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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2

        

         부웅…! 우우웅—…!! 드드드…….

         

         계획 설계로 유려한 고가 도로가 많았던 하베스트 플래닛과는 다르게 호버링 기능이 없는 차량은 거의 전부 지상과 지하 차도에 묶인 네오 헤이븐 교통 상황을 대변하듯, 기다란 대기열을 만든 임시 바리케이드 앞에 엔진을 공회전하며 바이크가 멈췄다.

         

         압류되어 어디론가 팔려나갔을 특제 커스텀 모빌에 애도를 보낼 겸, 녀석 대신 새로이 마련한 애마에 탄 헬레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경찰 업무에 협조할 준비를 마쳤다.

         

         이전이었다면 경찰들 뒤편에 모여서 자기들끼리 뭔가 떠들고 있는 샛노란 제복 무리.

         

         굉장히 익숙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존 공생 관계를 완전 파탄 내며 헤어졌던 터라 불편한 파라다이스 징수 부대를 보고 천에 하나라도 문제가 없도록 아예 속 편하게 저 멀리 갱단이 점거한 회색 구역이나 건물 틈새로 구획을 넘어갔겠지만.

         

         친애해 마지않는 여동생에게 현상 수배 같은 건 걸리지 않았다는 확답을 들었으니까….

         

         21세기 슈퍼마켓 같은 장소에서나 쓸법한 디자인의 원격 레이저 리더기를 든 경관의 다가오라는 손짓에 따라 바이크를 밀고 나가자 삑!

         

         시민증을 비롯한 신원 데이터가 연동된 바코드 지갑을 읽어낸 검사기기에서 경쾌한 비프음이 울렸다.

         

         “그린 등급 시민권자 헬레나, 특수 청부 분야에 종사… 역시 용병이셨군. 전과나 범칙금 기록은 따로 없지만, 지금 이쪽 거주구는 특별 감사 기간이니 안에서 크게 말썽 피우지 마십쇼. 아무튼 확인되었으니 이만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다음!!”

         

         “…수고 많으십니다.”

         

         경찰에서 일하던 때에 비해 확인 과정에 융통성이 조금 줄어들어 오래 걸리게 되었다는 점은 아쉽다 여기며, 헬레나는 잠시 걷어붙였던 소매를 다시 내리고선 툭툭 털었다.

         

         말마따나, 확실히 이렇게 유난 떠는 경우는 드문데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하며 말이다.

         

         얼핏 잔인한 처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람의 직업 격차가 만들어내는 간극은 단순히 임금 격차만에 한정된 게 아니라 사회적 대우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쟁으로 문명 리셋 직전까지 몰렸던 주제에. 한정된 메트로폴리스 지역, 이전보다 훨씬 더 좁은 생활 범위에 구시대의 인도 뺨칠 정도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집중된 현 인류의 인권 경시 풍조가 상당했던 것도 크게 한몫 했고.

         

         속되고 가시적인 계층 갈라치기만큼 대다수 시민들을 제어하기 편한 것도 없다는 걸 역사가 증명한 결과물이기도 하였다.

         

         원망해봐야 뾰족한 수가 있지도 않은 기업을 꼬나보는 것보단, 옆 동네 존 도우 씨가 복권 당첨금으로 임플란트 새로 박고 직장도 좋은 곳으로 옮긴 걸 질투하는 게 모두에게 편했으니까.

         

         하여간 간단한 불심 검문이라면 모를까, 고임금 전문 기술자들이 사는 부촌 거주구라 해도 지나친 통제는 정작 거주자들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자질구레한 차량 이동까지 이렇게 임시 검문소를 세워가며 세세하게 틀어막지는 않거늘.

         

         그나마 구획을 넘나드는 이동이 대부분 업무에 포함된 용병이 아니었더라면… 아나스타샤에게 전화해서 아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는 걸 검증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 아닌가?

         

         “아니, 개씨발 대체 왜!? 나 밤새 야근하고 딴데 들릴 새도 없이 이제 막 퇴근했다고! 월세도 아니고 매매로 들어와서 여기 동네 아파트에 4년 넘게 산 사람을 왜 붙잡는 건데!!”

         

         “권고드릴 때 얌전히 차에서 내리십쇼. 이걸로 벌점 부과하게 되면 당신이 피곤하지 제 고과가 좆 됩니까? 평소 활동 반경에 저쪽 종합 시설이 밀집한 엔지니어 플라자가 포함되는지만 조사한다고 하니 그냥 빨리빨리 해치웁시다.”

         

         “플라자? 당연히 근처에 사니까 쇼핑하거나 외식할 때는 거기로…… 잠깐! 악!! 썅, 어깨를 왜 그렇게 세게 붙잡는…!”

         

         옳지, 바로 저런 걸 좀 보라.

         

         공적인 일은 경찰들에게 맡겨 놓은 채 뒷짐지고 있다가, 보통 어디든 프리 패스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 동종 메가코프 직원마저 깐깐하게 사정 청취하러 연행해가는 징수 부대원의 모습을.

         

         여기서 멀리 떨어진 섹터에 위치하긴 했어도 아예 다른 메트로폴리스에 본사가 있는 파라다이스에 비하면 에나마는 사실상 제 텃밭이나 다름없는 네오 헤이븐 상급 거주구 중 하나일진대, 저런 기 싸움 비슷한 행위를 하는 이유가 당최 뭘까?

         

         그들이 필히 사연 없이 에나마 직원만 골라내서 시비 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틀림없이 기분 탓일 터.

         

         이따가 동생에게 근처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내심 다짐한 헬레나는 다시금 헬멧 바이저를 내리쓰고는 핸들 그립을 돌려 도로를 내달렸다.

         

         부아아앙—!

         

         황무지에서 쓰는 화석 연료 차량과는 달리, 배출하는 가스도 따로 없으면서 ‘로망’이라는 명목으로 머플러가 떨리는 배기음은 더럽게 잘 구현된 바이크가 멋들어지게 질주한다.

         

         혹시나 있을 교통 체증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구역 바깥쪽으로 난 곡선 도로를 타면서도 예술적인 코너링 센스를 자랑.

         

         약간의 감속조차 없이, 구체적으로는 누군가 살려달라는 비명을 내지르던 속도감을 한껏 만끽한 헬레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로 전달받았던 목적지인 엔지니어 플라자 쪽에 도착했다.

         

         그래, 무사히 오긴 했는데….

         

         “…분명 집을 사서 거주지로 등록했다더니, 얘는 또 호텔 같은 곳에서 지내고 있나?”

         

         지상에 가꿔진 대정원, 천사 조각상이 놓인 분수대, 각양 각종 화려한 편의시설이 밀집한 게 얼핏 들여다보이는 지하층으로 통하는 입구. 거기에 정면에는 제대로 된 가드와 직원이 상주하는 중인 로비까지.

         

         안내 문구를 따라 뒤편 주차장으로 향하며 대충 둘러봐도, 생활감이 느껴진다기 보단 전담 인력에 의해 반듯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급 오피스 호텔의 냄새에 걱정이 앞섰다.

         

         그야 온갖 서비스가 완비된 곳에서 물질적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지낼 정도로 아나스타샤의 벌이가 괜찮다는 것쯤은 그녀도 대강 알고 있었다.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도 있는 데다가 이 업계로 이직하고나서 듣고 겪은 바.

         고비용 재투자가 필수적이라 해도, 시시한 의뢰라면 그냥 현장 요원들이 몸으로 뛰는 게 싸게 먹힐 만큼 네트워크 침투와 데이터 변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프로페셔널 해커의 몸값은 진짜 어마어마했으니까.

         

         단지, 사람 버릇 어디 안 간다고.

         

         가사 분담에 책임감이 없던 것도 아니오, 집안일을 하는 법을 딱히 모르는 것도 아닌 사랑스러운 동생이. 잦은 환경 변화에 지쳐 주변을 정돈하기 귀찮다는 핑계로 너무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상상이 들어서 공연히 초조했을 뿐.

         

         뭐, 오늘은 신분 세탁 이후로 처음. 정말 몇 달 만에 만나서 회포를 푸는 것인만큼 잔소리는 최대한 자중하기로 마음먹은 헬레나는 흥미 반 기대 반으로 손님 자리에 정차해서 내리다가.

         

         “읏……?”

         

         옅은 신음이 새어 나갔다.

         문득 거슬리는 직감에 고개를 팩 돌리곤, 등에 맨 카타나 자루 쪽으로 손을 옮기다가 그대로 멈췄다.

         

         “야, 우리 플리자에 연예인이 살고 있는 거 넌 알았냐?”

         “…로비 데스크의 예쁜 누님은 연예인이 아니에요 이 병신 새꺄. 제발 존나 쪽 팔리니까 그만 좀 껄떡여.”

         “아니 씨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전에 옥상 벤치에 뻗어 있는데 방송국 차가 날아오더니 웬 밤요정 같은 아가씨를 픽업해서 갔다니까??”

         

         시선이 향하는 곳은 작동하는데도 인증이 필요한 전용 승강기 근처.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저런 시시콜콜한 음담패설을 나누는 남자 무리가 아닌, 지금 주차장이 있는 층으로 내려오고 있는 엘리베이터 그 자체였다.

         

         도착해서 문이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2, 3초 내외. 만약 저 안에 탑승객이 있다면 한 자루 날붙이처럼 벼려진 자신의 신경에 진작 인기척이 느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희끄무레한 안개가 일렁이는 것 같은 간지러움에 솜털만 곤두선다.

         

         달인이다.

         총검술도 사격술처럼 전투의 일환이지만, 총이라는 모범 답안을 두고 굳이 냉병기를 연마하는 길을 걷기로 한 초인들이 느낄 수 있는 간극.

         

         의뢰 도중 적대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것도 아니기에, 그냥 서로를 무시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양쪽이 책상물림 공돌이들이 모여 사는 호화 플라자에 이런 상대가 나타난 것에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웬 요란한 이레즈미 후드티를 입은 여자가 천천히 내렸다.

         헬레나의 존재는 마찬가지로 눈치채고 있었으나, 괜한 움직임으로 섣불리 자극하는 건 피하겠다는 것처럼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채로.

         

         좁디 좁은 인맥 중 굉장히 중요한 한 인물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 리가 만무한 둘의 시선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탐색전을 이어 나갔고.

         

         한 쪽은 천부적 임플란트 증폭률과 전투 센스를 자랑하는 검객.

         다른 쪽은 우월한 유전자를 짜깁기해 만들어진 인간 병기, 그 중에서도 살아남은 신세대 타입.

         

         하지만 한 명은 얼른 들어가야 하고, 나머지 한 명은 부탁받은 대로 잠시 나가봐야 하니 언제까지고 계속 눈치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명확한 목적이나 이득이 있다면 모를까. 단순 흥미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치고 박기엔 각자 일정도 그렇고, 장소는 더더욱 그렇고.

         여러모로 피차 부담되는 입장이었던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스쳐 지나가길 암묵적으로 협의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렇게 헬레나가 아나스타샤에게 전달받은 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닫히던 와중.

         

         

         “실례하오만. 그대들은 하늘에도 눈이 있고, 벽에도 귀가 있다는 격언을 아시오?”

         

         “엣.”

         “네…? 저, 저희요?”

         

         

         그 과정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허가되지 않은 민감한 정보에 대해 재미삼아 떠들고 있던 남자들은 엄청난 봉변을 당했지만… 이미 그 자리에서 떠난 외부인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으니 무시하는 걸로.

         

         뭐 어쨌든. 사소한 긴장 구도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소란 없이 복도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초인종을 꾹 눌렀다.

         

         잠시간의 기다림.

         즐겁고 기쁜 초조함.

         

         갑자기 집들이도 할 겸 찾아오겠다는 말에 엄청 당황한 티가 역력하긴 했어도, 오는데 걸린 시간이 있으니 금방이라도 검은 소녀가 문을 열고 자신을 환영해 주리란 기대를 품고 기다렸는데.

         

         덜컹!

         

         – 헬레나 발렌타인님 되십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

         “………어머?”

         

         문이 열리자 이게 웬 걸, 가슴께에 오는 폭신한 단발 머리 대신 뜬금없이 딱 맞는 눈높이에서 드로이드 머리통이 튀어나왔다. 어울리지 않게 생기 넘치는 반가운 말투는 덤이었고.

         

         초롱초롱한? 말똥말똥한??

         보통 기계에 대해 쓰기엔 절대 적절치 않은 수식어일 수 있겠지만, 굉장히 활기차게 그리고 자세히 자신을 살피는 것 같은 스캐너 렌즈를 앞에 두고 그녀는 얼떨떨한 태도를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지, 뭘까.

         설마 이런 주거지는 가정에서 쓸 로봇도 일일이 지급해주나? …아니, 아니지. 그건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런 것치고는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드로이드만 해도 벌써 넷… 다섯… 여섯. 진짜 대형 홀이 있는 식당에서 종업원 대용으로 쓴다 쳐도 과할 정도로 그 수가 많았으니까.

         

         “어라? 어! 언니 벌써 왔어?! 아으… 미안, 씻느라 소리를 못 들었나 보네. 그래도 제로가 문은 바로 열어줬지?”

         

         샤워를 마치고 허겁지겁 활동복을 대충 주워 입었는지 흐트러진 차림새에, 머리 위에는 막 비비적거려서 어중간하게 흘러내린 타월.

         

         오랜만에 봐서 정말 반갑다던가, 맞이하러 얼른 나온 건 고마웠으나 다른 방문객일 수도 있었는데 지나치게 무방비한 모습이라던가, 아무리 수건을 문대고 있다 하더라도 통짜 카펫이 깔린 거실 바닥에 물기를 흘리며 뛰쳐나온 거라던가.

         

         다른 할 말이 굉장히 많았지만, 친하지 않은 사이라면 꽤 큰 실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궁금증 해소를 위해 일단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오른 소감을 헬레나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친애하는 여동생에게 던져보았다.

         

         “우리 동생, 아샤. 너무 일만 하면서 지낸 건 아니니? 설마 대출을 받은 건 아니라고 믿을게…?”

         “어.”

         

         집과 몸을 한층 더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만 고려했지 근본적으로 동거인의 숫자를 줄여야 했다는 사실은 전혀 계산 외.

         

         냉정한 제삼자의 지적을 듣고나서야 비로소 머리 속 주판이 돌아갔는지, 공장 생산 라인으로 따져봐도 몇 개는 족히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머신 파워가 가정집 하나에 집중된 꼴을 황망히 훑은 아나스타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어찌저찌 예쁘게 포장한 진실을 슬며시 내놓았다.

         

         “그게, 내가 직접 산 건 딱 하나뿐이야! 나머지는……… 기부! 그래, 대부분 기부 받았어!”

         

         “대체 누가, 한 대에 억 단위로 나가는 이족보행형 드로이드를 이만큼 기부해줬는데?”

         

         “……아는 고물상 아저씨가?”

         

         정말 택도 없는 변명에 서늘한 침묵이 감돌고.

         지긋한, 사실 지긋하다 못해 깊이 추궁하는 듯한 양언니의 눈초리를 약 5초가량 정면으로 견뎌내다 무너진 그녀가 합리화할 수 있는 설명을 한마디 쥐어짜서 덧붙였다.

         

         “손수 찾아와서 지명 의뢰도 넣어줄 정도로 꽤 많이 친해서…?”

         “…그렇구나.”

         

         틀림없이 뭔가를 감추고 있거나 아니면 제대로 속고 있거나 둘 중 한 개인 건 분명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용병 경력에 있어서는 요 앙큼한 동생이 자신보다 선배라는 부분에 생각이 미친 헬레나가 한숨을 내쉬며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문가에 있는 작은 로봇.

         자신도 여유가 된다면 한 번 정도는 기르는 기분이라도 내보고 싶었던 현대인을 위한 마음의 안식처가 있었으니까.

         

         “이건 뭐야, 로봇 애완견도 길러? 엑사테크 카탈로그에서도 본 적 없는 모델 같은데.”

         

         가정에서 어떤 용도가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으리 만치 꼬리가 날카롭고 섬뜩하게 생겼지만, 얌전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애완용이 맞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등을 쓰다듬은 건데.

         

         – 쓰다듬으시는 건 괜찮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모델은 개인 개발자에 의해 전투용으로 디자인된 녀석이라 백 플레이트에 촉각 센서가 없기에 그렇게 접촉하셔도 적절한 ‘인공 애완견’ 소프트웨어에 따라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관측되는 움직임에 맞춰서 연기라도 해드리는 편이 만족스러우시겠습니까? –

         

         어째 문을 열어준 드로이드와 닮다 못해, 완전 동일한 톤의 기계음이 재생되는 걸 들은 헬레나의 눈동자에도 덩달아 지진이 났다.

         

         찾아온 손님이 무안하지 않도록 배려심이 흘러 넘치는 건 참 고마우나 세상에 어느 인공지능이 ‘제가 귀하의 비위를 맞춰드릴까요~’ 하면서 묻는단 말인가?

         

         “…….”

         “걔도… 오래 겪다 보면 나름 귀염성이 넘쳐. 응.”

         

         변명문의 중첩과 동시에, 괜히 착란 시키지 말고 차라리 눈에 덜 띄게 안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눈치를 받은 하운드로이드 제로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종종 걸음으로 사라졌다.

         

         …능숙하게 전갈 꼬리를 휘둘러 문을 열고 닫는 기행까지 선보이면서.

         

         그 광경을 보면서 헬레나는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머리속으로 차분히 수립해 나갔다.

         

         아무래도 동생이 자기 자취방에서 같이 지낼 때는 독특한 취향을 많이 자제한 것 같다… 라든가.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하나 명쾌히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은 부분은….

         

         “…혹시, 혼자 지내는 게 많이 외로웠니?”

         

         “아니아니아니, 차근차근 풀어서 말하자면 그런 측은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거든요!? 씁, 변명이 아니라 진짜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직 진실만을 말했지만, 회장님의 방탕한 사생활에 충격이 일파만파….

    고맹 님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후원 메시지가 선택제로 바뀐 탓에 어떤 의미로 보내주셨는지는 제가 최대한 짐작할 뿐이지만… 월 결제인 노벨피아 특성상 사실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 감사하고, 사적으로 코인을 충전해서 후원을 더 주시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애정 표현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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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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