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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2

       전쟁 발발 1개월째.

       

       카우렐리아는 피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했다.

       

       북서부의 도시 대부분을 빼앗기고, 80만에 달하는 엘프가 죽었다. 최상급 정령의 킬카운트도 세 자릿수를 넘어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

       

       원자폭탄.

       

       상천이 만든 무기란 가히 위력적이었다. 다른 그 어떤 병기와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었다.

       

       “이거, 지는 거 아냐?”

       

       이제 엘프국 국민들은 그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 정령께서 보호해 주시는데 지기는 뭐가 지냐.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

       

       부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현실을 볼 줄 알게 되었다.

       

       [Q. 전(前) 상천 에테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마수가 아니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32%]

       [2. 마수이긴 하나, 괜찮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 33%]

       [3. 마수이며 악한 존재이나, 현재 전쟁 상황을 위해서라도 협력해야 한다 : 33%]

       [4. 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당장 형을 집행하거나 추방해야 한다 : 1%]

       

       다섯 차례에 걸친 마왕군의 전술핵 투하 이후. 정부보다는 에테르를 믿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제 분수를 이해하게 된 거지 뭐.”

       “그래봤자 이미 늦었지만.”

       “맞아요, 맞아.”

       

       로즈마리는 아카샤와 수다를 떨며 다과를 집어 먹었다.

       

       이곳은 잔잔한 항구마을, ‘아이비’.

       

       지정학적으로 외딴 섬이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배라고는 요트 몇 척이 전부이며, 인구도 세 자리수에 불과하다. 이런 곳에 폭탄을 떨어뜨려 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다.

       

       로즈마리나 아카샤가 눌러앉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언니 보고 싶어요.”

       “나 여기 있잖아.”

       “작은 언니도 좋지만, 큰 언니요. 큰 언니 보고 싶은데…….”

       

       로즈마리는 힝힝거리며 눈물 짜는 시늉을 했다.

       

       겉으로는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 초조한 건 로즈마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에테르가 영영 움직이지 않으면 자기들도 끝장이다. 아마 블루베리 주스가 되어 마왕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배신자는 험악하게 다루는 마왕이니 그럴 법도 하겠다. 로즈마리는 슬슬 엘프들이 항복하고 언니에게 머리를 박길 빌었다.

       

       로즈마리는 스코프를 켜고 반경 수백 킬로미터를 정탐했다.

       

       “지금 전황이 어때?”

       “슬슬 교착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아요. 아마 이쯤에서 한 번 더 일이 터지지 않을까 싶은데.”

       

       로즈마리의 예상대로였다.

       

       [동부전선 소식입니다. 마이에이 지역에 크기 20kT짜리 광구가 관측되었습니다.]

       

       [사상자는 18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왕군이 또 그 무기를 사용했다.

       

       이로써 100만 명에 육박하는 엘프가 죽었다. 개전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면 볼수록 경이로운 숫자네.”

       “그나마 마왕이라서 이 정도밖에 사상자를 못 내는 거예요.”

       

       해당 고유마도를 창시한 에테르는 즉발이 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백만이 아니라 억 단위로 죽였겠지.

       

       그러지 않는 건 그녀가 정세를 알았기 때문이다. 즉, 타락 상태가 풀렸다. 대신 어떻게 보면 엘프들과 닮아가고 있다.

       

       딱딱한 학자에서 벗어나, 교묘한 정치질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투하 빈도를 보니 아직 간을 보고 있는 게 분명해요. 아니면 10기 이상 생산이 어렵거나.”

       “후자의 경우에는 요르문간드가 전선에 나와 있다는 뜻이겠군.”

       “네. 그것 때문에 피치블렌드의 가공 시간이 늘어나고 있겠죠?”

       “역시 똑똑해. 블루베리야.”

       “흐흥.”

       “…그런데 만약 후자라면, 민천은 왜 여기 나와 있는 거지?”

       

       아카샤가 생각하기에, 마왕군이 이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은 원자폭탄을 무제한 뽑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1차 공급업자인 요르문간드가 전장에 있다면, 폭탄의 가공 시간은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만다.

       

       마왕답지 않은 계책이었다.

       

       “…모아두고 있는 거야.”

       “흐응? 왜요?”

       

       그야 뻔하지 않은가.

       

       “맛조개를 잡으려면 소금을 쳐야 하는 법이니까.”

       “……아.”

       

       아카샤의 안색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속뜻을 알아차린 로즈마리도 냠냠하고 있던 베릴륨 쿠키를 내려놓고는 얼굴을 굳혔다.

       

       얼마 후, 라디오에서 활기에 찬 진행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은 소식입니다! 불의 정령왕이신 이프리트 님께서 직접 힐레로스 탈환에 참여한다고 하십니다!]

       

       

       **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불같은 성격의 이프리트는 시큐엘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선에 나섰다.

       

       – 이프리트 님이다!

       – 이제 우린 살았어!

       

       예상대로 군의 사기는 올라갔다.

       

       본래 정령왕은 보통의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각 나라의 자율성과 주권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간사에 개입할 정도가 되었다는 건, 세계의 멸망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

       

       “마왕 놈의 횡포를 더는 좌시할 수 없구나.”

       

       한 달 사이에 100만이 죽었다.

       

       과거 대전쟁 시절에도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죽음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원자폭탄인가 뭔가 하는 요물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새에 무고한 목숨을 그만큼 앗아갔다.

       

       이대로라면 아렌스 대륙은 물론이고, 정령계를 넘어 여신이 속한 구역까지 위험해진다.

       

       그리 판단한 이프리트는 정령왕 중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내가 너희에게 축복을 내리노라.”

       

       이프리트는 전선의 화계마도사들에게 막대한 버프를 걸었다.

       

       불꽃과 정열의 비호.

       

       그의 주변에 자리한 모든 화계마도사들의 마력량을 사실상 무한대로 만들어버리는 어마어마한 가호였다.

       

       “오오…!”

       

       넘쳐흐르는 힘을 두고 사기가 오르는 마도사들.

       

       “여신님께서 우리를 보우하고 계신다!”

       

       정령신앙이 짙은 하급 마도사들은 이것이 여신의 축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야말로 기적.

       

       하지만 사실은 마도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세계판 뇌터 정리.

       

       정령은 마소의 대칭성을 보존시킨다는 중대한 정리. 아이러니하게도 마수인 에테르가 정립한 정령마도학의 기본 원리였다.

       

       ‘그럼 그렇지. 정령왕께서 계시는데 마법 개발은 얼어 죽을.’

       

       이프리트에게 힘을 부여받은 마도사 대부분은 그리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계획은 터무니없었다.

       

       흑주인가 뭔가 하는 마법을 개발할 때까지 자신들보고 총알받이 역할을 하라는 소리인데, 정말 그게 개발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니와, 하필이면 총책임자로 올리려는 녀석이 전 마왕군 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불투명한 미래보다야 이게 나았다.

       

       어느덧 마도사들은 참호에서 나와 공세를 준비했다.

       

       둥, 둥, 둥, 둥!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님과 여신 르퀴네스 님께서 우리를 보호하고 계시다! 모두, 겁먹지 말고 최선을 다해 분투하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한목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하는 장교들.

       

       하늘까지 치솟은 사기와 함께 스태프를 꼬나쥔다. 화력의 주축을 담당하는 이세계 포병들이 진을 짜고 첫 탄을 준비했다.

       

       “쏴라─!!”

       

       [최상급 화계 정령마도 ─ ‘불꽃은 나의 빛’]

       [최상급 화계 정령마도 ─ ‘다시 돌아오게 하소서’]

       

       사령관의 명과 함께 불꽃 세례가 시작된다.

       

       평소보다 수십 배 강한 마도의 향연이 마수들을 불태운다. 달려오던 최상급 수천 마리가 맥없이 쓰러진다.

       

       더 많은 마수가 쓰러질수록 군의 기강도 바로잡혔다.

       

       ‘이길 수 있다.’

       

       승기는 이미 잡혔다. 전선 사령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아무래도 이번이 첫 승전보가 될 터. 엘프국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대승을 거두어야 한다.

       

       “2격 준비하라!!”

       

       대열을 바꾼 뒤 같은 마법을 난사한다. 재앙급 몇 마리가 돌진해 왔으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척, 척, 척.

       

       한 발자국씩 전진하는 마도사들.

       

       개전 후 여섯 시간 동안, 이프리트가 비호하는 사단은 12km를 진군했다.

       

       어느덧 날이 바뀌고 양측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정령왕이시여!”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얻은 승리다. 엘프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정령왕에게 거듭 찬사를 보냈다.

       

       “화군(火君)의 무한한 은덕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조국을 지켜 주시니 제를 지내는 것 말고는 보답할 길이 없겠습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나아가게.”

       

       이프리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왕 따위야, 원자폭탄만 없으면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

       

       심지어 원자폭탄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겨우 한두 발 가지고는 정령왕을 멸할 수 없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 이 지역에 핵폭탄이 떨어지더라도 문제없다. 이프리트가 직접 막아내면 그만이니까.

       

       “밤하늘이 맑군.”

       

       성기게 박힌 별들을 본 이프리트는 호방하게 웃었다.

       

       “펙튼 장군의 부대는 언제 전선에 도착하나?”

       “그는 지금 신병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햇병아리 3만 명을 1달 반 내로 정예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정예?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평소의 그분은 군의 골칫덩이지만, 이런 상황에선 더할 나위 없는 영웅이 되십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정예 중의 정예들이 우리 전역에 보급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걸리나?”

       “보름이면 충분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보름이라.

       

       대략 열흘 정도로 잡으면 될 시간이었다.

       

       “이보게, 사령관. 첫 전공을 그런 어린아이에게 넘겨주고 싶은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니지요!”

       “진솔해서 좋네. 좋아, 그러면 날이 밝는 대로 움직이게.”

       

       이프리트와 전선 사령관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당 사령관은 혁혁한 공을 세워 출세하고 싶었다. 한편 이프리트는 한시라도 빨리 마왕의 면상에 불주먹을 꽂고 싶었다.

       

       결국 그러려면 전선을 위로 밀어붙여야 한다. 정령왕과 사령관의 이해관계는 잘 맞아떨어졌다.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라!”

       “보이는 적을 깡그리 소탕하라!”

       

       그 뒤로 나흘간.

       

       이프리트가 비호하는 군대는 마수 수만 마리를 격퇴하며 전진했다. 그동안 나아간 거리가 물경 1백 6십 킬로미터에 달했다.

       

       다시 나흘이 지났을 땐 180km를 더 움직인 뒤였다.

       

       이는 이동수단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경이로운 속도였다.

       

       “잠깐, 무언가 이상합니다.”

       “왜 그러느냐?”

       “적의 저항이 알게 모르게 약해지고 있습니다. 공세 첫날만 하더라도 겨우 10킬로미터를 진격하는 게 고작 아니었습니까?”

       

       영관급 장교 한 명이 걱정스레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 이건 포위망 형성 같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이미 다른 사단도 우리를 따라 북상하고 있으니까. 양익이 든든하니 포위될 걱정은 없어.”

       “하지만…….”

       “다른 부대에게 전공을 빼앗기고 싶나? 잘하면 자네도 특진이야. 이번 기회에 별 좀 달아 봐야지.”

       

       사령관이 다독여 주었음에도 장교의 근심은 가실 줄 몰랐다.

       

       보다 못한 사령관이 피식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점성술을 공부한 적 있네. 흉성이 길성 뒤에 숨었으니 필히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저도 압니다. 흉성이 뒤에 있으면 하늘의 기운이 약해지고 땅의 기운이 강해지지요. 이는 비극이 하늘이 아닌 땅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얼 그리 해석하나? 아니, 아니지. 설령 맞다고 해도 그 비극의 대상이 마수들이 될 수밖에 없지.”

       

       사령관은 말을 이었다.

       

       “제국 수도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을 생각해 보게. 그때는 주성의 위치가 지금과 반대였지. 그때가 흉조라면, 지금은 길조일세. 이는 여신께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일세. 공세를 취하려면 지금이 제격이라고.”

       

       곁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이프리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의 말대로다. 지금 이프리트는 마왕을 잡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 그 급한 성질 좀 죽이세요. 잘못하다가 정말로 큰일이 난다고요!

       – 이번에는 수군의 말이 맞네. 마왕을 얕잡아 보면 안 될 걸세.

       

       시큐엘이나 노움이 말렸지만 전부 무시하고 나왔다. 그만큼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해있었다.

       

       둥, 둥, 둥, 둥!

       

       “이크, 적습이군.”

       

       이프리트는 사령부와 함께 망루로 올라갔다.

       

       사령관이 언성을 높였다.

       

       “적이 야습해 오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도다! 이프리트 님께서 비호하시는 한 놈들의 공격은 바람 앞 등불이리라!”

       

       이프리트도 이에 질세라 화염창을 쥐고 뛰어올랐다.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나를 따르라!!”

       

       – 와아아아!

       

       병사들이 새로 만든 기지에서 덩달아 뛰쳐나왔다.

       

       마수의 공격은 맹렬하고 위협적이었다. 그런데도 화계 정령왕의 가호를 받은 군대는 패퇴하지 않았다.

       

       전진, 전진, 전진.

       

       여신의 가호를 받으며 나아간다. 하늘 위로 카우렐리아의 깃발이 펄럭인다.

       

       “마수들이 도망간다!”

       “쫓아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웬만큼 싸우던 괴물들이 등을 돌려 철군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장교가 몇몇 있었으나,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아가면 힐레로스 주를 완전히 탈환할 수 있다.

       

       그런 생각에, 장성들의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브릴뤼움 강이 코앞이다. 오늘 밤만 살아남으면 고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프리트는 병사들을 독려하며 불의 창을 쏘아댔다. 한 번 힘을 내지를 때마다 마왕군이 백 보씩 패퇴했다.

       

       그렇게 이틀간 수십 킬로미터를 더 진군했을 무렵이었다.

       

       “마왕이다─!!”

       

       자줏빛 로브를 두른 남자가 나타났다.

       

       구전을 통해 전해진 마왕의 모습.

       

       “정말 마왕인가…?”

       “아무런 짓도 안 하는데?”

       

       장병들은 저 존재를 의심했고, 이프리트가 그 의심에 쐐기를 박았다.

       

       “마왕이 맞다. 나를 따르라! 저 놈의 목을 취하겠다!!”

       

       이프리트가 나서기 무섭게 마왕이 깜짝 놀라며 도주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도 덩달아 신이 나 뒤를 따랐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마왕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저딴 게 마왕이라고?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별것 없구만.’

       

       원자폭탄이라는 무기가 있다는 것만 빼면 그저 그런 군대였다. 그러니 과거 대전쟁 시절에도 처참하게 밀렸던 거겠지.

       

       ‘이거, 잘만 하면 오늘 내로 전쟁을 끝낼 수도 있겠다.’

       

       어차피 마왕만 잡으면 다 끝나는 싸움이었다.

       

       한 달에 걸친 사투가 끝나리라고 생각하니, 장병들의 눈에 독기가 차올랐다.

       

       그렇게 여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격한 엘프국의 군대.

       

       이들은 꽤 넓은 분지 지역을 거쳐 평야에까지 이르렀다.

       

       “여기가 어디인가?”

       “‘이링’이라고 불리는 초원 지대입니다.”

       

       저번에 간언했던 장교가 다시 나타나 의심을 전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끌어들인 다음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게…….”

       “포위했다면 아까 전 분지에서 했겠지. 여긴 평야네. 포위를 당하더라도 후퇴하기 수월하지.”

       “하지만, 사령관님!”

       “자네는 병법을 발로 배웠나? 왜 이리 토를 달아?”

       

       사령관에게 조인트 까이는 장교의 모습을 본 이프리트가 핫핫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무얼 그리 화를 내나?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프리트도 솔직히 저 장교가 마뜩하진 않았다.

       

       패주하고 있는 건 마왕군인데, 걱정은 우군의 장교가 하다니. 신중해도 너무 신중하지 않은가.

       

       저렇게 겁쟁이처럼 나서면 얻을 수 있는 것도 못 얻는다.

       

       “젠장, 놓쳤군.”

       

       광야를 둘러보던 사령관이 픽 한숨을 쉬었다.

       

       마왕의 도주 경로를 훑어보던 이프리트가 열기를 느낀 건 그 무렵이었다.

       

       “…음?”

       

       어디선가 많이 느껴 본 열감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구는 여전히 평화롭기만 하다. 주성이 순행하고, 길성은 흉성 앞에 위치한다. 땅의 기운이 매우 크고 높다는 뜻이었다.

       

       마왕군의 궤주는 여신께서도 점지하신 일일 터인데….

       

       “자, 잠깐……!!”

       

       화아아악!

       

       공기의 흐름이 역행했다.

       

       서풍은 동풍으로, 북풍은 남풍으로. 모든 바람이 아래에서 위쪽으로 불기 시작했다. 

       

       이상함을 느낀 몇몇 참모가 술렁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동요가 부대 전체에 퍼져 나갔다.

       

       장병들은 너도나도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땀이 식은땀인지, 열감 때문에 흘리는 땀인지는 모른다.

       

       “지휘관 각하! 병사들이 따가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쳐라.]

       

       “──!!!!”

       

       바라보는 모든 방향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래 두 편 쓰려고 했는데 아파서 한 편 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으윽

    다음화 보기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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