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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4

       *** ***

         

       “흐으음…”

         

       당소열은 일행들이 수련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일예와 혁기린은 점창파의 사일검법을 갈고 닦고 있었으며 흑묘는 경을 섬세하게 다루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당도연 역시 열심히 채찍을 휘두르며 편술을 연마하고 있었고.

         

       반상 위에서 빈둥거리던 당소열은 반상 위에서 데굴데굴 몸을 굴려 볼 수 있는 방향을 바꾸었다. 목침으로 머리를 괸 당소열은 누운 자세 그대로 연초를 말았다.

         

       당소열이 바라보는 방향에서는 호천안의 수련이 한창이었다.

         

       “끄으윽!”

         

       평행대 위를 걷는 호천안의 어깨에는 긴 작대기에 걸린 물동이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물이 가득 차 있는 물동이는 호천안의 작은 움직임에도 물이 출렁이는 것이 꽤나 위태로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비좁은 평행대 위를 지나가던 호천안의 중심이 흔들렸고 미세한 움직임 그대로 물이 흐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쉬이익!

         

       딱!

         

       “아악!”

         

       호천안의 물동이에서 물이 새자마자 곧바로 날아가는 나뭇조각. 나뭇조각을 날린 불명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물 한 방울 흘릴 때마다 딱밤이라고 말했거늘, 하는 꼴을 보아하니 딱밤을 잔뜩 먹을 것 같으니 네 점심은 차릴 필요가 없겠구나.”

         

       “아악! 사조! 먹을 거 가지고 치사하게 그러십니까!”

         

       “치사? 허허, 사손님께서 사조님께 못 하는 말이 없으시구려.”

         

       따악!

         

       딱밤의 충격에도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던 호천안이 추가 딱밤에 휘청이고 말았다. 연신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균형을 회복해보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몸이 흔들리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촤악. 촤아악!

         

       몸을 흔들며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좌우 물동이에서는 연신 물이 흘러 내렸으니.

         

       따다다닥!

         

       호천안의 이마에서 연신 불똥이 튀었다. 충격으로 또 균형이 흔들리고 그로 인해 물이 쏟아지고 또 딱밤을 맞는 악순환의 완성. 그 모습을 보며 당소열은 피식 웃었다.

         

       “으아아아아아!!”

         

       호천안이 이를 악물고 평행대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불가능하니 그냥 달려서라도 평행대 위에서 내려오겠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호천안을 행동을 보고만 있을 불명이 아니었다.

         

       “이놈이 하라는 수련은 안하고 또 꼼수를 부리는구나.”

         

       따아아아악!!

         

       길고 강력한 청명한 소리와 함께 호천안의 이마가 젖혀졌다. 그로 인해 중심을 잃은 호천안은 온 몸을 비틀다가 결국에는 평행대 위에서 떨어지고 말았으니 떨어질 때 물동이들이 화려하게 엎어지며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물에 흠뻑 젖은 채 대자로 뻗은 호천안.

         

       “오후 수련에도 물을 사용할 것이니 물독에 물을 가득 채워 놓거라. 물론 밥때를 못 맞추면 못 먹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으아아악!”

         

       호천안이 벌떡 일어나 물지게를 지고 동굴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때아닌 소란에 이쪽을 바라보면 흑묘는 쓴웃음을 지었다.

         

       불명 어르신의 요리는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진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런 밥을 놓치고 차가운 주먹밥이나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은 호천안이 이 폐관 수련 중에서 누릴 수 있는 낙을 하나 놓치는 셈이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수련으로 파김치가 된 호천안의 다리로는 제시간에 항아리를 다 채우기는 힘든 일이었다.

         

       호천안은 나름대로 열심히 물지게를 지고 물을 퍼다 날랐지만, 물독에 물을 가득 채우기도 전에 이미 점심상은 식후의 잔해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으아아악!”

         

       아까와는 다르게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며 다시 물을 채우기 위해 동굴을 나서는 호천안. 그 모습을 보며 불명과 당소열은 낄낄거렸고 당도연과 흑묘 그리고 여일에는 쓴웃음을 지었다.

         

       동굴 바깥으로 달려나가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보며 혁기린이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저…어르신.”

         

       혁기린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으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그것이…어르신의 지도 방식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아니나…호 낭인님을 저리 몰아붙이는 연유가 궁금합니다.”

         

       “흐음…혹여 내가 그냥 저 녀석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느냐?”

         

       혁기린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불명이 호천안을 제외한 일행을 퍽 귀여워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질문이 선을 넘은 것은 아닐까 살짝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혁기린은 식사를 다 먹자마자 벌렁 드러누운 당소열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저런 당소열도 봐주고 있으니 이 정도 솔직함은 괜찮겠지.

         

       “어르신의 깊은 뜻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제 눈에는 그리 보입니다.”

         

       “오, 정확히 보았구나.”

         

       불명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냥 괴롭히고 있다는 뜻이다.”

         

       불명은 혼란에 빠진 혁기린의 얼굴을 보면서 혁기린에게 당과 하나를 내 주었다. 혁기린은 혼란에 빠진 얼굴로 당과를 받아들어 입에 물었다.

         

       불명이 만든 수제 당과는 아무튼 천상의 맛이었으니까.

         

       그렇게 당과를 오물거리는 혁기린을 보며 불명은 운을 띄웠다.

         

       “이 세상에 쉬운 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

         

       “어려운 질문이군요.”

         

       모두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민에 빠졌을 때 오직 당소열만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있습니다.”

         

       “그렇다. 세상에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니 그중 굴곡이 없고 넓어 지나가기 편한 길이 있기 마련이지.”

         

       불명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나 뭐 세상일이 원하는 대로만 풀리더냐.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풀 수 없으니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 역시 그러하다.”

         

       모두는 조용히 불명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사람은 아주 굴곡이 심한 길을 마주하기도 한다.”

         

       벽(壁).

         

       일행은 불명의 말을 들으며 그 단어를 떠올렸다.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재주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면, 그리고 이런저런 천운까지 받쳐 준다면 벽을 마주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럴 수 있지. 평범한 삶을 산다면 충분히 편한 길만을 선택해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불명은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무인으로 살아가는 자는 그럴 수 없다.”

         

       모두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무리(武理).

         

       일류의 이후, 경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주하는 장벽.

         

       “스승도 사문도, 심지어 영약이나 종사의 심득마저도 그저 돕기만 할 뿐. 본인의 길은 본인이 걸어야 하는 법이다.”

         

       “…예.”

         

       “무인의 길이란 언덕을 넘으면 산이 나오고 산을 넘으면 절벽이 나오는 법이다. 언덕이야 마차나 말이나 타고 넘을 수 있겠지. 그러나 가파른 산이나 절벽도 마차를 타고 넘을 수 있을까?”

         

       불명은 고개를 저었다.

         

       “평생을 마차나 타고 다니던 샌님이 무슨 체력으로 산의 정상에 오르고 절벽을 기어오를 수 있겠느냐? 그저 거기에 멈춰 설 뿐이지. 부지런히 땀 흘려 산을 타고, 고통을 참아가며 근육을 기른 자만이 절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법이다.”

         

       불명이 혀를 차며 물동이를 지고 들어오는 호천안을 보며 혀를 찼다.

         

       “저놈의 얼굴 좀 보거라. 얼굴이 빤드르르한 것이 아주 편한 길만 골라와서 정신상태가 말랑말랑한 것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느냐?”

         

       “음…”

         

       일행은 잠시 침묵했다. 불명의 말뜻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은 푸석하고 눈 밑이 검고 눈빛이 퀭해진 호천안이 후들거리며 짐을 지고 있는 모습은 뺀질이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니 고난과 역경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내가 고난과 역경이 되어 줘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껄껄 웃는 불명을 보며 일행은 생각했다.

         

       이유는 제법 멋지게 말했지만 결국 호천안을 갈구는 이유는 불명 본인이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놈아! 식사 시간은 끝났으니 부엌에 가서 남은 찬밥이나 먹거라!”

         

       “아아아아악!”

         

       “하하하하!”

         

       시원스레 웃음을 터트리는 불명을 보면서 일행은 의심에 확신을 가지고 쓴웃음을 지었다.

         

       *** ***

         

       ‘이젠 못 참아!’

         

       호천안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악질 조사에 대한 호천안의 분노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뒤였다. 수련 도중에 쏟아지는 갈굼과 딱밤 세례는 참을 수 있었다.

         

       결국 호천안 역시 무공 수련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피튀 체조 팔번!”

         

       “아아악!!”

         

       “십일번!”

         

       “아아아악!!”

         

       그러니 피튀체조의 팔번과 십일번만 번갈아 시키는 악질적인 행태도 참아 줄 수 있었다.

         

       “허허, 아가들은 편히 쉬고 있거라. 잡일은 저놈 쉬는 시간에 시키면 되지.”

         

       “하오나…”

         

       “들어가 쉬래도. 허허.”

         

       쉬는 시간에도 온갖 잡일을 시키는 것조차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호천안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보글보글, 치이익, 촤아아아악!

         

       바로 불명의 요리였다.

         

       맛깔나는 음식 만드는 소리! 하루종일 영양을 소비했기에 민감해진 후각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향긋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맛있는 냄새! 그리고 눈으로만 봐도 맛을 짐작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자태의 요리!

         

       호천안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매일같이 천상의 맛을 만끽했지만, 정작 호천안은 진법이 펼쳐진 이래 단 한번도 불명의 요리를 먹지 못했다.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듣고, 눈으로도 보았지만 결국에는 그 맛있는 요리들을 단 한번도 입안에 넣어보지 못한 호천안. 호천안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퍽퍽한 보존식과 싸늘한 찬밥뿐이었으니.

         

       “이젠 못 참아!”

         

       결국 호천안이 들고 일어났다.

         

       따악!

         

       물론 들고 일어나자마자 이기딱밤을 얻어맞고는 바닥을 구르는 신세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놈이 찬밥이라도 남겨 주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지! 내일부터는 쫄쫄 굶고 싶으냐!”

         

       “아악! 진짜! 저도 밥 좀 먹고 삽시다!”

         

       일행은 슬쩍 불명의 눈치를 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 불명의 의도는 알겠지만 결국 호천안을 괴롭히는 것도 사실이었고, 호천안만 쏙 빼놓고 식사를 하는 것도 늘 마음에 걸렸기에 일행은 이번 기회에 호천안도 밥상에 앉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허허, 이놈이 제대로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나?”

         

       일행끼리 나름대로 시선 교환을 하며 입을 열 시기를 가늠하고 있을 때, 불명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런 불명을 보며 호천안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내기!”

         

       “내기?”

         

       “사조! 저랑 야바위 한판 하시죠!”

         

       ‘선배…’

         

       매일 찬밥이나 먹는 호천안이 불쌍해 도와주려 했던 흑묘의 시선이 뜨뜻미지근해졌다. 비단 시선이 미묘해진 것은 흑묘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조한테 도박을 거시다니요.’

         

       불명이 혹독하게 호천안을 굴린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래도 사조에게 내기를 권하다니 이게 과연 도의적으로 맞는 일일까.

         

       불명에게 집중하고 있던 호천안은 일행들이 미묘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했다.

         

       “이기시면 앞으로 군말 안 하고 찬밥이나 먹겠습니다! 대신 지시면 제대로 밥상 한번 차려주시지요!”

         

       불명은 태연하게 귀를 파며 대꾸했다.

         

       “내가 왜?”

         

       호천안은 그런 불명의 시큰둥한 반응에 결국…침을 꿀꺽 삼키고 금기의 단어를 꺼내고야 말았으니.

         

       “혹시 겁먹으셨습니까?”

         

       ‘그 발언’에 일행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렸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눈만 또르르 굴려 불명을 바라보았다.

         

       귀를 파던 자세 그대로 굳은 불명!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그러더니 돌연 긴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누가 들어도 단전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듯한 웃음!

         

       “허허허허, 이것 참…허허허허…”

         

       불명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기를 움직였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돌멩이 파편이 깎여나가더니 육각형의 주사위가 되었고 집안에 있던 책상 하나와 잔 세 개가 둥실 떠올라 호천안과 불명 사이에 쾅! 떨어지면서 판을 만들었다.

         

       “그래. 어디 한번 붙어 보자꾸나.”

         

       사조와 사손, 사손과 사조간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조! 듀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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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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