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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3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이번에 뉴욕 갔다와서 5kg 쪘어요, 5kg! 다이어트 개망했어요, 거짓말 안 하고.”

        

       “아니, 왜 그렇게 살이 쪘대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어어 이년 간댕이가 팅팅 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비얌한테 깝치네www

       -무슨 깡이냐ㅋㅋㅋㅋ

       -코이츠 술마셔서 제정신이 아닌wwwwwwwww

       -윾진 맥이려고 산거 자기가 꼴고 휘까닥 돌아버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우욱.

        

        술컵을 잡고 있던 다이스가 그걸 내려놓고는 나한테 덤벼들길래 볼살을 주욱 하고 잡아늘려 성공적으로 진압했다. 괜히 술이 용기의 물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혹은 술김에 그동안 못했던 말을 은근슬쩍 꺼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그 증거로는 하모니를 제시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이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의 의사 표현을 했기도 하고, 그 말대로 나는 뉴욕에 있을 적 내내-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맛있는 걸 먹을 때면 항상 이 둘을 데리고 다녔으니까. 더군다나 호텔의 음식도 상당한 수준이었기도 하고…요컨대 이들은 식도락을 신나게 즐겼단 소리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들이 지금 논하는 말랑뱃살이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받아먹은 건 이들이니 나는 딱히 잘못이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다이스도 딱히 갑론을박을 하려는 모습은 아니었다. 요컨대 친한 사람들 간의 단순한 장난이다.

        

        그 와중 김스톤 – 김현아가 덧붙였다.

        

        

        

       “아니, 근데. 그렇게 말해도 사실 너는 큰 문제 없잖아? 스케줄 빡빡한 다이스 씨라면 몰라도 너는 이제부터 밥 좀 줄이면 되지.”

        

       “그건 그렇긴 한데…일단 이번 주는 글렀어. 다음 주부터 진짜 뺀다.”

        

       “헬스장 오실?”

        

       “니가 하는 건 운동이 아니라 고문이고, 고문.”

        

        

        

        절묘하게 끼어든 호떡을 뒤로 하고, 안에 들어간 고기가 전체 양의 ⅓에 달하는 비빔면을 돌돌 말아 크게 한 입. 이게 맛이 없다면 내 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십수 초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짓이겨진 내용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그 후 물로 입을 씻고는 다이스가 가져온 위스키를 한 입. 순서가 이게 맞나 싶었지만 큰 문제는 없겠지.

        

        아무튼 기왕 가져온 술이니 먹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리하여 마실 수밖에 없었다. 목구멍으로 알콜이 들어가니 어쩐지 텐션이 좀 높아진 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다이스도 이걸 노린 게 아닐까. 사실상 그 외에는 다이스가 대놓고 술을 가져온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누가 은근슬쩍 꼬리 만지래요. 술 가지고 온 것도 괘씸한데.”

        

       “꾸엑!”

        

        

        

       -ㅗㅜ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꼬리목조르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에서나 봤던걸 여기서 보게되농ㅋㅋㅋ

       -깝치더니 그럴줄알았다 ㅋㅋ

       -술가져온게 왜 괘씸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어리둥절하는 표정.

        

        그 와중 꼬리에 목을 졸리던 다이스와 잠깐의 아이컨택. 대충 그 내용을 설명해보자면 ‘이거 말해도 돼요?’ 였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쿨하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괜찮다는 소리였다. 어차피 옛날 아시아 예선전 인터뷰 때 술에 약하다는 이야기도 했거니와, 어쩐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암묵적 허락을 받은 다이스가 입을 열었다.

        

        

        

       “아, 생각해보니 여러분들은 유진 씨 술버릇 모르죠? 이 사람 술 되게 약해요.”

        

       “아니, 네? 뭐라구요?”

        

       “진짜요? 와, 미쳤다. 상상도 못했는데.”

        

        

        

        다이스는 술이 들어가면 굳어있던 혀가 살살 풀리기라도 하는지 속사포처럼 말을 해댔고, 알딸딸한 기분이 온 몸을 타고 오르며 홧홧해진 탓에 반쯤 멍한 상태였던 내가 ‘왜 이걸 허락해줬을까?’ 하고 생각할 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 다이스는 내가 별 말이 없자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화제가 탱탱볼처럼 튀어오르더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와, 술 약할 거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발현자는 원래 술이 약한가?”

        

       “아냐. 호떡 얘 완전 미친놈이라니까. 얘 앉아서 깡소주 3병 깐 다음 날 아침에 멀쩡한 면상으로 헬스장 나가잖아. 그냥 사람마다 다른 거지.”

        

       “그건 그것대로 미쳤네. 너 그러다 나중에 훅 간다.”

        

       “아니, 유진 선생님 얘기하다가 불똥이 왜 나한테로 튀어?”

        

        

        

        물론 화제는 금방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다이스가 덧붙였다.

        

        

        

       “아무튼, 유진 씨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금방 좀…그러니까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철수세미가 솜사탕으로 변하는 그런? 되게 말랑말랑해지고 사람다워지는….”

        

       “…아이, 제가 무슨 터미네이터인 줄 알아요?”

        

       “봐요. 지금도 약간 좀 폭신폭신해졌잖아요. 이제야 좀 사람 냄새 나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으응 말랑비얌눈나….

       -확실히 좀 그렇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적들 초파리처럼 때려잡는거만 보다가 보니까 신선하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 ㅋㅋ 바로 클립딴다 ㅋㅋㅋ

        

        

        

        과연 얘네들한테 내 옛날 이미지가 어땠길래 이러는 걸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사람 냄새라. 어쩌면 맨날 확신에 찬 감정 표현만 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만 보여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원래 너무 완벽한 사람은 인간미가 없다고들 하듯이 – 하지만 다이스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유진 씨 술마신 뒤 잠버릇도 있는데. 이거도 얘기해도 돼요?”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닌데. 얘기해도 돼요.”

        

        

        

        그 후, 다이스는 과거 아시아 예선전 때 술을 마시고 내 죽부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주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과연 어떤 반응이 더 나올 것인가.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쳐다보았다 – 반응은 여러 가지로 갈리긴 했지만 그 결은 하나로 수렴했다. 요컨대 다들 무언가 귀여운 걸 봤을 때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사실상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채팅창 역시도 비슷한 난리를 부리고 있었고.

        

        그래서 이게 무슨 리액션이냐 하니,

        

        

        

       “유진 씨 술버릇은 되게 얌전하네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엄청…귀엽다.”

        

       “무지 앙증맞네요. 근데 뭐라고 해야 하나, 발현자 신체 능력으로 껴안으면 불상사가 있을 것 같은 느낌…?”

        

       “사람에 따라서 나름 힘조절을 하더라구요. 저도 몰랐어요.”

        

        

        

       -wwwwwwwwwwwwwwwwwwww

       -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

       -비얌아니랄까봐 신체접촉 좋아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똬리틀거라고생각하고있었다

       -윾진 술마시니 준내 기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 힐끔.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어쩐지 모르게 다이스를 응징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들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사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 때마침 다들 시연을 바라는 듯한 눈치였기에,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다이스의 목덜미에 팔을 감고, 허리에 꼬리를 감은 뒤 힘껏 끌어당겼다.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가운데, 껴안긴 당사자가 난리법석을 부리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악! 저 주거욧-!”

        

       “왜요. 이런 걸 바라고 술 가져온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치만! 그치마안! 꾸에엑…!”

        

        

        

        그렇게 다이스는 그 자리에서 드러눕고 말았다.

        

        그 와중 하모니가 굉장히 심통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나는 그쪽으로 양쪽 팔을 벌렸다. 물론 민아도 쭈뼛거리더니 내게 폭 안겼고, 이후 행복한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확실히 술이 들어가니까 브레이크가 좀 망가진 것 같긴 했다. 아직 남아있는 이성은 그런 결과를 토해냈지만, 뭐어. 후회는 미래의 내가 해주지 않을까.

        

        내게 껴안긴 두 명이 비척비척 다시 자기 자리로 복귀할 즈음 덧붙였다.

        

        

        

       “자꾸 껴안아달라고 하지 마세요. 잘못해서 힘조절 안 되면 큰일날 수도 있으니.”

        

       “생각해보니 그도 그러네. 원래 모니가 은근히 겁대가리가 없어요. 저도 솔직히 불안불안해요. 얘가 어디 가서 뭔 일을 벌일까.”

        

        

        

        그리하여 대화 내용은 어느새 다시 평범한 것으로 넘어가나 – 했더니.

        

        갑자기 도네이션 하나가 날아들었다.

        

        

        

       <유진꼬리애호가 님이 5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호떡이랑 유진쌤중에서 누가 더 힘센가요

        

       “불순한 닉네임 님, 5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네요. 사실 이렇게 말하면 실례지만 평소에 헬스장을 운영한다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미안해요.”

        

       “아하하, 아닙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아무 거나 하는 채널이라서 알고리즘 안 타면 모르는 분들은 잘 모르시더라구요.”

        

        

        

        이제 서로 겉치장은 끝났다.

        

        먼저 입을 뗀 건 호떡이었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혹시 3대가 얼마 나오시나요?”

        

       “음. 그러게요. 잠시만.”

        

       “유진 선생님! 얘는 1320kg 나와요! 얘 완전 미친 사람이에요!”

        

        

        

        아하.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기억을 되짚는다. 사실 이실직고하자면 옛날에 운동을 그리 열심히 한 건 아니다. 체력 단련용으로 좀 하긴 했지만, 애초에 주요한 목적은 근력 트레이닝이 아니라 근지구력 향상 정도였으니까. 그나마 로건이나 로렌티나가 톤 단위로 무게를 쳐대긴 했지.

        

        요컨대 대충 쟀을 때가 3대 2200. 그마저도 사실 상당히 수월하게 들었다. 로건은 3대가 3600이었고, 내가 그 정도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나저나 이들은 뉴욕에서 했던 방송을 제대로 안 봤나보네.

        

        

        

       “저는 3개월 정도 운동해서 3대 2200 정도 나왔네요.”

        

       “네…?”

        

       “3대가…그, 그거 말하는 거죠? 벤치랑 데드랑 스쿼트…?”

        

       “그렇죠. 사실 제가 높은 편도 아니고, 로건은 좀 오랫동안 운동해서 그런지 3600은 나왔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3대가 3600이요??????????????????

       -아니 무슨 시바 트럭 하나를 사람이 들어올리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안깝칠게요!!!!!!!!!!

       -팩트)이사람은 뉴욕에서 데드 750kg를 치고 휘어진 탄력봉 값까지 치른 다음에서야 외출을 나갔다

       -다이스랑 하모니 간도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꺽.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침을 꿀꺽 삼킨 호떡이 나와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팔씨름 요청 한 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얼마든지.”

        

        

        

        옛날에 팔씨름 참 많이 했었는데.

        

        대충 그리 생각하며, 나와 호떡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텅 빈 바닥에 엎드렸다. 과거 테이블에서 하다가 몇 개나 박살내버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손을 맞잡는다.

        

        그리고-

        

        

        

        

        

        

        

        

        

        

       “으아, 오른손으로 했으면 난리날 뻔했네. 밥도 못 먹을 뻔.”

        

       “진짜 가관이다, 가관이야.”

        

       “빨리 손목에 얼음이나 대, 이 등신호랑이.”

        

        

        

        호떡은 손이 삐었다.

        

        세상사 요지경이었다.

        

        

        

        

        

        

        

        

        

        

        

        

        

        

        

        

        

        

        

        

       

        

        

        

        

       “다들 비닐장갑 하나씩 끼시고, 이제부터 이 과자를 만진 손으로 얼굴 만지면 큰일나요.”

        

       “우와, 포장지 난리난 거 봐. 빨갛고 검고, 해골에, 불에…어휴.”

        

       “과자가 아니라 무슨 독극물 포장지 같기도 하고…아무튼 아이스크림이랑 우유랑 쿨피스 등등 준비까지 끝냈어요.”

        

        

        

        테이블 정리가 얼추 끝난 뒤, 그 위를 새롭게 채우는 킬로그램 단위로 세야 얼추 맞을 듯한 아이스크림들과 2.3L 우유통 및 쿨피스 일곱 통. 손에는 외과의사나 쓸 법한 비닐장갑. 그 모든 것들이 준비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원칩.

        

        신년부터 매운 맛이라는 고통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 전부 모여있었다.

        

        

        

       “일단 포장지부터 깔게요.”

        

       “와, 빨간 색도 아니고 검은 색이야.”

        

       “가이거 계수기 없나? 가져다대면 방사능 나올 것 같은데.”

        

        

        

        그 말대로.

        

        마치 나초를 연상하게 만드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정삼각형의 과자는 말 그대로 검은 색이었다. 물론 이걸 한 번에 다 입에 털어넣는 게 아니라 작게 조각내서 조금씩 먹는 식이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포장지라는 이름의 지옥이 열리자마자 다들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다들 표정이 묘했다.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구나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으며, 앞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허허로이 웃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 김현아가 원칩 격리용으로 놔둔 작은 박스에 칩을 올려놓고는 호떡에게 냄새를 맡아보기를 종용했다.

        

        

        

       “자, 자. 호랑이니까 냄새 잘 맡지? 정밀검증 가자!”

        

       “유진 선생님. 저 얘부터 죽이고 싶은데 입 강제로 벌리게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야! 내가 맡으면 죽지만 너는 살 확률이 더 높잖아!”

        

        

        

       -김스톤 진짜 무친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아숨쉬는 시비머신 돌눈나 그녀는 미친련인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이 사람의 명줄이 얼마나 질긴지를 보증하는ww

       -와 색깔 살벌하게 생긴거봐 ㅋㅋㅋㅋㅋㅋ

       -신년부터 스스로 액땜하는 6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지금 합당한 변명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하는지.

        

        하여간 아주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은 호떡은 생각보다는 평이한 얼굴로 덧붙였다.

        

        

        

       “…생각보다는 괜찮은데? 뭔가 탄 냄새가….”

        

       “냄새로는 판단하기 힘든가보네. 그러면 결국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순서 어떻게 하지?”

        

       “파이널 챔피언십 1등하고 오신 유진 선생님이 첫빠따로 먹는 걸 강력하게 추천하겠습니다.”

        

       “제가 벌칙 대회에서 1등하고 온 것도 아니고, 왜 이런 것까지 1등을….”

        

        

        

        결국 순서는 사다리타기로 결정되었다.

        

        실로 의외롭게도 첫 번째 순서는 하모니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나였고.

        

        당연하게도, 느닷없이 첫 번째 순번이 되어버린 하모니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또는 나라 한 두어개 쯤은 잃어버린 듯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손 위에 조심스럽게 작은 칩 한 조각을 올렸다. 사방에서 그건 삼키는 게 아니라 매운 게 느껴지는 즉시 뱉는 거라면서 양동이까지 준비해줬고.

        

        

        

       “…생각해보니 이거 왜 하는 거예요?”

        

       “야. 세상에 이유가 있어서 하는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럼 나도 이유 없이 너 정강이 좀 걷어차도 될까?”

        

       “어어, 말이 심해요.”

        

        

        

        하모니가 세월의 풍파를 맞고는 입이 많이 험해졌다.

        

        물론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험한 말 뿐만이 아니었으며, 이를 증명하기까지는 꼴랑 몇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혓바닥 위에 과자를 올린 후, 입을 닫고 씹는다. 잠시간의 와작와작 소리와 함께 아직 점화되지 않은 지옥불이 입 안에서 파편 단위로 분쇄되고 있었단 소리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끼야아아악-!”

        

       “뭐야, 뭐야?”

        

       “어으, 모자이크 기능 켰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로 투입되는 사람들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리화장실가화장실!!!!!!!!!!

       -녹냥이가 아니라 적냥이가 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어 이사람 곧 폭발한다!!!!!!!!!!!!!!!!!

        

        

        

        하모니가 새빨갛게 되었다.

        

        분위기 환기를 위해 클래식 음악을 재생, 모자이크 기능을 통해 하모니의 얼굴 부분을 통째로 모자이크했다. 물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하모니가 양동이 안에 지옥불을 분사하는 모습을 전부 봐버렸지만.

        

        화장실로 호다닥 뛰어들어가는 하모니를 뒤로 하고 꽤 많은 회한이 지나갔다. 주요한 내용은 이걸 신년 파티용으로 가져온 내 멍청함을 탓하는 것이었다. 그냥 뉴욕에서 아무 것도 받지 않은 척하고 이걸 소각로에 집어넣을 걸 그랬어.

        

        물론 많이 늦었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고음이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부디 내 차례가 끝난 후 뒷사람들이 먹을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가 남아있길 바랄 뿐이었다.

        

        

        

        

        

        

        

        

        

        

        

        

        

        

        

        

        

        

       -[Laurentina : 옛날 위탁교육 갔을 때 했던 저항훈련 생각나네요 XD]

        

       -[Laurentina : 자체적인 훈련이려나요?]

        

       -[Logan : 제발 개소리좀 하지마]

        

       -[Laurentina : XDXDXD]

        

        

        

        얘네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만 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로건은 그리 생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고문 훈련 비슷한 짓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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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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