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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2

       그 누구도 양의신공을 익혀서는 안 된다는 강인한 신념은 굳은 의지 앞에 무너졌다.

         

       우 도사는 어릴 때 버려져 스승님의 손에 길러져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 같은 건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가족이나 연인 대신 사형제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백우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자신의 자아가 분열되는 끔찍한 시간과 사형제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괴롭겠느냐 묻는다면 그 또한 후자를 택할 것이기에.

         

       백우진의 진심을 깨달은 그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기왕 알려주는 것, 내 모든 걸 알려주자.’

         

       그가 바라는 양의신공의 구결뿐만 아니라, 이를 익히며 깨달은 제 경험까지 전부 그에게 일러주기로 결심했다.

         

       양의신공의 방대한 구결과 경험을 모두 구두로 전수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를 모두 고스란히 녹여내기 위해선 말이 아닌 글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혼령과 자유로운 교감이 가능한 이는…, 장삼이 유일했다.

         

       “이런 제엔장….”

         

       그날부터 장삼은 밤낮으로 우 도사에게 시달렸다.

         

       양의신공의 방대한 구결을 받아 적는 것은 물론이고, 연공 과정에서 그가 깨닫고 느낀 바는 무엇인지 상세하게 적어 넣느라 두꺼운 서책을 무려 세 권 가득 채웠다.

         

       고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으나, 이는 장삼 또한 혼신을 다해야만 했다.

         

       장삼은 백우진에게 모든 걸 걸었다.

         

       그와 함께라면 언젠가 술법을 사용하는 자신을, 혼령과 교감하는 자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그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백우진이 양의신공을 익히다 자아가 분열되어 미쳐버리면?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

         

       장삼의 인생 또한 자연스럽게 나락으로 처박힐 게 분명했다.

         

       그걸 깨달은 그는 중반부를 작성할 무렵부터 역으로 우 도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정말 이게 끝이오? 느낀 바가 더 있다거나, 조심해야 할 부분은 더 없소?”

       “어, 없대도.”

       “잘 생각해보시오. 혹 시간이 오래되어 까맣게 잊고 있을 수도….”

       “아, 없다니까!”

         

       우 도사의 머리를 빨래 짜듯 쥐어 짜내고 나서야, 그는 붓을 내려놓았다.

         

       세 권 가득 쓰인 양의신공과 우 도사의 경험.

         

       이 정도라면 백우진이 손쉽게 양의신공을 익힐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좀 재수 없긴 하지만, 재능만큼은 확실한 양반이니까.’

         

       어느새 그는 백우진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 * *

         

         

       양의신공.

         

       의지를 두 갈래로 나누어 동시에 두 가지 기운을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전무후무한 신공.

         

       우 도사가 그러했듯, 이를 이용하면 성질이 다른 두 무공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르게 이용하면 순천(順天)과 역천(逆天)을 동시에 이루는 것 또한 가능하다.

         

       말인즉, 피의 흐름대로 내공을 운기하는 정종의 내공심법과 피의 흐름과 반대로 내공을 운기하는 위험천만한 방법을 통해 파괴력을 대가로 얻는 천마신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지금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그가 몸을 일으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콰콰콰콰!

         

       가볍게 내디딘 그의 발끝을 따라 쏘아진 거대한 기운이 땅을 온통 헤집고 나아가 주변에 온통 흙먼지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후두두둑!

         

       돌가루를 품에 안은 먼지들이 자욱하게 휘날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백우진의 눈이 커졌다.

         

       “와….”

         

       조금 전 그는 처음으로 천마군림보를 운용해 보았다.

         

       깎이고 깎여 마침내 남은 순수한 힘의 덩어리와 내공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정제된 마기가 자아내는 파괴력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수준이었다.

         

       그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다.

         

       고작해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1성의 천마군림보로 만들어낸 광경치곤 참혹하지 않은가.

         

       그 어떤 무공과도 견줄 수 없는 거친 파괴력에 백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면 미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

         

       천마신공을 익힌 천마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이 왜 십중팔구 미치거나, 죽게 되었는지 알 것만 같다.

         

       이 정도로 순수하게 파괴를 갈망하는 힘이라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오염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백우진의 체내에서 순행하고, 역행하던 두 기운이 이내 우뚝 멈춰버렸다.

         

       아직 양의신공의 성취가 높지 않아 평상시에 숨 쉬듯 의지를 두 갈래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윽…!”

         

       그리고 그 대가는 지독한 고통이었다.

         

       순행과 역행.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던 기운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고통.

         

       그럴 때마다 작은 내상이 조금씩 쌓이기는 했으나, 몸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로 뭉쳐진 기운을 느끼며 백우진은 체내를 관조했다.

         

       ‘대략 3성 정도인가….’

         

       백우진은 지금껏 양의신공을 연공한 그 어떤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취를 이루어 가는 중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능만으로 이루어낸 쾌거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주춧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며 시행착오를 겪은 우 도사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이토록 빠른 속도로 3성에 오르진 못했을 터.

         

       “…슬슬 조심해야겠어.”

         

       희미하게 맺혀 있던 미소를 지워내고 얼굴을 굳히는 백우진.

         

       우 도사가 떠들고, 장삼이 집필한 서책에는 그리 적혀 있었다.

         

       양의신공의 진정한 힘은 4성부터 발휘되기 시작하고, 부작용에 빠질 확률 또한 그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인즉, 지금까지는 체험판에 불과했고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는 뜻.

         

       “자아의 분열이라….”

         

       위험성은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양의신공의 성취가 3성에 달할 때, 별안간 찾아온 현기증과 더불어 제 몸을 일인칭이 아닌 삼인칭으로 바라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잠깐 느꼈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제 육신을 타인의 것인냥 바라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지독히도 더러운 감정은 지금까지 온갖 더러운 경험을 다 당해본 그조차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종류의 것이었다.

         

       덕분에 전에 없던 경각심을 머리와 가슴에 아로새겼다.

         

       조급하다고 해서 두 계단, 세 계단씩 뛰어넘듯 빨리 익히는 것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나아가는 게 양의신공을 익히는 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에 백우진은 확신했다.

         

       ‘절대 조급하지 않을 것.’

         

       그것만 잊지 않는다면 양의신공 따위에 자아가 두 개로 갈라지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무당파가 내어준 연무장에서 수련을 마치고 객당으로 돌아온 백우진은 마루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곳에서 지낸 날을 셈해보았다.

         

       “슬슬 떠날 때가 됐는데….”

         

       이곳에서 원하는 바는 대부분 이루었다.

         

       떠나고자 마음먹었다면 진즉에 떠날 수도 있었으나, 여태 머문 이유는 아직 한 가지 볼일이 남아 있기 때문.

         

       그것은 다름 아닌 장삼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영술서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상해에서 왕서방 찾기도 아니고, 이거 원….”

         

       영술서의 행방을 알아낼 방법은 단 하나.

         

       과거 모산파가 서서히 몰락하던 시대에 살았던 도사의 혼을 찾아내는 것.

         

       이는 양의신공을 익힌 혼령을 찾아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난감한 일이었다.

         

       무당파가 몰락해가던 시기는 못 해도 이, 삼백여 년 전.

         

       장삼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를 살았던 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행여 존재한다고 한들 그때의 기억을 또렷이 간직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난감하네, 쩝.”

         

       답답한 마음에 뒷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백우진.

         

       그도 그럴 것이, 영술서를 찾는 데에 도와줄 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장삼은 무당산과 무당파 내부를 이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영 모자란 느낌이란 말이야.”

         

       난감한 상황에 장삼에게 받은 도움이 적지 않다 보니 이 정도로는 뭔가 부족했다.

         

       문제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 이상 해줄 게 마땅치가 않다는 거다.

         

       “금양루는 이미 자유이용권까지 쥐여줬으니 상한 떡밥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무당파의 제자들과 교류를 위해 일찌감치 나섰던 조원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기 시작했다.

         

       “백 공자아…!”

         

       가장 선두에서 걸어오고 있던 제갈연지가 눈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목표는 그의 품.

         

       그녀는 사뿐히 날아올라 백우진의 무릎 위에 안착하여 그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무언가를 마구 갈구하는 듯한 제갈연지의 애달픈 표정을 본 백우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고생했어.”

       “히힛…, 백 공자도 고생 많았어요.”

       “내가 고생은 무슨.”

       “절대로 무리하면 안 돼요…? 나 이제 백 공자 없이는 못 사니까….”

       “지 매….”

       “가가….”

         

       뜨거운 시선이 얽힌다.

         

       누가 있건 없건 상관없다는 듯 두 사람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서로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져 갈 즈음.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당선영이 두 사람 사이에 손을 불쑥 집어넣으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부끄러운 행각은 둘이 있을 때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어, 음.”

       “네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리를 벌렸다.

         

       이에 한층 너그러워지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저녁으로 독이 잔뜩 든 밥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될 듯하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양의신공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음 에피소드부터 점차 전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할 듯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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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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