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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4

    <294 – 교수의 최후>

     

    아카데미를 입학한 이후,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실력도 무럭무럭 성장한 아가씨에게 이제 자신이 도움이 될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허무하게 떠나보낸 아가씨들과는 다른 의미로 자신의 품을 떠나는 오크노디.

    다행이라고 안도하면서도 마음 속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끼던 조나였다.

     

    -도와주세요!

     

    그런 자신에게 아가씨가 의지했다.

    솔직히 기뻤다.

    자신도 아직 아가씨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겠습니다. 견학에는 좋은 기회가 되겠군요. 리프, 에이프릴. 아가씨의 호위를.”

     

    조나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스르륵 나타난 리프와 에이프릴이 좌우로 서며 요격태세를 취했다.

    어떤 공격이 날아오더라도 반드시 아가씨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보이는 태도.

    이들이 있다면 조나 또한 걱정 없이 나갈 수 있다.

    리프는 실력이 있으니까.

    에이프릴은… 뭐 고기방패라도 하겠지.

     

    “제국의 교수. 초대받지 않은 자가 아가씨의 친구 분에게 위해를 끼치다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군.”

     

    아가씨의 수련도구에 중량을 늘릴 때에나 펼쳤던 <금속조작>능력이 지면을 타고 흘러갔다.

    매서운 속도로 지면을 타고 흘러오던 한파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금속의 벽에 가로막혔다.

    폭음과 함께 대지가 출렁거리며 균열이 일어났다.

    경지에 달한 고수의 힘과 힘이 충돌할 때에 으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일개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의 위험도를 지닌 은패급 몬스터.

    그런 은패급 몬스터가 일으킬 수 있는 짓을 단독으로 벌일 수 있는 실력자.

     

    심지어 평범한 은패급도 아니다.

    언젠가 지역을 초토화할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하급은패.

    근시일 내로 지역을 위협할 수 있는 중급은패.

    시급이 토벌하지 않으면 지역이 당장 초토화되는 상급은패.

     

    조나 본인이나 깽판을 치는 교수나 그 수준은 상급은패에 해당되었다.

    모험가나 용병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빌리자면 은중의 은이라 하여 [진은]이라고 불리는 경지.

    상위 0.1%의 위험도를 지닌 금패급 강자는 아닐지라도 그에 한없이 준하는 0.2%, 0.3%급의 위험도를 지닌 강자들의 충돌이다.

    그만한 강자들의 앞에서 용사 수준의 강함은 아직은 통용되지 않았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용사에게 따라잡혀 뒤처질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만큼은 이 두사람이야말로 용사보다 위에 선 실력자였다.

     

    ━치이익.

     

    새하얀 연기에 휩싸인 용사와 성녀.

    두 사람은 극한의 빙결수정에 둘러싸인 채, 스스로를 지키기에도 급급했다.

    조나는 무심한 얼굴로 수정에 감싸인 용사와 성녀를 지나쳤다.

     

    “재단의 집사는 도대체 뭘 키울 작정이지?”

     

    레이브 교수는 어이없어했다.

     

    “고작 집사가 교수클래스의 강함을 지녔다니.”

    “이걸로 알겠지. 당신은 전력을 오판했다. 오면 안 될 곳에 발을 들였고.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지. 그 목은 언제라도 떨어져나갈 수 있다.”

     

    존대라는 최소한의 예우조차 그만둔 조나.

    그는 명백한 현실의 무게를 깨닫게 해주었다.

     

    “죽을 거다. 당신이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무례에 대한 충분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교수클래스의 강자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조나 와이히엠하이의 기세.

    비록 그가 전직용사파티의 도적으로 활동했던 은퇴용사 디스트로이어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고 해도 평범한 교수클래스에 비하면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이곳은 바다 위의 무인도. 나의 빙결마법에 감응할 자연마나가 수도 없이 넘쳐나는 장소. 재단의 집사여. 네게 정녕 승산이 있다고 믿는가?”

     

    마법은 마나만 충분하다면 그 뒤로는 심상력의 싸움이 된다.

    얼마나 효율적인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는가.

    얼마나 강력한 자연의 파괴력을 담아내는가.

    자연을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미처 다 따라할 수 없는 초보마법사나 자연현상의 재현에 성공한 중급마법사, 재해급 현상도 실현하는 상급마법사를 넘어선 특급마법사들의 싸움.

    재해 그 이상의 현상은 오직 상상으로만 실현할 수 있다.

    제국은 유망한 특급마법사들에게 자신들의 비전지식을 전수하였다.

     

    우주규모의 천문학에서 비롯된 별의 탄생과 소멸과 관련된 자연현상의 관측기회.

    일명 노바 텔레스코프Nova telescope라 불리는 최신식 마도관측기구의 사용권한.

     

    노바를 경험한 마법사와 그렇지 못한 마법사는 제국의 의지로 선별되며 이것은 아쉬울 것 없는 막강한 마법사들이 제국에 충성하는 이유가 된다.

    물론 레이브 교수는 수십 년간 충성을 바치고 수많은 공헌을 해온 제국황실마법사들에 비하면 연륜도 경험도 부족한 젊은 마법사다.

    그럼에도 그가 노바의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이가 있기 때문이다.

     

    -분수를 모르는 탐욕과 지식에 대한 갈망. 재미있구나. 레이브여.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가로 아카데미에 충성을 바치겠는가?

     

    레이브는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제국궁극마도 – 노바 이펙트]

    [빙결속성 7써클 궁극마법]

    [프로스트 노바Frost Nova]

     

    그리고 지금, 그의 수중에서 별의 폭발에서 비롯되는 파괴력을 관측한 노바급 대마법 구사자의 저력이 다시금 재현되었다.

    조나는 인정했다.

    과연 아카데미의 교수.

    생각했던 것만큼 레이브의 한 수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레이브 교수는 한 가지 오판을 저질렀다.

     

    “빙결마법사에게 물이라는 매개체는 자연마나를 얻기에 최적화된 원소. 바다 위의 빙결마법사는 악몽이나 다름없지. 하지만 이곳에는 다른 원소도 가득하다.”

     

    조나가 힘을 끌어올리자 레이브 교수의 눈에도 조나의 노림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집사의 주변으로 감응하며 떠오르는 마나퍼즐의 속성은 금속.

    그리고 지금, 이 무인도에는 평범한 금속과는 궤를 달리하는 레어메탈의 일종인 블루메탈로 동체가 이루어진 광물쥐들의 시체가 가득히 쌓여있다.

     

    ‘설마 이 장소에 블루메탈쥐가 나올 것을 처음부터 알고 금속술사를…!?’

     

    레이브 교수는 깨달았다.

    재단은 거래에 응하여 오크노디의 정보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애매한 실력자를 경호로 세워두었다.

    섬의 지하에 그 실력자에게 특화된 속성의 원소를 잔뜩 품은 몬스터를 매복시켜둔 채로.

    수많은 마나퍼즐로 규모의 폭력을 행사하는 레이브 교수와 달리, 조나 와이히엠하이는 마나퍼즐의 질과 순도로 몰아붙였다.

     

    ‘파괴력이 분산되는 범위대마법. 가장 자신 있었을 최대위력의 마법을 정면에서 돌파하다니…!’

     

    바다 전체에 만연한 널리고 널린 흔한 마나와 달리 블루메탈쥐의 마나는 급이 다른 순도를 지녔다.

     

    ‘위험해. 노바급의 마법을 사용하느라 인근해역의 마나퍼즐이 모두 소진되었어.’

     

    질 나쁜 마나와 질 좋은 마나의 차이가 이렇게 드러났다.

    양만 많은 마나는 한 번 사용하면 모두 고갈되지만 고순도의 높은 질을 지닌 마나는 적은 양으로도 가성비 좋게 거듭 사용이 가능하다.

    사고의 흐름은 길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밀렸다.

    레이브의 공세가 실패했다.

     

    ‘네가 아닌 오크노디를 노리겠다.’

    ‘할 테면 해보십시오. 당신의 목이 끝까지 붙어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서로의 살의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마법.

    조나의 아가씨와 메이드들을 향한 믿음은 굳건했다.

    그 강한 믿음이 레이브에게 미혹을 심었다.

    정말로 무언가 수가 있는 건 아닐까.

    메이드들이 엄청난 실력자라서 어떤 공격이든 막아낼 수 있는 걸지도 몰라.

    다크프린세스라 불릴 정도로 암흑마나에 대한 조예가 깊은 오크노디는 또 어떤가.

     

    ‘죽일 수 없어.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일말의 미혹이 프로스트 노바의 굳건한 방벽에 흔들림을 만들었다.

    조나의 강철 같은 의지는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정면에서 부쉈다.

     

    ‘아니, 이건 이상해.’

     

    자포자기로 치닫던 레이브의 눈이 부릅 떠졌다.

     

    [고속사고][전장분석]

     

    냉철한 마법사의 두뇌가 그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마나파괴력의 절대값을 도출하였다.

    조나가 동원한 블루메탈쥐들의 마나퍼즐만으로는 이만큼의 출력을 발휘할 수 없다.

    무언가가 더 있다.

    그에게 힘을 허락한 원소의 출처가.

    시야를 넓게 두자 그의 눈에 비로소 답이 보였다.

     

    “조금만 더 힘내요, 이슈타르.”

    “거의 다 됐어…!”

     

    빙결수정.

    얼음과 금속의 속성을 혼합하여 용사와 성녀를 가두었던 감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용사를 저지하기 위해 동원하였던 마법이 도리어 조나의 동력원이 된 것이다.

    변수는 저기에 있다.

    조나가 2차 대마법을 발현하는 순간, 수정구슬이 마침내 무너졌다.

     

    “내가 죽으면 다음은 너희다. 재단이 용사를 해치울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 같으냐?”

     

    레이브는 용사의 마음을 흔들었다.

    불안을 부추기고 공포심을 일으켰다.

    용사도 머리가 있다면 살기 위해서라도 조나와 오크노디를 위협할 것이다.

    그것으로 조나의 대마법에 틈이 생긴다면 이번에야말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것이 레이브가 찾아낸 역전의 계획이었다.

     

    “알빠야?”

     

    용사는 문을 열었다.

    홀리미러.

    거울의 상 너머로 공격을 전송시킬 수 있는 능력을.

    문이 향하는 곳은 레이브의 뒤통수.

    악에 받친 용사의 절명기가 교수에게 날아들었다.

     

    “재단은 내게 먼저 위해를 가한 적이 없었어요. 당신들 제국과는 다르게.”

     

    용사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마법의 시전방향이 엇갈린 레이브에게 조나의 대마법이 적중했다.

     

    콰직!

     

    강철가시에 관통당한 심장부터 가슴 한복판이 금속으로 변질되어버린 레이브.

    교수는 원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용사를 노려보았다.

    용사는 그가 휘두르기엔 너무나도 올곧게 미친년이었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대가는 끝내 죽음으로 돌아왔다.

     

    스샤샥

     

    바로 그때, 흐릿해지는 레이브의 시야 저편에서 재빨리 달려드는 그림자가 보였다.

    오크노디.

    저 무서운 아이가 마침내 행동에 개시했다.

    자신이 죽어가니 이번에야말로 어떠한 후환도 뒤탈도 생각하지 않고 용사를 죽일 작정이겠지.

    꼴좋다.

    멍청한 년, 차라리 같이 죽어버리자.

    용사의 최후를 비웃으려던 레이브 교수의 목덜미에 단검이 퍽 박혔다.

     

    “막타는 못 참지!”

     

    …멍청한 년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오크노디. 나도 한 칼만 쑤시면 안 돼?”

    “음. 좋아! 대신 마지막에는 내가 한칼 더 넣을래.”

     

    사이좋게 대화하며 단검을 쑤시는 즈앙과 오크노디.

    아카데미의 미래가 아주 어둡구나.

    삶에 대한 희망도 복수에 대한 기대도 접어버린 레이브 교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절명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막타경험치를 나눠가지는 화목한 암살자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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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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