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드님은 어둠 속으로 계속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무언가 푹신한 것 위에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 주변은 어둡기 때문에, 뭔가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손끝의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죠.
주위에서는 연신 무언가가 떨어지고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마도 난쟁이들이 뒤늦게 떨어지는 소리 같습니다.
= “렌드야. 얼른 도망쳐야 하지 않겠니?” (빵실이네)
= “바로 앞으로 뛰겠습니다. 일단 도망칩니다.”
당신은 어둠 속에서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내 주변이 갑자기 환하게 바뀝니다.
푸른색의 불꽃이 허공에서 타오르며 주위를 밝히고 있고, 그 앞에는 검은 전신 갑옷을 입은 존재가 선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누, 누구세요?”
<“감히…… 쿨럭쿨럭!”>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목소리를 굵게 하려니까, 사레가 들려 버렸어요.
큼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감히 하찮은 것들이, 이 몸의 침실에 들어오다니!”>
= “에에에엥?!”
= “뭔 소리야?” (애플파파이)
<“감히 나, 마왕의 침실에 쳐들어온 죄! 그 목숨으로 갚아라!”>
마왕이 렌드님과 난쟁이들을 바라보며 분노합니다.
당장에라도 힘을 사용해, 렌드님을 포함한 모두를 죽일 것 같네요.
= “와. 이거 X된 거 아님?” (애플파파이)
= “아니이…… 간신히 도망쳤는데, 왜 나만…….”
= “동료를 버리고 도망친 죄. 달게 받으세욧!” (요로케)
“뭐, 열심히 하거라.”
= “이제 믿을 것은 이것뿐이다! 마왕에게 협박 사용하겠습니다.”
……협박이요? 마왕한테요?
= “와. 이젠 무슨 아가리 파이터야.” (애플파파이)
= “저기서 협박을 사용하겠다고요?” (요로케)
= “풍둔 주둥아리술 들어가나요?” (빵실이네)
“호오. 마왕에게 협박이라……?”
와…… 이게 되나?
한번 해보죠.
D20 굴려주세요.
(외모 판정 – 1 : 대성공)
= “성공했어?!” (애플파파이)
= “와! 거짓말! 이건 진짜 거짓말이다!” (빵실이네)
= “사기 치지 마세요!” (요로케)
= “으하하하하하!! 사기라뇨?! 이게 바로 실! 력! 입니다!”
당신은요, 공포와 분노, 상실, 그 모든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화술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마왕은 당신의 협박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으아아아악!! 그만! 내가 졌다!!”>
당신은 마왕을 굴복시켰습니다.
= “……읭? 진짜? 진짜로?”
= “헐?” (빵실이네)
= “아, 게임 진짜 X같이 하네!” (애플파파이)
= “아, 진짜! 장난치지 마세요!” (요로케)
“호오. 재미있게 되었구나.”
어쨌든 이렇게 블렌드님의 차례는 끝이 납니다.
* * *
로케님의 차례입니다.
당신은 가까스로 구멍을 기어 올라옵니다.
산꼭대기에서는 바람이 부네요.
= “어? 어휴~! 가, 간신히 올라왔다!”
= “로케님. 너무 사전 읽는 느낌인데요?” (애플파파이)
= “시끄러워요! 일단 주변을 둘러볼게요.”
네.
주위는 나무 한 그루 없는, 그야말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민둥산입니다.
높이는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높은 언덕과 산의 중간? 아슬아슬하게 산에 들어가는 정도?
하늘 정중앙에는 태양이 떠 있고, 그 태양의 한가운데에선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은 산의 꼭대기 어딘가이고, 주변에 다른 생물은 보이지 않는군요.
아무래도 산이 무너지며 일어난 지진에 놀라 다들 도망친 것 같습니다.
그때, 서쪽 능선을 따라 무언가가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
각도가 애매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어떤 무리가 당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어? 그거 설마?” (빵실이네)
= “아! 라나님하고 빵실님이신가 봐요!”
= “오오. 이렇게 만나는 건가?” (애플파파이)
“벌써 만난다고?”
= “전 바로 라나님과 빵실님 파티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로케님은 능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 보이던 그림자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제대로 된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그제야 당신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무리가 ‘자그마한 난쟁이’들의 무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 “난쟁이요?! 아! 설마……?”
= “아, 렌드가 또 재 뿌리고 갔네.” (애플파파이)
= “아하하핰ㅋㅋㅋ!” (블렌드)
= “웃지 마요!”
난쟁이들도 로케님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향해 곡괭이와 삽을 치며들며 으르렁거립니다.
<“넌 또 뭐냐?!”>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
= “얼른 비켜줍니다.”
= “오우. 빠른 항복.” (애플파파이)
= “싸울 필요가 없잖아요.”
<“얼른 움직이자고!”>
<“젠장! 어떤 놈이 감히 신상님을!”>
<“누군지 잡히기만 해 봐라!”>
……라는 이야기하며, 난쟁이들은 로케님의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엔, 로케님이 빠져나왔던 구멍이 있습니다.
= “얼른 도망치겠습니다.”
방향은요?
= “난쟁이들이 올라온 방향이요.”
알겠습니다.
로케님은 난쟁이들이 올라왔던 길을 따라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로케님의 뒤에서부터 난쟁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저기 있다!”>
<“위대한 신상님을 부순 놈이다!”>
<“우릴 속였겠다!”>
= “아니, 자기들이 멋대로 속아 놓고 왜 나한테 그래?!”
어떻게 하시겠어요?
= “계속 도망치겠습니다. 아, 그냥 도망치면 따라잡히나요?”
어……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요?
= “그러면…… 어어…… 마법으로 난쟁이들 발을 묶으면…… 아니야. 그건 좀 그래. 그러니까…….”
= “로케님이 많이 긴장하신 것 같지 않나요?”
“그러게나 말이다.”
= “공물님. 저, 지금 산을 내려가고 있다고 했죠?”
네.
= “그러면 지금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는 것 맞죠?”
그렇죠?
= “그러면 구르기로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가겠습니다.”
……구르기로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가시겠다고요?
진짜로요?
= “네. 아무리 봐도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 “와…… 렌드만 돌은 줄 알았더니, 이쪽도 만만치 않네?” (애플파파이)
= “에이. 너만 할까?” (블렌드)
한 번 D20 굴려보세요.
(민첩 판정 – 13 : 실패)
당신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내리막길을 굴러 내려가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짜리몽땅한 몸으로는, 날렵한 구르기를 시도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말았습니다.
결국, 당신은 이곳저곳을 부딪쳐가며 내리막에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3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 “으악?! 이게 뭐야?!”
= “뭐, 어쨌든 빨리 내려가긴 했네.” (애플파파이)
“그건 맞는 말이로구나.”
= “그거랑 이건 다르죠! 우씽…….”
로케님. 한 번만 더 D20 굴려보시겠어요?
(지혜 판정 – 17 : 실패)
= “이번엔 뭔데요?”
아, 이거요?
기절 저항 판정이요.
당신은 너무 긴 거리를 굴러떨어졌습니다.
결국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합니다.
남은 차례는 그대로 끝나게 됩니다.
= “컥?! 으으으…… 쥬금.”
“큭큭. 귀엽구나.”
이렇게 로케님의 턴이 끝납니다.
* * *
애플님의 턴입니다.
쓰러졌던 오크 대전사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러고는 당신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넌 아주 강한 전사로구나. 감탄했다. 취익!”>
= “하! 너 역시 아주 강한 전사였다. 만족스러운 전투였어. 내 섬유질이 기쁨에 겨운 모세관 현상을 일으키고 있군!”
“……저게 무슨 소리냐?”
= “그냥 웃자고 하는 농담입니다.” (빵실이네)
“그렇구나.”
<“어쩌면 자네라면, 우리의 숙원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취익!”>
= “숙원? 숙원이라니?”
<“선택은 자네의 몫이다. 허나 우리를 도와준다면, 우리는 자네를 형제로서 대우할 것이다.”>
오크 대전사의 말과 함께, 다른 오크들도 진지한 얼굴로 애플님을 바라봅니다.
= “싸우는 일인가?!”
<“그렇다.”>
= “그렇다면 하지.”
= “와. 싸우는 일이라니까 들어 보지도 않고 콜을 외치는 것 보소.” (블렌드)
= “무슨 일인지 정도는 들어봐야 하지 않아요?” (요로케)
= “알게 뭔가! 싸움 최고!”
<“좋다. 그럼 날 따라오…….”>
오크 대전사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다른 오크 병사가 허겁지겁 달려와 대전사의 앞에 무릎 꿇습니다.
<“취익! 대전사님! 취익!”>
<“아닛?! 무슨 일이냐? 취익!”>
<“무덤지기가…… 무덤 밖으로 나왔습니다 취익!”>
오크들이 크게 술렁거리기 시작합니다.
= “이보게. 대전사.”
<“취익! 왜 그러지?”>
=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나에게 설명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취익…… 맞는 말이다. 따라와라.”>
= “그러지.”
당신은 오크 대전사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오래전, 우리 오크들의 선조들이 묻힌 무덤에 한 석상이 나타났다. 취익!”>
= “석상이라고?!”
<“그렇다. 놈은 우리 오크들의 무덤을 가로막은 채, 누구도 무덤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 “그런 몹쓸 놈을 보았나?”
<“우리 선조들은 그 석상을 부수고, 무덤과 선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껏 성공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지.”>
= “그렇군. 그렇다면, 나에게 부탁하려 했던 것도 그것이었나?”
<“그렇다 전사여.”>
오크 대전사를 따라간 끝에는, 드넓은 늪지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체가 썩는 듯한 지독한 냄새가 풍겨나오는, 습한 늪지대.
그 늪지대의 한가운데에, 로브를 뒤집어쓴 형태의 거대한 석상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저것이다, 전사여! 포기할 거라면 지금뿐…….”>
= “우횻?! 빅 몬스터 겟또다제! 바로 도약합니다!”
= “와…… 빠꾸가 없네.” (블렌드)
다음화에서 아마 TRPG편이 끝날 것 같습니다.
다음 방송에서는 썰풀이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