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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3

       *** ***

         

       진법을 펼친단다.

         

       나는 그 말을 들자마자 공포에 질렸다.

         

       진법이 깨지지 않는 이상 나갈 수가 없다고?

         

       날 가두어 놓고 단련, 아니 패겠다는 소리!

         

       풀어놓고 조지던 서학이 도망쳐서 행적을 알 수 없어졌으니 나는 가두어 놓고 조지겠다는 인간의 마음이 거세된 악마적이고 파멸적이며 끔찍한 불명의 의도!

         

       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일행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불명이 만드는 진법에 대한 사안을 논의했다.

         

       “이 산 전체에 진법을 펼칠까 한다.”

         

       불명의 논리는 간단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먹을 물이나 음식을 계속 보급해야하니 그 비축분을 쌓는 것만 해도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수년치 식량을 비축하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 산 하나를 통으로 덮는 진법을 펼치는 것이 쉽다는 듯한 말투에는 정말 기가 질렸다.

         

       불명의 의도를 파악한 일행은 곧바로 움직였다.

         

       정철이 무슨 수를 부려올지 모르니 그 전에 빠르게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불명 사조를 제압하고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현경 고수가 두 명은 필요할 테니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또 모를 일이다.

         

       이번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으니까.

         

       진법을 펼치기 위한 준비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로 완료되었다.

         

       오독문의 하부 조직 명의로 되어 있던 이곳, 성수산의 토지를 황국에서 압수하고 민간인 출입금지지역으로 선포했다.

         

       흑묘는 적귀대가 사용하는 모든 전서구의 다리에 한계까지 전서를 작성해 뿌렸다.

         

       당도연은 비천마차를 회수하며 인근 마을에서 대장간을 구성할 수 있는 핵심 장비들을 모두 이송해왔다.

         

       당소열은 당소연이 마차에 싣고 온 자재와 도구를 이용해서 동굴 바깥에 대장간을 만들었다.

         

       진법이 펼쳐져 있는 동안 사용할 철은 적귀대원의 비살상 비수들을 일부 차출하여 그걸 녹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허억, 헉! 헉!”

         

       진법용 각문주(刻文柱)를 들쳐메고 죽어라 산을 올라야 했다.

         

       “허허, 젊은 녀석이 그리 체력이 부족해서야.”

         

       나 들으라는 듯이 얄밉게 중얼거리고는 뒷짐을 지고는 걷는 불명 어르신.

         

       스스스스!

         

       겉으로 보이기에는 그냥 느긋한 걸음걸이였지만 정작 이동 속도는 내가 산길을 달리는 것보다 빨랐으니 불명 어르신을 따라잡기 위해서 죽어라 달려야 했다.

         

       “이놈아! 지금 나 편하자고 진법을 펼치느냐?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야 제놈이 안전해지는 것이거늘…”

         

       나는 억울한 눈으로 불명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렇게 빨리 가고 싶으면 무게라도 줄여두던가.

         

       나는 지금 쇠 팔찌와 발찌에 더해 지게를 지고 그 지게 위에 쇠로 만들어진 수많은 각문주를 올려놓고 있는 상태였다. 어지간한 장정이라도 이 정도 무게를 이고 진다면 움직이는커녕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겠지.

         

       이런 상태이니 내가 이를 악물고 경공을 전개한들 어디 속도가 나겠는가?

         

       일부로 꾀를 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의욕의 샘솟는 상황도 아니었다.

         

       내가 갇힐 철창의 기둥을 내 손으로 옮기고 있었으니까.

         

       도망칠 길이 열려 있는데도 이리 갈구는데 도망칠 길조차 닫히면 얼마나 갈궈댈지 상상만 해도 의욕이 팍팍 깎여나갔다.

         

       뭐 도망칠 길이 열려 있다고는 해도 불명 사조의 손에서 도망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길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다리에 힘을 주었다. 차라리 다리라도 아프면 핑계라도 댈 텐데 하루만에 깨끗하게 나아버린 몸이 원망스러울 지경.

         

       약한 게 죄지 약한 게 죄야.

         

       그렇게 죽어라 불명 어르신의 뒤를 쫓고 있자니 불명 어르신의 발이 멈추었다.

         

       유일하게 내가 반기는 시간이 찾아왔다.

         

       휴식 시간!

         

       “흐음, 이쯤이 좋겠구나.”

         

       어르신이 진법을 펼치기 위해 지세를 살피는 시간이 나에게는 곧 휴식 시간이었다.

         

       각문주를 하나 건네고는 곧바로 털썩 주저앉았다.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불명 어르신은 나를 못마땅한 기색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대를 장악하는 경의 흐름은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나 보았지만, 볼 때마다 기가 질리는 장면이었다.

         

       스르르륵.

         

       각문주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땅을 파고들었다. 대충 4척정도 되는 각문주가 조용히 땅을 파고들었다.

         

       나 여기 박혀 있다는 생색이라도 내는 양 윗동만 조금 남기고 땅으로 파고든 각문주.

         

       이기의 수법의 숙련도를 떠나서 대체 내공이 얼마나 방대하길래 허공섭물로 저런 출력을 낼 수 있는 건지.

         

       “다 됐으니 이동하자꾸나. 쉴 만큼 쉬었으니 후딱 움직이거라.”

         

       불명 어르신의 채근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음?”

         

       막 발을 떼려던 불명 어르신의 행동이 멈추었다. 어딘가를 주시하는 행동에 나 역시 고개를 돌려 보니…

         

       -악!

         

       작게나마 적귀대원들의 기합 소리가 들렸다.

         

       빨간 점이 보이는 것을 보니 강추모루가 지휘하는 듯 싶었다. 갑자기 적귀대원들이 우르르 쓰러지는 것을 보아하니 대답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아악!

         

       이번엔 좀 더 선명한 대답 소리가 들렸다.

         

       음.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추모루의 생각이 훤히 읽혔다. 황녀인 혁기린이 근거리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 혁기린이 훈련을 지켜보거나 훈련 소리를 듣고 찾아올 수도 있다 여길 테니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이다.

         

       뭐, 훗날 위대한 장군이 된다고는 해도 현 시점에서 강추모루는 지휘관 경력도 부족하고 시험적인 특수부대를 시범운용하는 일종의 계약직이니 정직원 전환이 절실하겠지.

         

       녀석. 너도 어쩔 수 없는 ‘간부’로구나.

         

       잠시 적귀대원들에게 묵념을 보냈다.

         

       불명 어르신은 그런 적귀대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흐음. 별 신기한 부대가 다 있구나. 네 녀석의 복장을 보고도 해괴하다고 생각했거늘 황군이 단체로 저런 복장을 입다니.”

         

       적귀대의 이질적인 생김새에 호기심이라도 든 것일까. 잠시 발을 멈춘 불명 어르신.

         

       나는 괜히 불명 어르신의 관심이 나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숨을 죽였다. 막 피튀체조가 시작되고 있었으니 잘만 하면 좀 길게 쉴 수 있겠군.

         

       “황군의 단련법인가? 피튀체조 일번? 처음 보는 동작들이로군.”

         

       불명 어르신은 한동안 피튀체조를 보면서 수염을 쓰다듬었다.

         

       “황군답다면 황군답구나. 철저하게 체력만을 단련시키는 체조라니. 경지에 비하면 몸이 제법 단단하게 여물었군.”

         

       사람이 점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펑퍼짐한 군복을 입은 사람의 체형을 살필 수 있다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어째서 피튀체조 동작을 보시면서 절 보시는 거죠?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을 스쳐 지나가는 싸늘함에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자 사조님! 충분히 쉴 만큼 쉬었으니 진법을 펼치기 위해서 이동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황군의 병사들이 하는 체조와 무인의 단련법은 결이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쯔쯔. 그러니 안 되는 것이다.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 성현의 자세이거늘. 황군이 쓰는 체조라 하여 선입견에 사로잡히다니.”

         

       “사, 사조의 경지가 이미 하늘에 닿으셨으니 저는 그 뒤를 밟을까 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사조께 배우고 싶은 마음이니 얼른 진법을 설치하고 수련에 들어가시지요!”

         

       그러나 불명 어르신은 내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피튀체조를 하고 있는 적귀대를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오.

         

       안돼.

         

       유격만큼은 절대! 안돼!

         

       “사…!”

         

       빠악!

         

       머리에서 별이 번쩍였다.

         

       “끄아악!”

         

       “좀 조용히 하거라!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되니!”

         

       이기딱밤을 견디며 추가로 입을 열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두 번째 딱밤뿐이었으니 나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불명 사조는….피튀체조의 일 번 동작부터 십사 번 동작까지 모두 감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쓸만하겠군.”

         

       “…사조?”

         

       “자, 오래 쉬었으니 그만큼 빨리 움직이자꾸나. 오늘 중으로 각문주의 배치를 끝내야 하니 말이다.”

         

       “하…하…”

         

       나는 먼저 출발하는 사조의 뒷모습을 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땀이 식을 정도로 오래 쉬었건만 어쩐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 ***

         

       진법 속에서 체류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불명이 호천안의 단련이 끝나는 대로 진법을 펼친다 통보했으니까.

         

       ‘음…’

         

       흑묘는 멍한 여일예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차마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혁기린을 상대로 은근히 진법에 잔류하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수작을 부린 여일예.

         

       그러나 결국은 두 번 세 번에 걸쳐 혁기린의 굳은 결심만 확인하는 결과가 되었으니 이에 충격을 받은 여일예는 땡볕에 한 참 노출된 풀과 같이 시들시들해졌다.

         

       어차피 진 속에 오래 있을 테니 충격이 좀 가시면 혁기린과의 협정 내용도 말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흑묘는 고개를 돌려 당소열과 당도연을 바라보았다.

         

       “두분께서도 잔류할 생각이십니까?”

         

       당소열이 낄낄거리며 대답했다.

         

       “당연하다. 천하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있거늘.”

         

       흑묘는 당소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피튀체조 팔 번, 삼십 회 실시!”

         

       “으아악! 사조! 팔 번만 너무 많이 한 것 아닙니까! 균형을 고려하시지요!”

         

       “오, 그렇구나. 팔 번 동작을 두 순배 돌리고 끝내려고 했으나, 네 의견이 그렇다면 팔 번을 끝내고 십일 번을 섞어 균형을 맞추고 팔 번 동작으로 끝내면 되겠구나.”

         

       “아아아악!!”

         

       “허허허, 사손이 이리 기뻐하니 사조도 기쁘구나. 어허! 다리가 내려간다! 내려가는게 그리 좋다면 내 친히 내려 줘야지!”

         

       “아아아악!”

         

       “어휴.”

         

       곡소리를 내고 있는 호천안과 호천안의 다리를 차는 불명. 그리고 호천안의 비명성에 낄낄대는 당소열.

         

       흑묘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상황이 이러하니…저 혼자 떠난들 뭘 하겠습니까? 저 역시 폐관에 드는 마음으로 수련이나 하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흑묘는 담담하게 웃어 보이는 당도연을 보며 생각했다.

         

       겉은 웃고 있지만 속까지 웃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도연은 비천마차에 관한 사안에 눈이 뒤집히는 것을 제외하면 성실한 무인이었다. 함께 여행하며 다른 사람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남몰래 수련에 매진하던 당도연이었는데, 그런 와중에 정철에게 패배까지 했다.

         

       ‘무인혼이 제대로 자극받은 모양이네.’

         

       결국 전원이 남게 되는 상황. 흑묘는 머리카락을 만지며 쓴웃음을 지었다.

         

       완전히 백색으로 돌아간 머리카락. 선천진기까지 터트리기 위해 애써 제어하던 구음기의 고삐를 완전히 풀어버린 탓이었다.

         

       다행히 불명이 나서며 선천진기를 사용하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구음기를 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흑묘는 주먹을 꾹 쥐었다.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전을 통해 구음기가 경지를 초월해 통용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라는 사실에 확신을 가졌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이 무기를 갈고 닦아야겠지.

         

       ‘나도 강해져야지.’

         

       혁기린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결국 모두 남는 것이군요.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귀여운 혁기린 소저와 함께라면 수년이라도 함께 할 수 있죠!”

         

       “후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무기의 수리는 책임져주지.”

         

       “하아, 어쩔 수 없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사저.”

         

       모두가 진법 속에서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각오와 우애를 다졌다.

         

       “피튀 체조 십일 번!”

         

       “아아아아악!!”

         

       호천안의 악다구니와 함께 긴 폐관 수련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문이~ 닫히네요~ 수련이~ 시작되죠~ 비명이~ 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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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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