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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4

   사아아아아-

     

   버드나무가 흩날렸다.

     

   지하 공간 속, 불빛을 따라 버드나무가 흩날리는 광경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고혹적이었다.

   크라슈도 무심코 넋 놓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볼 정도였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버드나무 속 불온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기척의 정체는 분명 바이오렌의 힘이 분명했다.

     

   “바이오렌.”

     

   크라슈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바이오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오렌은 이내 버드나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이오렌이 버드나무 앞에 섰다.

   그녀는 자신의 양손을 버드나무를 향해 들어 올렸다.

     

   바이오렌이 힘을 되찾아 오고자 집중하듯 두 눈을 감았다.

     

   이제 곧 바이오렌은 자신의 본래 힘인 기문을 되찾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있던 크라슈가 문뜩 다른 생각이 들었다.

     

   구태여, 바이오렌이 기문을 짊어질 이유가 있을까?

     

   결계사가 바이오렌에게서 봉인시켜둔 힘은 세계 침식의 힘과 세계의 힘이 부딪치지 않게 만들어 주는 특성이다.

   익시온이 노리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것들이다.

     

   바이오렌은 결계술은 뛰어나지만, 무력에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익시온에게 노려진다면 십중팔구 당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바이오렌의 힘을 이쪽이 가져오는 게 낫지 않을까.

     

   “잠깐, 바이오렌…….”

     

   크라슈가 바이오렌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일그러진 공간이 보였다.

     

   새까맣게 일그러져 버린 그 공간을 마주한 그 순간 크라슈의 몸이 한순간에 멸화침식을 끌어 올렸다.

     

   탁-

     

   그가 바닥을 박찬 소리가 채 울리기도 전에 크라슈의 인영이 흩뜨려졌다.

     

   “꺅!”

     

   한순간에 바이오렌을 감싸 안은 크라슈가 몸을 크게 틀었다.

     

   촤악!

     

   그의 머리 위에 타원 형태의 거대한 차크람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끊어내며 스쳐 지나갔다.

   별빛이 담긴 푸른빛의 차크람.

     

   크라슈는 그것을 보자마자 이곳에 지금 나타난 이가 누군지 눈치챘다.

     

   ‘흑조.’

     

   어둠 속성 장귀종이자 익시온의 주요 멤버 중 하나.

     

   “어머, 피해?”

     

   일그러진 공간 너머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아슬한 곳만 가린 흑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이이이이잉!

     

   크라슈가 자세를 바로 할 틈도 없이 공중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차크람에서 뒤따른 광풍이 크라슈를 세차게 끌어 당겨왔다.

     

   자세를 바로 하지 못한 만큼 공중에 몸이 떴던 크라슈는 속수무책으로 차크람에 끌려갔다.

     

   ‘어딜.’

     

   그러나 고작 그 정도로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크라슈는 바이오렌을 잡은 상태 그대로 우뢰성을 뽑아 들더니 우뢰성을 검날도 만들지 않고, 힘껏 내던졌다.

     

   카가가강!

     

   그러자 우뢰성의 그립에 부딪힌 차크람이 뒤틀렸다.

   크라슈의 순수한 힘 자체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덕분에 차크람은 뒤틀린 자세 그대로 애꿎은 주변 벽을 토막 내놓았다.

     

   화르르르륵!

     

   그 순간 뒤늦게 날아온 아슬란의 화염 마법이 흑조에게 작렬했다.

   흑조는 날아드는 또 다른 차크람을 반원 형태로 만들더니 그대로 아슬란의 마법을 전부 휘날려 지워 버렸다.

     

   그러나 아슬란도 지금껏 허투루 마법을 배운 게 아니었다.

   흩뜨려지던 화염 마법은 이내 전류의 형태를 띠더니 흑조를 향해 폭발했다.

     

   마법이 갑자기 이단 변화를 할 줄 몰랐던 흑조는 즉시 차크람을 비틀었다.

   그러자 흑조에게 향하려던 전격 마법이 주위로 튕겨 나며 벽을 박살 내놓았다.

     

   콰광!

     

   흩날리는 연기 속에서 흑조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마법을 발동시킨 뒤에 거기서 한 번 더 발동했던 마법을 변환하는 기술.

   이건, 웬만한 어중이떠중이 마법사들은 해내지도 못하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고작 인간족 따위가.”

     

   재빠른 판단 덕분에 피해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당할 뻔했다는 것에 그녀는 짙은 분노를 드러냈다.

   종족 자긍심이 높은 장귀종 특성상 인간에게 수를 내줬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의 고개가 홱하니 돌아가며 손을 뻗었다.

   방금전에 크라슈에게 날렸던 차크람을 되돌아오게 하며 자신을 물러서게 만든 마법사를 죽여 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게 오판임을 깨닫는 건 그리 길지 않았다.

     

   슈욱!

     

   주변을 자욱하게 매웠던 연기의 틈.

   극한까지 우뢰성의 검날을 벼린 크라슈가 엑셀과 함께 그녀에게 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방금전에 검을 던졌을 텐데.

   모종의 수로 검을 되찾음은 물론 그 한순간에 흑조가 섬찟할 만큼 화력을 끌어낸 크라슈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자 그의 검 또한 짙은 붉은색으로 거세게 불타올랐다.

   천살성의 깊은 살의가 세계 침식의 힘을 폭주시킨 것이었다.

     

   그 순간 사계에 의해 크라슈의 세계 침식의 힘이 모조리 아우라로 뒤바뀌었다.

     

   화륵-

     

   압도적인 빛을 머금은 새하얀 불길의 검이 완성된 그 순간.

   크라슈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흑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사식(四式)

   멸화절야(滅火切夜)

     

   멸화절야가 흑조의 앞에 뻗어질 때 흑조 또한 차크람을 뻗어내었다.

   아까 전 다른 차크람보다도 별빛이 한껏 응축된 차크람이 새하얀 빛을 쏟아내며 크라슈의 검과 맞부딪쳤다.

     

   흑조는 당연히 크라슈의 검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흑조가 다루는 차크람은 별을 깎아 만들어낸 특수한 차크람, 무희(婺凞).

     

   그녀의 차크람은 같은 별의 무기가 아니라면 상대의 힘을 무력화 시킨다.

     

   즉, 그녀의 차크람 앞에서는 아무리 오러와 세계 침식, 설령 아우라의 힘을 끌어모은다 한들.

   그녀의 차크람에 닿은 즉시 제힘을 전부 잃게 된다.

     

   흑조는 이대로 그의 검날을 부숨은 물론 크라슈를 갈라 버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크라슈를 너무 얕보았다.

     

   크라슈의 검이 차크람에게 닿기 직전.

   크라슈의 검날이 대뜸 사라졌다.

     

   흑조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크라슈의 검과 부딪친다는 계산을 가정해 던진 차크람이다.

   그렇다 보니 공격 대상을 잃은 차크람은 한 발 먼저 크라슈를 향해 뻗어졌다.

     

   타이밍이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크라슈는 이를 처음부터 예상하였다.

   그러니 몸을 깊숙이 숙여 차크람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그가 바닥을 짓밟았다.

     

   콰앙!

     

   폭발적인 도약과 함께 크라슈가 흑조의 품 안에 들어왔다.

     

   검날을 다시 만들 틈은 없다.

     

   ‘그렇다면.’

     

   크라슈가 우뢰성을 놓았다.

   대신, 그가 오른 주먹에 새하얀 아우라의 힘을 전력으로 때려 담았다.

     

   ‘어떻게든 한 방 먹여주마.’

     

   크라슈의 주먹이 앞을 향해 내질러졌다.

     

   재룡락(災龍落)

   이식(二式)

   력(力)

     

   퍼걱!

     

   아우라로 한껏 강화된 크라슈의 주먹이 흑조의 배에 박혀 들어갔다.

   흑조의 몸이 기역 자로 꺾인 그 순간 크라슈의 다음 비기가 동시에 발동되었다.

     

   촌경(寸勁)

     

   첫 번째 타격 다음 두 번째 내부 타격.

   크라슈에게 그대로 타격을 허용한 흑조의 몸이 그대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앙!

     

   거센 소음과 함께 흑조가 벽에 박혀 들며 나뒹굴었다.

   흑조를 날린 크라슈는 숨을 몰아쉼과 함께 자기 주먹을 힐끗 보았다.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크라슈는 자신의 타격이 무언가에 막혔음을 눈치챘다.

     

   “하.”

     

   크라슈가 고개가 들어 올려진 순간 연기 사이로 흑조의 기막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연기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살짝 흩뜨려진 은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짙은 살기는 공간을 일그러지게 보일 정도였다.

     

   “인간 따위가 나한테 주먹을 내질러?”

   “흑조, 상대를 너무 얕봤어.”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귀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기억한 크라슈가 눈을 한껏 찌푸렸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기다란 키와 한쪽 눈만 보이는 가면을 눌러쓴 푸른 머리의 미녀가 서 있었다.

     

   크라슈는 그녀의 얼굴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지옥선녀.

     

   붉은 마녀 아벨라가 익시온에 심어둔 종.

   푸른빛이 감도는 커다란 구슬을 손에 쥔 그녀가 흑조의 옆에 섰다.

     

   “방금 거 위험했어.”

     

   크라슈는 방금전에 주먹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지옥선녀 때문임을 눈치챘다.

     

   평소, 인간족을 무조건 깔보는 흑조이기에 노린 비장의 한 수였는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크라슈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흑조에 이어 지옥선녀까지 나타났다.

     

   꽤나 고된 전투가 될 것 같았다.

     

   “내가 위험했다고?”

     

   그러는 사이, 흑조는 자기 몸 주위에 세 개의 차크람, 무희를 두른 채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나에게 위기는 없어.”

   “그렇겠지.”

     

   지옥선녀는 무표정하게 흑조의 말을 받았다.

   그 둘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크라슈가 입을 열었다.

     

   “밖에 패황님이 계셨을 텐데. 어떻게 들어왔지?”

     

   현재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패황 글라이시스 락테아다.

   세계 침식자를 모조리 척살해야 한다는 위험한 사상을 지닌 그녀다.

     

   당연히 한 명의 세계 침식자도 결계 안으로 들여보낼 생각이 없었을 터.

     

   “그 여자가 무슨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지옥 선녀는 침묵했지만, 나서기를 좋아하는 흑조는 크라슈를 비웃었다.

     

   “야수왕과 연마까지 붙으면 그 여자라도 꼼짝 못 해.”

     

   설마하니 그 두 명까지 나섰나.

   익시온에서 힘을 꽤 쓸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주요 멤버들이 전부 나설 줄은 몰랐다.

     

   ‘아무리 패황이라도.’

     

   그 둘이 동시에 전력으로 달라붙는다면 틈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고 해도 결계를 뚫고 오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건 본인이…….”

   “흑조, 그만해.”

     

   보다 못한 지옥선녀가 흑조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흑조는 와락 눈을 찌푸리더니 지옥선녀를 돌아보았다.

     

   “너 뭐해? 내가 말하고 있는데. 끊지 마.”

     

   그녀는 지옥선녀에게마저 짙은 분노를 드러냈다.

   자존심 드높은 그녀는 같은 익시온의 멤버라 한들 거슬리면 서슴없이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니 크라슈도 흑조가 갖춘 개인의 무력은 인정하나 그녀의 존재를 마냥 위험하게 보지 않았다.

     

   흑조에게 협조란 없으니까.

     

   지옥선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흑조를 조용히 타일렀다.

     

   “정보를 내줄 필요는 없어.”

   “그건 내가 정해. 다음부터 내 말 끊으면 네 입에 무희를 뱃속까지 박아 넣어 버릴 거니까. 끊지 마.”

     

   지옥선녀는 그 말에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크라슈는 지옥선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읽을 수 있었다.

     

   ‘성격 더러운 년.’

     

   그보다는 크라슈는 조금 전 흑조가 내뱉은 말을 곱씹었다.

     

   「그건 본인이…….」

     

   본인, 여기서 본인은 분명 결계사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즉, 결계사가 익시온에게 협력했다는 소리가 된다.

     

   ‘당했군.’

     

   크라슈는 깔끔하게 결계사가 당했다고 판정 내렸다.

   그녀가 당한 건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금 그녀를 걱정할 틈은 없었다.

     

   당장 여기가 더 급했다.

     

   “지금은 저놈들부터 죽일 거니까.”

     

   흑조의 차크람이 다시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크라슈는 이내 핏하니 웃음을 흘렸다.

   대뜸 웃음을 흘리는 크라슈를 보고, 흑조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뭐가 그리 웃기냐는 의미였다.

     

   “저놈들이라니. 왜 다수를 언급하냐?”

     

   크라슈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그것을 본 흑조가 뭔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크라슈의 뒤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크라슈의 뒤에는 조용히 마법을 준비 중인 아슬란과 그 뒤에 있는 바이오렌이 비쳤다.

     

   그때, 지옥선녀가 멈칫하였다.

     

   “……당했네.”

     

   흑조 또한 곧 지옥선녀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불어온 바람이 아슬란과 바이오렌의 인영을 흩뜨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잔상 마법이었다.

   그것도 마법을 다루는 것 같은 지옥선녀가 꿰뚫어 보지 못하도록 바이오렌의 결계술을 가미한 잔상 마법.

     

   이건, 크라슈와 아슬란, 바이오렌 세 사람이 처음부터 짜두었던 계획이었다.

   두 세계 침식자는 그 계획에 보기 좋게 걸렸다.

     

   “희생이라도 하려는 생각이야?”

     

   혼자 남다니 제정신이 아니라며 흑조가 기막힌 반응을 보였다.

     

   “너도 우리에게 노려지고 있다는 건 몰랐던 모양이네.”

     

   그러면서 흑조의 두 눈에 살벌한 살기가 일렁였다.

     

   “그 선택 후회하게 해줄게!”

     

   흑조의 차크람 무희 두 자루가 크라슈를 향해 다시금 맹렬히 날아왔다.

   무희에 담긴 힘은 주변을 모조리 초토화해버릴 만큼 거센 회전을 담고 있었다.

     

   무희의 특성상 정면에서 받아낼 수 없는 만큼.

   크라슈를 양쪽에서 조여드는 무희는 아찔한 일격이었다.

     

   동시에 지옥선녀는 텔레포트와 함께 둘을 쫓고자 크라슈를 지나치려 했다.

   이대로 흑조에게 크라슈를 맡겨두고, 바이오렌을 확보하려는 속셈이었다.

     

   콰직!

     

   하지만 그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흑조의 머리카락이 아주 잠시 흩날리며 그녀의 시야를 가리고 지나간 순간.

   흑조는 크라슈를 놓쳤다.

     

   “어.”

     

   애꿎은 허공을 가른 무희가 회전하는 사이, 바로 그 옆 폭력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쨍그랑!

     

   “거흑!”

     

   거기에는 텔레포트 마법을 발동시켰던 지옥선녀가 날아가고 있었다.

   사라졌던 크라슈의 일격에 당한 것이다.

     

   다행히 예비로 걸어두었던 방어 마법이 일격을 막아주긴 했으나.

   그 여파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한 만큼 그녀는 벽에 부딪히며 바닥을 굴러야 했다.

     

   크라슈의 움직임을 전혀 읽지 못한 흑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러는 사이, 흑조에게 뒷모습을 보인 크라슈의 입에서 새하얀 열기의 연기가 흘러나왔다.

   크라슈가 느릿하게 흑조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러자 흑조의 눈에 비친 것은 예전과는 다른 도마뱀의 것이었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여기저기 생겨난 백색의 비늘.

   거기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조그맣게 돋아난 뿔이 비치었다.

     

   그 모습은 인간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용왕족?”

     

   사전에 크라슈와 전투했던 무장공주를 통해 크라슈가 백룡의 힘을 얻었던 것은 들었다.

   하지만 저 모습은 백룡의 힘이 아니라 백룡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흑조의 두 눈이 당혹스러움을 담으며 커다랗게 떠졌다.

   인간이었던 이가 용왕족이 되어 나타났으니 당연했다.

     

   멸천화룡(滅天火龍)

     

   용왕족의 육체로 탈바꿈된 크라슈가 발동한 진정한 비기였다.

   흑조와 마주친 크라슈의 입에 살벌한 웃음이 그려졌다.

     

   “개소리하네.”

     

   크라슈가 바이오렌과 아슬란을 도망치게 만든 것은 바이오렌이 세계 침식자에게 노려지지 못하도록 한 것도 있으나.

   그와는 별개로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난.”

     

   순전히 지금 이 힘을 다루는 크라슈가 너무 강하니까.

   두 사람이 있으면 휘말릴 수 있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너네 두 명 다 조지려고 남은 거야.”

     

   함정에 빠진 게 누구인지 알려줄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ㅋㅋ디쪘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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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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