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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4

       좆 됐다. 나는 완전히 좆 됐다. 그것이 당소일이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처음 화령이 머물었던 성을 습격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자신을 죽어라 굴리던 이에게 드디어 한 방 먹일 수 있단 사실에 환호했었지.

       

       허나 그 복수를 끝낸 후 뇌리를 사로잡았던 호르몬이 가라앉았을 무렵부터는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의 후환이 두려워진 것이다. 화령이라는 사람은 자신을 향한 위협을 웃어넘길 사람이 아니었다.

       

       화령은 속이 좁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관대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무기를 휘두른 사람을 용서하기보다는 무기를 휘두른 팔을 잘라내어 다시는 자길 공격할 엄두를 못 내게 만들 인간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화령이 복수를 위하여 그가 있는 장소로 오고 있었다.

       

       “아니 저 분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필드 보스를 테이밍해서 그 능력을 이용해 추적한 건 그렇다 치고 지하도를 박살내는 건 대체.”

       “역시 화령님인가.”

       “그런 이야기 할 때냐?! 별뚝 이 등신아?!”

       

       지하도가 박살남에 따라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당소일 팀원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갈렸다.

       

       한 쪽은 화령이라는 괴물의 특이성을 자신의 몸으로 마주하고 있단 사실에 경탄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그 특이성의 복수심이 향하는 곳이 자신들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많으냐하면 당연히 후자 쪽이 많았다.

       

       맨 손으로 산을 박살내고, 거인의 머리를 삭제시키고, 하늘을 가르고, 용을 떨어트리는 치트 캐릭이 복수를 위해 오는 데 어찌 침착할 수 있겠는가.

       

       특히 화령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당소일의 경우엔 경악의 정도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 방 안의 정경을 둘러보던 별뚝이 박수를 쳐서 시선을 끌어 모았다.

       

       “다들 진정해요. 게임이잖아요?”

       “게임이라고요?!”

       

       후일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상상하던 당소일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자 방 안의 사람들이 하나 둘 웃음을 터트렸다.

       

       “당소일님은 빼더라도 다른 분들은 괜찮잖아요?”

       “저는 왜 빼는데요?! 저도 같은 팀이잖아요!”

       “유령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하고 일단 아직 은신 마법은 작동 중이잖아요? 여기까지 오더라도 화령님이 저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들의 믿는 구석은 아직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별뚝이 상기시키자 팀원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조금은 멎어들었다.

       

       여전히 당소일이 무어라고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방 안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그의 명복을 빌어줄 뿐. 훗날 화령의 방송에 찾아가 보면 분명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구르는 당소일을 볼 수 있으리라.

       

       “설령 화령님이 저희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여러 재화를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저희 승리잖아요? 막말로 금화만 꿀꺽 삼킬 수 있으면 아무 문제없어요.”

       

       별뚝은 그리 말을 하면서 한 번 더 계획을 되짚었다.

       

       *

       

       무작정 바닥을 부수며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인의 기감에 따르면 이 텅 빈 공간에 저들이 머무르는 거처가 존재해야 할 터인데 어째서인지 본인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구나.

       

       “무언가 술수를 썼군.”

       

       옛 기억이 떠오르는 구나.

       

       한창 혈교주랑 개같은 술래잡기를 할 무렵에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었는데 말이야.

       

       녀석은 정면전으로 본인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는 나를 지치게 해서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작전을 짰더랬다.

       

       계속해서 근거지를 옮기며 본인에게서 도망치고, 여러 함정을 파두고 장난질을 치는 것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주고, 가끔 가다가 희망을 주는 체 하기도 하고.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아도 절로 짜증이 나는 군. 결국에 그 건방진 얼굴을 작살내 주는 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그 과정이 그리 유쾌하지는 못했으니 말이야.

       

       다음에 화룡무인의 세상에 들어갈 일이 생긴다면 혈교를 박살내며 돌아다니도록 할까. 도술의 수련도 겸하는 김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추적 안 함?]

       

       “할 필요 없다. 이 앞에 저들이 있으니.”

       

       – 뭔 소리여?

       – 아무것도 없잖아.

       – 화령님. 노친네 컨셉 잡더니 치매 컨셉까지…

       – 흑흑. 화령님 어떡해.

       

       사실을 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미친년 취급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저 녀석들은 정말로 본인을 믿지 못하여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아님 본인의 속을 긁고 싶어서 아무 말이나 주어 섬기는 것일까.

       

       “하아. 증거를 보여 주마.”

       

       어차피 이 세상에서 본인이 모르는 종류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마법일터.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마법을 지워버린다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겠지.

       

       마침 본인에게는 마법을 지울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니 증명해보이도록 하마.

       

       내기로 세상에 그림을 그리자 세상이 공백으로 물들었다가 다시 본래의 색으로 채워졌다.

       

       그 과정에서 마법을 구성하던 것들은 끊어져 제 자취를 잃어버렸으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감추어져있던 것이 눈앞에 드러났다.

       

       어느 방으로 향하는 문이 말이다.

       

       – ???

       – 캬.

       – 화령님 안 믿은 흑우 읎제?

       – 역시 화령이야!

       – 방금 치매라고 했던 놈 누구냐? 나가라!

       

       본인에게 치매니 뭐니 하던 녀석이 어느새 가면을 바꾸어 쓰고 다른 이를 타박하는 걸 보고 있자니 무어라 하기조차 귀찮아졌다.

       

       되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본 목적만을 처리하면 그만이지.

       

       그리 생각을 하고 문을 열려던 순간 저 안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척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비가 철저하구나.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본인을 공격한 것은 아니란 것인가.

       

       바란다면 당장에 저들을 잡아 죽이는 것은 어렵 잖은 일이다. 이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내달리는 저들과 본인 중에서 누가 더 빠를지는 당연하니까.

       

       허나 본인은 저들의 뒤를 쫓지 않았다. 본래는 그러려했다만 도주하는 저들의 기척을 느끼고 있자니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서 말이다.

       

       “아해들아. 지금 이 상황 말이다. 공포게임 속 한 장면 같지 않으냐?”

       

       본인은 과거 엔리와 함께 공포게임을 한 이후로 꽤 많은 공포 게임 방송을 구경해 보았다.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이 비명 지르는 걸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몇몇 공포 게임의 이야기에 공통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됐지.

       

       이상하게도 말이다. 공포게임에선 주인공이 협력자와 같이 있게 내버려두는 걸 선호하지 않더구나.

       

       옆에 동료가 있을 때에 공포심이 줄어든다 생각하기 때문일까. 시작부분에서 뿔뿔이 흩어지게 만드는 것을 선호하더군.

       

       그리고 지금 저들은 저 알아 미궁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는 도중이었다.

       

       이유는 뻔하다. 모두가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존자라도 남기기 위해서.

       

       어차피 이 곳에 남아 본인에게 저항을 한다 한들 박살날 것이 분명하니 정면에서 대적을 하는 걸 포기.

       

       그 대신에 본인의 거처에서 도둑질한 재물을 각자의 가방에 넣은 채 도주하는 것이다. 저들 중 몇 사람이 살아남는다면 모든 걸 빼앗기지는 않을 수 있을 테니까.

       

       – 딱 공겜 시작 장면이긴 한데.

       – 님 설마.

       – 그러고 보면 배경도 적절하네. 빛 없고, 길을 찾기 어려운 미로에, 뒤에서 쫓아오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까지.

       

       “어떠냐.”

       

       이 상황에서 본인이 공포게임의 보스 역할을 맡아 준다면 그 자체로 자그마한 게임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아아. 물론 평범한 공포게임과 다른 점이 하나는 있지.

       

       일반적인 공포게임은 그 끝에 유저가 탈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럴 일이 없거든.

       

       – 엌ㅋㅋㅋ

       – 이건 꿀잼이다.

       – 저 쪽 조졌네.

       

       – 화령악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생각해봤는데. 어지간한 공겜 보스보다 화령이 무섭지 않아?]

       

       – 그릉가?

       – 벽 부수고 추적 가능.

       – 인기척 감추는 것도 됨.

       – 속도도 빨라.

       – 쓰러트리는 것도 안 되지.

       – 운 좋게 죽여도 부활하고.

       – 살기로 공포 분위기 연출 가능.

       – ㅁㅊㅋㅋㅋㅋ

       

       – 신교취객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플레이어보다 보스 역할이 더 잘 어울리는 유저 1위. 화령.]

       

       “재밌을 것 같지 않으냐?”

       

       방송을 보는 이들의 반응은 대개 호평이었다.

       

       본인이건 다른 사람이건 간에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좋아하는 녀석들이니 좋아하리라 생각했다.

       

       본인도 똑같은 인간이라서 잘 알지. 암.

       

       열리지 않는 문을 박살내고 집 안으로 들어온 본인은 느긋이 안을 수색했다.

       

       아직 멀리로 도망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추적을 시작하면 금방 따라잡으니 말이다.

       

       저들에게도 도주할 시간을 주어야하지 않겠나. 그래야 가지고 노는 맛이 있지.

       

       어디 보자. 안에 남은 것은 어디서나 털어먹을 수 있는 자잘한 재료뿐이구나. 귀중품이나 금화 같은 것은 모두 다 들고서 날랐군.

       

       음? 이것은 담배인가.

       

       오랫동안 느긋이 피울 수 없어 선호하는 물건은 아니다만 곰방대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것도 나쁘지 않지.

       

       시청자들이 골초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무시하며 그를 입에 문 후 손가락 위에 불을 내어 그 끝에 불을 붙였다.

       

       “공포게임 같은 재미를 위해서는 어찌하면 좋을까.”

       

       본인이라 하여 사람에게 겁을 주는 방법을 모르지는 않는다마는 그는 대개 너무도 직접적인 것이어서 말이다.

       

       본인을 마주하자마자 겁에 질려 바닥을 기어 다니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는 공포게임으로써의 가치가 없지 않나.

       

       그리 이야기를 하자 시청자들이 하나 둘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 조언들을 끌어 모으면 대충 이러한 내용이겠구나.

       

       정체모를 은근한 공포에서 그것이 직접적인 공포로 뒤바뀐 후 간신히 도망쳤다는 희망을 얻었을 때에 그 목을 날려버리는 것.

       

       흐음. 재밌겠군.

       

       무척이나 재밌겠어.

       

       “자아. 그럼 어디 한 번 내기를 걸어보도록 할까? 저 도망자 중에서 몇 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참고로 본인이 추천하는 숫자는 0이니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냥…시작입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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