 후 꼴랑 4일도 안 됐는데 오만가지 신년 스케줄을 다녔다는 뜻이었다. 물론 끌려다닌 건 아니었다. 프로게이머란 원래 게임 실력과 팬들의 인기가 반반씩 섞여서 만들어지는 혼종 비스무리한 무언가고, 나 역시 그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근데 나 하나 보자고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들 거라고는 절대 생각 못했지.

        

        

        

       “…같이 출연한 분들마다 자꾸 ‘저희들 노래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고 물으니 대답할 말이 없어서 상당히 곤욕스러웠네요.”

        

       “하하. 이제부터라도 들어보시는 게?”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그다지….”

        

        

        

        그렇다고 콩 볶는 소리와 금속 마찰음, 폭발음만 좋아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하나. 물론 취향이 밀리터리 쪽으로 옮겨간 것도 적잖아 영향을 끼치기는 했다. 특히나 유진 씨와의 트레이닝을 하면서 행동 보정치가 제로로 수렴한 탓에 실제로 총기라는 금속을 만지고 다루는 게 더욱 익숙해졌기 때문에….

        

        설마하니 인터뷰 와중에 레플리카 총들을 가져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만.

        

        

        

       “살다살다 인터뷰에서까지 CQB를 시전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다들 아주 좋아하는 반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괜찮지 않겠습니까?”

        

       “얼떨떨했단 거죠.”

        

        

        

        안 그래도 좀 차분한 복장을 입고 갔었으니, 그런 걸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아무튼 평소에 VR 내에서 연습을 이만큼 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긴장 같은 건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고, 몸의 근육기억을 토대로 개머리판 등을 적절하게 조정한 뒤 삽탄, 장전, 조정간 조정, 탄창 교환, 그 외에도 잡다한 기술을 열심히 보여줬었지.

        

        물론 가상현실과는 다르게 현실의 몸은 나약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 짧은 시연 및 CQB를 통한 전투 상황에서도 팔이 은근히 아팠지만.

        

        

        여하간, 그리하여 현재로 돌아온다.

        

        아마 지금쯤 나 말고도 잉크, 갬빗, 그리고 미카엘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진 상태겠지. 이 즈음에서는 말 그대로 무언가에 얽히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덜 바빴다. 하모니야 파트너 스트리머라는 명목 아래에 이카루스 한국 지사 쪽에서 보낸 요청에 의해 간간히 인터뷰도 하고 자동차 수령도 하고 그러겠지만….

        

        제일 덜 바쁜 건 유진 씨가 아닐까.

        

        그 사람 성격 상 막 일부러 시간을 들여 인터뷰나 프로그램에 나갈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고, 파트너 스트리머도 아니거니와 구단 소속은 더더욱 아니니까. 1등한 주제에 제일 유유자적이라니 상당히 부럽다. 이게 책임 없는 쾌락이란 건가.

        

        물론 잠깐만 그렇게 생각했지, 실제로도 그렇다는 건 아니다. 사람이란 본디 다들 나름의 고충이 있는 법이니.

        

        

        

       “으아….”

        

        

        

        격동의 시대였다.

        

        오로지 태풍의 눈만이 고요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다크 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다크 존 이야기만을 떠들어댔다. 인터넷 E스포츠 채널 뿐만이 아니라 오만가지 기사들 역시도 그러했다. 세상은 현재진행형으로 난장판이었고, 추운 한국의 날씨와는 별개로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끌벅적한 신년이었다.

        

        앞으로 스케줄이 얼마나 남았으려나.

        

        물론 정신이 없는 상황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걸 그대로 입으로 뱉고 말았나보다. 

        

        

        

       “다음 주에 네 개 있습니다. 다다음주는 3개. 프로그램 내용을 읽어보신 다음, 불가능할 것 같다 싶은 건 취소하면 될 것 같습니다.”

        

       “취소라.”

        

        

        

        뭐어,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다. 게다가 1월에 조금 바삐 일하지 않으면 슬슬 피지컬을 가다듬고 후학 향성에 힘쓸 준비를 해야 하는 2월에도 추가적인 일이 발생하게 될 테니까. 그것만은 꽤나 피하고 싶다.

        

        그나저나 취소라. 반드시 해야 할 취소가 있긴 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다시피, 토요일이랑 일요일 스케줄은 통째로 비워줬으면 좋겠네요.”

        

       “그건 승인되었습니다. 문제 없을 겁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질문.

        

        

        

       “근데 다들 궁금해하더군요. 보통 프로그램 녹화는 주말이 피크니까요. 혹시 그때 무슨 스케줄이라도 있으신지?”

        

       “아.”

        

        

        

        SSM 소속 다른 프로게이머들과는 다르게,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5위 안에 들어 내 입지가 너무 커져버린 탓에, 위쪽이 내 편의를 봐준답시고 사유도 안 적었는데 신청을 승인해버린 걸까. 일단 생각나는 건 그것밖에 없긴 했다.

        

        아무튼 이유라, 이유. 마땅한 스케줄…당연히 있다.

        

        

        

       “그때 유진 선생님 스트리밍에 출연할 예정이라서요.”

        

       “아.”

        

        

        

        물론 표정을 보아하니, 이를 반려할 만큼 간 큰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 주말은 완전히 텅 비게 되었다.

        

        어느 바쁜 1월의 첫 주 주중이었다.

        

        

        

        

        

        

        

        

        

        

        

        

        

        

        

        

        

        

        

       “…그래서, 이게 그 레스토랑입니다. 꽤 멋스럽지 않나요?”

        

        

        

       -정보)이 사람이 푼 썰 중 절반은 먹는 이야기다

       -아니 가서 뭘 이렇게 많이 먹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월에 미슐랭 3성 어케예약했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 여태까지 번돈 죄다 이런데 예약에 쓴 거아니냐?

       -한국대표팀에 하모니까지 같이간거봐 레잔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콜럼버스 서클 왼쪽에 위치한 Per Se.

        

        파이널 챔피언십을 하루 앞두고 방문했던 – 저게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거기까지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 뉴욕의 3성 레스토랑. 비교적 옅은 광원이 오히려 물안개처럼 촉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최상급 우유를 빚어 만든 듯한 백색의 그릇 위 아름답게 플레이팅된 음식들.

        

        식사 영상까지 함께 재생해주자 다들 좋아해준다. 물론 먹는 이야기만 나온다면서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사람들은 진즉에 전부 나갔거나 그랬겠지, 뭐. 내가 신경써줄 부분은 아니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경기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니까. 그리고 다들 하도 띵깡을 부리길래 트로피와 독택까지도 미리 공개해줬고.

        

        내일부터 시작될 경기 영상 썰풀이는 유어스페이스 이카루스 공식 채널에 있는 파이널 챔피언십 풀영상을 가지고 할 예정이었다. 본선 듀오 및 스쿼드는 어차피 내가 출전하는 경기가 아니었던만큼 완전히 생략해버렸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바깥 경치는 이렇습니다. 외부로는 콜럼버스 서클이 보이네요. 뉴욕 아니랄까봐 여긴 항상 붐비지 않는 때가 없습니다.”

        

        

        

        콜럼버스 서클.

        

        말 그대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조각상이 있어서 그리 불리는 일종의 로터리. 건너편으로는 어둠에 휩싸인 센트럴 파크가 보였다. 어찌나 넓은지 다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레스토랑의 층이 낮은 곳에 있었기에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이어지는 접시 개봉. 뚜껑이 열린 다음의 광경을 캡쳐한 사진에는 확연하게 크기 차이가 드러나는 음식 3접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순식간에 물음표로 물들어가는 채팅창. 사전에 코스요리 전문점이라고 미리 말을 해놔서인지 다들 더 식겁하는 경향이 있었다.

        

        

        

       -?????????????????

       -아니 크기차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선생님만 가격 따블 트리플로 주고 단품 시키셨읍니까??

       -어처구니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랑 하모니 일제히 얼탱이 상실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

        

        

        

       “아주 맛있었습니다. 민아랑 다이스도 남으면 조금씩 달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한 그릇에 양이 많이 들어있으니 다른 멋스러움이 있는 것 같네요.”

        

        

        

       <오산나인엑첼시스 님이 2,000원 후원하였습니다.>

       -팩트)먹을게 많아보이니 그냥 눈에 콩깍지가 낀 것이다

        

        

        

        물론 도네이션이 신나게 초를 쳤다. 

        

        이뇨속들은 항상 한 마디씩 거들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 것인지, 꼭 중요할 때마다 도네이션을 남발해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정 금액이 넘지 않으면 도네이션 메시지를 읽어주지 않았다. 썰을 풀러 왔다가 도네이션만 읽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사진. 어쩐지 꽤 연륜이 있어보이는 멋스러운 모습의 남자 한 명과 내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시간을 잘라 만든 사진을 다시금 보자마자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예요.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더라고요. 꽤 즐거웠죠.”

        

        

        

       -오 ㅋㅋㅋㅋㅋㅋ

       -이날 방에서 치킨뜯던 나 통한의 1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나는 저녁에 다른사람이 밥먹는거 보면서 자체 내상을 입고 있는가

       -그냥 씌바 개부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냐나머리가띵하고배고파!!!!!!!!

        

        

        

        난리법석을 부리는 시청자들을 뒤로 한 채 나머지 썰을 풀었다. 다이스가 이때 이번 년도에는 5등 안에 들고 싶다면서 그게 자신이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실제로 이뤄지긴 했구나. 이게 그 자기충족적 예언인가 하는 그런 건가.

        

        결과가 좋으니 됐지만.

        

        여하간 그 이야기도 해주었다. 물론 다들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 즈음 되니 다들 다이스가 어떤 괴물로 성장했는지를 대충 눈치챈 듯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그녀는 나와 로건이 없으면 파이널 챔피언십의 1등을 다툴 수 있을 정도로 커버렸으니.

        

        

        슬슬 이야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1부는 짤막한 게임이었고, 무려 5시간 동안 진행된 썰풀기 2부였으니, 이 즈음에서 시청자들을 어르고 달래서 돌려보내야만 했다. 절대로 내가 귀찮은 건 아니고 시청자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주기 위함이다. 게다가 현재는 하모니도 방송 중이었으니 정 듣고 싶으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었고.

        

        물론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은 일제히 땡깡쟁이로 돌변했지만, 원래 그럴수록 문을 사정없이 닫아야만 하는 법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할 일도 있었고.

        

        

        

       “자, 다들 내일 봅시다. 돗자리 펴신 분들은 장사 접고 집으로 복귀하시길 바랍니다.”

        

        

        

       -앆!!!!!!!!!!!!!!!!!!!!!!!!!

       -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유진씨진짜이럴거야?

       -하 싀1부랄 나는 왜 하필 이 뱀에 홀려가지고!!!!!!

       -아이쒸 이집 장사 이상하게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호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트리머 1위wwwwww

        

        

        

        물론 그로부터 1분도 지나지 않아 다들 엉덩이를 발로 까여 내쫓겼다.

        

        아마 하모니는 갑자기 범람한 시청자들 때문에 깜짝 놀라겠지만, 나보다도 몇 배나 스트리머 경험이 많을 테니 어련히 알아서 잘 진압하리라고 믿는다. 사실상 내가 했던 것처럼 똥겜으로 새로 들어온 시청자들의 기강을 잡아버릴 수도 있겠고.

        

        아무튼, 게임이라고 하니 – 오늘은 방송이 끝나고 할 게 있었다.

        

        메일 칸에 들어가 사전에 옮겨놓은 메일 중 북마크를 해둔 것을 열었고, 거기에는 게임 하나가 나와있었다.

        

        

        

       “글로리 앤 아너라.”

        

        

        

        아주 간략하게 줄여서 말하면, 냉병기 들고 상대방 회쳐버리는 게임이었다.

        

        내 기억 상으로는 넘사벽으로 1위에 있는 다크 존 아래, 대략 3위와 4위를 오가는 1인칭 VR 액션게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스템 자체는 다크 존이랑 비슷하지만 여긴 총 대신 칼이나 도끼 등등을 들고 게임하는 것과 비슷하고, 마찬가지로 현실성 있는 플레이를 위해서 일종의 하드코어 모드도 있다나 뭐라나.

        

        나야 그 편이 더 편했으니, 망설임없이 검색창에 들어가 게임을 입력. 다크 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라이브러리 목록에 글로리 앤 아너라는 게임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시스템을 알아야 나중에 실제로 광고 방송을 할 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시작은 그닥 복잡하진 않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세 개의 카테고리.

        

        클래스와 무기를 대체적으로 나눠놓은 것이었다.

        

        첫째로는 일반적으로 냉병기라고 하면 생각나는 전신갑옷과 검을 든 기사였다. 주무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평범한 직검부터 클레이모어, 도리깨와 도끼, 철퇴 등. 다른 것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및 세 번째 카테고리인 바이킹과 무사 역시도 소지 중인 검이나 창의 외관 및 리치가 조금씩 달라지며 클래스가 조금씩 더 세분화됐다.

        

        대략 어떤 느낌인지는 알았다.

        

        그리하여 평범하게 토마호크 하나를 든 캐릭터를 선택한 뒤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크 존과 꽤나 유사하게 생긴 보정치 조정 섹션이 나타났다…라고는 해도, 이실직고하자면 정작 다크 존을 처음 할 때는 이런 창을 못 봤기 때문에 기분이 좀 묘했다.

        

        아무튼 슬라이더를 최대한 낮춰 하드코어 모드로 진입했다. 오만가지 경고창이 떴지만 별 신경 안 썼다. 어차피 막 만든 캐릭터고, 이걸로 계속 할 생각은 없었기에.

        

        

        

       -[현 시간부로 튜토리얼에 진입합니다.]

        

        

        

       “…이야, 여기는 엄청 친절하네.”

        

        

        

        그리고 눈 덮인 산맥 위, 한 수련장이 나를 반겼다.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다크 존의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튜토리얼의 정석. 전방에 보이는 타깃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수많은 UI가 떠오르며 앞으로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 요약하자면 이러했는데, 이 게임은 특정한 초동 모션을 취하면 그에 맞는 공격이 나가고, 이를 타이밍을 맞추어 방어하거나 카운터를 갈기는 그런 게임이었다.

        

        요컨대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히 상남자들의 냉병기 싸움 같은 게 아니라, 보정이 좀 많이 섞인 눈치게임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친절한 팝업창과는 다르게, 하드코어 모드였기에 내가 시행하는 공격에 일체의 보정은 없었다.

        

        물론-

        

        

        

       ───으지직!

        

        

        

       “훌륭하군.”

        

        

        

        그런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가로로 대충 휘두른 토마호크에 얻어맞은 나무 기둥이 통째로 부서졌다. 옆에 서있던 NPC 한 명이 박수를 쳐댔다. 일종의 관장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직 실제 PVP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만 나무를 부숴버린 건지, 아니면 원래 부서지는 역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그리 말하더니, 방금까지 근엄하게 옆에서 깝죽대던 사람이 실제 창을 들고 터벅터벅 내려왔고, UI에는 현 시간부터 방어와 공격의 기본적인 방법을 배워보겠다면서 오만가지 팝업창을 띄워대었다. 카운터 시스템이니 약공격, 강공격, 스태미너, 그 외의 여러가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시간이긴 했지만….

        

        이건 나중에 제대로 각을 잡고 배워보자.

        

        다르게 말하면 지금은 아니란 소리.

        

        튜토리얼을 종료시킨 다음, 날아드는 창을 손목으로 쳐서 걷어내고는 다시금 횡으로 토마호크를 휘둘렀다.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머리와 몸통이 둘로 분리되어 폴리곤으로서 사라지는 적을 뒤로 하고, 드디어 본 게임이 시작된다.

        

        특정 레벨대 이하만이 할 수 있는 세션도 있는 반면, 일반 게임이라고 해서 레벨대와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세션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PVP 모드도 이것저것 나뉘어져있는 다크 존보다 전투 참여 자체는 훨씬 직관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게임이 돌아가는지도 확인해봐야 하니까….”

        

        

        

        아무래도 초보자존에서 하는 것보다는 일반 게임에서 몇 번씩 죽어보면서 어떻게 하는지를 익히면 조금 더 와닿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면서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방 하나에 입장하였고-

        

        

        

        

        

        

        

        

        

        

        

        

        

        

        

        

        

       “…이건 내가 하면 안 되겠다.”

        

        

        

        이 게임은 내가 광고를 받고 리뷰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마 이걸 방송을 켜고 했더라면 있던 뉴비들도 다 빠져나갔겠지.

        

        팔, 다리, 혹은 머리가 없는 수십 개의 폴리곤 시체 더미에 앉은 채, 나는 그리 중얼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자에게 게임 광고를 맡기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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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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