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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1

    <291 – 졸업생호소인>

     

    지고쿠해적단은 몹시 당황했다.

     

    “여기서 뭣들 하고 계시는 겁니까?”

    “오해하지 마라. 우린 수상한 해적이 아니야.”

    “식량을 훔쳐 먹으려고 식량 컨테이너에 숨어든 건 더욱 아니야.”

    “지고쿠님의 위세를 빌려 재단의 물자를 뜯어먹으며 값비싼 물건을 훔치려는 계획은 조금도 없다고!”

     

    이 인간들 진짜로 해적 다 됐네.

    어이가 없어서 빤히 쳐다보니 허접쟈코해적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지고쿠가 하품을 하며 설렁설렁 걸어 나왔다.

     

    “뭐야. 지젤 아니냐.”

    “대담하기도 하군요. 재단의 크루즈선을 털 생각을 하다니. 오크노디의 초대를 받으면 될 것을 왜 밀항을 시도한 겁니까?”

    “바보냐? 초대 받았다고 예 감사합니다, 하고 정문으로 들어가면 재단 놈들의 감시망에 그대로 걸리잖아. 해적질 시작부터 입구컷이라고.”

     

    친구 아버지의 배라도 예외 없이 털어버리려는 잔혹무도한 해적의 자부심!

     

    “차라리 잘됐습니다. 마침 선상반란을 일으키려던 참입니다. 가세해주시겠습니까?”

    “뭐? 니들은 왜 멀쩡하게 초대받아놓고 선상반란을 일으켜?”

    “크루즈선에 탑승했으면 선상반란을 일으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해적시대가 열렸나 싶은 황당해하는 지고쿠의 얼굴.

    피차 서로에게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고쿠는 그 오크노디의 친구들이면 당연히 정상인이 없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나서야 마음 편히 진실을 받아들였다.

     

    “그런 해적스러운 일이라면 돕지 않을 수가 없지. 예상보다 전력이 너무 강력해서 크게 털어먹기는 부담스러운 배였으니까.”

    “그럼 아군의 전력과 적의 위치, 교전현황에 대한 정보부터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지젤은 빠르게 핵심을 짚었다.

     

    “현재 지하 식품창고로 향하는 상부통로로 가는 길이 좁혀지기 전에 아군의 전력을 크루즈선의 1층, 2층, 3층 복도까지 넓혀서 방어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1층은 샌드쿠커의 대지마법으로, 2층은 아이린의 빙결마법으로, 3층은 양쪽 통로를 전투직들이 사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뭐 하러 귀찮게 양쪽을 다 막아? 한쪽 무너뜨리고 다른 쪽에 몰빵하면 되는데.”

    “3층에서 접근 가능한 제어실을 적의 간부급이 아닌 일반전력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다방면 포위를 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의 간부를 끌어내기 위한 덫이라 이건가.”

    “좌측은 흑기사 모브와 비키니아머전사 뾰이가, 우측은 아카디아님의 지휘 하에 나머지가 수비를 굳히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3층 우측전선을 맡아주면 전선부담이 덜어지겠죠.”

     

    지젤의 일목요연한 전장설명에 해적들이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었다.

     

    “전선을 감당하라니 그런 게 우리들한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맞아. 힘이 없어서 해적한테 빌붙어서 학점 벌어먹고 살려는 삼류잡졸해적인 우리가 재단의 승무원들을 무슨 수로 감당해?”

    “우린 크루즈선컨테이너적재화물털이범이지 선상반란최전선칼부림전투원이 아니라고!”

     

    원래부터 믿음직스럽지 못한 허접들로 이루어진 지고쿠 해적단의 허접한 실태!

     

    “갸하핫! 봤냐? 이런 놈들한테 전선을 맡기면 순식간에 나가떨어진다고.”

    “지고쿠 당신은 상급반에서도 전투력은 상위권에 속하는 편 아닙니까. 기말고사에서는 제국 삼대공신가문과 실습에서 호각을 이루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아카데미에서 한 학기를 구르고 깨달은 점이 있지.”

     

    지고쿠는 당당하게 외쳤다.

     

    “허접들한테는 쏠 총알 값이 아깝다!”

    “대놓고 파업선언입니까… 협력할 의사가 있기나 한지 의문이군요.”

    “애초에 해적을 전면전에 써먹으려는 네 용병술이 나쁜 거다. 해적은 해적 나름의 운용법이 있다고.”

     

    강약약강.

    해적은 자기보다 약한 것들을 털 때만 의욕이 나는 족속들.

    적의 약점만 간파해서 단숨에 전리품을 쓸어 담고 치고 빠질 줄 아는 것이 해적의 용병술이다.

     

    “자, 삼류자코해적들아. 비전투 승무원들이 모인 강당을 털어라!”

     

    삼류자코견습해적학생들은 멈칫멈칫 주저주저하며 물었다.

     

    “민간인을 협박하면 혼나지 않을까요?”

    “여긴 아카데미 밖이잖습니까 선장님.”

    “지고쿠님이야 밖에서도 해적이었으니 괜찮지만 저희도 밖에서는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는데…”

     

    ━탕!

     

    노빠꾸로 학생 한 명을 쏴버린 지고쿠가 심드렁한 얼굴로 연기가 나오는 리볼버를 빙글빙글 돌리며 대꾸했다.

     

    “알빠야?”

    “…”

    “집과 가족이 신경 쓰이면 그만두던지, 모두의 몫까지 보물을 잔뜩 훔쳐서 돌아가던지. 그 정도 결의는 사나이답게 알아서 하라고.”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먼저 쓰러진 학생 옆에 나란히 쓰러지게 생긴 분위기 속에서 감히 해적 그만두겠다고 나설 학생은 없었다.

    재단의 승무원들조차도 뭐 이런 막장인생 미치광이가 따로 있냐며 기겁하고는 제 앞에 자루가 내밀어지는 족족 가진 귀중품과 재화를 순순히 내다바쳤다.

     

    “해적질 하는데 왤케 조용해? 니들 해적 맞아?”

    “우효오오! 날로 먹기 너무 좋아!”

    “역시 강도질 중에도 날강도질이 세상에서 제일 좋지! 해적 최고!”

     

    지고쿠의 의혹어린 시선에 견습해적학생들은 다급히 억텐을 발휘했다.

     

    “다 담았냐?”

    “넵!!”

    “우리 간다. 빨리 일어나 짜샤.”

     

    바닥에 쓰러져있던 학생이 말했다.

     

    “저 총 맞았는데요?”

    “그거 고무탄이야.”

    “아하.”

     

    머쓱해진 얼굴로 주섬주섬 일어나서 동료들과 함께 자루를 짊어지는 학생.

     

    ‘당했구나!’

     

    승무원들은 뒤늦게 지고쿠의 [협박][속임수] 기능에 제대로 속아 넘어갔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그들의 귀중품은 자루에 전부 탈탈 털어 넣은 지 오래였다.

    강당을 나와 지하창고의 컨테이너로 위풍당당하게 돌아가는 지고쿠해적단.

    견습해적단원 한 명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선장님. 그런데 이 많은 전리품은 어떻게 아카데미로 가지고 돌아갑니까?”

     

    가지고 있어봤자 전부 다 가지고 배에서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잘 추려봐야지.”

     

    마침 그들에게는 <안목키우기>라는 이럴 때 써먹기 좋은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있었다.

     

    “야, 티토소가. 너가 오크노디랑 이사벨이랑 같이 안목키우기 강의 들었다면서?”

    “네, 네에…”

    “와서 우리 보물 중에 값나가는 것 좀 같이 추려봐. 조명대 뺏겨서 너 하는 일도 없잖아.”

    “불쌍한 애는 왜 겁주고 그래?”

    “누가 공짜로 시킨대? 남는 보석 줄게.”

    “사실 티토소가는 겁먹을 때가 귀엽기는 해.”

    “이사베에엘!?”

     

    전투력에서는 못미더운 이사벨과 티토소가였지만 두 사람의 안목과 손재주는 상당히 탁월했다.

    무질서하게 쓸어 담았다가 와르르 바닥에 엎은 전리품 더미에서 보석은 보석끼리, 카드는 카드끼리 분류별로 나누고 가치별로 순서대로 나열한다.

     

    [마나퍼즐 – 손상도 3%]

    [도금 – 가짜]

     

    이 정도면 전문 감별사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척척 분류를 해내는 이사벨과 티토소가!

    하지만 그렇게 분류하는 물건조차도 양이 많았다.

    수천 명의 승무원 중에서 비전투 계열이 잔뜩 몰려있던 강당을 털었으니 양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버리고 가기엔 비싼 것들이 많네.”

    “지젤! 마법배낭 좀 빌리자.”

    “죄송하지만 제 배낭은 자리가 다 정해져있는지라 도와드릴 순 없습니다.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죠.”

     

    습격을 막고 돌아와서도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조금이라도 가치 높은 물건을 고르려고 애를 쓰던 지젤의 눈에 망치를 든 대장장이가 보였다.

     

    “저분은 누구신데 우리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습니까? 유니폼은 크루즈선의 승무원으로 보이는데.”

     

    아카디아를 따라 전선을 막다가 돌아온 학생이 대장장이를 알아보고 소개해주었다.

     

    “아아. 지젤님에게는 아직 소개하지 않았군요. 저희 아카데미 982기 졸업생이자 생산학부 선배님인 퍼거슨 선배입니다. 제국의 금단기술 <강화>를 사용하는 분이시죠.”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습니까?”

     

    지젤은 정색했다.

    지고쿠는 그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갸하핫! 전리품을 강화로 압축해서 가져가면 되겠네. 이 녀석들, 이런 좋은 수단이 있었으면 진즉 알려줬어야지.”

     

    환금성을 높이기에 딱 좋은 아이디어라며 해적들은 좋아했지만 지젤은 함께 기뻐할 수 없었다.

    퍼거슨을 소개해주었던 학생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혹시 강화를 싫어하십니까? 제국의 눈치가 보여서…?”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저야 본래부터 암상인이었던 몸. 법망 따위를 무서워할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 남자는 무서워할 수밖에 없군요.”

     

    지젤은 모두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맹점을 짚었다.

     

    “저희가 몇 기생인지는 기억하십니까?”

    “어… 981기생이었죠?”

    “맞습니다. 그리고 저 선배는 982기 졸업생이라고 주장하고 있군요.”

    “어???”

    “퍼거슨이라는 저 대장장이는 아직 오지도 않은 내년에 아카데미를 졸업할 선배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연쇄강화마란 말입니다.”

     

    만사태평하게 심드렁한 얼굴로 리볼버를 돌리던 지고쿠조차 손에서 리볼버가 툭 떨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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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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