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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5

       

       

       

       

       

       

       295화. 각성 ( 4 )

       

       

       

       

       

       띠링ㅡ!

       

       《사도 이스칼이 ‘A 등급, 명월의 대형 방패’를 착용하였습니다!》

       

       맑고도 청명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말았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손바닥이 땀으로 가득해 축축하다.

       

       “나이스, 나이스! 진짜 진짜 아슬아슬했다.”

       

       – “후, 후우…”

       

       땀을 잔뜩 흘리며 기도하고 있던 케넬름도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거센 숨을 몰아쉬며 팔과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 “무사히 끝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게. 일단 지켜보자고 할 때는 왜 그러는가 했는데.”

       

       앞서 내가 한스와 이스칼에게 도핑용 버프를 주려고 했을 때, 케넬름은 나를 막아섰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면서도 화면을 가리는 모습이라니.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었어.’

       

       설마 정말로, 케넬름의 말대로 될 줄은 몰랐다.

       

       ‘위대한 전사에게는 성장을 위한 마땅한 시련이 있어야 한다… 이스칼과 한스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했었지.’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사자가 제 새끼를 절벽에 떨어트리며 키운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소리 아닌가.

       

       그러다 누구 하나 죽으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손해이기에, 당연하게도 나는 버프를 주려고 했지만.

       

        《제, 제발… 제발 저들을 믿어 주십시오. 저들은 당신께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한 이들입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무릎까지 꿇으며 글썽이는 케넬름의 부탁을 이기지 못했다.

       여인의 눈물이란 참으로 비겁한 무기다.

       

       뭐, 결과적으로는 잘 끝나서 다행이지만.

       다음부터 이런 조마조마한 줄타기 전투는 사양이다.

       

       보는 내 심장이 다 쪼그라들어서 죽을 것 같았거든.

       

       ‘그건 그렇고… 아까 그건 도대체 뭐였지.’

       

       크라켄의 공세에 몰린 이스칼이 바닥에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을 때, 다짜고짜 케넬름이 나를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입니다…! 뭐, 뭐든 좋으니까 이스칼 경을 응원하는 말을 해주세요!》

       

       느닷없이 이스칼을 응원하라니. 그것도 화면을 보면서.

       

       《이, 이스칼 힘내… 네, 네가 최고…야… 방패 멋있다…!》

       

       케넬름의 표정이 너무 급박해서 일단 해주기는 했다만… 화면을 보며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좀 많이 머쓱한 종류의 것이었다.

       

       대상이 화면 너머의 대상이라면 더더욱.

       

       ‘…그때 케넬름이 기도를 엄청 열심히 하던데, 내 응원이랑 뭔가 관련이 있는 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 나중이라도 물어보면 될 일이다.

       

       “아직 전부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 이스칼이 해볼 만한 거지?”

       

       – “틀림없습니다. 지금의 이스칼 경이라면 틀림없이 승리할 것입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승리를 확신하는 케넬름. 의기양양한 표정과 태도를 보고 있자니 말랑한 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몰려왔다

       

       물론 지금은 크라켄과 이스칼의 1대1 전투를 앞둔 상황이니, 애써 참을 뿐.

       

       – “…약간 신경 쓰이는 것이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크라켄이 신성력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때문에 그런 거야?”

       

       – “! 마, 맞습니다.”

       

       “나도 이제 그 정도는 대충 보여. 이스칼이 신성력으로 막으려고 할 때마다 크라켄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지.”

       

       – “그것이 신경 쓰입니다. 악마 특유의 악취는 너무 희미하고 옅어서 뭐라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고… 저 크라켄이 특이한 것인지, 아니면 빌어먹을 악마가 엮인 상황인 것인지…”

       

       SD 케넬름이 턱을 괴며 생각에 빠졌다. 뽀짝하고 말랑한 볼살이 뭉개지며 모찌 같은 형상이 됐다.

       

       꿈틀꿈틀, 저 볼을 눌러보고 싶다는 충동이 몰려온다. 냉혹한 액정의 감촉만이 느껴질 테지만, 그럼에도 한번 꾹 눌러 보고 싶다.

       

       – “으뉴악…!”

       

       결국 참지 못했다. 묘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말랑하게 볼이 눌린 케넬름의 입에서 괴상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SD 케넬름의 볼따구. 본래의 몸과 달리 귀엽고 통통한 SD일 때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 “뉴아악…! 저, 저기! 이스칼 경이ㅡ!”

       

       “엇.”

       

       – 콰쾅!

       

       화면 속 이스칼이 대형방패를 들고 크라켄을 향해 맹공을 펼치고 있었다.

       

       방패로 맹공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A 등급, 명월의 대형방패.

       

       이 녀석은 A급 대형 방패답게 국밥 같은 여러 보조 옵션이 가득했지만, 총평은 딱 A 등급 평균이라고 부를 수준이었다.

       

       무난한 대형방패인 월명의 대형방패가 차별점을 둔 것은, 다름 아닌 쿨타임 없는 엑티브 스킬.

       그것도 쓰는 이의 숙련도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기술.

       

       이름하여ㅡ

       

       “패링…!”

       

       

       

       ***

       

       

       

       신의 무기를 손에 쥔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손에 착 감기는 감촉은 잃어버렸던 몸의 일부를 되찾은 충족감마저 들 정도.

       

       그와 더불어, 많은 이들이 놀라는 것이 있었으니.

       

       ‘느껴진다. 이 방패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무구를 잡으면, 머릿속에 글씨가 써지는 것처럼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절로 깨우친다는 것.

       

       머리 한구석이 간질거리며 저절로 새겨지는 지식을 곱씹은 이스칼은 이내 씩 웃음을 지었다.

       

       몸 상태? 최악이다. 한쪽 팔은 부러져서 덜렁거리고, 호흡에 피가 섞여 들어온다.

       동료는 폭주의 후유증으로 쓰러졌다.

       의지할 것은 오롯이 본인과 방패뿐.

       

       그럼에도ㅡ

       

       “하하하!”

       

       맑은 은빛을 자랑하는 이 거대한 방패를 든 이상,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쐐애애액-!

       

       크라켄이 네 개의 촉수를 사방에서 퍼부었다. 체감으로는 네 명, 어쩌면 여섯 명 이상의 적과 싸우는 기분이다.

       

       허나.

       팔뚝에 차는 작은 방패로도 몇 번이나 막았던 공격이다. 인제 와서 더 거대한 방패로 막지 못할 이유가 없다.

       

       투쾅!

       

       《────────!!!》

       

       방패와 부딪힌 크라켄의 촉수가 강렬한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맑은 은빛을 자랑하는 방패의 궤적을 따라 옅은 달빛이 감돈다.

       

       휘두른 힘의 일부를 돌려받은 크라켄의 촉수가 움푹 파였다.

       

       “ㅡ… 하, 후우…!”

       

       그제야 이스칼은 꾹 참고 있던 숨을 한 번에 뱉었다.

       그의 방패에 새겨진 기술.

       

       ‘패링…’

       

       몰락귀족이기는 했지만, 이스칼도 나름 귀족.

       패링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결투 등에서 정확한 틈에 상대의 공격을 쳐내는 걸 일컬어 패링이라고 하였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패링.

       

       방금 이스칼이 명월의 대형방패로 행한 것은 평범한 패링이 아니었다.

       그건 쳐냈다기보다는ㅡ

       

       ‘반격에 가까웠다.’

       

       적절한 각도와 적당한 타이밍에, 딱 맞는 힘과 궤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쳐낸다. 그리하여 힘의 일부를 상대에게 돌려준다.

       

       ‘실로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조건이군.’

       

       다른 이라면 그저 방패로 막기 급급했을 것이다. 공격을 막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공격의 궤적을 일일이 보고 쳐내야 한다니? 그것도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힘으로.

       

       알았어도 하지 못할 기예.

       

       허나, 이스칼은 해냈다. 지금까지 밥 먹듯 하던 것이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것이다. 이를 약간만 응용한다면, 패링은 그에게 매우 쉬웠다.

       

       ‘흘리는 대신 쳐낸다. 공격의 궤적에 방패를 밀어 넣듯 움직이고 손목과 어깨는… 대충 이런 느낌이군…’

       

       한 번 해봤지만 얼추 패링에 대해 감을 잡은 것 같다.

       이스칼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패를 굳게 붙잡았다.

       

       쐐애애애액ㅡ!

       

       뜻밖의 사태에 잠시 머뭇거리던 크라켄이 다시금 촉수를 휘둘렀다. 촉수들이 기묘하게 꾸물거리며 이스칼의 방패를 경계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어림도 없다, 이 마물아!”

       

       방패를 피해 휘어지는 촉수를 방패로 족족 받아친다. 내뻗는 방패의 궤적을 따라 금빛 무리가 어지러이 흩어졌다.

       

       콰쾅! 쾅! 꽈앙!

       

       패링당한 크라켄의 촉수가 너덜너덜하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녀석의 눈동자에 두려움의 빛이 감돌았다. 남은 다리는 네 개. 그마저도 이스칼을 공격하다가 반격당해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

       

       공격하는 족족 막아낸다. 막아내며 자신의 다리를 박살 낸다. 그것만으로도 미칠 노릇인데, 이에 그치지 않았다.

       

       “키기이이익ㅡ!”

       

       “챠아아앗, 샤. 샤샤샥!”

       

       멀리 도망쳤던 어인들이 돌아오고 있다. 저마다 삼지창과 창을 꼬나들고, 늙은 어인 에리얼을 필두로 하여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 아이들아! 우리의 새로운 터전을 지켜라!”

       

       “샤아아아앗ㅡ!”

       

       에리얼의 외침과 함께 어인들이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들이닥쳤다.

       다리의 절반이 찢기고, 남은 절반도 멀쩡하지 못했던 크라켄은 재빨리 도망치려 했으나.

       

       콰가가각ㅡ!

       

       《─────!!!》

       

       매섭게 날아간 검 한자루가 크라켄의 눈에 박혔다. 태양 같은 빛을 흘리는 룬 소드가 선명한 롱소드. 한스의 것이다.

       

       “한스 경!”

       

       “끄, 크으… 도, 도망치게 둘 수는… 없지…”

       

       마지막 힘을 짜내 일어난 것인지 한스가 비틀거리더니 다시 풀썩 쓰러졌다.

       

       “정신 차려서 다행이군. 몸은 좀 어떤가? 감각은?”

       

       “어, 크어억… 아, 아픕니다… 진짜 정말 아픕니다…!”

       

       “아프다는 건 감각이 살아있는 것이니 좋은 소식이네!”

       

       다리 네 개를 잃고, 눈 하나를 잃었으며 나머지 다리에도 중상을 입은 크라켄이 어인들의 공격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어인들은 대형을 이루어 수중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크라켄을 찌르고 베는 식으로 천천히 사냥했다.

       

       《────!!!》

       

       궁지에 몰린 크라켄이 애처로운 비명을 토했다. 사방을 둘러싼 어인들의 눈에서 살기가 줄줄 흐른다. 그간 쌓이고 쌓인 원한이 상당한 모양.

       크라켄이 곱게 죽기는 힘들 것 같다.

       

       

       “…”

       

       “…”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스칼과 한스는 잠시 입을 닫았다.

       

       한스가 이토록 심한 부상을 입은 이유. 둘 다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주, 죽고 싶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전해지는 것이 있는 법.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스칼이 한스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그… 흠, 크흠. 내, 내가 오늘 본 것은 어디 가서도 말하지 않겠네.”

       

       “그! 그그그그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저는 도통 알 수가 없군요!!”

       

       “아, 아아. 내가 눈치가 없었군. 그러니까 오늘 자네가 막 음침하게 웃으면서 내 손에 용왕이 잠들어 있다고 하고ㅡ”

       

       “아으아아악!! 아아아아아!”

       

       “막 흑염을 날리면서 죽음의 장송곡을 노래하라고 외치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큭큭거리고ㅡ”

       

       “끄까하아아아학!! 크르르륿!! 아그아아악!!”

       

       “그리고, 그리고 또ㅡ”

       

       이스칼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한스는 가슴팍을 움켜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 그마아안! 그만! 제, 제발 그만!!”

       

       “어, 음? 아, 알겠네. 아무튼 내가 오늘 여기서 본 것들은 아무에게 말하지 않겠네.”

       

       “제, 제발…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스칼 님…”

       

       바닥을 뒹굴던 한스의 입에서 침이 뚝뚝 흘러내린다. 이스칼은 활짝 웃으며 한스를 바라봤다.

       

       “음! 나만 믿게! 정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훗날ㅡ

       한스의 이명은 ‘흑염용왕의 주인’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83화. 작 중, 《‘수호자의 거대한 방패‘가 A 등급, ‘이름 미정********’로 격상됐습니다!!》라고 나와있던 것을

    ㅡ>>

    《‘수호자의 거대한 방패‘가 A 등급, ‘명월의 대형 방패’로 격상됐습니다!!》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아니, 이걸 여태껏 모르고 수정 안했다는게 진짜 레전드입니다…!!! 구아아악ㅡ!!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탱커… 솔직히 남자라면… 육중한 둔기와 방패…!! 씹간지 낭만…!!! 그래서 저는 Rpg를 할 때면 언제나 남캐 탱커를 합니다…!! 농ㅋㅋ 빵ㅋㅋ한 캐릭들이 저를 유혹하지만…!! 갈!!!
    탱커에게 받은 피해량은 훈장과도 같은 것…!! 모두 탱커를 합시다…!! 탱커, 탱커, 탱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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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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