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92

       *** ***

         

       “너희들 전부 그냥 날 불명(不明)이라 부르거라. 제자 보는 눈이 없어 말년에 개고생하는 늙은이를 지칭하기에는 딱이겠지.”

         

       그렇게 간단하게 호칭 정리를 끝낸 불명은 곧바로 나를 단련시키기 시작했다.

         

       “다리는 회복이 좀 필요하니 상체와 그 정신머리부터 뜯어 고쳐야겠구나.”

         

       라고 말하며 내 팔과 허리에 쇳덩이를 채웠다.

         

       “…불명 어르신 이거 몇 근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딱!

         

       곧바로 이마에 불똥이 튀었다.

         

       “쯧쯧. 하여간 정신머리가 썩어 빠져가지고. 왜? 무게를 알면 뭐가 바뀌느냐? 열 근이면 극복할 수 있고 오십 근이면 극복할 수 없다고 네 머릿속에 한계라도 정해 놓으려고?”

         

       “그것은 아니고…!”

         

       “시끄럽다. 바깥에 철봉을 내다 놓았으니 냉큼 매달리기나 하거라!”

         

       못해도 이십 근은 넘어 보이는 쇳덩이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철봉에 매달리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어깨가 뻐근했다.

         

       그 상태로 턱걸이를 하고 있자니 사조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네놈은 형기신(形氣神), 육체와 정신과 기공의 조화가 아주 불균형하다. 육체의 단련법은 그렇다 치고 기의 단련법은 내공심법에 따르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신의 단련은 그냥 막장이구나!”

         

       사실 불명 어르신이 말하는 정신단련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모니터를 통해 이 무림천하를 이해해 왔으니까. 내가 아는 것은 모니터 속에 뜨는 숫자와 문자들로 표현되는 것뿐이었다. 검기를 깨우치며 내가 알던 무림천하의 지식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저 미지의 영역을 인정하고 무지를 인정했을 뿐.

         

       그 영역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눈앞에 있는 불명을 바라보았다.

         

       내가 무림천하라는 게임을 정복한 고인물이라면.

         

       이 사람은 무공 그 자체를 정복한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

         

       확실히 불명은 내가 모르는 영역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나는 파들파들 떨리는 팔로 턱걸이를 하면 물었다.

         

       “그럼 신을 어찌 단련하면 되겠습니까?”

         

       “신을 단련하는 방법은 형을 단련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힘들다 피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만이 올바른 길이다. 그러나 지금 네 상태는 신을 단련하기 이전에 기초부터 다져야 하느니라.”

         

       “끄응, 그럼 그 기초는 어찌하면 다질 수 있습니까?”

         

       “형의 기초는 당연히 체력이겠지. 그렇다면 정신의 기초는 무엇일꼬?”

         

       “정신력입니까?”

         

       “맷집이다.”

         

       예? 뭐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에 나도 모르게 턱걸이를 멈추고 불명을 바라보았다.

         

       “쓰읍.”

         

       물론 위협성에 곧바로 팔을 움직였지만.

         

       “끄어억! 아니, 정신의 기초가 맷집이라고요?”

         

       “그렇다. 육신에는 물질적인 제약이 따르나, 정신은 그렇지 않다. 버틸 수만 있다면 정신은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지.”

         

       이거 어째 영 불길한데.

         

       사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내 친히 네 정신을 두들겨 지평을 넓혀 줄 것이다.”

         

       “….사조 어르신, 정확히는 어떤 방식의…?”

         

       “가능한 모든 것!”

         

       불명이 딱 잘라 이야기했다.

         

       “지금 당장은 육신이 주는 고통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을 함양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꾸나!”

         

       오.

         

       서학이 왜 비급을 파묻고 도망쳤는지 슬슬 알 것 같았다.

         

       “빨리빨리 움직이거라. 점심 먹기 전까지 해야 할 상체 운동이 산더미 같으니까.”

         

       내 사조는 아무래도 미친놈인 모양이다.

         

       *** ***

         

       호천안 일행은 미묘한 표정으로 호천안을 굴리는 불명을 바라보았다.

         

       이들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혁기린은 적귀대와 접촉해 오독문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진행해야 할 상황이었고 흑묘는 정철을 감시하던 감시망이 어디서 구멍이 뚫렸는지 확인하고 이번일로 정철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상하기 위해 사도련 관련 정보란 정보는 싹 다 긁어모아야 했다.

         

       그러나 웬걸. 갑자기 불명이 호천안을 굴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일행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이 묶였다.

         

       내상을 다스려주고 치료까지 해 준 불명에게 감사하긴 한데 바쁘니까 떠나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도 이렇게 호천안을 내버려 두고 떠나는 것도 또 어려웠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애매한 표정으로 죽도록 굴려지는 호천안만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

         

       “밥이나 먹고 하자꾸나.”

         

       호천안에게는 지옥 같은 오전 단련이 끝을 알리는 불명의 말이 떨어졌다.

         

       털썩!

         

       다리가 다쳤다는 이유로 죽어라 상체만 혹사당하던 호천안이 그대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불명은 그런 호천안을 보며 중얼거렸다.

         

       “죽었군.”

         

       ‘….죽었어!?’

         

       일행 모두가 뜨악해서 불명을 바라보았지만 불명은 그저 허공섭물로 호천안을 들어 마루에 대충 얹어놓고는 일행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장하지 않느냐? 혹시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말해보거라. 내 다 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호천안을 대할 때와는 달리 친절함과 호감이 묻어나는 불명의 목소리에 다들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가장 친화력이 좋은 혁기린이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저희가 조촐하게나마 식사를 마련해 대령하는 것이 도리겠지요. 혹여 괜찮다면 부엌을 써도 괜찮겠습니까?”

         

       “후후, 기특한 소리를 하는구나. 괜찮다. 주인으로서 객을 대접하는 것이 도리이니 사양치 말고 말해보거라.”

         

       “오랜 여행길에 길들여진 탓에 가리는 음식이 없습니다. 그저 식사를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지요.”

         

       불명은 연신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불명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당소열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다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지?”

         

       “음….”

         

       불명이 보여준 재주를 떠올린 일행이 잠시 입을 열기를 망설였다. 부엌과는 거리가 꽤 되지만 당연히 불명 역시 들을 수 있을 테니까.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요.”

         

       “비천마차도 회수해야 하는데 걱정이군요.”

         

       “연락이 끊기면 소동이 일어날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이대로 적귀대에게 아무 연락도 취하지 않는다면 황녀님이 실종되셨다면서 강추모루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는 위험이 있었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던 일행의 코로 한 줄기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음…?”

         

       “이 냄새는…”

         

       당도연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들고 냄새를 맡았다. 뭐지 이 냄새는? 정체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맛있을 것 같은 냄새였다.

         

       꿀꺽.

         

       누구 할 것 없이 군침을 삼키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부엌 쪽으로 돌아갔다.

         

       “자자, 차린 것은 없지만 다들 많이 먹거라.”

         

       일행은 상을 가득 채운 음식에 눈을 크게 떴다. 냄새는 물론이고 하나같이 눈으로 봐도 맛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불명이 젓가락을 집자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맛있다…!’

         

       혁기린은 입안에서 폭발하는 볶음밥의 풍미에 눈을 크게 떴다. 기름 속에 녹아든 파향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동시에 미세한 알싸함이 맛에 변주를 주었다. 그 변주 속에 빈틈없이 감싸진 밥알은 어떠한가.

         

       밥알 사이에서도 포슬한 식감을 제공하는 계란은 물론이고 말려 보관한 고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풍미가 살아있었다.

         

       황궁에서 온갖 미식을 맛본 혁기린조차도 감탄사를 토하게 만드는 음식의 맛!

         

       여러 양념장을 동원해 화려하게 맛을 입힌 것부터 그저 기름에 볶아낸 것에 불과한 야채볶음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제각각의 맛을 자랑하니 일행은 그저 정신없이 젓가락을 놀렸다.

         

       “허허, 맛있게들 먹으니 보기가 좋구나.”

         

       “흠, 흠…”

         

       “불명 어르신의 솜씨가 워낙 뛰어나셔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음식들이 싹 비워진 상황. 초면의 사람에게 식탐을 보였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불명은 허허 웃고는 본론을 꺼냈다.

         

       “그래, 이제 배도 찼으니 좀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호천안을 제외한 일행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사손 놈을 잠시 재워둔 것은 너희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고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다.”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니요?”

         

       “이곳의 진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느냐?”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구나. 내가 이곳에 있기 위해서는 진법의 유지가 필수다. 허나 이곳의 방어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지.”

         

       “석문을 열면 이곳이 노출될 수밖에 없고 석문을 닫으면 석문을 공격하는 자를 알 수 없다는 점 말입니까?”

         

       당소열의 지적에 불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다. 그렇기에 노부는 석문을 방어하기 위한 진법을 펼칠 생각이다. 외부와 이곳을 완전히 차단하는 진법을 말이다.”

         

       ‘진법이라.’

         

       흑묘는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모르긴 몰라도 정철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이곳에 펼쳐진 진법의 비밀을 알아낼 가능성이 있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차라리 진법을 펼쳐 막아버리는 것이 낫겠지.

         

       불명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펼칠 진법은 그 누구도 쉬이 침입하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절진이나, 한번 펼치면 내부에서 진법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 말인즉슨 처자들이 저 녀석과 함께 있고자 한다면 저 녀석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

         

       “으음.”

         

       “한번 진법 안에 들어오면 기약 없이 수년간 갇혀 있어야 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거라. 가끔 무공 정도는 봐 줄 수 있으나 중간에 진법을 열어달라는 청은 절대로 들어주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확실히 당사자가 보고 듣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부를 입에 담기가 어려운 결정이었다.

         

       “진법을 펼치기 위한 자세한 사항은 저 녀석이 깨어난 뒤에 함께 논의할 것이니 그저 너희들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라 미리 말해주는 것이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허허, 그래. 심사숙고해보고 결정을 내리거라.”

         

       불명이 자리를 떠나는 뒷모습을 쫓던 당소열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다시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매우 미묘한 기류를 띄고 있는 삼인방!

         

       여일예는 흘끔 혁기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차라리 판이 깔렸다.’

         

       정말로 혁기린이 호천안에게 연심이 있는가 없는가. 여일예는 혁기린이 합류한 이래 끙끙 앓기만 할 뿐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혁기린의 마음을 떠 보자! 황녀인 혁기린이 수년동안 갇혀 있을지도 모를 이 진법에 남아 있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었다. 그 부담을 지면서까지 남아 있을 이유는…

         

       “크흠, 대사형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래도 남기에는 조금 부담이 있지 않겠습니까?”

         

       제발 그냥 떠나겠다고 해 줘.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혁기린은 여일예의 그런 간절한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일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남아야지. 호 낭인님을 저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인께 한 수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

         

       “그, 그, 그렇습니까…”

         

       충격을 받아 눈이 마구 흔들리는 여일예. 그리고 그런 여일예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 혁기린.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이고 있는 당소열. 비천마차 걱정에 정신이 딴 곳에 팔린 당도연까지.

         

       ‘어휴.’

         

       그런 일행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 흑묘가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자, 마음을 정하는 건 진법이 정확히 어떻게 펼쳐질지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아요! 그러니 우선은 지켜보자고요!”

         

       일행들은 서로 각자의 생각을 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