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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3

    <293 – 아카데미에서 온 자객>

     

    레이브 교수는 중간고사에서 작정하고 오크노디를 묻어버리고자 반 대항전을 신청했다.

    너희가 불합리한 강자들과 대결을 하게 된 이유는 오크노디 때문이라고, 저 아이를 멀리하라고 이야기하며 오크노디를 고립시키려던 계획은 반대가 됐다.

    홀로 승자연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서 70연승을 거둔 오크노디는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며 반의 영웅이 되었다.

     

    -오크노디가 사람의 눈물을 먹고 자라나는 솔티다크프린세스니까 멀리 하라니, 알빠야? 우리가 흘리는 것도 아닌데!

    -경쟁자들의 눈에서만 눈물을 쏙 뽑아내면 우리야 좋지. 응애솔티다크프린세스 절대로 지켜!

     

    중간고사 점수가 떡상한 이후로 오크노디의 충실한 신봉자가 되어버린 학생들!

     

    ‘오크노디의 주변에는 그런 혜택을 보고 더욱 열광적으로 교류를 나누는 이들이 적지 않군.’

     

    오죽하면 교수인 자신조차도 오크노디가 혼자 있는 틈을 찾아내기가 벅찰 지경이었다.

    모처럼 인적이 드문 해수욕장까지 나와서 모래성을 쌓고 놀고 있어서 습격할 기회를 재고 있어도 어디선가 나타난 친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크노디. 모래성은 왜 쌓고 있어?

    -잘 지어진 ‘성’에는 랜덤으로 스탯석이 들어있는 보물상자가 생성되거든!

    -헤에~ 그런 설정의 놀이구나? 나도 할래!

     

    마주친 학생들에게 비키니아머를 전수하다 말고 같이 모래성을 만드는 뾰이!

     

    -오크노디, 위험하다냐! 그 나무는 4학년의 저주가 걸려서 보기와 다르게 높이가 1000m가 넘는 엄청난 나무라고 조교가 알려줬다냐!

    -대신에 나무를 오르다보면 괴조둥지에서 알을 꺼내먹을 수 있어. 무려 레어요리 소재야!

    -치사하다냐. 그런 좋은 요리를 혼자만 먹으려고 하다니. 좋은 건 같이 해야한다냐!

     

    불안한 눈으로 나무를 오르는 오크노디를 쳐다보다가 어느새 같이 괴조의 둥지를 약탈하는 제냐!

    가는 곳마다 근처 사람들의 흥미나 보호본능을 끄는 탓에 레이브 교수는 결심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찾아올 때까지는 무조건 참고 존버하자고.

    아카데미에서야 인맥이 많으니 혼자가 되기 어렵겠지만 방학이 되고 재단으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북적북적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단의 수석장학생과 같이 돌아가는 이들은 잠재적인 재단장학생으로 찍혀도 무방하다.

    실제 장학생들이 그런 위험부담을 무릅쓸 리가 없다.

    장학생이 아닌 이들도 재단의 은근한 악명이 신경 쓰여서라도 오크노디의 귀향길을 함께 따라가지는 못하리라.

    지극히 상식적인 추론이었다.

     

    ‘만에 하나가 있으니 아예 쐐기를 박아주지.’

     

    그는 은밀하게 재단의 스파이로 추정되는 이에게 접근하였다.

     

    “아카데미의 정보를 넘기겠다. 교환조건으로 오크노디의 방학 도중의 소재지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재단의 스파이는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알렸다.

    오크노디는 재단으로 돌아가는 배에 탑승한다.

    그 배에 동행하기만 하면 오크노디를 노릴 기회야 얼마든지 찾아온다.

     

    “우와. 오크노디네 파파는 진짜 부자신가보다.”

    “히에엑! 제 조명보다 눈부신 조명이 잔뜩 있어요!”

    “…”

     

    그 상식이 128명이나 되는 대인원의 행진 앞에서 단단히 박살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아이스필드]

     

    배의 하부를 빙결시켜 출항시기를 늦춘 레이브 교수는 때마침 근처를 서성거리던 해적들을 끌어들여 배에 실릴 컨테이너 하나를 바꿔치기 했다.

    배 안에 들어온 뒤로는 허접해적들을 이용해서 창고 내에서 식량을 수집하고 승무원들을 피해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무인도 경매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마침내 계획이 완성되었다.

    무인도에서 오크노디의 아군이 가장 줄어들고 그녀가 탈락하기 직전의 타이밍을 노려 습격한다.

     

    ‘무인도에서 돌아오지 않은 남은 참가자는 용사와 성녀, 오크노디와 즈앙. 재단 측 인사는 집사 조나와 잡일이나 거들어줄 메이드 두 명뿐.’

     

    이미 우세는 결정되었다.

    이곳에서는 자신을 방해할 교장도 변방출신 교수들도 없다.

    심지어 오크노디에게 아주아주 유감이 많을 용사도 존재한다.

    그가 오늘을 결행일로 잡은 것도 용사가 오크노디를 먼저 탈락시킬까봐 였으니 용사와 성녀는 사실상 아군으로 생각해도 무방했다.

    분명 그런 계산이었을 터였다.

     

    “교수님.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오크노디를 노려 빙결저격마법을 생성하는 그의 앞을 용사가 가로막기 전에는.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가? 그렇다면 못 본 척 해라. 오크노디를 2학기부터는 보지 않게 된다면 너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오크노디는 제 손으로 해치워야할 악입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설마 했던 용사의 고집!

    용사의 석양의 빛을 닮은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지금처럼 가증스러울 때가 없었다.

     

    “오크노디는 잔인한 아이다. 그 아이의 겉모습에 현혹되기라도 했다면 크나큰 오산이야.”

    “교수가 학생을 죽이는 것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용사가 어린애를 죽이는 것은 정의롭고?”

     

    논리로 따지자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슈타르의 고집.

    그러나 용사가 괜히 용사는 아니었다.

     

    스르릉.

     

    말과 논리에서 이길 수 없으니까 일단 성검부터 뽑고 보는 용사!

     

    “옳음이란 결국 힘에서 비롯되는 것. 어린 시절의 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영지법과 알량한 행정직 공무원의 양심에 기대어 공명한 심사를 기대하였죠. 저는 제국인들의 용사지만 제국의 용사는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제국의 교수’님.”

     

    황녀를 위시로 한 제국파벌을 양분하던 학년차석 이슈타르의 파격적인 선언!

    오크노디조차 골머리를 앓았던 용사의 막가파 기질이 자신을 가로막자 레이브 교수는 심장이 조여드는 답답함을 느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그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함처럼.

     

    “그럼 오늘 새로운 교훈을 하나 더 새겨주지.”

     

    레이브 교수의 발치에서부터 지면이 얼어붙었다.

    초목이 얼어붙고, 블루메탈쥐들이 얼어붙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새가 날개를 펼친 자세 그대로 지면에 떨어져 쨍그랑 박살났다.

    급히 영역전개로 자신과 유피가 버틸 공간을 만들어낸 이슈타르는 어느덧 무인도 전체를 감싼 얼음벽을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잃을 것이 많은 강자가 움직인다면 이미 저지를 것을 각오했기 때문이다. 강자는 결코 허투루 움직이지 않으며 떠나간 기회를 돌아오지 않음을 후회하며 사라져라. 어리석은 용사여.”

     

     

    * *

     

     

    블루메탈쥐는 위협적이다.

    분열을 통해 멋대로 번식하기에 지상에서 한 마리가 보이면 지하에는 백 마리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지하에서 자원을 모두 갉아먹은 뒤에는 지상을 초토화시키는 악질적인 습성 때문에 언제 지면이 무너지고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블루메탈쥐와 마주치면 그 지역은 포기해라.

    -지역을 섬멸시키지 않으면 인근지역까지 피해상황이 급격히 확대된다.

     

    석패. 상위 90%. 동네북.

    동패. 상위 50%. 몬스터.

    철패. 상위 10%. 위험대상.

    은패. 상위 1%. 지역대피령 발령.

    금패. 상위 0.1%. 국가재난.

    백금패. 상위 0.01%. 세계위기.

     

    몬스터 위험분류체계에서도 당당히 은패급 위험도를 자랑하는 블루메탈쥐!

    고작 동패급의 누에아인이나 철패급의 누에아인여왕과는 급이 다른 위험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블루메탈쥐에게도 뜻밖의 장점이 있다.

     

    ‘천 마리가 넘는 쥐가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멸종의 위기에 내몰리면 합체를 하는 습성!’

     

    종의 보존을 위해 분열했던 블루메탈쥐가 모두 한 마리로 합쳐지며 탄생하는 고순도의 블루메탈왕쥐.

    세계최고봉으로 유명한 고산 <신들의 정원>의 1000m 계층단위로 강해지는 몬스터서식지에서도 5계층급의 강함에 불과한 누에아인여왕과 달리, 블루메탈왕쥐는 최대 7계층에서도 목격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강한 압력과 열을 받아 석탄이 다이아몬드가 되듯이 블루메탈왕쥐도 강한 스트레스와 생존욕구를 극복하면 승급에 성공한다.

    내심 섬에서 노리고 있던 것이 바로 그것!

     

    ‘천 마리만 모아다가 합체시키고 펫으로 길러서 승급하면 배를 가르려고 했는데!’

     

    신정산의 7계층까지 올라가야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은 사실상 아카데미 고학년이 되기 이전에 입수할 방법이 없다시피 하다.

    고작 1년차에 초희귀소재를 얻을 수 있다고 기뻐했는데 그 기회를 눈앞에서 뺏겼다.

    그 쥐들이 실시간으로 얼어 죽어나가고 있다.

    레어메탈로 이루어진 몸체이기에 어지간해서는 죽을 일이 없는 광물쥐들이 죽을 정도로 혹독한 빙결마나가 생체마나를 모조리 동결시킨 탓이다.

    피가 흐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듯이 마나가 흐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몬스터는 없다.

     

    “씨이. 누구야! 누가 우리 귀여운 쥐들을 다 죽인 거냐고!”

    “…아가씨. 블루메탈쥐는 사람도 뭅니다.”

    “저는 강하니까 괜찮았는걸요!”

    “어찌 되었든 침략자가 나타났습니다. 함께 마중을 나가러 가시겠습니까?”

     

    조나의 반응은 오히려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같이 가도 돼요?”

    “왜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경매가 진행되는 도중에 진행감독관은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잖아요.”

     

    여름방학 희귀이벤트 <무인도경매>.

    바다관련 이벤트에서 무작위로 등장하는 출현율 9.9%의 경매이벤트.

    특별한 ‘소문’과 ‘자격’을 얻어야만 탑승할 수 있는 배에서만 이용 가능한 이 이벤트는 경매진행 도중 본인의 포기 하에 크루즈선으로 복귀할 수는 있지만 다른 이의 습격으로부터 주최진들이 도와주는 일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원작게임에서는 그저 운 좋게 일어나는 이벤트가 실제로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기는 했다.

    그래도 이는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을 뿐, 게임 속 주최진과 현실의 주최진이 다르지 않다면 원칙도 변하지 않을 텐데.

    어째서 조나는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걸까?

     

    “제가 아가씨의 집사이기 때문입니다.”

    “재단에서 붙여준 집사여도요?”

     

    호감도 100.

    절대로 내려가지 않는 신뢰의 증표.

    아무리 굳건한 신뢰조차 실제로는 변할 수 있는 현실세계여도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

    집사는 눈을 마주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집사란 고용관계로 탄생하는 것. 지금의 제게 빚을 지우고 봉급을 지불하는 곳은 재단입니다. 하지만.”

     

    조나 와이히엠하이라는 남자는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었다.

     

    “언젠가는 아가씨가 고용승계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는 아가씨를 지킬 것입니다.”

    “재단에서 허용하지 않으면요?”

    “편법이 있습니다. 영민하신 아가씨가 직접 만들어주신 기회이죠.”

     

    조나는 내 주머니에서 어떤 물건을 꺼냈다.

    9만 승선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애물단지.

    [일회용 자객간파서비스]라고 적힌 물건이었다.

     

    “적은 무인도경매장을 습격했습니다. 재단에서 자객을 간파하기 전에 아가씨가 먼저 자객이 올 것을 예상하고 이를 구매했으니, 이는 재단의 서비스가 아가씨의 능력보다 선행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보통은 제단이 제공하는 상품이 의도된 가치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상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돌려드립니다. 이 경우에는…”

     

    재단의 눈이 서슬 퍼렇게 번뜩였다.

     

    “일회용 자객격퇴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층간소음격퇴서비스를 해주시는 분에게는 테디베어가 연참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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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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