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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5

       

        

        

        

        

        

       “…이거 깰 수 있는 거 맞나?”

        

        

        

        타임 오버.

        

        눈 앞을 가득히 메우는 글씨. 적색과 흑색이 비스듬히 교대로 그려진 경고 디자인 위에 수놓아진 여덟 개의 글자들.

        

        현실 시간으로 4시간, 가상현실 기준 12시간 동안 이뤄진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사그라들었음을 적나라하게 알리고 있었다. 허망하게 주저앉은 유저의 어깨에 달린 성깔 더러워보이는 투견 패치가 비춰지는 순간이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집중하느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채팅창. 한숨을 내쉬며 이를 열자, 3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일제히 오만가지 안타까움을 토해내었다. 물론 이들 – 전 세계의 유수 공략팀들 중 하나인 한국 소속 켈베로스 팀 역시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음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자자. 오늘은 또 뭐가 문제였나 보자고.”

        

       “이거 너무 어려운데. 한 스무 명 정도 투입되면 깰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스무 명이면 당연히…깰 수 있을까 모르겠는데, 그것도.”

        

        

        

        오퍼레이션 블루필드.

        

        또는 간단하게 청색 작전이라고 불리우는 인커젼 미션. 그리고 다르게 말하면 현재 다크 존 PVE 컨텐츠 중에서도 가장 굳건한 벽이 되어 전 세계의 트라이어들을 가로막는 미션….

        

        이 작전의 요지는 간단했다. 메인 주에 침입한 적들을 일정 수준 이상 잡아 없애는 것이었다. 적을 죽일수록 UI에 표기된 100%라는 퍼센테이지가 하락하며, 그것이 최소 30%까지는 내려가야만 해당 작전이 어느 정도 클리어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 물론 메인 주의 크기가 남한의 80%에 육박한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되어야만 하는 문제였다.

        

        물론, 실제로 어느 정도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은 고작해야 네다섯 개거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많았고, 이들은 해안가에 다닥다닥 몰려있는 탓에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면 6시간 안으로 메인 주의 도시를 전부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동으로 생략되기 때문에 VR에서 자동차를 그만큼 운전할 필요는 없었다.

        

        전투 시간을 1 : 1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소요 시간은 6시간. 청색 작전의 타임아웃 시간은 VR 기준 18시간이었으니 시간은 아주 넉넉하다고 해도 무방했다.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항공모함 4대를 어떻게 부수냐, 진짜로.”

        

        

        

        가장 큰 산.

        

        모든 유저들을 가로막는 벽. 단순히 항공모함만 부수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규모는 작아도 순양함 및 호위함, 구축함 몇 대로 이뤄진 호위 함대까지 뚫어야만 했다는 소리였다. 당연하게도 컬럼비아급 핵잠이 보유한 SLBM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전술핵은 더더욱 어림없었다. 사용하는 순간 미션 랭크가 D로 급격히 하강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대기 중이었던 호위 함대가 핵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미 북동부 앞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것은 당연한 처사였으며, 잠수함이 침몰하는 순간 미션은 실패로 끝났다.

        

        따라서 잠수함의 별도 지원은 없었다. 방해 전파가 쫙 깔려있었기에 멀리에서 토마호크 등을 날리는 것도 불가능. 그리하여 항공모함 폭파는 그야말로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그리하여 모든 공략팀의 전제조건은 이미 메인 주 도시를 돌면서 적군을 전부 갈아버리는 것을 상정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포틀랜드에 도달했을 땐 도시 전체가 최대한의 방위 태세를 갖춘다.

        

        당연하겠지만, 먼저 항공모함을 부수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 행위였다. 맵 전체에 깔린 식별 시스템이 주변을 샅샅이 훑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또 뭐가 문제였던 것 같아?”

        

       “시간도 모자라고, 사람도 모자라고, 접근법도 안 좋은 것 같고…그냥 끔찍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 방향성은 잡힌 것 같아. 드론 같은 걸로 좌표 마킹한 다음 토마호크 쏴달라고 하면 꽤 성과가 있지 않을까. 요즘 공략팀 추세도 죄다 무인기 둘둘 말고 오던데. 사전 지원으로 DDP-52 데려오면 승산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럼 내일은 그걸로 몇 번 시도해보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비단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이들 전원이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2시간이 지난 다음부터 시작한 청색 작전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 더 트라이한 적이 있었기에 실제 VR 접속 시간은 24시간을 넘어갔다. 그리하여 이들이 접속기를 벗었을 때의 시간은 무려 저녁 8시였다.

        

        석식을 먹을 시간을 꽤 훌쩍 넘겨버렸기에, 켈베로스 공략팀 전원은 침대에서 비척비척 일어나 구내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해당 유저들 역시 기업 후원을 받으며 게임을 하는 일종의 프로게이머였고, 그로 인해 말미암은 결과였다.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음식을 차례로 주문한 열 명의 유저들이 자리에 앉아 토론을 시작했다. 심지어는 음식이 무인 카트를 통해 차례대로 배달되는 시점에서도 해당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밥을 먹으면서도 말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머잖아 정적이 몰아친다.

        

        

        

       -[Streamer ‘Eugene’ // ON AIR]

        

       -[Operation Bluefield trying with Friends]

        

        

        

       “…깨겠지?”

        

       “일단 1트 클리어에 5만원 건다.”

        

       “나는 못 깬다에 10만원.”

        

       “저런. 세종대왕님 열 분이 내 지갑으로 들어가겠구만.”

        

        

        

        말은 많지만 탈은 없는 폭주기관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여러분들. 오퍼레이션 로스트 아카이브 이후 대략 한 달만에 인커젼 미션 플레이로 찾아왔습니다. 다들 많이 기다리셨나보네요.”

        

       “우후후, 반가워요. 로렌티나라고 불러주세요. 여기 계시는 오웬스라는 이름의 험상궂은 분의 존재는 묻지 않는 게 여러분들 신상에 좋을 거랍니다.”

        

       “로건이다. 해줄 말은 별로 없지만, 이 상어년 말 듣는 게 좋을 걸.”

        

        

        

       -아니미친 게스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스트(본선2위)

       -이게 뭐야 미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랑 다이스련 쭈뼛쭈뼛하는중wwwwwww

       -게스트 면면이 이런데 어떻게 안 쫄아붙는데 ㅋㅋㅋㅋ

        

        

        

        시청자 수 80만.

        

        그것이 우리가 목전에 둔 사람들의 숫자였다. 실로 많기도 했다. 안 그래도 합방 공지를 올리자마자 한 시간만에 댓글 수가 3천 개가 넘어가더니, 이럴 것 같긴 했다. 파이널 챔피언십 1등과 2등, 4등이 한 자리에 있는 게 입소문을 어마어마하게 타긴 했나보다.

        

        방송을 켜자마자 전세계 시청자수 1위에 올라서더니, 한창 방송을 하고 있는 한 스트리머를 압도적인 차이로 2등으로 몰아넣는다. 결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은 아니었고, 총 시청자 수가 기어코 일곱 자리를 돌파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

        

        보아하니 전 세계에서 전부 몰려든 모양이다.

        

        아무튼, 다들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하여 모인 토탈 참가 인원은 총 여섯으로, 태스크포스 대거 초창기 인원 4명과 하모니와 다이스를 합한 것이었다. 이는 소규모 팀으로 분리될 수 있었으며, 구체적으로는 분대장 오웬스와 나, 다이스 팀 – 그리고 로렌티나를 필두로 한 로건과 하모니 팀.

        

        

        

       “서킨스에게 귀찮은 일거리를 다 떠넘기더니, 오늘은 좀 할 마음이 들었나?”

        

       “우리 귀여운 신입에게 삶의 쓴 맛을 보여줘야지요.”

        

       “저, 저어, 다이스 씨랑 바꾸면…으꺅!”

        

       “어딜 도망가시려고.”

        

        

        

        안타깝게도 하모니는 이미 로렌티나의 마음에 단단히 든 모양이었다. 상어와 고양이 조합이라니 상당히 신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민아는 로렌티나의 안는 베개가 되었고, 그 상태 그대로 브리핑 룸에 입장하게 되었다. 지루한 브리핑이 시작된다. 하모니와 다이스를 제외한 모두는 이미 해당 브리핑을 전부 외울 정도로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놀라운 건 시청자들 역시도 그러했단 점일까.

        

        듣자 하니 거의 한 달 가량 아무도 제대로 클리어한 사람이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여하간, 지난 번 합방 공지에 작전 루트를 짜고 있다고 덧붙였으니, 오늘은 딱히 별다른 설명 없이 게임을 진행하면 될 것이었다.

        

        작전에 도움이 될 만한 선택지를 고른다. 꽤 많았다. DDP-52도 있었고, 30분간 지속되는 위성 정찰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고를지는 사전에 합의한 상태였다. TPSP-12 클로버, 컨테이너 수납형 순항 미사일 플랫폼이었다. 그것을 버몬트와 뉴햄프셔 주의 경계선상에 두 개 정도 배치한다.

        

        예상 침투 지역을 소도시인 벨파스트로 지정한 뒤 작전 시작 버튼을 눌렀다. 컷씬이 시작되며 여섯 명의 인원이 컬럼비아급 핵잠에 탑승했다. 그렇게 잠수가 시작되고, 그로부터 48시간 후 미국 북부 해안가를 가로지른 그것이 포틀랜드와는 160km 떨어진 도시에 여섯 명을 내려놓았다.

        

        미션이 개시되었다.

        

        

        

       “드론 정찰 시작합니다. 사주경계 부탁드려요.”

        

       “맡겨 둬.”

        

        

        

        다들 바쁘게 주변으로 흩어지는 사이, 특수한 블레이드 조정에 의해 굉장히 작은 소리를 내는 드론이 허공으로 빠르게 떠올랐다. 대략 600미터 가량 치솟은 드론이 소도시 전체를 정찰했다. 하지만 인기척은 제로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작다고도 하기 힘든 도시였음에도 그랬다.

        

        과거가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손은 자연스럽게 드론을 조작해 남쪽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었다 – 왈도 카운티 종합 병원과 벨파스트 공항 근처. 이 둘은 고작해야 500m 가량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인기척 다수 감지. 20명 가량의 인원이 공항에 불규칙하게 흩어져있고, 병원에는 60명 가량의 인원이 확인됩니다. 활주로 사용 흔적이 있는 걸 보아 저 곳을 통해 물자를 공급받는 듯하네요.”

        

       “무전 감청 결과 주변으로 송출되는 네트워크 흐름 없음.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데. 후방 지점이라 그런지 다들 느슨하네.”

        

       “무시하고 오거스타로 간다. 잡아봐야 흔적만 남아. 지금부터 북쪽으로 이동하여 차량을 찾는다.”

        

       “확인.”

        

        

        

       -뭐야 쟤네 안 잡나?

       -설마 논스톱으로 포틀랜드로 달리는 건 아닐거고 ㅋㅋㅋㅋㅋㅋ

       -시작부터 다른 공략팀 루틴과는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ww

       -생각보다 얌전히 들어가네 오 ㅋㅋ

       -기대감컨트롤중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썩어도 도시라고, 주변에는 자동차가 말 그대로 널려있었다. 앞유리에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걷어낸 뒤 사방에 위치한 전조등과 옆유리창을 깨부순다. 어차피 이카루스 기어가 있으면 운전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었고, 대놓고 전조등을 켜고 가는 건 발각되기만을 비는 자살 행위였으니까.

        

        시동을 거는 것도 주의가 필요했다. 차고 문을 완전히 닫은 다음 주변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시동을 건 뒤, 여섯 명의 인원이 두 대의 차량에 절반씩 나눠 탑승. 차고 문을 열자 두 대의 차량이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사이 나는 드론을 운용하며 예상 루트를 계속해서 정찰했다.

        

        시간 스킵이 시작되고, 미션 종료까지 남은 18시간이 16시간 45분이 되었다.

        

        오거스타의 코 앞까지 도착한 상태에서, 드디어 드론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감지했다.

        

        

        

       “전방 2.5km 앞에 검문소 발견. 두 명의 무장 병력이…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미리 처리하겠습니다.”

        

       “맡긴다.”

        

        

        

        기이잉.

        

        그동안 한 발도 쏘지 않은 채 잠들어있던 무소음 드론이 창공을 가로지른다. 한 명은 작은 검문 부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부스에 몸을 기댄 채 잘도 자고 있었다. 하지만 30초도 지나지 않아 둘 다 영면에 빠졌다. 그리하여 차량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메인 주의 주도인 오거스타에 입성할 수 있었다.

        

        도시는 케네벡 강이라는 강폭 120m 가량의 큰 강을 통해 절반으로 분리된 모습이었다. 현재 우리는 강동에 있었으며, 목적지이자 적들이 사령부로 사용 중인 오거스타 공항은 강서에 위치한 상황.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꼴랑 두 대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검문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다크 존 날씨가…영하 19도. 강을 도보로 건너기에 딱 좋은 날씨네요. 막내와 저, 로건은 그냥 헤엄쳐서 건너도 될 것 같은데.”

        

       “개소리 하지 마.”

        

       “사소한 조크죠, 조크. 앞뒤 꽉 막힌 북극곰 씨.”

        

        

        

        이 둘이 티격거리는 사이, 강폭이 가장 좁은 곳을 목적지 삼아 도착한 차량.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바깥을 확인했다. 사주경계는 당연했다. 다행히 게임 안이라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사실 과거에도 그다지 춥지는 않았었다. 장구류를 이만큼 껴입었기에 추위가 파고들 틈이 없었으니.

        

        정면에 보이는 공원 하나. 보통 이런 곳에는 탐조등 같은 걸 설치해놓을 법도 했지만, 옆으로 보이는 다리를 제외하면 그 어디도 제대로 된 경계 태세를 갖춰놓지 않았다. 그렇다면야 잠입 자체는 그 무엇보다도 간단했다.

        

        지향성 펄스를 꽝꽝 얼어있는 다리 위에 조사照射하자마자 밟아도 되는 부분과 밟으면 깨지는 부분이 나타난다. 그 다음부터는 간단했다. 꼴랑 백 미터 가량의 강폭은 길 그 자체였고, 그곳을 호다닥 건넌 여섯 명의 유저들은 그 어떠한 방해도 없이 오거스타 스테이트 공항을 불과 수백 미터 앞에 두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에 군사 기지랑 탄약고를 중심으로 인원이 쫙 깔렸네요. 일단 UI에 표시했어요.”

        

       “정면에 보이는 쇼핑 센터를 중심으로 사령부를 짠 모양이군요. 저 안에서 트래픽이 상당히 많이 감지되는 걸 보아, 한 번 들어갈 만하겠어요. 여기서는 상황을 두 개로 나누죠. 전부 몰살시킬 게 아니라면 필요한 것만 얻고 뜨는 걸로.”

        

       “좋아. 침투는 셋에게 맡기겠다. 성공은 코드 블루, 실패는 코드 레드. 전부 섬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경우에는 코드 블랙을 발령하지.”

        

        

        

        드론을 만지작거리던 오웬스가 하모니와 다이스에게 덧붙였다.

        

        

        

       “현 시간부로 해야 할 일을 말해주겠다. 하모니, 다이스는 이리로. 유진과 로건, 로렌티나는 캐피탈 스트리트를 따라 서쪽으로 움직일 거고, 확인점 알파에서 멈춰설 것이다. 너희들은 드론 두 대를 각기 조종하며 근방에서 움직이는 모든 적들을 UI에 업로드해라. 네가 분대의 눈이 되는 거다.”

        

       “알겠습니다.”

        

       “네, 네엡….”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서로 고개를 끄덕였고, 부우웅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드론이 어둠으로 가득한 하늘 위에 녹아든다. 웨이포인트를 찍고 풀숲을 따라 대략 200m 가량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자니 어둠 속에서 미묘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무언가 했더니 러시아 기지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방광이었다. 확인점 알파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낮처럼 환한 시야 위로 드론이 표시해준 적들의 위치가 하나하나씩 나타난다. 긴 직사각형 형태로 된 백화점의 꼭대기 사방에는 기관총이 한 정씩 거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도 철조망과 간이 구조물 등이 길목과 침투로를 차단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닥 걱정할 필요는 없었는데,

        

        

        

       “저격 위치에 도달했다.”

        

       “드론 감제 및 사격 준비 완료. 이쪽에서 사격 각도가 안 나오는 기관총사수만 표시할게요.”

        

       “그건 우리가 잡지.”

        

        

        

        지정사수 역할을 맡은 로건이 등에 매어두었던 한 정의…묠니르를 꺼내들었다.

        

        하여간 우리 팀은 전부 화력에 미친 사람들이다. 삼각대를 펴는 사이 나는 그 자리에 둥글게 엎드려 받침대를 만들었고, 다들 타이밍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똬리틀고 저격하기 쉽게 해주는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곳에서 뜬금없이 귀여움 뽐낸다고 우리가 좋아할 줄 아셨습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로렌티나 옆에서 쿡쿡대는중wwwww

       -아니 여기는 무슨 뭐가 이렇게 스무스하게 돌아가냐 ㅋㅋ

        

        

        

        난리법석인 채팅창을 잠시 확인하자마자 아주 작은 음색과 함께 아음속탄이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다른 쪽에서도 유심히 듣지 않으면 들리지조차 않는 작은 총성들이 동시에 울려퍼졌고, 옥상에서 근무 중인 네 명의 기관총사수들은 일제히 머리가 박살나 영면에 들었다.

        

        로렌티나가 스퀴즈 신호를 통해 다시 전방에 서라고 종용했다. 다시 원래 자리를 찾는 사이, 다들 음성망에 굿 킬이라며 만족감 어린 소리를 한 마디씩 덧붙였다.

        

        그 와중 이어지는 말.

        

        

        

       “전방 100m 앞에 자동차 수리점…군 차량 수리점으로 바뀐 것 같아요. 앞에 보이는 풀숲으로 우회한 다음, 백화점 뒷편의 물류창고 쪽으로 우회하세요. 웨이포인트를 찍을게요.”

        

       “확인.”

        

        

        

        슬슬 도로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주변에서 이리저리 들려오는 러시아어는 무시한 채 숲 안쪽으로 들어간다. 겨울이라 나뭇잎은 없을지언정 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월광이 없는 날이었기에 침투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정면에 보이는 물류창고의 입구. 네 명 가량이 작은 부스와 바깥에서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손 좀 보지.”

        

        

        

        그와 동시에 로건은 손목시계를 조작했고, 곧이어 게이트가 제멋대로 빨간 불빛과 녹색 불빛을 토해내며 차단기를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그에 놀란 인원 두 명이 보고를 위해 안쪽으로 들어갔고, 남은 두 명은 안쪽에서 기계를 어떻게든 고쳐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로건은 음울한 미소를 띠며 손가락으로 전진하라고 지시했고, 나와 로렌티나는 재빠르게 움직여 각 게이트를 관리하는 부스로 돌아들어갔다.

        

        그리고 뒤로 돈 채 막 무전기를 꺼내들려고 하는 적을 뒤에서 급습했다.

        

        

        

       “으극…!”

        

        

        

        뿌드득!

        

        몸통은 앞을 향했지만 사람의 목은 180도 이상으로 돌아가 뒤를 보고 있었다. 단번에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 적. 목이 완전히 꺾여버린 채 그 자리에서 절명한 것이었다. 로렌티나는 멈춰선 차량의 아래에, 나는 근방의 쓰레기통 안에 시체를 처박고는 로건을 기다렸다.

        

        북극곰이 물류 창고 안으로 호다닥 들어오는 것을 기점으로, 오웬스는 집결 지점을 오거스타 공항으로 잡고는 덧붙였다.

        

        

        

       “포틀랜드로 가는 An-124가 현재 주유에 막 돌입했다. 30분 주지. 하던 일 끝내고 집결 지점으로 모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현재 지나간 시간은 고작해야 1시간 40분.

        

        체감 시간은 30분.

        

        미션은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주 토요일은 휴재입니다

    추후 공지하겠습니당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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