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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3

       “확실히 피피님이 빡세긴 하네.”

       

       공성을 끝마치고 성 안에 진입한 별뚝은 안을 둘러보면서 기지개를 폈다.

       

       혼자 머무르고 있는 성을 일곱 명이서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성은 상당히 힘겨웠다.

       

       공성전이라는 게 원래 수성을 하는 쪽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전력차가 얼마 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1이 7을 이길 수는 없다.

       

       허나 피피는 불가능한 일을 거의 현실로 이끌어 낼 뻔 했다.

       

       1일차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방비가 되어 있는 집. 화령이 모아 온 재료를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수많은 스크롤. 그리고 쓰레드의 고인물인 피피의 압도적인 실력.

       

       공성 측에 별뚝이 끼어 있지 않았더라면 피피는 분명 성을 지키는 데에 성공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겼으니까 된 거잖아요?”

       “그쵸. 상자 안에 든 것 좀 봐요.”

       “크으. 달다 달아.”

       

       여러 사람들에게 약탈을 하며 모아 둔 수많은 자원들.

       

       도박으로 따낸 무수히 많은 양의 금화.

       

       거기에 더해 미궁을 돌파하며 모았던 여러 테크 용 재료들.

       

       치트라도 쓴 게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재료들의 향연에 공성에 참가한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났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당소일은 빨리 물건들 챙겨서 가자는 팀원들을 지켜보며 손톱을 깨물었다.

       

       “당소일님? 왜 그러세요?”

       

       불안에 떠는 모습이 기이해보였던 걸까. 그의 팀원 중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화령님 파티잖아요.”

       

       최근에도 아피스의 세상에서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당소일은 그 누구보다 화령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과거 화령을 만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챌린저 권에서 빌빌거리며 아마추어 장인 소리나 듣던 그가 여러 프로게이머들과 비등하게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근데 그럼 무얼 하는가. 당소일이 아무리 실력을 늘려 봐야 화령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실력이 늘어날 때마다 거리가 좁혀지기는커녕 화령과 자신의 거리가 감히 짐작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준임을 깨닫고 있는 당소일이다.

       

       그가 후일 화령에게 보복당할 것을 생각하며 벌벌 떠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소일님도 알고 오신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소일이 이 습격에 동참한 이유는 별 것이 아니었다.

       

       매일 같이 화령에게 당하고만 살던 그다. 한 번은 되갚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정상이지 않은가.

       

       허나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나니 점점 뒷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상대는 화령이니까.

       

       “자아. 여러분. 다른 건 됐고 일단 화령님 돌아오기 전에 빨리 도망칩시다. 비골님이 은신 마법 짝 깔아뒀다니까 그 쪽에 이것부터 숨기자고요.”

       

       이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니다.

       

       터렛에서 방송을 하는 이들은 여러 경로로 화령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었고, 지금 쓰레드 세상에서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단 것도 알았으니까.

       

       성을 털어서 재료를 빼앗아 간다 하더라도 이후 화령이 복수를 하러 오면 꼼짝없이 모든 걸 내줘야 한다는 걸 어찌 모를까.

       

       그를 알면서도 이런 일을 저지른 데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우선은 그들이 거주하는 곳이 미로와 같은 지하의 안 쪽이라는 것.

       

       그 곳은 여러 번 지하를 오고갔던 그들도 몇 번이나 해메인 끝에 도달할 수 있는 미로이니만큼 화령도 쉬이 찾아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근거는 그들이 미궁에서 우연히 구한 은신 스크롤의 제작법이었다.

       

       이걸 이용하면 그들이 머무는 거처의 입구를 감출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 이들은 그 순간 이 성을 습격하는 것을 결정 내렸다.

       

       화령이 복수를 결심한다 하더라도 거처를 찾아내기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당분간 돈 걱정은 할 필요 없겠네요.”

       “빠르게 테크 올리죠.”

       “이거 기반으로 나중에 화령님 레이드 한 번 성공시켜 보자고요!”

       

       다른 팀원들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재료를 모두 챙긴 채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당소일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도저히 자신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

       

       – 뻒꾺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비상! 비상!]

       

       공동 묘지를 떠도는 기사의 투구를 박살내어 주었을 때에 후원이 날아들었다.

       

       대게 저리 호들갑을 떨며 하는 이야기는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만 이번에 한해서는 달랐다.

       

       그 소식은 진정으로 다급한 이야기였으니까.

       

       다른 세력에 의해 피피가 지키는 성이 습격을 당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피피. 습격을 당했다고 들었다만.”

       

       나는 그 후원을 듣자마자 진상의 확인을 위하여 피피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자 피피가 살짝 기죽은 목소리로 답을 내었다.

       

       <넵… 다 털렸어요.>

       

       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의 수가 많기도 했고 실력도 좋아서 한계가 있었다고 피피는 이야기했다.

       

       <괜찮아요. 돈이야 다시 벌 면 되고 재료도 다시 모으면 되니까. 어차피 1일차인걸요.>

       

       본인이 있다면이야 복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그녀의 말은 분명 옳았다.

       

       마음을 먹고서 다시 이전에 모아뒀던 만큼을 복구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말이다.

       

       마음에 들지가 않아.

       

       본인이 이 세상에 떡하니 머무르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본인의 거처를 습격하고 본인이 모아두었던 물건을 약탈하다니.

       

       건방지고 또 무엄하구나.

       

       이 곳이 무림이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본인의 이름이라는 공포 아래에 지배되어 있었으니까.

       

       본인이 떠나간 후에도 천마신교가 그 어떤 세력의 공세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를 증빙했다.

       

       즉, 저들이 성을 공격한 이유는 본인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끼잉…”

       

       본인이 미간을 찌푸림에 따라 옆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늑늑이가 귀를 내린 채 본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하. 걱정하지 말거라. 네 녀석 때문에 열이 받은 것은 아니니까.

       

       고개를 내려 내 눈을 살피는 녀석의 미간을 쓱쓱 쓰다듬어 주고서 그 위에 올라탔다.

       

       “일단 거처로 돌아가자꾸나.”

       

       늑늑이를 타고서 돌아온 성은 떠나오기 전의 모습 대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벽 이곳저곳에는 구멍이 나 있었고, 정원은 불타올랐다 그쳐 재만이 남아 있었으며, 외벽이었을 것은 잔해가 되어 자신이 이 곳에 있었음을 증빙하고 있었다.

       

       겉만 보더라도 상황이 이러했으니 안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했다.

       

       바깥에 서서 복구 작업을 하던 피피는 본인이 돌아온 것을 보자마자 내 쪽으로 달려왔다.

       

       “오셨어요?”

       “많이 망가졌구나.”

       “쓰레드에선 일상적인 일이죠. 금방 복구할 수 있어요.”

       

       도박에 빠져 준비를 소홀히 했다며 자신을 탓하는 피피의 말을 중간에 끊어낸 나는 가만 성 안을 둘러보다 늑늑이에게 다가갔다.

       

       “늑늑아. 침입자의 냄새를 추적할 수 있겠느냐?”

       

       늑늑이는 본인의 물음에 한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늠름한 걸음걸이를 한 채 성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는 땅에다 코를 묻을 것처럼 끌고 다니다가 고개를 들었다.

       

       항상 기가 죽어 있던 귀가 번뜩이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찾아낸 것이리라.

       

       “물건을 찾으러 가시게요?”

       “그래야지.”

       

       빼앗긴 채로 체념하는 것은 본인의 취향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것은 쉬이 넘어가 주어서는 안 된다.

       

       본인을 건드리고서도 멀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다른 잡것들이 하나 둘 선을 넘보기 시작하거든.

       

       그러니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본인을 공격했을 때에 어떤 대가를 치를 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실수로라도 본인의 주변인에게 해를 끼쳤을 때에 겁에 질려 머리를 땅에 박도록 만들어야 한다.

       

       본인은 여태까지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으니.

       

       현대에 오고 나서 많이 풀어졌다 하더라도 근간은 바뀔 수 없느니라.

       

       “나중에 물건을 챙길 때 부를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네! 그 때까지 복구 작업 하고 있을 게요.”

       

       피피의 대답을 들은 후 늑늑이의 위에 올라탔다.

       

       녀석은 가볍게 짓는 것으로 본인에게 출발을 해도 되는 지를 물었다.

       

       “가보자꾸나.”

       

       늑늑이는 이미 침입자의 위치를 특정한 듯 한 곳을 향해 우직하게 달렸다.

       

       중간에 멈추는 일도, 방향을 바꾸는 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숙련된 사냥꾼인 녀석은 자신이 노리는 사냥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끝에 도착하게 된 것은 반쯤 무너진 탑의 앞이었다.

       

       – 쓰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여기 좀 개같은 지역인데.]

       

       본인이 늑늑이에게서 내리기 무섭게 후원으로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무슨 소리지?”

       

       – 여기 지하가 길이 좀 지랄맞아서.

       – 이런 데 숨어 있구나.

       – 헤매기 좋은 지형임.

       – 매 게임 할 때마다 길이 바뀌는 것도 악질이야.

       

       그러니까 대충 이 안은 본인이 과거 엔리와 함께했던 것처럼 미궁 비스무리한 곳 같구나.

       

       차별점이라면 이 안에 해골병사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인가.

       

       시청자들이 설명을 해주는 것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아냈다.

       

       그 곳은 사람 둘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도저히 늑늑이를 데려갈 수 없는 지역이라는 소리였다.

       

       흐음. 안의 길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하더라도 늑늑이의 후각이 있다면 별 문제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만 이래서야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겠군.

       

       큰 문제는 없다. 본인의 능력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이니까.

       

       어떻게든 지하로 들어가려 얼굴을 비집어 넣고 있는 늑늑이의 목덜미를 짚어 그를 빼냈다.

       

       “되었다. 네 녀석은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라.”

       

       그리 과한 충성심을 보일 필요는 없다. 그러지 않더라도 본인은 네 녀석을 버리지 않을 테니까.

       

       내가 그리 이야기하자 끼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땅에 붙였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옆에다 침낭을 설치한 나는 지하로 발을 들였다.

       

       아래로 내려가며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어두움이었다.

       

       미궁과는 달리 이 곳에는 빛을 발하는 것이 존재치 않았던 것이다.

       

       허나 그는 본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눈이 없다 한들 다른 감각은 여전히 그대로 존재했으니.

       

       계단이 끝나고 복도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본인은 가만 제자리에 서서 기감을 주변으로 넓혔다.

       

       이 지하가 얼마나 복잡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본인이 찾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기척일 따름이었으니까.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그 끝에 본인이 찾던 것들을 발견했다.

       

       저들을 만나기 위해선 일단은 아래로 내려갈 필요가 있겠군.

       

       혈도를 눌러 내기를 폭주시킨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에 아래를 내려다 본 다음 발에다 내기를 실어 바닥을 내리 찍었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바닥이 무너짐에 따라 본인은 자연스레 그 아래에 착지를 할 수 있었다.

       

       아직 한참은 더 내려가야 하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늑늑이는 버려지길 원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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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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