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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2

       일곱 여덟 시간 동안 쓰레드의 세상에서 일을 했던 피피는 잠시 쉬고 오겠다 이야기를 했지만 집 안에 들어와 화령이 들고 온 짐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도박장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도 보이는 사람마다 가진 것을 빼앗다 보니 창고에 쌓인 물건들의 양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어지간히 도박에서 대박을 터트리더라도 이 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오천개에 달하는 금화를 보고 있자니 욕심이 생겼다.

       

       이거 스트리머 서버가 아니라도 마이튜브 각 아닌가?

       

       지난 번 초반에 대박을 터트려 조회수를 뽑아먹었던 적이 있는 피피는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피피의 의욕을 끓어올린 요소는 하나가 더 있었다.

       

       여러 스펙타클한 일을 겪으며 체력적으로 지친 엔리가 방송을 종료함에 따라 피피의 방송에 찾아온 시청자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령이 하는 방송을 보러갔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

       

       원래는 많아봐야 백 명 정도인 방송에 천이 넘는 시청자들이 머무르고 있는데 피피가 어찌 감히 방송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그래서 피피는 화령이 여러 보스들을 사냥하기 위해 떠나간 후로도 남아 집을 발전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집 안의 내장은 대충 끝났으니까 바깥에 외벽 설치하고 그 안에 여러 기기 설치하고 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거인 사냥 완료.]

       

       “엑?! 진짜요?!”

       

       거인은 이 섬에 존재하는 여러 보스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녀석이다.

       

       작은 동산을 연상 시킬 정도의 덩치. 어지간한 날붙이로는 상처도 낼 수 없는 두꺼운 가죽. 주먹 한 번을 휘두를 때마다 성을 부셔버리는 위력.

       

       쓰레드가 막 출시되었을 무렵에 거인은 일종의 재앙이었다. 등장하는 순간 그 일대를 초토화 시켜 버리는 재앙 말이다.

       

       후일 쓰레드의 유저들 수준이 향상되고 여러 테크트리가 발굴되어 거인을 레이드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준비 끝에 이루어지는 레이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대로 된 테크도 올리지 못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 말이다.

       

       괜히 연금술사가 구해와야 한다는 재료를 듣고서 피피가 놀란 것이 아니었다.

       

       – 믿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 일격에 머리 날려 버림.

       – 내 포인트…

       – 이젠 놀랍지도 않아.

       – 그보다 더한 짓도 저질렀는데 뭐.

       

       “화령님께서 이루신 일이 한 두 개인 건 아니지만. 그치만.”

       

       피피라 하여 화령의 특별함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방송으로 그를 구경하는 것과 자신이 전문이라 여기는 곳에서 그를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한 때 첫 번째로 거인을 레이드해 보겠다고 죽어라 노력했었던 피피이기에 더더욱.

       

       시청자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구경하던 피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화령의 방송 다시보기에 들어갔다.

       

       거인을 쓰러트리는 영상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그 모습은 클립으로 따져 있었으니까.

       

       거인의 앞에 서서 혈도를 누른 화령이 주먹을 내지르자 거인의 머리가 사라져 버렸다.

       

       꿰뚫렸다느니 터졌다느니 뭐니하는 그런 단어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방금 전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거인의 머리와 머리가 기대어져 있던 동산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마법과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화령님이 아니었다면 다들 조작이라 그랬겠네요.”

       

       – 눈으로 보고도 안 믿기니까.

       – 넘모 자극적인 것.

       – 마이튜브에 어떻게 편집돼서 올라오려나 기대됨.

       

       “화령님 아직 쉬러 안 가셨죠?”

       

       – ㅇㅇ

       – 지금 보스 연전 중.

       – 다음번엔 용 사냥하러 간다던데.

       

       용.

       

       드래곤.

       

       거인과 마찬가지로 과거 쓰레드에서 재앙이라 여겨지던 녀석 중 하나.

       

       성격이 괴랄맞아서 날아가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보이면 일단 불부터 뿜고 보는 미친 놈.

       

       화령님이 그 녀석을 괴롭히러 간다고? 그 모습을 상상한 피피는 두근대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 저희 잠시 화령님 방송 중계를 하도록 할까요?”

       

       집을 증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용이 괴롭힘 당하며 울부짖는 모습이었다.

       

       쓰레드를 오랫동안 즐기며 수도 없이 용 때문에 고생을 했던 피피는 도저히 그 모습을 놓칠 수가 없었다.

       

       – ㄱㄱ

       – 고인물의 리액션 영상인가.

       – 꿀잼일 듯?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기에 피피는 메시지로 화령에게 양해를 구했다.

       

       화령은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쿨한 반응을 보였다.

       

       그 후 화령의 방송에 들어간 피피가 보게 된 풍경은 돌산의 꼭대기에 서서 날개를 접은 채 쉬고 있는 붉은 비늘의 용을 바라보는 화령의 모습이었다.

       

       ‘서양의 용치고는 자그마하구나.’

       

       화령은 자신이 늑늑이라 이름 붙인 늑대보다 세 배는 클 법한 용을 앞에 두고서 그런 말을 내뱉었다.

       

       “작다고? 저게?”

       

       피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대체 저 용의 어디가 자그마하다는 말인가.

       

       물론 거인에 비하면 작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거인이 기괴할 정도로 커다란 것이지 그 몸통만한 크기를 지닌 용을 작다할 수 있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 처라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마 하끝이나 아피스 튜토에 나오는 용이랑 비교하시는 듯?]

       

       “걔네랑 비교하면 당연히 작지.”

       

       그들은 한 세계관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괴물들이다.

       

       거기에 비하면 당연히 용의 임팩트가 적을 수밖에.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 용이 강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쓰레드 세상에 재앙으로 군림하는 저 녀석은 결코 쉽게…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적 맞겠지?

       

       피피는 자신과 상식과 화령의 상식 사이에서 고뇌했다.

       

       분명 저건 많은 쓰레드 유저들의 원한을 살 정도로 까다로운 녀석이지만 과연 화령님 앞에서도 까다로울까?

       

       피피는 그를 확언할 수 없었다.

       

       – 용사냥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용의 날개를 뜯어서 도마뱀으로 만들기 가능?]

       

       시청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피피가 고민하던 때에 화령의 방송에 후원이 들어왔다.

       

       쓰레드의 용을 향한 증오가 그대로 묻어나는 요구였다.

       

       ‘하려면 할 수야 있다마는 그리 재미난 일은 아닐 듯 하구나.’

       

       화령은 맨손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를 하지 못한다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순식간에 끝나버릴 일인지라 재미가 없다 이야기 할 뿐.

       

       – 용사냥꾼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재밌지 않음?]

       

       허나 그 망설임은 너무나도 커다란 후원 앞에 무력했다.

       

       대체 저기에 적혀 있는 숫자가 몇 개야?! 피피는 스트리머 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금액을 보곤 눈을 떨었다.

       

       저게 바로 대기업의 위엄인가!

       

       “부럽다.”

       

       – ㅋㅋㅋ

       – 완전 찐텐이넼ㅋㅋ

       – 야. 너두 할 수 있어!

       

       –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래. 맨 손으로 드래곤 때려 잡는 고인물이 되는 거야!]

       

       진솔한 감정이 담긴 새어나옴에 시청자들이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대개는 허무맹랑한 헛소리였다.

       

       “그게 되겠냐고요.”

       

       이야기들이 어이 없긴 했지만 항상 조용하던 방에 후원이 날아든 것을 보고 피피는 기쁘게 웃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러는 동안 화령은 ‘이건 해줄 수밖에 없겠군.’ 이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가방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여러 보스를 사냥하러 간다기에 피피가 챙겨 준 무기 중 하나였다.

       

       ‘저 날개를 손으로 잡아 뜯는 건 영 귀찮고 험악한 방법이라서 말이다. 베는 것을 보여주마.’

       

       거인을 사냥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늑늑이의 옆에 침낭을 설치한 화령은 혈도를 누르고서 용의 앞에 섰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무렵 용이 화령의 기척을 느끼고서 고개를 들었다.

       

       미물을 내려다보는 황금색의 눈동자 앞에서도 화령은 태연했다.

       

       그녀는 용이 콧김을 내뿜으며 날개를 펼치는 것을 보며 검을 위로 치켜 들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평범한 사람은 눈으로 따라잡는 것조차 버거운 움직임 속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화령은 어느새 용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분명 비늘 위에 무언가가 올라탄 것이 느껴질 터인데 용은 화령의 신형을 잃어버린 듯 멍청하게 앞을 둘러볼 뿐이었다.

       

       화령은 등 위에서 그 모습을 한심하다 바라보다가 검을 휘둘렀다.

       

       일검.

       

       일검이었다.

       

       화령이 검을 가볍게 휘둘렀을 뿐인데 용의 날개 한 쪽이 허공을 날다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 키에에엑!

       

       ‘시끄럽다.’

       

       용은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그런다 한들 화령에게서 탈출할 수는 없었으니.

       

       녀석은 머잖아 두 날개를 모두 베인 후에 목까지 내어 줌으로써 화령에게 자신의 심장을 내어 주어야만 했다.

       

       ‘그럼 다음으로 가자꾸나.’

       

       그 후로도 화령은 섬에 존재하는 여러 보스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보스마다 달랐지만 그것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화령이 여러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 아무런 위협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 말이다.

       

       그녀는 미궁의 중심에 있는 리치를 마법 하나 쓰지 못하게 만들고서 뼛가루로 만들어버렸고,

       

       오크 무리를 살기만으로 제압해 버렸고,

       

       이외에도 지금은 사냥할 수 없는 여러 괴물들을 잡아 죽였다.

       

       그 과정에서 미션으로 받은 여러 기기괴괴한 요청들을 완수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콰아아앙!

       

       …나중에 화령님 따라잡기 컨텐츠 한 번 해볼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쓰레드의 온갖 기술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정신을 놓고서 멍하니 그를 구경하던 피피는 저 바깥에서 들려온 폭발음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 ?!

       – 뭐임?!

       – 용의 습격임?

       – 화령의 업보?!

       

       뭐야? 같은 단어는 필요치 않았다.

       

       쓰레드를 오랫동안 해 왔던 피피는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기습이다. 화령님이랑 엔리님이 없는 틈을 노려서 공격을 시도한 거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화령님이 말도 안 되는 분이라서 그렇지 나도 쓰레드의 고인물이라고.

       

       어지간한 사람 네 다섯을 상대로 혼자서 수성을 하는 것 쯤이야 별 것 아냐.

       

       방금 전까지 제작하던 여러 스크롤을 품 안에 챙긴 피피는 창 바깥으로 습격자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성의 외벽을 두드리고 있는 인물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곱씹었다.

       

       습격자의 수는 총 일곱이었다.

       

       쓰레드에서 팀을 맺은 파티 중 하나겠지.

       

       저게 어중간한 유저라면 피피는 충분히 이 성을 지켜낼 수 있다.

       

       공성 측보다 수성 측이 유리하다는 조건도 있고, 현재 이 성에 보관되어 있는 자원이 많기도 하고, 뭣보다 수성을 맡은 게 피피니까. 그렇지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막을 수 있음?]

       

       “어렵겠는데요.”

       

       상대가 좋지 않았다.

       

       피피와 비슷할 정도로 쓰레드에 고인 스트리머인 별뚝.

       

       아피스 프로 리그에 머무르는 피지컬 괴물 당소일.

       

       이외에도 지금 성벽 앞에 서 있는 사람 중에서는 어느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었다.

       

       저는 결코 어중이떠중이라 부를 수 없었다. 저들은 잘 조직된 공성추라 불러 마땅했다.

       

       “그래도 해봐야죠.”

       

       – 캬.

       – 쓰레드 고인물의 위엄을 보여줘!

       – 피피무쌍 가즈아!

       

       –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막아내면 십만원. 딜?]

       

       “딜!”

       

       피피는 그리 소리를 치며 무장을 착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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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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