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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4

       

       

       

       

       

       294화. 각성 ( 3 )

       

       

       

       

       

       전열에 선다. 다른 이의 앞을 지키며, 등을 전우에게 맡긴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짧고 간단했다.

       

       ‘내 뒤를 따라오라.’

       

       내가 그대들을 지키리라.

       

       방패를 들고 다른 이의 앞에 선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피를 많이 흘리지.’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스칼도 이를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피를 흘리면 그의 전우가 흘릴 피가 줄어든다.

       그가 상처를 입으면 전우의 상처가 하나 줄어든 것이다.

       

       누군가를 대신하여 방패를 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이의 피를 대신 흘리고, 상처를 입으며, 가장 앞에서 길을 만든다는 것.

       

       이스칼은 그가 방패를 든다는 것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없다.

       

       전우를, 등 뒤의 이를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

       

       우렁찬 크라켄의 외침이 사방을 쩌릿하게 울린다. 격노에 찬 움직임.

       처참하게 너덜거리는 촉수 네 개가 사방을 휘젓는다.

       

       ‘한스 경이 다리 네 개를 찢어놓았나.’

       

       이스칼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도망친다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칠 수 없다.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의 등 뒤에 지킬 이가 아직 남아있기에, 이스칼은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가장 앞에서 길을 열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쐐애애액-!

       

       크라켄의 촉수가 이스칼을 노리며 쇄도했다. 앞선 한스의 공격으로 너덜해졌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일격이다.

       정면에서 받는다면 팔이 부러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

       

       ‘흘린다…!’

       

       매서운 일격.

       허나 흘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스칼이 눈을 부릅뜨며 크라켄의 촉수를 노려봤다. 네 방향에서 덮쳐오는 촉수가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콰앙-!

       

       팔뚝의 방패에 와 닿는 크라켄의 촉수. 강대한 힘이 방패를 타고 이스칼의 팔을 뒤흔들었다.

       

       손목을 비틀고, 어깨를 내리고, 허리를 젖힌다.

       그리하여 받아낸 힘은 몸을 타고 흘러 땅으로 향한다.

       

       이것은 누가 그에게 알려준 적 없는, 오롯하게 이스칼 본인이 깨달은 방패의 묘리였다.

       

       ‘다음은 허리…!’

       

       외쪽 허리, 오른쪽 어깨, 왼쪽 발목.

       

       연달아 이어지는 크라켄의 공격이 눈을 어지럽힌다.

       

       집중한다.

       눈앞의 적에게 집중하고, 쏟아지는 일격과 힘의 흐름에 집중한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공격을 정신없이 흘리고 받아내고, 또 흘린다.

       

       콰직-!

       

       비어있는 손으로 단검을 휘두르며 크라켄의 촉수를 향해 휘둘렀지만, 녀석은 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하는 녀석이 아니었다.

       

       단검이 닿을 듯싶으면 교묘하게 촉수를 움직여 거리를 벌렸다.

       

       ‘신성력은…!’

       

       방패에 얇게 둘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사용한다. 아무리 아껴도 부족한 신성력이다. 크라켄은 신성력에 직접 닿는 것을 꺼리는지 방패에 신성력을 두르면 묘하게 움찔거렸다.

       

       《────!!!》

       

       크라켄의 괴성이 심해를 뒤흔든다. 쓰러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이스칼이 짜증난 것일까.

       

       뿌득ㅡ

       

       살벌한 파육음.

       팔이 부러졌다.

       

       “…”

       

       이스칼은 묵묵히, 그리고 재빠르게 팔뚝의 방패를 반대 손으로 옮겼다.

       아직 그에게는 한쪽 손이 남아있었다.

       

       대신 유일한 공격 수단인 단검을 포기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계속 버틸 수는 없다…’

       

       크라켄의 공격을 정신없이 받아내며 이스칼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피를 토하며 쓰러진 한스, 분노한 크라켄, 방패를 쓰지 못하는 자신.

       

       오래 버티면 버틸수록 이스칼의 승률은 낮아질 뿐. 기회를 봐서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콰쾅-! 쿵, 콰앙-!

       

       팔뚝의 방패에 쩍, 금이 간다. 지금까지 버틴 것이 용할 지경이다.

       이스칼은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에게 이 팔뚝의 방패는 유일한 무기이자 방어수단이었다.

       

       마치 눈앞의 상대와 칼날 위에서 한바탕 춤을 추는 듯싶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서로의 목숨을 건 죽음의 춤이다.

       

       입에서 단내가 풍기며 몸이 천근처럼 무거워진다. 시간 감각이 흐릿해졌다.

       이스칼의 의식이 점점 몽롱한 무의식의 저편으로 노닐었다.

       

       도대체 자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고 있었을까? 하루? 이틀? 어쩌면 십 분이 안 지났을 수도 있다.

       

       “커헉ㅡ!”

       

       옆구리에 일격을 허용했다. 이스칼이 짙은 피를 토하며 옆으로 길게 날아갔다.

       

       《────!!!》

       

       승리를 확신한 크라켄이 괴성을 내질렀다. 쩌렁한 외침이 심해에 파문을 그리며 퍼져간다.

       패자의 시체 위에 올라선 폭군의 외침이었다.

       

       “…커, 커헉…”

       

       입에서 검은 핏물이 주륵 흘러내린다. 이스칼이 떨리는 팔을 움직여 필사적으로 몸을 이끌었다.

       

       몽롱한 시선 너머로 쓰러진 한스와 크라켄이 보인다.

       

       우습게도.

       정말 우습게도.

       

       그리고 비참하게도.

       

       쓰러진 한스를 보며 든 생각은, ‘도망치고 싶다-’는 비겁하고도 추악한 도피였다.

       이스칼은, 언제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은 한스가 부러웠다. 그리고, 다른 사도들이 부러웠다.

       

       질척한 감정이 들끓으며 이스칼의 가슴을 기어올랐다. 끈적이는 것들이 발밑부터 덮어 오르며 다리를 타고 기어오른다.

       

       이스칼은 그제야 직면할 수 있었다. 그가 방패를 들며 애써 외면했던, 그 모든 추악하고 부끄러운 감정들을 낯낯하게.

       

       ‘나는ㅡ’

       

       빛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누구보다 밝은 빛 아래에서 화려하게 뽐내며 환호를 받는 사람이고 싶었다.

       

       허나.

       그에게 주어진 방패는 빛나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걷는다는 것은 진창을 파헤치며 걷는다는 것이었고, 그의 활약은 화려한 무대의 뒷편에서.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 나는…’

       

       부러웠다.

       

       피를 흘리고, 상처 입는 자신보다.

       언제나 눈부시게 빛나는 모든 이들이 부러웠다.

       

       그래.

       이스칼은 언제나, 그리고 항상.

       빛나는 이들이 부러웠다.

       

       묵묵히 앞에서 걸으며 흙투성이가 되고, 피와 눈물을 흘리며 상처 입을 자신의 뒤에서.

       언제나 활약을 뽐내며 화려하게 빛나는 이들이.

       

       꽈앙-!

       

       거대한 충격이 이스칼의 몸을 뒤흔들었다. 몸 안의 모든 창자가 뒤틀리며 자리를 벗어나는 듯한 착각.

       이스칼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끄, 커억…”

       

       무릎이 꺾일지언정, 이스칼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눈앞의 적을 바라봤다.

       

       언제나 동경했다.

       빛나는 이들을. 재능을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이들을.

       

       자신의 등 뒤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저마다의 빛을 뽐내는 사람들이.

       

       ‘나, 나는…’

       

       그저 앞에서 버틸 뿐.

       

       그것만이 이스칼에게 허락된 것이었다.

       

       버티고,

       또 버티고.

       

       ‘…그렇게 계속 버티면… 그 다음에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자아가 몽롱하게 취하여 어딘가의 경계를 한껏 부유하며 떠올랐을 때.

       

       이스칼은 거대한 벽을 볼 수 있었다.

       

       단단하고 하늘 끝까지 닿을 듯 높게 솟은 벽.

       대번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게 내가 마주한 벽인가…’

       

       손바닥을 마주하면 아주 차갑고 단단했다. 도무지 넘을 도리가 없어 보였고, 부서지지 않을 듯 단단했다.

       

       ‘…나의 한계인가…’

       

       이스칼은 스스로의 부끄러운 질투를 계속해서 모른 척했다.

       

       ‘부러웠다.’

       

       그리고 원망했다.

       자신에게 방패만을 허락한 신을.

       

       어찌하여, 나에게 빛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은 것일까.

       

       쿵! 쿵! 쿵!

       

       단단한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횟수조차 잊을 정도로.

       피가 자욱하게 묻어난 벽이 붉은 반점을 그렸다.

       

       문득 이스칼은 정신이 몽롱하다고 느꼈다. 피를 너무 흘린 까닭이다. 사방이 몽롱하여 의식이 어지럽고 만물이 휘청거린다.

       

       ‘나, 나는…’

       

       왜 방패를 들었어야 했을까.

       왜 저들처럼 빛나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을까.

       

       방패는, 모든 이의 앞에 선다는 것.

       

       모든 오물과 상처를 먼저 감내한다는 것, 그리고 견딘다는 것.

       그것은 이스칼에게 너무나 견디기 힘든 괴로움이었다.

       

       《나의 방패야, 단 한 번의 걸음을 걷는 이야.》

       

       “!”

       

       몽롱하게 허공을 노니는 의식의 경계에서, 우렁차게 들려온 단 하나의 목소리.

       이스칼의 모든 신경이 곤두서며 목소리에 집중했다.

       

        몇 번이고 들었던 목소리다. 세상천지 만물이 동시에 외치는 듯한 아찔한 외침.

       어찌 이를 헷갈릴까.

       

       《너는 흙먼지를 가장 먼저 뒤집어쓰는 이요, 가장 앞에서 피 흘리는 사람이다.》

       

       “…어, 어찌 저에게 그리 가혹한 말씀을 하십니까!”

       

       모두 알고 계셨다.

       자신의 추악한 욕망과, 조잡한 질투를.

       

       가장 먼저 터져오른 감정은, 원망이었다.

       

       모두 알고 계셨다. 신께서는 자신의 얄팍한 질투와 욕망을 모두 알고 계셨다. 그럼에도 어찌 자신에게 오물과 상처를 뒤집어쓰는 방패는 주셨음인가.

       

       《이스칼, 이스칼, 나의 방패 이스칼이여. 그대는 흙이 묻은 진주요, 어둡게 반짝이는 달빛이다.》

       

       “…”

       

       알 수 없었다. 이스칼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활화산처럼 터져오르는 원망이 그의 눈을 가렸다.

       

       《너의 상처로 말미암아 다른 이가 피를 덜 흘릴 것이요, 너의 피로 하여금 다른 이의 눈물이 덜 흐를 것이니. 이 어찌 영광된 일이 아니겠느냐?》

       

       “저는ㅡ! 저는 다른 이들처럼 영광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들처럼 환호와 찬사 속에서 빛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타인의 환호를 갈구했다.

       이야기 속의 기사를 동경하며 화려한 빛을 받고자 하였다.

       

       앞에서 비참하게 피 흘리며 먼지를 뒤집어쓰는 것이 아니라!

       

       《누가 감히 그대에게 빛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예?”

       

       《그대여, 나의 방패여. 누가 감히 그대에게 침을 뱉고 모욕하였는가. 누가 감히 그대의 헌신과 노고에 모욕과 비웃음을 보냈는가?》

       

       “…”

       

       없다.

       아무도 그에게 비웃음을 보낸 적이 없었다.

       

       “…아.”

       

       오로지 자신이, 스스로에게 비웃었을 뿐.

       

       침을 뱉고 모욕어린 말을 뱉으며, 스스로를 몰아세운 것은 오로지 이스칼, 그 자신이었다.

       

       우습게도 이스칼은 그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비참하게 몰아세운 것도, 비웃으며 침을 뱉은 것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좌절에 빠진 것도.

       모두 그 스스로 만든 족쇄였다는 것을.

       

       《그대여. 그대는 방패다. 그 누구보다 흙투성이가 되어라! 그것이 그대의 영광을 상징할지어니!》

       

       쩍ㅡ

       

       《그대의 걸음은 등 뒤의 모든 이들의 걸음을 대신할 것이요, 그대의 상처는 모든 이들의 상처를 대신할 것이니. 이스칼, 나의 방패여. 전진하라, 또 전진하라!》

       

       쩌적ㅡ

       

       벽에 금이 간다.

       굳건하게 이스칼의 앞을 가로막던 벽에 커다란 금이 가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우습게도, 정말 우습게도.

       그토록 고대하던 벽을 넘어서던 순간이었음에도 이스칼은 기쁘지 않았다.

       

       ‘부끄럽구나…’

       

       다른 이와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던 자신에게.

       스스로를 옭아매며 타인을 향해 질투하던 스스로에게.

       

       쩌저저적ㅡ!

       

       의식의 저편에 서 있는 벽이 무너진다. 벽 너머에는 눈부신 빛이 가득했다.

       이스칼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벽 너머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철그럭.

       

       “…”

       

       문득 내려다본 손에는, 묵직한 방패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고고하게도 고개를 들며 그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던, 거대한 양손 방패다.

       

       “너도 참 오래 기다렸구나.”

       

       못난 주인을 만난 방패의 고생이 크다.

       

       이스칼은 잠시 방패를 쓰다듬다가. 성큼, 크게 한 걸음 걸었다.

       그는 분명 홀로 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등 뒤에서 무수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 하하.”

       

       환한 빛이 퍼지며 시야를 가득 덮었다.

       

       그리고ㅡ

       

       《────!!!》

       

       괴성을 토하는 크라켄의 동공이 이스칼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커, 크읍…”

       

       엄습해오는 고통이 정신을 일깨운다. 모든 것은 그저 한낱 꿈에 불과했음일까?

       

       “크헉… 하, 하하ㅡ! 커읍ㅡ!”

       

       그럴 리가.

       

       그의 손에는, 양 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방패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간 무게에 버거워 감히 들 수  없었던 방패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게 들렸다.

       

       “이것이…”

       

       그의 의무, 사명, 운명, 긍지.

       그리고 등 뒤의 모든 이를 대신할 그의 영광.

       

       상처는 곧 영광이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것은 그의 영광이었다.

       

       “하하하…”

       

       이스칼의 웃음이 물결을 타고 심해에 퍼졌다.

       

       그는 깨달았다.

       분노, 좌절, 질투, 모욕, 혐오, 굴복, 절망이 그 모든 것이.

       

       스스로를 향해 만든 족쇄와 칼날이라는 것을. 자신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그 모든 것들을 떨치고 벽을 부술 수 있었다는 것을.

       

       꽈앙-!

       

       천지가 개벽하는 착각마저 드는 굉음이 울린다. 매섭게 날아오던 크라케의 촉수가 맥없이 튕겨 나와 허공을 갈랐다.

       

       “…나, 수호자 이스칼.”

       

       방패를 받은 그의 이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앞에 서는 자였다.

       

       “기필코.”

       

       방패여 나의 영광이 되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용왕의 팔 디버프(자아가 비대해짐)이라니… 중2병이 중2에 오는 것도 축복이라는 말이 있죠…!! 늦은 나이에 찾아온 중2병만큼 보는 이를 괴롭게 하는 것도 드물 것 입니다…!!! 그리고, 이스칼…!! 너는 가자미다…!! 가자미가 되라, 이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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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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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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